유월의 진혼곡
청춘을 묻고 칠십 년
허공 향해 소리 없는 통곡
가슴 에이는 바람의 노래
_ 문임순
마침표처럼 도열해 있는 작은 비석들, 방금 식목(植木)한 것 같은 국기. 통한의 사연을 상상하기엔 정경이 너무나 평화롭다. 그런데 ‘진 혼 곡’ 이란 세음절이 이미지를 압도한다.
아~ 진혼곡
현재 군에서 애련한 취침나팔 소리도 트럼펫 진혼곡이다.
진혼곡의 유래는 이렇다. 미국 남북전쟁 때 어둠 속에서 발견한 전사자, 알고 보니 아들이었다. 음악도였던 아들의 군복 속에서 나온 구겨진 악보로 만들어진 곡이다. 기구한 부자간의 실화가 지금까지 전해온다. 몹쓸 놈의 전쟁은 누가 도대체 왜......
한국의 현대사는 1950년 6.25. 남북전쟁 이전과 이후로 본다.
불현듯 노래 한 소절이 생각난다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6.25의 노래도, 전쟁 그 자체도 점차 잊혀 가는 것 같다.
어제가 현충일이었다. 요즘은 국기 게양을 하는 집을 보기 힘들다.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문임순 님의 시를 보다 아차했다.
문임순 님은 현충원과 어떤 사연이 있을까. 부친이 안장되어 있을까?
가슴에이는 유월일 듯하다. 언제 차라도 한 잔 하고 싶다.
육이오 전쟁 그 중심에 필자의 사촌언니도 있다.
이모님 말씀에 의하면, 막 돌이 지난 첫딸을 놓고 도살장으로 끌려가듯 사립문 밖으로 멀어지던
그게 그날이 마지막이 될 줄을 누가 알았냐고.
그때 돌지난 아기가 지금은 칠십 중반이 되었다. 사촌언니는 한번만이라 아버지라고 불러 보고 싶다고...
가족 모임에서 눈물바람을 한 적이 있다.
필자의 아버지 또한 끌려가진 않았으나 부역이라는 올가미가 씌워져 주홍글씨가
평생을 붙어 다녔고 고단한 생을 살다 떠나셨다.
상가에 가서 자기 설움에 운다더니 사설이 길어졌다.
청춘을 묻고 칠십 년
허공을 향해 소리 없는 통곡
가슴 에이는 바람의 노래
고도로 절제된 감정과 절제된 언어의 마름질이다. 수작이다.
며칠 전, 새벽에 대피하라는 비상 알람 때문에 서울이 발칵 뒤집어졌다.
요즘은 뉴스 보기가 겁난다. 문득문득 무기력해진다.
근간엔 안보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손이 많다. <감상: 손설강 시인 >
첫댓글 제목과 사진 언술 세박자가 참 좋습니다.
서사도 있고 울림도 주며 사유를 통한 반성까지 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손설강 선생님 수고 하셨습니다 ♡
늘 용기 주어서 감사해요
언제나 제 글의 첫 독자시네요. 칭찬 고맙습니다.
문임순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인데 어째 올해는 조용한듯 합니다. 덕분에 6월을 상기하면서 호국을 되새김합니다.
손설강 시인님의 해설이 깊게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좋은 디카시에 선정 되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송구하죠.
감사합니다
현충원에 다녀오셨네요
네, 북적거리는 행사를 피해 조용히 다녀왔습니다.
아버님이 현충원 계시는군요
네. 사년전에 돌아가신 어머님이 함께 계십니다.
선생님의 감상으로 시가 빛나게 되었습니다.
좋은 디카시로 서평을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마음대로 해석해서 폐가 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손설강 (손귀례) 전혀 아닙니다.
당신들의 피와 살과 뼈를 묻은 이 땅!
그 위에서 오늘날 우리는 평화와 부를 누리며 삽니다.
저 또한 현충일 날
친구의 현충원 아버지 묘소에서 보내온 카톡을 보고
아차! 죄송하고 감사함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손 선생님도 직접적인 아픔이 있었군요.
"부역"이란 그 주홍 글씨
죽음의 위험 앞에 과연 몇 이나 자유로웠겠는지요.
공감하며 숙연하게 읽었습니다.
두 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사를 가면 파출소인지 누군가가 와서 뭘 조사하곤 갔었지요.
그래서 변변한 직장도 없이 막벌이로 사남매를 키워주셨지요.
넘 멋진 시와 멋진 감상에 함께 묵념합니다. 숭고한 희생으로 만들어진 이 땅 위에서 감사한 하루가 저뭅니다
감사합니다
묵념하는 마음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