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어디에 갔을까
어향숙
반겨주던 의사가 자리에 없다
아픈 말 감싸던 위로 한마디에
그 지긋지긋한 통증들이
잠깐이라도 몸에서 떨어졌는데
긍정적인 전망은 달콤했고
시원한 처방은 힘이 넘쳤는데
처방전을 받으면
세상 귀찮던 몸이 날아갈 듯 가뿐했는데
환한 웃음이 특효약이었는데
의사가 보이지 않는다
낯선 무뚝뚝한 표정에
나오려다 바로 숨어버린 증상들과
사무적인 대답에
물어보려다 입으로 다시 들어간 말이
조용히 병원을 빠져나온다
그 의사가 아프대
말기암이라고 하더니 죽었나
새벽에 병원 앞으로 장의차 지나가는 것을
본 사람이 있대
들고 온 통증들은
고스란히 집으로 돌아가고
불안은 믿고 싶은 대로 커갔다
간호사가 곧 온다던 의사는
무성한 소문 뒤에 숨어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애지 겨울호에서
강원도 속초 출생. 경희사이버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16년 ‘김유정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으로⌜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2020년 문학나눔 선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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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의시인들
어향숙의 의사는 어디에 갔을까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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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0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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