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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활짝 열어 두었건만
반가운 발걸음은 기척도 없는데
달빛은 월담으로 목단꽃을 훔쳐보고
바다 밑 영혼들은
머드 팩 얼굴로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 마음 외면한 채
해저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지
애간장 녹이는
소쩍새 울음은 달빛 속에 녹아
이슬이 되고 이슬이 되고
바다는 통곡으로 절규하다
한풀이 춤이라도 추는 듯
연신 하얀 소매 끝을 허공으로 던져댄다
뉘라서 억 겹의 세월을 감당하랴
태양은 언제나 다시 솟아오르지만
굳어버린 시선
허공만 바라보는데,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고
손발이 있어도 할 일이 없네
세월이 가면 머드 팩 얼굴이 지워질까?
92) 기도는 송곳
인간은 새벽에 일어나면서부터
늘 벽에 부딪히며 살아갑니다
어느 하루도 그냥 지나간 날은
눈을 씻고 봐도 없지요
더욱이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은
누구나 절대자에 기대어
간절히 기도를 하게 되는데
이 행위는
바늘 끝을 더 뾰족하게 갈아주는
효과를 얻습니다
단단한 얼음 벽을 통과하는 건
오직 바늘밖에 없으니
기도는 한 곳에 힘을 집중시켜
어떤 벽도 뚫어내는 송곳입니다.
93) 내 이름은 허수아비
거꾸로 매달려 세상 내다보니
눈높이 달라지고
물끄러미 구름 바라보니
구름이 눈 아래 있네
단전에 뭉친 고독 쓸어내려
미풍에 날리니
나는 아무 생각 없는
허허 웃는 허수아비
고독, 사랑, 이념, 갈등, 나이,
이 모두를
망각의 지우개로 지우니
더욱 닮아가는 허수아비 모습
굴속으로 들어간 기차는
매연을 토하고
맑은 공기가 필요한 듯
긴 기적을 울린다
속이 텅 비어 바람이 다녀가도
실없이 웃는 허수아비
나이가 가르쳐 준 지혜
닮고 싶은 멍청한 허수아비여!
94) 회전 목마
지렁이는 유기물 섞인 흙이나
식물성 찌꺼기로 사는데
지렁이는 두더지에 먹히고
두더지는 뱀에게 먹히고 만다
뱀은 송골매나
돼지에게 먹히는데
결국 돼지는 사람에게 먹힌다
사람은 죽어서 유기물 많은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
그 속에서 지렁이가 살아가니
세상은 돌고 도는 회전목마다.
95) 봄이 오는 길목
나뭇가지를 사이에 두고
늑대와 승냥이가 다투는 소리
으르릉 으르릉
앙탈 부리는 겨울 승냥이
대지는 이미
노랗게 점령당했는데
노고지리의 영역을 놓고
바람의 공중전이 치열하다
봉곳한 목련의 젖가슴은
부풀 대로 부풀어
언제 터질지 눈길을 끄는데
봄비에 젖었던 깃털을 털고
이 가지 저 가지로
생기있게 움직이는 새들
농민들의 손길에
하나 둘 깨어나는 들녘엔
온갖 생명이 기지개를 켠다.
96) 인생 열차
이 정거장 저 정거장
잠시 쉬었다 내달리던
정열의 청춘 열차
그대 역에 머물더니
다음 정거장이 없는지
전시된 진열품 되어
꿈쩍 않고 머물렀습니다
이제 그대만을 태우고
에너지 재충전하여
이 세상
끝까지 달리겠습니다.
97) 자연의 가르침
친구를 잃는 것은
사통팔달 도로 유실로
점점 고립되는 것이요
부모를 잃는다는 것은
병풍처럼 둘러싼
산의 아름다운 경관과
언덕을 잃는 것이요
반려자를 잃는 것은
주거하는
안락한 집과
이불을 잃는 것이요
자식을 잃는다는 것은
육신을 관리 감독하는
영혼을 잃는 것이다
인간은 홀로 왔다가
홀로 가는 길 뿐이라서
외로움에 철저히
익숙해져야 하고
고독의 모자를
푹 눌러
쓸 줄 알아야 하는데
못난 사람은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정말 잘 난 사람은
자신을 바보라고 하더라.
98) 연기로 산화한 추억
무심코 서랍 정리하다
다정하게 찍은 사진
신문지 위에 올려놓고
불붙이는 마음
연기는
추억으로 모락모락
처마 밑엔
의미 모를 이슬 뚝뚝
머리 위에 얹혔던 재
가슴 깊이
떨어지는데
야속한 태양은
어제보다
더 밝게 창을 밝히네!
99) 전철을 타니
차창 밖으로는 비가 오는데
옥수수가 익어간다
알이 하나 빠지면 채워지고
또 빠지면 채워진다
서면 팝콘으로 터져 나가고
장전되어도 삐쳐나간다
여기는 부산
서울에선 방학해도 터지고
일원 줘도 터지는데
일산에선 지축을 흔들고
군자도 국수 먹다가 터진다.
100) 미인계의 유혹
한국, 중국, 일본의 대표 미인들과
서양 미인까지 다 모인 자리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앉았는데
꼬르륵 쫄쫄 배고파 휘둥그레진 눈
강강술래 음악 따라
빙빙 돌아가며 발길 옮기니
꼴깍꼴깍 침 넘어감을 못 견뎌
분주히 차례로 손 잡아 앉히고는
연방 터널로 데려가며 신난다
술 한 잔이 목구멍 벽을 허물면
긴 나무다리는 더 부지런히 움직여
남의 파트너까지 데려다 놀고 만다
아차 하고 실수를 인정했을 때는
이미 때늦어 편한 잠 못 이루고
황금색 금괴를 바치고야 끝이 난다.
*뷔페식을 먹고나서
101) 그리움
그대를 비워 내려
대신 채운 알콜에
그대는 자맥질하고
사랑의 무게에
왈칵 쏟아내고만
봄비의 찝찔한 맛
산은 변함없는데
내는 바뀌었고
사육되는 시침은
늘 우등생이다
사방은 고요한데
뻐꾸기는
왜 밤에만 우는지.
102) 新婦가 된 목련
봄이 오는 어귀에 봄의 나팔수
지난겨울 내린 눈 고이 간직하였다가
한잎 두잎 빚어
깡 마른 가지에 흰 종을 매단 듯
찬란한 햇빛 받아 눈이 부시도록 고운 모습
어여쁜 신부가 웨딩드레스 입고
봄 단상에서 신랑을 기다리는 듯
너의 미모에 반해 올려다보며
빙글빙글 돌다 보면
너희는 나를 향해 강강술래
한밤중에도 흐트러지지 않은 단정한 맵시
검정 천에 흰 학이 살아 움직이는 듯
은하수는 폭포 되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
아! 봄 화단이 이리 아름다울 줄이야
예전엔 감성이 없었던가
뒤늦게 안 너의 아름다움,
얼른 턱시도 갈아입고
네 곁에 나란히 서고 싶구나.
103) 딱 한 가지 없는 것
욕심이 없는 사람은
가난이 뒤따를 수도 있겠지만
세상 어떤 사람도
완벽하게 다 가진 이는 없는지
머리가 명석한 사람은
체격이 왜소하고
부를 축적한 사람은
가족 간 화목하지 못하고
얼굴이 잘생긴 사람은
키가 작거나 원만하지 못하고
보편적으로 불행한 사람은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인데
더 불행한 사람은
사랑할 대상이 없는 사람이며
그중에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식을 먼저 보낸 어버이로다.
104) 석모도의 노을
예인선에 몸을 싣고 석모도 가는 길
새우깡을 달라며 보채는 갈매기가
머리 위까지 쫓아온다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지휘자가 되어
손을 휘휘 내저으면
따라서 춤을 추는 새떼들
노을이 내리는 항구에 배가 닿으면
산을 향해 점선으로 날다가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고
홍조가 된 바다는 점점 달아오르다
노을을 품고
검푸른 이불 속으로 몸을 숨긴다.
105) 목련이 지던 날
뜰 안에 고고하게 피었던
한 떨기 하얀 목련
꽃샘바람에 흩날리니
덩달아 어지러운 마음
흩어진 꽃잎 주워
가슴에 쓸어 안고
먼 하늘 바라보며
호올로 명상에 잠긴다
눈앞에 선한
목련의 그림자여!
기약 없는 그날까지
야속한 기다림을 어쩌나
즐비하게 떨어진
추억 조각
하나 둘 반추하다
기억 속에 꾸겨 넣고
가슴 깊숙이 두었다
잘 익어
숙성한 어느 날
미소 담아 꺼내보리라
106) 행복이란?
인간이 행복감을 느끼는 데는
흥미롭게도 질량이 제각기 다릅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과
깊은 산중에 홀로 사는 사람의
별로 다를 바 없는 행복지수
소량으로 배부른 이가 있지만
두 그릇을 비웠던 사람은
한 그릇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공기를 많이 채웠던 풍선과
적게 채웠던 것과는
다시 채울 적엔 차이가 나며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행복지수도 크게 올라갑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행복의 그릇을 키우는 것보다
화분에 맞는 꽃을 심습니다.
107) 산은 강이 되고
옛날엔 죄수라야 콩밥 먹었는데
요즘엔 죄수가 흰 쌀밥 먹고
부자라야 콩밥 먹는구나
며느리가 시어머니 되고
사장보다 근로자가 붉은띠 두르고
더 큰소리치네
하기야 공산국가
중국 소련이 민주화되고 있으니
암탉이 울면
안 되던 때가 바로 그제였는데
여성과 바꿔입은 바지로
남성은 얌전해지고
중성 태생도
성전환 땐 여성을 선호하니
좋은 세상인지 얄궂은 세상인지
그래도 세상은 별 탈 없이 돌아가니
진리도 세월 따라 변하는구나!
108) 아! 천안함이여
절망의 알 깨고 나온
어지러움
방향감각조차 없는
날개 떨어진 잠자리의
곤두박질
붉은 피는 모두 빠져
하얀 피로 채워진
초췌한 천안함이여
미우리만큼
변화없는 주위환경
제 위치의 하늘 땅이
우롱으로 보이는데
희미한 달무리로
원망할 이 없으니
가슴은 파도로 요동치네
심청이의 전설도 있는데
어찌하여 파도가
상어 입으로 보이는가
무심한 백령도의 바다여!
109) 틀린 것과 다른 것
혼돈의 세상에서 살면서
때로는
착각 속에 살 때가 있습니다
영동지방엔 눈이 내리고
영남 지방엔 비가 내리는데
서로 형태만 다를 뿐
내용물은 똑 같습니다
여, 야당의 정치인들도
서로 틀렸다고 우기지만
실상은 다름을
잘못 인식한 때문입니다
하늘과 바다의 차이도
멀리서 바라보면
결국 만나고 마는 수평선
우리는 상대방의 다름을
이해할 줄 알아야
인정받는 지성인이 아닐지
110) 모범 답안
생활 속의 달인을 관찰해보면
남은 아주 하기 싫은 일을
즐긴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는데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사람
몰래 카메라로 관찰한다면
원인은 불평하는 데 있습니다
동굴 속 생기발랄한 박쥐는
아무도 탓하지 않으며
이미 주어진 환경은 즐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겠지만
눈 속에 피는 에델바이스는
더 큰 감동을 줍니다
여행, 노래, 운동은 물론
살아 있어 고독할 수 있음에도
감사하는 지혜야말로
삶의 모범답안이 아닐는지요.
111) 늠름한 동장군
누가 봄 노래 부르라 했던가
오수 즐기러 가던 동장군
얼굴 붉히며 돌아왔네
검은 망토 북풍 휘날리며
앙상한 가지에 눈꽃 피우고
기세등등 쌩 쌩쌩 노래하네
동백 아가씨까진 봐 주었지
매화타령까지도
그런데 목련 아씨가 문제였어
누가 겨울연가 수업시간에
봄 노래 부르라 했던가
동장군님 미안해요
그동안 계절 지키느라
수고했으니
굴 파전에 동동주 한 잔 하고 가소
112) 화이트 데이에
그대 마음 껏 놀다가 간
하얀 눈밭 같은 마음에
잔설로 남아있는 아련함
얼음 녹아내린 시냇물에
양손 바쳐 세안하니
더욱 맑아지는 눈동자여!
그대 진한 입맞춤의 뒷맛
꽃샘바람에 흩어지는데
희망 주워 문 버들강아지
사랑의 전령사 봄바람에
초콜릿 상자 째 보내면
그대 가슴에 꽃으로 필까?
114) 초승달의 꿈
환한 보름달을 기대하며
밤하늘을 바라보니
누님의 눈썹 같은 초승달이
초라하게 떴습니다
둥근 보름달을 바라볼 때는
제발 기울지 말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는데
아무런 소용도 없었습니다
보름달은 더 큰 꿈이 없지만
키워갈 꿈이 많은 초승달
우리네 인생 초승달이라도
꽉 찬 보름달보다 낫습니다.
115) 백 년 정기예금
추억은 계절 따라 새싹으로 꽃으로
단풍으로 하얀 눈꽃으로 다가오는데
여느 연속극보다 재미있고
명화보다 더 기억에 또렷합니다
더구나 남은 볼 수도 없으며
시공을 초월하여 아무 때나
혼자 고독해하다가
어느 대목에선 환히 웃기도 합니다
또한 절대적으로 안전을 보장받는
백 년 정기예금이며
편리함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여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습니다.
116) 그대 이름은 잊었지만
세월의 소용돌이에
멀지도 않은 지난날이
영화 속 주인공 이름처럼
어렴풋하지만
향기 품은 달콤한 눈매
살짝 패이던 볼우물
하얗게 드러내고 웃던
상아색 꽃잎
잊고 싶을수록
고장 난 레코드처럼
자꾸만 재생되는 모습에
교차하는 미움과 그리움
세월의 먼지 쌓여가도
그대 얼굴만 윤기 흐르니
그대여!
이제는 차라리 떠나주오.
117) 초겨울 들판
추수가 끝난 들판은
막 해산을 끝낸
아낙네의 모습이다
오색 찬란한 산야에
싱싱한 빛이 있어
능선을 따라 바라보니
저 홀로 다부진
청년기의 모습을 한
무리 지은 소나무
자연도 사색을 즐기고
고독한 시간을 갖는 듯
화려하던 무대는
순식간 황량하다
두 장 남은 달력에
감사하면 좋을 텐데
떨어져 나간 달력에
미련 남으니 어쩌나!
118) 가지산 터널
아담하게 잘 뚫린 콧구멍으로
밀양의 심장 가득히
울산의 바닷냄새를 공급하고
마산의 젖비린내가 나가는 곳
I M F 터널을 닮았는가
호박소 터널 통해 담금질했건만
한번 들어서면 퇴출 구가 없는 듯
가도 가도 끝이 없네
이틀을 돌아다녔던 먼 거리로도
꽃만 보고 단풍은 못 본채
겨울 맞았으니
내 마음 뭉게구름되어
하염없이 동해로 둥 둥 떠가네!
119) 홍시
주홍빛 탐스런 별을 따며
망태에 담다가
말랑한 별을 한 입에 쏙 넣으면
충전되는 행복감
간 짓대로 다가가면
바람의 힘을 빌려
투수 현혹하는
타자의 방망이로 숨어버리는 별
동료별을 따면
지레 겁먹고 유성 되어 바닥에
툭 떨어지면
잽싸게 감싸주는 이파리들
어깨를 툭 치는 별이 있어
돌아다보니
얼마나 퍼마셨는지
식초 냄새가 코를 쿡 찌른다.
120) 스로우족의 하루
신문 안 보니 머리도 쉬고
걸음 속도 늦추니
생각의 샘물 흘러들어
주위 비경 눈에 들어오네
붓을 드니 여유 생기고
분재 가꾸니 사랑도 배워진다
식사 속도 늦추니
배 삼 겹 이 겹으로 줄고
자동차 덜 타니
자연 깊숙이 내가 살고
욕심 동여매니
풍요로움 내게로 온다
즉석식품 좋아들 하더니
저마다 건망증 늘어
장례식장에도 슬픔 없는데
반쯤은 눈을 감고 살아가련다.
121) 귀뚜라미 우는 밤
청아한 달빛 타고 내려와
향수에 젖는 한 잎 낙엽인가
가을의 메신저인 너는
어릴 적 어머니 무릎 베고
알밤 까며 듣던 고향의 전설
목청껏 부르던 가을 찬가
너의 노래에
별님도 감동한 듯 깜박깜박
애써 참다 눈물 한 줄 주르륵
네가 울적마다 별이 쏟아져
붉은 사과로 매달렸나
네 노래는 정녕 고향 이야기
122) 그대 위해서라면
한 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지만
지난 며칠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대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어떤 것이 있을까 하고
그대가 고독할 때
나도 같이 고독해야 하는데
즐거울 때가 있었고
내가 고독할 때
그대 역시
희희낙락할 때가 있었지요
나는 밤마다 그대가 그리워
별이 되어 기다리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지
싸한 찬 공기에 놀라 눈을 뜨니
천길만길 떨어지고 있었지요
구사일생
간신히 단풍나무에 매달렸는데
이 가을
그대만을 위해서
기꺼이 산 중에 별이 되겠습니다.
123)
무궁화 꽃
내가 대통령이라면
밀사 몇 명을 전국에 포진시켜
착한 일, 궂은 일을 하는
헌신적인 일꾼을 찾아
국가 공무원에 특채하리라
몇 사람만 채용하고 나면
소문에 소문이 꼬릴 물어
앞다투어 선행할 테니
일등 국민 되는 건 시간문제
이렇듯 신명나는 사회 만들면
대통령 주가 하늘 찌를 테고
세계 일류 국가 되는 일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련만
강원랜드 카지노엔
병들은 무궁화 꽃
피지 못하고 비실비실하니
언제 활짝 피워볼꼬?
124) 비몽사몽
시집을 읽다 잠이 들었다
휴대전화기에서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온다
또 뭐 잊어버렸제
그렇다. 금장 손목시계
정신을 차려보니
춤을 추던 활자들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건지
단정하게 자리 잡았다
지난번 떠나올 적에
토끼 눈으로 눈시울 적시던
파라칸사 열매
이번에는
하얀 눈썹으로 반겼었지
돋보기 다리를
오징어로 착각하여
입에 문 채로
시선은 들판을 가로질러
산을 넘는다.
125) 자연의 시계
달 위주로 돌아가는 시계로
해보다 힘이 네 배나 세며
밀물과 썰물 만들어
때로는 바닷길도 활짝 열며
숨쉬는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시계에 따라
살아가는 방법 터득하는데
인체는 건강을 구심점으로
사랑은
황홀 번민 이별의 시간으로
회전하는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
희로애락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만
마음 편히 살 수 있으리라
절대 거꾸로 돌지 않는 시간
체념할 건 체념하고
시간의 역할, 알고 사는 게
현명한 삶이 아닐는지.
126) 은행잎 편지
바람이 쓰다듬고 간 자리
억새는
흰머리로 도리질하고
은행은 양식을 준비하고
힘겨운 여로에
목도리를 바꿔 매는데
순응하는 나무들에 비해
천 년을 살 것인가
인간만 욕심을 못 버리네
도토리 입에 문 채
나무 타며 노는 다람쥐로
산에 오면 풍요로운 마음
냇물 흐르는 소리가
귀뚜라미 소리보다 맑으니
이후엔 산 살림이 어떨까?
127) 꿀벌의 경고
인간의 시계로
지구 상에서 7분에 1종씩
생물이 멸종한다는데
이대로 간다면
십 년이면 거의 절반이
멸종한다는 계산
원인은
식물 수분을 독차지하는
꿀벌이 줄어들기 때문
에너지 전달 체계가
식물, 동물, 인간으로
이어지는데
하부 구조인
식물이 멸종한다면
결국 동물이 줄 것이고
인간 역시
안전지대를 벗어남이
자명한 사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4년 버티기가
힘들 것이라고 예언했다
문제는 귀소성 방해하는
전자파가 같은
세계 30억 명이 쓰는
휴대폰과 농약
인간이 살아 남으려면
휴대폰 파장을 바꾸고
유기농을 살려야 한다.
128) 벌새의 묘기
벌도 새도 아닌 것이
마치 벌이 나는 소리로 부웅-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벌새는
노래하는 가수는 못되나
매혹적인 곡예사다
하늘에서 다이빙하듯 떨어지다
딱 멈추어
꽃을 향해 긴 부리를 내밀어
꿀을 빤다
수직으로 상승하기도 하고
마이클 잭슨처럼
뒤로도 난다
초당 날갯짓이 무려 90회
더 놀라운 사실은
겨울을 나기 위해
삼천 킬로 이상을 비행하는
겁 없는 전사란다
사람이 곁에 있어도 두려움 없고
까마귀나 매와 다투어도
머리 주위를 빙빙 돌아
상대를 패주 시킨다는 새
나뭇가지에 앉기는 하지만
결코 땅바닥에 앉아
발에 흙 묻히는 일 없으니
하늘의 왕자임이 분명하다
목욕을 할 때도
풀 속으로 날아들거나
폭포 속을 뚫고 나가
청결함을 자랑하고
비행 속도는 시속 85킬로
최고 속도는 중부고속도로
허용 속도라니
가히 입이 딱 벌어진다.
129) 원앙이라는 새
사랑하는 마음 숨기지 않고
스스럼없이 잘 표현하는 새
그리하여 결혼 선물로
주목받게 된 원앙 목각
수수한 차림의 암컷에 비해
기생오라비로 단장한 수컷들
앞다투어 구애해 보지만
사랑 쟁취는 난-중지-난
늘 외면하던 암컷이
어쩌다가 고개 끄덕이면
사랑을 허락받는데
한번 맺으면 곁눈질은 없다
정절과 믿음의 상징 원앙
정조관념이 있는 유일한 새
물에서는 날개 세워 돛단배로
유유자적 즐기면서 사네!
130) 존재의 의미
매미가 존재한다는 것은
밤낮으로 자기만의
애창곡을 부르는 것이요
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까만 밤하늘을
빼곡하게 수놓아
온통 별로 채우는 것이요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생각을 조금씩
현실로 이루는 것이리라
130) 석양에 나온 반달
노을 조명 받으며
그리운 마음 감추지 못해
내 마음 같은 달이 떴다
잘 이어진 철길도
백 미터만 벗어나면
가물가물 보이지 않듯
임을 그리워하는 거리도
철길 같아
가까운 듯 아득하다
애간장 태우려
일부러 구름에 가렸다가
방긋 웃는 반달
서산에 서성이는 태양
원망하며
기다리다 못해 석양에 떴네!
131) 아직도 개구리
개구리 잘 지냈냐?
육십이 넘었는데
아직도 개구리야
그럼 개구리가
세월 간다고
두꺼비 되는 것 봤냐?
한턱 잘 쏴 봐
그럼 내가 개구릴
사람 만들어 주지
그 재준
나밖에 없으니
알아서 해
친구!
싫지않은 목소리로
알았어 연락할게
132) 생명의 신비
연일 퍼붓는 장맛비로
사과밭에 배수로를 파니
작은 도랑이 생겨 운치를 더하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작은 새끼 붕어 한 마리
쫄랑쫄랑 물결 일으키며
나들이 나왔습니다
수로와 연결돼 있지만
사람 키만큼 높은
작은 폭포의 벽을
거꾸로 올라올 리는
만무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해
한참을 바라보다
만면에 슬며시
웃음꽃 활짝 피었습니다.
133) 요술쟁이 땅
보기에는 거무죽죽한 땅이
요술을 부려
꽃을 피웠다가 선물을 준다
고구마를 심으면 구수한 맛
감자는 은근히 고소한 맛
수박은 달콤한 맛
참외는 색다른 달콤한 맛
고추는 매운맛
사과는 새콤달콤한 맛
어떤 종자를 심느냐에 따라
땅은 요술 상자처럼
독특한 맛으로 화답한다
석류 맛이 있는가 하면
딸기 앵두 맛이 있고
토마토 맛이 있는가 하면
더덕 도라지 맛도 있다
단감, 잣, 호두, 매실, 땅콩,
귤, 복숭아 맛이
각각 색다르니
땅은 일류 마술사로
참으로 공평하지만
반은 하늘이 내린 은총이다.
134) 한 조각 미련
고독이 까만 구름으로 몰려 와
소나기로 쏟아지던 날
번갯불로 성호 긋고
뇌성의 나무람을 애써 외면해도
과거는 안개 되어
산 허리 감고 돌다 흩어지는데
동동 떠가다 툭 꺼지는
빗물 수제비처럼
썼다가 지우고 마는 편지 한 장
부칠 곳 없어 빗물로 보냅니다
앞산과 뒷산이 만나는 것보다
더 가망 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미련은 그림자로 드리워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됩니다.
135) 사랑의 유통기한
그대는 옥빛 바다를 닮았으니
썩는 물도 아니요
갈매기 노래에
늘 춤추며 살고 있으니
유통기한을 표시할 수가 없네
그대의 기분 도표로 그려보니
산 능선 형
오르락내리락 변덕은 있어도
끝내 지평선과 닿아있으니
틀림없는 차분한 성격
가끔 그대가 삐치길 잘 해도
하늘의 달을 닮아
초승달 처럼 꺼질 것만 같아도
어느새 보름달로 부푸니
영원히 유통기한이 없네!
136) 역행하는 로하스
무심코 개울에 버린 농약 병이
친구 만나러 강으로 갔다가
물고기 흉내 내며 바다로 간다
중국에서 버린 깡통, 페트병이
둥 둥 여행하다
한국의 서해안에 상륙하고
우리가 버린 쓰레기
독도를 돌아 대마도에 안착
아지트인 줄 알고 닻을 내린다
일본에서 버려진 산업 고아들
버링해협을 누비다
멀리 멕시코에 출생신고 하네
스스로 배가되어 싱싱 달리던
스티로폼 알갱이
바다에서 산산조각 분해되니
물고기, 새가 먹이로 착각하고
배불리 먹었는데
수산시장에서 생선 사 먹었으니
결국 내가 버린 스티로폼
발암물질이 많은 줄 알면서도
식구가 둘러앉아 즐겨 먹었네!
로하스(LOHAS)는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줄임말로, 건강과 환경,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 등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을 의미하는 것.
137) 춤추는 뻐꾹새
남의 둥지 알은 먹어치우고
자기 알을 몰래 밀어 넣어
보모가 기르게 하는 얌체족
살랑살랑 테크노 춤추면서
이른 아침부터 짝을 찾느라
애교만 부리는 뻐꾸기
자기 짝꿍이 옆에 있을 때도
엉덩이를 흔들며
종일 사랑 타령만 합니다
책임질 줄 모르는 삶이
뻔뻔스러워도 감칠맛 나는
상큼한 노래만은 정겹구나!
138) 움직이는 그림
창가에 석류 심고
빈 액자 예쁘게 만들어 붙이니
살랑살랑 움직이는 입체 그림
조명까지 밝혀 주니
예술적 가치 올라가네
어느 화가가 이만한 그림
그릴 수 있을까
가을이면 보석 치아 드러내며
더 귀한 그림 되겠지
더 자랄 수 없게
틀에 가두어 미안하지만
그래도 널 곁에 두고 싶은 마음
용서하려무나
겨울엔 묵화!
흑백으로 둔갑하였다가
새봄엔 컬러로 꼬물꼬물 살아
이제 다시 왕관 쓰고 웃는구나!
139) 그대만큼
그대만큼
나를 잘 아는 이도 없지만
함께 있으면 시간은 녹아내려
꿈이 되고 꽃이 됩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시간은
왜 그리도 더디 가든지
그대만큼 나를 즐겁게
때론 외롭게 하는 이도 없지요
밤하늘 별을 바라보면
왠지 같이 보고 있을 것 같은
바닷가에 앉아
밀려오는 파도를 볼 때도
등 뒤에서 눈 가리며
살며시 다가올 것 같은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
백합 향기 가득한 당신입니다.
140) 출발하는 새
차가운 물에서 밤을 새운 새들이
황금빛 햇살을 받으며
물을 차고 오르는 풍광은
과히 예술의 시작이요 끝이다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른 새는
푸른 하늘에 출근 점을 찍고
과거의 파도를 굽어보며
미련없이 하루를 열며 날아간다
디딤돌이 없는 물에서의 출발은
누구나 서툴고 어렵지만
물수제비를 다 뜨고 나면
힘들이지 않고도 훨훨 잘도 난다.
141) 철쭉이 피는 사연
공허한 밤하늘에
애절하게 울던 소쩍새
그대 뜰에 철쭉 되어 피었네
피를 토한 듯 빨갛게
별꽃으로 여물어
그대 눈길 기다리네
하얀 꽃잎은
뜬눈으로 지새운 흔적
주홍색은
정열적인 사랑의 표출
붉은색은
기다리다가 지친 원망의 눈길
이제 어둠이
모두 감싸고 떠나니
꽃은 피어도 소쩍새가 없고
그대 뜰엔
아무 의미도 없는 꽃이 피리라
142)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누군가 걸은 길이겠지만
낙엽 드러누워 있는
산길에서 투덜거렸다
하필 왜 이 길로 왔을까
때론 길이 끊어져
되돌아올 때도 있었으니
끝도 보이지 않는 길을
묵묵히 돌아오면서
아찔한 순간도 맞았지만
오만의 과체중은
되돌아오면서 줄었는데
그분의 깊은 뜻도 모르고
글을 배설하고 보니
가뿐하여 나도 모르게
휘파람 불고 있었으니...
143) 어디쯤 오고 있을까
자동차로 올까
기차로 올까
아니면 구름을 뚫고
비행기로 올까
설마 배를 타랴마는
나의 눈은
강가에 나와
나룻배를 기다리네!
비가 오는 날엔
비가 그대 같고
실바람이 부는 날엔
낯을 비벼주는 이 느낌
낮에 기다리면
꿈길에 오고
달 밝은 밤에 기다리면
새벽이슬로 오는데
개구리 울다
그쳤으니
오늘은 내가 맞을 거야
그대 오는 날
144) 천국의 삶
살아도 죽은 사람이 있고
죽었어도 산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언젠가 만회할 기회도 옵니다
명예를 남긴 사람은
죽었어도 살아 있고
이름이 더럽혀진 사람은
살아있어도 죽은 목숨입니다
한평생 내내
행복한 사람도 없거니와
삶에 기복이 없으면
행복에도 권태가 생겨
자신이 행복한 줄 모른답니다
어떤 악조건에 처하더라도
천국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리면
그가 천국에 있는 사람입니다.
145) 행복한 추억
봄 밤을 즐기는 목련의 발레
불가능을 굴복시킨 장애인의 열정
고요 깨고 솟구치는 물고기의 묘기
빨간 단풍 사이로 내리는 하얀 눈
후반전 끝날 즈음 터지는 중거리슛
경쾌한 리듬의 탭댄스
석양 무렵의 해변 길 트럼펫 연주
희망 알리는 새봄의 연한 새싹
갓 깨어난 병아리의 종종걸음
엄마 품에 소록소록 잠든 천사
잎사귀 없이 파란 하늘 별이 된 감
해금강 돌고래의 부드러운 유영
쓰러질 듯 고개 가누는 아기의 낮잠
일사불란한 의장대의 멋진 사열
올림픽의 역전드라마 쇼트트랙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글로리아 연주
소름 돋는 클라이맥스의 감동
달콤한 첫 키스의 추억
바위틈에 뿌리내린 분재 성 소나무
이런 단어 나열하니 에너지가 넘치네!
146) 고향의 하루
출석을 부르지 않아도
천연덕스레 대답하는 뻐꾸기
꿩, 까막까치
자기 성은
고개요 라고 우기는 꾀꼬리
뭐가 불만인지
따발총을 쏘아대는 딱따구리
개구리는 군중심리를 이용
세상을 바꾸려는 듯 우는데
울음을 그칠 때는
적막강산이다
앞산은 뒷산에 윙크하고
밤꿀 향기 가득
전령사 통해 날려 보내면
낮에는 는즈시 바라만 보다
그림자로 서서히 다리 걸치네!
147) 친구가 되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은 땀과
학생은 책과
농부는 풀과
어부는 바다와
군인은 무기와
정치가는 국민과
수영 선수는 물과
축구 선수는 공과
상인은 고객과
방송인은 시청자와
환자는 자신의 병과
기생은 재벌과
화가는 자연과
문인은 경험과
사업가는 노동자와
배우, 가수는 무대와
초목은 태양과
신문, 방송은 진실과
이북은 남한과
부모는 나이 들수록
자식과도
친구가 되어야 한다
148) 사랑 빨래
고운 추억이 묻은 빨랫감
다툼으로 얼룩진 빨랫감
세탁기에 넣고 함께 빨았지
다툼으로 얼룩진 빨랫감은
금세 잘 세탁 되었는데
고운 추억의 빨래만 흔적 남았네
두 손으로 주물럭주물럭
다시 빨아 널어도
추억만 모락모락 살아나고
진한 흔적 남아
지워지지 않는 얼룩
어쩌노 그게 사랑일 줄이야.
149) 경부선 열차에서
뱀처럼 기던 국도는
가르마로 뚫려 있고
복숭아, 배, 사과꽃은
경진대회라도 하는 듯
화사함을 자랑하는데
태양은 중얼거리는
나의 한쪽 뺨이라도
들여다보려는 심사로
서산에서 기웃거린다
강가에 백조는
저녁상에 둘러앉았고
유채는 다섯 살
유치원생 모습이다
망자들은 무슨 이유로
삭발을 하고 누웠는지
겨울엔 춥고
여름엔
정수리가 따가울 텐데.
150) 버리지 못한 꿈
날씨가 몹시 추워
오리털 점퍼를 입었는데
촘촘한 고어텍스 천을 뚫고
하얀 털이 비집고 나와
훨훨 하늘을 난다
뒷 쪽에서도 등을 찌르며
날고 싶다고 조르는 오리털
캄캄한 천 속에서도
빠삐용이 되어 탈출하는
그대 이름은 오리
살아생전에 꿈꾸던 날갯짓
그 꿈을 버리지 못해
별들과 노닐다가
미처 귀가 못한 낮 달 향해
사랑의 블랙홀로 빠져든다.
* 작가 인사말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참 많은 분을 만나지만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 나를 문학의 길로 인도하는 인연이 참 많은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전교 시 부문 최우수상을 타면서부터 시에 대한 열망이 휴화산처럼 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숭실대학교 다니면서부터 김현승 시인을 만났고 그분이 운명 후에는 우리 ROTC동문이 손수 운구해서
모란공원에 안장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으며
사업을 하다 IMF 대란을 맞으면서 나도 모르게 시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황금찬 시인을 만났고 그분에게 장려상이라는 작은 상도 받았던 것이
내가 시를 쓰게 된 원동력이된 것 같다
내가 유명 시인의 시를 읽으며 참 어렵구나1 좀 쉽게 써 주면 안 될까 그리고 참 재미없다 라는 것이
내가 읽고 난 후의 기억이어서
나는 내 詩를 읽고 나면 한번 빙그레 웃기고 말거야 라고 생각했고 초창기에는 그쪽으로 잘 가다가 서정 쪽으로 턴한 것 같다
별이 내리는 뜨락을 내놓고 많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번 발가벗고 나니 이젠 좀 뻔뻔스러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꽃詩뿌리는 마을> 카페를 운영해 오며 양산 삽량문학을 태동시킨 권영상 시인님을 만난 것이나
만능 재주꾼 문영길 시인을 만나 함께 걸어온 길이
온유한 가을 햇살을 등 뒤에서 따스하게 받으며 걸어온 느낌이다.
그 외에도 미국의 김수영 수필가 겸 시인님과 현대문학신문 발행인 박종래 시인님 채종한 문학박사님
엄원지 한국 신춘문예 회장님 그 외에 김영배 시인님 박연희 시인님 박진기 시인님 서효륜 시인님 임정숙 시인님 등
너무 과분한 시인님들과 교류하면서 천 여 편의 시를 남발할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시를 쓰면서부터 관찰력이 참 많이 달라졌으니 예를 들면 무궁화 꽃의 꽃잎 수나 꽃술 모양과 수까지도 깊이 관찰하며
벌새의 날갯짓을 찾아보는 것이나 산의 높이나 바다의 깊이까지도 세심하게 찾아보는 습관을 지니게 됐으니
여러모로 시를 쓰게 된 것이 나의 달라진 모습이다. 그리고 시인은 참 재미있는 거짓말쟁이다
사람을 미물로 만들거나 자연으로 만드는 일 시 속에는 나만이 알고 있는 보물을 숨기는 일이나
바다를 산과 바꾸는 일까지도 가능하니
이만하면 정말 재미있는 일이 아닐까?
이제 인생의 80%를 소진했으니 남은 20%의 에너지를 문학과 창조에 쏟고자 마음먹고 있다
사실 내가 부모로부터 자질을 물려받은 분야는 붓글씨와 생활미술 쪽인데 그 분야로도 욕심을 내 보고 싶다
욕심 같아서는 문학 평론가나 유명 문학박사님께 시평을 부탁드리고 싶지만
졸작을 그분들께 부탁드리는 것이 누가 될 것 같아 이렇게 솔직한 심정을 자필로 엮어 나와 비슷한
친구나 지인으로부터 부드러운 평가를 받고 싶은는지도 모른다
내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 것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인생을 살아왔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면서 한쪽을 잃으면 풍선효과로 다른 것을 얻을 수 있음을 증명하고 살아왔으니
그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축구 동호인들과 운동장을 누비는 일이나 40년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에 내려와 사과 농사를 지으면서
시다가소(詩茶歌笑) 간판과 보라,카이 농원 간판을 달고 꽃詩문학관을 여는 그날까지 매진할 것이다
나와 인연 맺으신 많은 분께 먼저 지면으로 정중히 인사드리며 언제라도 반갑게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끝으로 제1집 별이 내리는 뜨락 표지그림을 제공해 주신 서경희 교수님과 서울대 미대를 나와 후진 양성에 힘쓰며
양평에서 산골짜기 화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혜민 작가 (나와는 이종사촌 처남이면서 ROTC 동문)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어디쯤 오고 있을까" 제2집을 내면서 박해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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