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 선시 /정민 교수 역
◉歷劫傳傳無盡燈 역겁전전무진등
영겁(永劫)을 이어 다 함 없는 등불
不會桃別鎭長明 불회도별진장명
켜짐도 없고 꺼짐도 없는 큰 밝음이어라
任他雨灑兼風亂 임타우쇄겸풍란
저 비를 뿌리고자 일어난 바람이
漏屋虛窓影自淸 루옥허창영자청
낡은 방 창의 헛된 내 그림자를 맑게 하누나
◉終日忘機坐 종일망기좌 하루종일 모든 일 잊고 앉았노라면
諸天花雨飄 제천화우표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네
生涯何所有 생애하소유 내 평생 무슨 살림 있겠나
壁上掛單瓢 벽상괘단표 벽에 걸린 표주박 뿐일세
◉月入松聲白 월입송성백 달빛 들어 솔 바람 소리는 희고
松含月色寒 송함월색한 달빛 머금은 소나무는 차가워라
贈君般若劍 증군반야검 그대에게 지혜의 검 보내노니
歸臥月松間 귀와월송간 돌아와 달과 소나무 사이에 누우려무나
함월 해원
7. 12 선시
◉ 「(念佛)」
부르고 불러서 입묘(入妙) 부르고
외고 외워 귀진(歸眞)을 염송하누나.
부르고 염불함이 만나는 곳에
여래께서 즉시로 현신하시리
呼呼呼入妙 念念念歸眞
호호호입묘 념념념귀진
呼念相交處 如來卽現身
호념상교처 여래즉현신
-해담 치익(海曇 致益, 1862-1942)
◉ 서방 부처님 염불하는 법
반드시 생사 뛰어넘나니 마음과 입 서로 응하면
왕생극락은 손가락 튕기는 것과 같소
한 생각에 연꽃 즈려 밟나니
누가 팔 천리를 (간다) 말하였소
염불공덕 이루고 목숨 마칠 적에
아미타불 오시어 그대 맞이하실거요
西方念佛法 決定超生死
心口若相應 徃生如彈指
一念踏蓮花 誰道八千里
功成待命終 大聖來迎爾
- 서산대사 휴정 著《심법요초心法要抄》
7. 13 선시
「한가한 거처(閑居)」
향기론 채소 한 사발로 아침 식사 너끈하고
일곱 근 먹장삼에 봄잠이 아주 달다.
묻노라 암자에서 그 누구와 함께 있나
감실 안에 만수동자 나와 함께 지낸다네.
香蔬一鉢卯餐足 黲衲七斤春睡甘
향소일발묘찬족 참납칠근춘수감
且問庵中誰與共 曼殊童子是同龕
차문암중수여공 만수동자시동감
-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바람과 달(風月)」
바위 샘이 흰 달을 마중하더니
뜨락의 잣나무는 청풍 부른다.
몸은 소리 빛깔 속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소리 빛깔 속이 아닐세.
巖泉迎白月 庭柏引淸風
암천영백월 정백인청풍
身是坐聲色 心非聲色中
신시좌성색 심비성색중
- 괄허 취여(括虛 取如, 1720~1789)
7. 14 선시
◉
악함 없고 선함 또한 없는 것이니
법마다 텅 빈 줄을 깨달아 아네.
평탄한 옛 길로 돌아오는데
도처에 수양버들 바람이 분다.
無惡亦無善 了知法法空
무악역무선 요지법법공
坦平還古路 到處綠楊風
탄평환고로 도처녹양풍
-해담 치익(海曇 致益, 1862-1942)
「요공 스님에게 주다(示了空禪子)」
「바람과 달(風月)」
◉
내 집 이름 태허당이라 부르니
청허를 사랑해서만은 아니다.
육기는 무궁히 변화 하느니
비록 비었어도 빈 것 아닐세.
吾堂號太虛 不獨愛淸虛
오당호태허 불독애청허
六氣無窮化 雖虛不是虛
육기무궁화 수허불시허
-동계 경일(東溪 敬一, 1636∼1695),
「태허당을 조롱한 객의 시에 차운하다(次客嘲太虛堂韻 )」
7. 15 선시
염화
가르침 밖 참된 소식 별도로 전해지니
고운 이름 오롯하다 옛 장부가 돌아왔네.
5백년 지난 뒤엔 누가 이를 이을꼬
염화시중 한 맥락이 호응하여 떨어지리.
別傳敎外眞消息 專美須還古丈夫
별전교외진소식 전미수환고장부
後五百年誰繼此 拈花一脉落鳴呼
후오백년수계차 염화일맥낙명호
-사명 유정(四溟 惟政, 1544~1610)
「부휴 스님에게 주다(贈浮休子)」
발분
잡아 던져 털어 봐도 별다른 것 없으니
남 앞에서 곧장 직접 집으로 가야하리.
발분하여 공부하여 번드쳐 내던지니
현묘한 말 묘한 구절 눈 속의 티끌일세.
拈搥竪拂別無他 直要當人自到家
염추수불별무타 직요당인자도가
發憤做功飜一擲 玄言妙句眼中沙
발분주공번일척 현언묘구안중사
-부휴 선수(浮休 善修, 1543∼1615)
「섬스님에게 화답을 구하는 말로 주다(賽暹禪和求語)」
7. 16 선시
푸른 눈
일 만 개의 묏부리를 스승 찾아 쏘다녔고
도를 묻고 선(禪)을 구해 푸른 눈이 시렸었지.
조사(祖師)의 뜻 이제껏 몇 번 땅을 쓸었던고
일생에 일이 없이 일체를 참간(參看)하리.
尋師踏盡萬峯巒 問道求禪碧眼寒
심사답진만봉만 문도구선벽안한
祖意如今幾掃地 一生無事切參看
조의여금기소지 일생무사체참간
-부휴 선수(浮休 善修, 1543∼1615)
「암(巖) 선백께 드림(贈巖禪伯)」
◉
돌이켜 제게서 천진불을 구할지니
어이 다시 그를 좇아 아버지를 묻는가.
만약 능히 어머니의 얼굴을 얻는다면
하나하나 사물마다 온통 모두 석가이리.
反求自己天眞佛 何更從他問阿爺
반구자기천진불 하갱종타문아야
若能信得娘生面 物物頭頭總釋迦
약능신득낭생면 물물두두총석가
-제월 경헌(霽月 敬軒, 1542~1633)
「함께 사는 도반에게 보여주다(示同住道伴)」
7. 17 선시
◉ 약속
날은 곧 뉘엿한데 사립문서 작별하니
눈 가득한 산의 다리 길조차 분명찮다.
좋은 기약 다시 두면 언제가 좋겠는가
골짝 새들 조잘대고 꽃향기 가득할 때.
柴門相送日將曛 雪滿山橋路不分
시문상송일장훈 설만산교로불분
佳期更有何時好 谷鳥喃喃花正芬
가기갱유하시호 곡조남남화정분
-제월 경헌(霽月 敬軒, 1542~1633)
「송별(送別)」
◉ 대장부
유교를 꿰뚫어도 쓸 곳이 안쓰럽고
불경을 능히 외나 마음 외려 미혹하다.
조사(祖師)의 활구(活句)로 의심덩이 깨야지만
곧바로 이름 하여 대장부라 하리라.
儒敎貫通憮用處 䆁經能誦轉心迷
유교관통무용처 석경능송전심미
祖師活句疑團破 是即名爲大丈夫
조화활구의단파 시즉명위대장부
-제월 경헌(霽月 敬軒, 1542~1633)
「안택 스님에게 주다(賽禪德安宅)」
7. 18 선시
◉적막
돌길에 이끼 덮여 옛 절은 텅 비었고
고운(孤雲)의 지난 자취 저녁 안개 잠겨있다.
오경에 꿈을 깨니 세상은 적막한데
밝은 달빛 학 울음이 하늘 끝서 들리네.
石逕苔封古寺空 孤雲逝迹暮烟籠
석경태봉고사공 고운서적모연롱
夢破五更人寂寂 磨霄鶴唳月明中
몽파오경인적적 마소학려월명중
-제월 경헌(霽月 敬軒, 1542~1633)
「불일암에 묵고서(宿佛日庵)」
◉둥근 등불
동글동글 등불 얼굴 사방이 꼭 같은데
빈 집에 높이 걸려 어두웠다 밝아진다.
재로 되면 구름이 해 가린 것 같다가도
심지 잘라 돋워주자 오래오래 환하여라
團團燈面殺無方 高掛堂空暗復光
단단등면살무방 고괘당공암부광
灰燼政如雲弊日 切須挑盡致明長
회신정여운폐일 절수도진치명장
-제월 경헌(霽月 敬軒, 1542~1633)
7. 19선시
◉「면등(面燈)」
용천검 한 자루를 구름 끝에 보내시니
번쩍이는 찬 빛이 폐부를 비추누나.
전륜왕의 세 치 쇠보다 훨씬 더 나으리니
바위 골짝 지녀 가면 늙은 몸이 편안하리.
龍泉一柄送雲端 焰焰寒光照肺肝
용천일병송운단 염염한광조폐간
猶勝輪王三寸鐵 持歸岩壑老身安
유승륜왕삼촌철 지귀암학로신안
-정관 일선(靜觀 一禪, 1533-1608)
「검을 준 데 대해 사례하다(謝惠劒)」
◉나비 꿈
골짝서 객과 함께 봄밤을 보내는데
나비 꿈이 오경 종에 이제 막 놀라누나.
달빛 잠긴 향각엔 사람 아직 잠 안 깨고
두견새 울음소리 어지런 뫼 높은 데서.
洞中携客度春宵 蝶夢初驚漏五敲
동중휴객도춘소 접몽초경루오고
香閣月沉人未起 杜鵑啼在亂峯高
향각월침인미기 두견제재난봉고
-정관 일선(靜觀 一禪, 1533-1608)
「두견이 소리를 듣고(聞杜鵑)」
7. 20 선시
일 없는 사내
눈썹 날려 눈 깜빡임 묘하다 할 수 없고
맞대면해 기뻐함도 충분하지 않다네.
일생에 아무런 할 일 없는 사내가
벽운암서 봄가을로 늘 누움만 하겠는가?
揚眉瞬目非臻妙 對面熈怡亦未堪
양미순목비진묘 대면희이역미감
爭似一生無事漢 春秋長臥碧雲庵
쟁사일생무사한 춘추장와벽운암
-정관 일선(靜觀 一禪, 1533-1608)
「준(俊) 도인에게 주다(贈俊道人)」
각각각각
각각각각 화두조
때로 화두 권하누나.
선창에 밤새 누워
들으려니 부끄럽네.
各各話頭鳥 時時勸話頭
각각화두조 시시권화두
禪窓終夜臥 聞此可無羞
선창종야와 문차가무수
-정관 일선(靜觀 一禪, 1533-1608)
「화두조(話頭鳥)」
7. 21 선시
◉
산 채로 잡다
꽃 피어나자 산 얼굴 붉고
여린 바람에 새 마음 야릇.
여러 해 동안 잡으려던 놈
오늘사 문득 사로잡았네.
花發山紅面 風柔鳥亂心
화발산홍면 풍유조란심
多年求捉漢 今日忽生擒
다년구촉한 금일홀생금
-허응 보우(虛應 普雨, 1509-1565)
「우연히 읊다(偶吟)」
◉
고한(高閑)
도는 몸에 있어서 산에는 있지 않아
티끌 속에 일 없는 것 이게 바로 고한(高閑)일세.
방공(龐公) 또한 아내와 자식까지 두었지만
큰 부락 성 마을서 홀로 사립 닫았다네.
道在於身不在山 塵中無事是高閑
도재어신부재산 진중무사시고한
龐公亦有妻并子 萬落村城獨掩關
방공역유처병자 만락촌성독엄관
- 허응 보우(虛應 普雨, 1509-1565),
「상사 신양숙의 운에 따라 9수를 대신 짓다(代次愼上舍養叔韻九章)」
7. 22 선시
◉
빈 산 속
돌 위로 어지러운 시냇물 소리
못 가엔 푸른 풀 돋아나온다.
빈 산에 비바람 하도 많아서
꽃 져도 쓰는 사람 아무도 없네.
石上亂溪聲 池邊生綠草
석상난계성 지변생녹초
空山風雨多 花落無人掃
공산풍우다 화락무인소
-청허 휴정(淸虛 休靜, 1520~1604), 「초가집(草屋)」
◉
피리 소리
배에서 밤 피리 소리 듣노니
어디서 묵어 자는 어옹이던가?
해 뜨자 아무도 보이지 않고
새 울고 꽃만 절로 붉게 피었네.
舟中聞夜笛 何處宿漁翁
주중문야적 하처숙어옹
日出無人見 鳥啼花自紅
일출무인견 조제화자홍
-청허 휴정(淸虛 休靜, 1520~1604),
「동호에서 밤중에 배를 대고(東湖夜泊)」
7. 23 선시
귀머거리
귀로 사물 바라보고 눈으로는 들으니
마음 들음 어이해 귓부리를 쓰겠는가?
모름지기 두 귀 먼 것 안타까워하지 말라
소리란 원래부터 듣는데서 현혹되니.
耳以觀來目以聞 心聞何用耳根聞
이이관래목이문 심문하용이근문
不須恨却聾雙耳 聲響元來醉自聞
불수한각농쌍이 성향원래취자문
-허응 보우(虛應 普雨, 1509-1565), 「(의옥(義玉) 스님에게 보이다. 의옥은 귀가 먹어 주눅이 들었다.(示義玉禪人, 玉以耳聾爲屈)」
성색
흰 눈 머리털 봄 바람 얼굴
산과 저자 속 소요하누나.
다함이 없는 소리와 빛깔
닿는 곳 절로 텅 비었구려.
雪髮春風面 逍遙山市中
설발춘풍면 소요산시중
無窮聲與色 觸處自空空
무궁성여색 촉처자공공
-벽송 지엄(碧松 智儼, 1464∼1534), 「옥륜 선덕에게 주다(贈玉崙禪德)」
7. 24 선시
◉마음 밖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자니
다만 이 수행이 그윽하고 그윽하다.
세상사람 일러줘도 모두들 믿지 않고
문득 마음 밖을 따라 부처를 찾는다네.
飢來喫飯倦來眠 只此修行玄更玄
기래끽반권래면 지차수행현갱현
說與世人渾不信 却從心外覔金仙
설여세인혼불신 각종심외멱금선
-중관 해안(中觀 海眼, 1567~ ? ), 「의고 2수(擬古二首)」
◉아무 일도
비온 뒤 담장 아래 새 죽순이 솟아나고
뜰에 바람 지나가자 지는 꽃잎 옷에 붙네.
온 종일 향로에 향 심지 꽂는 외에
산집엔 다시금 아무 일도 없다네.
雨餘牆下抽新筍 風過庭隅襯落花
우여장하추신순 풍과정우친락화
盡日一爐香炷外 更無閑事到山家
진일일로향주외 갱무한사도산가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閑中雜詠六首」
새해
물병엔 두 셋의 우물물을 담았고
창에는 너덧 조각 산 구름이 담겼네.
이웃 스님 살림살이 궁색하다 말을 마소
화로에 맑은 향을 또 하나 사르노라.
甁貯二三井澗水 窓栖四五片山雲
병저이삼정간수 창서사오편산운
隣僧莫道生涯拙 爐爇淸香又一分
인승막도생애졸 노설청향우일분
-중관 해안(中觀 海眼, 1567~ ? ), 「제석의 대화에 답하다(畣分歲話)」
7. 25 선시
이름
내 듣기로 이름은 실지의 손님이라
붓과 혀는 원래부터 참됨이 아니라네.
바위 곁의 천년 묵은 말라죽은 나무가
용호(龍虎)의 소리 내니 여전한 봄날일세.
吾聞名者實之賓 筆舌元來不是眞
오문명자실지빈 필설원래불시진
嵓畔千年枯死樹 龍吟虎嘯一般春
암반천년고사수 용음호소일반춘
-중관 해안(中觀 海眼, 1567~ ? ),
「인백 선자 경린이 시를 청하기에(仁伯禪子敬麟賽句)」
# 등불 하나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희미하니
아는 이는 말하는 자의 잘못을 말하잖네.
서쪽서 온 등불 하나 돌이켜 생각하면
어이 어노(魚魯) 구분 같은 훈몽(訓蒙)을 말하리오.
人心危假道心微 知者不言言者非
인심위가도심미 지자불언언자비
還憶西來燈一點 豈云魚魯訓蒙機
환억서래등일점 기운어노훈몽기
右夢中作
-중관 해안(中觀 海眼, 1567~ ? ),
「꿈에 한 문사를 보고 꿈속에서 짓다((夢見一文士, 夢中作)」
7. 26 선시
심우(尋牛)
도란 본래 마음에서 얻는 법인데
어이 굳이 밖에서 구하려드나.
평평한 밭 풀 우거진 언덕에서도
곳마다 소 찾기가 좋을 터인데.
道本從心得 何勞向外求
도본종심득 하로향외구
平田芳草岸 隨處好尋牛
평전방초안 수처호심우
-한계 현일(寒溪 玄一, 1630∼1716), 「산놀이 하는 승려에게 주다(贈遊山僧)」
소원
일 없는 게 산승이라 말하지 마시게나
불볕더위 날 가물어 푹푹 찜이 안타깝네.
아침저녁 이를 위해 향 한 심지 사르노니
성심으로 나라 근심 농사 풍년 원하노라.
莫言無事是山僧 亦恨炎天旱氣蒸
막언무사시산승 역한염천한기증
朝夕爲焚香一炷 誠心憂國願年豊
조석위분향일주 성심우국원년풍
-한계 현일(寒溪 玄一, 1630∼1716), 「오랜 가뭄에 차운해 짓다(久旱次韵)」
7. 26 선시
불과(佛果)
어버이 묻힌 옛 동산을 멀리서 생각자니
몸은 비록 못 가지만 마음만은 늘 앞서네.
사람들아 내 가는 길 비웃지 말려마
인하여 깨달으면 불과(佛果)가 원만하리.
遙憶親鄕古壠山 身雖未赴意常前
요억친향고롱산 신수미부의상전
世人莫笑吾行履 因卽悟時佛果圓
세인막소오행리 인즉오시불과원
-화담 법린(華曇 法璘, 1848-1902), 「추석날 성묘하러 가지 못하고(秋夕未赴省墓)」
금강산
가을바람 날 일으켜 금강산에 가게 하니
강물은 푸르고 들판 벼는 향기롭다.
곧장 비로봉 정상 향해 올라서자
대천세계 작기가 해당화와 한가질세.
秋風起我送金剛 江水蒼蒼野稻香
추풍기아송금강 강수창창야도향
直向毘盧頂上立 大千世界小如棠
직향비로정상립 대천세계소여당
-철선 혜즙(鐵船 惠楫, 1791-1858), 「금강산(金剛山)」
강촌
7. 27 선시
淸江一曲抱村流
長夏江村事事幽
自去自來梁上燕
相親相近水中鷗
老妻畵紙爲棋局
稚子敲針作釣鉤
多病所須唯藥物
微軀此外更何求
맑은 강 한 구비 마을을 안고 흘러가니
긴 여름 강촌이 일마다 그윽하네
절로 가고 절고 오는 건 서까래 위 제비요
서로 친하고 서로 가까운 건 물 속에 백구로다
늙은 아내는 종이에 바둑판을 그리고
아이는 바늘을 두드려 낚시를 만든다
병 많은 내가 바라는 바는 오직 약물 뿐이요
적은 몸 나는 이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
- << 두보 (杜甫, 712~770) >>
7. 27 선시
파초
한 그루 파초를 뜨락에 심어두니
밤중에 보슬비 소리조차 들리누나.
매운 바람 툭 쳐서 꺾을까 걱정되어
아이 시켜 돌 주워와 터진 담장 고친다네.
芭蕉一樹種幽庭 中夜猶聽細雨聲
파초일수종유정 중야유청세우성
剛怕疾風輕破折 囑兒拾石補虧牆
강파질풍경파절 촉아습석보휴장
-철선 혜즙(鐵船 惠楫, 1791-1858), 「산거(山居)」 2
[국화
진작에 석대 서편 국화를 심었더니
여린 잎 성근 줄기 작은 시내 비춘다.
계절 돌아 가을 되어 꽃술을 터뜨리면
온갖 새들 적막히 울지 않음 비웃으리.
曾將菊種石臺西 嫩葉疎莖映小溪
증장국종석대서 눈엽소경영소계
轉到霜天方吐萼 笑他百鳥寂無嗁
전도상천방토악 소타백조적무제
-철선 혜즙(鐵船 惠楫, 1791-1858), 「산거(山居)」
7. 28 선시
나비
대 씻고 솔 다듬고 홀로 문을 닫고서
내가 나를 잊은 채 적막히 말이 없다.
늦은 나비 날아와 그 무슨 심사인지
밝은 창에 착 붙었다 동산 향해 가누나.
洗竹科松獨掩門 我還忘我寂無言
세죽과송독엄문 아환망아적무언
飛來晩蜨何心事 忽著明囱卻向園
비래만접하심사 홀착명창각향원
-철선 혜즙(鐵船 惠楫, 1791-1858), 「홀로 앉아(獨坐)」
거미줄
두 그루 복사 오얏 지난해에 옮겨 심어
햇볕 쬐고 안개 젖어 가지마다 꽃 가득해.
팔랑팔랑 나비 모습 아껴 보려 하여서
지팡이로 거미줄을 자주 없애 주노라.
兩株桃李去年移 烘日蒸霞也滿枝
양주도리거년이 홍일증하야만지
爲愛翩翩蝴蜨影 頻持竹杖去蛛絲
위애편편호접영 빈지죽장거주사
-철선 혜즙(鐵船 惠楫, 1791-1858), 「산거잡영(山居雜詠)」
7. 29 선시
아직 사람으로
快哉渾沌身
不飯復不尿
遭得誰鑽鑿
因玆立九竅
朝朝爲衣食
歲歲愁租調
千箇爭一錢
聚頭亡命叫
아직 사람으로 태어나기 전 혼돈의 몸은 그지 없이 유쾌했고
밥 먹고 오줌누는 번거로움도 없었는데
어쩌다 누구에게 구멍을 뚫렸는가
그래서 사람이 되어 아홉구멍을 갖춘 몸이 되었는가
덕분에 날마다 입고 먹기에 허둥지둥
해마다 세금낼 걱정뿐
돈 한 푼에 천 사람이 다투어
와글와글 모여서 목숨 걸고 외쳐대네
* 혼돈(混沌)
혼돈은 <장자 莊子>응제왕편에
7. 29 선시
아침 해
새벽에 동해바다 앉아서 보니
가로 걸린 구름이 산 모양 짓네.
붉고 푸른 빛깔을 산이 머금다
아침 해를 그 사이서 토해내누나.
坐見扶桑曉 橫雲作假山
좌견부상효 횡운작가산
山含紅翠色 朝日吐其間
산함홍취색 조일토기간
-동계 경일(東溪 敬一, 1636∼1695),
「(구름이 만든 가짜산을 노래하다(詠雲假山)」
달 구슬
푸른 바다 용이 손아귀에 구슬 쥐고
밤에 천문(天門) 올라가 천도(天都)에 바치누나.
항아 아씨 어여쁜 무지개 옷 비춰보다
그림자 있나 없나 단총(丹叢) 기대 웃는다네.
碧海龍兒掌頷珠 夜昇閶閤獻天都
벽해용아장함주 야승창합헌천도
姮娥照取霓裳美 笑倚丹叢影有無
항아조취예상미 소의단총영유무
-동계 경일(東溪 敬一, 1636∼1695),
「달을 읊다(詠月)」
7. 30 선시
맑은 바람
정수리 위 눈을 늘상 뜨고 있으니
삶과 죽음 길 따위는 상관도 않네.
맑은 바람 태허를 불어가더니
만고에 한 도만이 살아 있구나.
常開頂門眼 不關生死路
상개정문안 불관생사로
淸風吹太虛 萬古活一道
청풍취태허 만고활일도
-동계 경일(東溪 敬一, 1636∼1695),
「(임종게(臨終偈)」
우습다
우습다 소 등 타고 다시 소를 찾다니
모름지기 머리 위에 머릴 얹진 않는 법.
조계의 거울 속엔 아무 물건 없건만
천하의 선승들은 면벽하고 찾는다네.
可笑騎牛更覔牛 不須頭上更安頭
가소기우갱멱우 불수두상갱안두
曺溪鏡裡元無物 天下禪流面壁求
조계경리원무물 천하선류면벽구
-동계 경일(東溪 敬一, 1636∼1695),
「우연히 읊다(偶吟)」
7. 31 선시
아침 내내
아침 내내 밥 먹어도 무슨 밥을 먹으며
밤새도록 잠 잤어도 잠잔 것이 아니로다.
고개 숙여 못 아래 그림자만 보느라
밝은 달이 하늘 위에 있는 줄을 모른다네.
終朝喫飯何曾飯 竟夜沉眠未是眠
종조끽반하증반 경야침면미시면
低首只看潭底影 不知明月在靑天
저수지간담저영 불지명월재청천
-동계 경일(東溪 敬一, 1636∼1695),
「우연히 읊다(偶吟)」
마음대로
자던 새 떠나려니 이별 한이 많은 듯
짹짹짹 우는 듯이 또 노래하는 듯해.
어여뻐라 취향 따라 남북으로 날아가서
만수(萬水)와 천산(千山) 속을 제멋대로 쏘다니리.
宿鳥辭群別恨多 啾啾如泣又如歌
숙조사군별한다 추추여읍우여가
可憐異趣飛南北 萬水千山自在過
가련이취비남북 만수천산자재과
-기암 법견(奇巖 法堅, 1552~1634),
「(새가 한 가지서 함께 자고 날 밝으면 각자 날아간다(鳥宿共一枝, 天明各自飛)」
8. 1 선시
잡초
숲 속 중이 선적(禪寂) 중에 안거(安居)를 함께 하니
그를 것도 없지만은 옳을 것도 없다네.
설령 약초밭에 악초가 난다해도
봄의 뜻이 어여뻐서 김을 매지 않는다오.
林僧禪寂共安居 不但無非是亦無
임승선적공안거 부단무비시역무
縱有藥欄生惡草 爲憐春意不鋤除
종유약란생악초 위련춘의불서제
-기암 법견(奇巖 法堅, 1552~1634),
「대중에게 보이다(示衆)」
냇물 소리
허공을 쳐부수어 해와 달을 파묻으니
산하와 대지 모두 구덩이에 들었구나.
병중에 병 안든 자 어디로 가는 게요
금강산 냇물 소리 고금에 한가질세.
打破虛空埋日月 山河大地一坑藏
타파허공매일월 산하대지일갱장
病中不病者何去 溪水金剛今古聲
병중불병자하거 계수금강금고성
-기암 법견(奇巖 法堅, 1552~1634),
「임종게(臨終偈)」
8. 2 선시
쇠 피리
녹양방초 사이사이 우거져 있는 곳에
가고픈 대로 맡겨 맘껏 놓아 먹였지.
문득 고삐 풀어주자 종적조차 없어서
쇠 피리 느긋하게 옛 산에서 부누나.
綠楊芳草間離離 牧爾縱橫任所歸
녹양방초간리리 목이종횡임소귀
忽放索頭無縱迹 閑將鐵笛故山吹
홀방삭두무종적 한장철적고산취
-기암 법견(奇巖 法堅, 1552~1634),
「소가 없다(無牛)」
흰 구름
일흔 살 늙은 중이 흰 구름에 앉아서
흰 구름 집을 삼고 또 문을 삼는다네.
만약 누가 마음 속 일 물어볼 것 같으면
건곤에 아침 가고 저녁 옴과는 다르다고.
七十老僧坐白雲 白雲爲室又爲門
칠십노승좌백운 백운위실우위문
有人若問心中事 不似乾坤朝又昏
유인약문심중사 불사건곤조우혼
-기암 법견(奇巖 法堅, 1552~1634),
「우연히 읊조리다(偶吟)」
8. 3 선시
염불 소리
염불 소리 드높아 맑고도 화창하니
신상(神象)마저 덩실덩실 춤을 추게 하누나.
어여뻐라 그대의 소리 가락 웅장하여
가슴 속에 몇 이랑 물결 간직했나 모르겠네.
頌佛聲高淸且和 却敎神象舞婆娑
송불성고창차화 각교신상무파사
多君玉齒潮音壯 不識胷藏幾頃波
다군옥치조음장 불식흉장기경파
-기암 법견(奇巖 法堅, 1552~1634),
「어산의 인스님이 말을 구하므로 주다(賽仁魚山求語)」
뜰 앞의 잣나무
올해는 지난해보다 가난이 더 심해서
길 떠나는 그대에게 줄 물건이 하나 없네.
서쪽서 온 뜰아래 잣나무를 주노니
때때로 마음 쏟아 명심하여 잊지 말게.
今年貧甚去年貧 無物臨行可贈君
금년빈심거년빈 무물임행가증군
惟付西來庭下栢 時時着意又書紳
유부서래정하백 시시착의우서신
-기암 법견(奇巖 法堅, 1552~1634),
「급 스님이 말을 구하므로 시를 지어 주다(伋師求語作句贈之)」
8.4 선시
나는야
약초밭에 샘물 끌어 국로(國老)에 물을 주고
대밭에는 가시울로 조동(朝童)을 보호하네.
흥망의 시끄러움 문을 닫고 안 받으니
나는야 세상 속의 일없는 늙은일세.
藥圃引泉澆國老 筠庭插棘護朝童
약포인천요국로 균정삽극호조동
杜門不受興亡擾 我是世間無事翁
두문불수흥망요 아시세간무사옹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한중잡영(閑中雜詠)」 6-1
차 석잔
새벽 미음 한 국자 든든히 먹고
낮엔 밥 한 그릇에 배가 부르다.
목마르면 차를 석잔 달여 마시니
깨달음 있고 없곤 상관 않으리.
寅漿飫一杓 午飯飽一盂
인장어일표 오반포일우
渴來茶三椀 不管會有無
갈래차삼완 불관회유무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한 스님에게 대답하다(有一禪者答云)」
8. 5 선시
득실
부귀해도 오정(五鼎) 음식 외려 가볍고
빈궁하나 소쿠리 밥 충분하도다.
백년 간 떠돌기야 한 가질러니
피차간 어이 잃고 얻음이 되리.
富貴猶輕五鼎飡 貧窮自足一簞食
부귀유경오정손 빈궁자족일단사
等是浮休百歲間 此何爲失彼何得
등시부휴백세간 차하위실피하득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우연히 쓰다(偶書)」
분명
천 봉우리 우뚝 솟아 흰 구름을 찌르고
한 줄기 물 흘러흘러 푸른 바위 쏟아 붓네.
저절로 듣고 봄이 몹시도 또렷하여
그대들께 알리노니 밖에서 찾지 말라.
千峰突兀攙白雲 一水潺湲瀉蒼石
천봉돌올참백운 일수잔원사창석
自然聞見甚分明 爲報諸人休外覔
자연문견심분명 위보제인휴외멱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게송을 지어 여러 스님에게 보이다(作偈示諸德)」
8. 6 선시
거울 속
한 조각 가을 소리에 오동잎이 떨어지니
늙은 중이 놀라 일어나 가을바람 묻는구나.
아침나절 홀로 걸어 냇가에 서있자니
칠십년 세월이 거울 속에 담겼구나.
一片秋聲落井桐 老僧驚起問西風
일편추성낙정동 노승경기문서풍
朝來獨步臨溪上 七十年光在鏡中
조래독보임계상 칠십년광재경중
-기암 법견(奇巖 法堅, 1552~1634),
「초가을에 느낌이 있어(初秋有感)」
몸에게
이 땅에 나고부터 너를 의지 하였더니
너와 나 서로서로 50여년 얼러왔네.
다만 염려 그대와 작별하는 그날에
백년 우정 하루아침 소원해짐일러라.
我生落地即憑渠 渠我相將五十餘
아생낙지즉빙거 거아상장오십여
秪恐與渠分手日 百年交道一朝踈
지공여거분수일 백년교도일조소
-기암 법견(奇巖 法堅, 1552~1634),
「혼자 마음을 대신해서 몸에게 주다(自代心贈身形)」
8. 7 선시
새벽 달
성(性)이 거울 본체라면 마음은 빛과 같아
성품 만약 해맑으면 마음 절로 드러나리.
묵은 구름 바람이 쓸자 천리 하늘 말끔한데
푸른 하늘 외론 달이 새벽까지 푸르구나.
性如鏡體心如光 性若澄淸心自彰
성여경체심여광 성약징청심자창
風掃宿雲千里盡 碧天孤月曉蒼蒼
풍소숙운천리진 벽천고월효창창
-괄허 취여(括虛 取如, 1720~1789),
「성심(性心) 노숙에게 답하다(答性心老宿)」
때때로
능히 넓고 깊기가 한바다 다름없고
더하거나 줄지 않음 허공과 한 가지라.
이따금 비밀스레 돌아드는 빛 비추니
마음 절로 빌 적에 경계도 절로 비네.
能廣能㴱如大海 無增無減若虛空
능광능심여대해 무증무감약허공
時時密密回光照 心自空時境自空
시시밀밀회광조 심자공시경자공
-괄허 취여(括虛 取如, 1720~1789),
「일원상(一圓相)」
8. 8 선시
가을
처마 둘레 대 우거져 빗소리 익숙한데
골짝 가득 물든 단풍 가을빛이 곱구나.
어여쁜 국화는 새벽 이슬에 울고 있고
우수수 붉은 잎이 뜨락 가지 떨어진다.
遶檐竹密雨聲慣 滿洞楓殷秋色多
요첨죽밀우성관 만동풍은추색다
艶艶黃花啼曉露 蕭蕭赤葉下庭柯
염염황화제효로 소소적엽하정가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가을날 우연히 쓰다(秋日偶書)」
빈주
마음은 몸 가운데 주인이지만
몸은 마음 밖의 손님 아닐세.
마음이 편안하면 몸도 고요해
주인 손님 힘써 서로 가까웁다네.
心是身中主 身非心外賓
심시신중주 신비심외빈
心安身亦靜 賓主力相親
심안신역정 빈주력상친
-괄허 취여(括虛 取如, 1720~1789),
「안심 비구가 게송을 구하기에(安心比丘求偈)」
8. 9. 선시
한바탕 꿈
한단의 베개 위 일 황당하긴 하지만
총욕(寵辱)이란 참으로 한바탕 꿈 진배없다.
내 능히 이 이치를 궁구했다 할진댄
이 같은 순경(順境) 만나 두서없음 물리치리.
邯鄲枕上事荒唐 寵辱眞同夢一塲
한단침상사황당 총욕진동몽일장
盡道吾能窮此理 逢些順境却顚忙
진도오능궁차리 봉사순경각전망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우연히 쓰다(偶書)」
흥
가볍던 장삼 무거워 몹시 쇠함 알겠고
익숙턴 경전 생소하니 병 깊음을 깨닫네.
다만 이 마음만은 끝내 늙지 않아서
흥이 일면 이따금 다시 길게 읊조리네.
舊輕衲重知衰甚 曾熟經生覺病深
구경납중지쇠심 증숙경생각병심
唯有此心終不老 興來時復一長吟
유유차심종불로 흥래시부일장음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우연히 읊다(偶吟)」
8. 10. 선시
봄 깊어
봄 깊어 날은 긴데 사람 일을 끊으니
바람이 배꽃 쳐서 뜰 가득 눈이로다.
처마 기댄 예쁜 나무 그림자 서로 얽혀
산보하며 읊노라니 마음 절로 기쁘다.
春深日永人事絕 風打梨花滿庭雪
춘심일영인사절 풍타이화만정설
倚檐佳木影交加 散步行吟自怡悅
의첨가목영교가 산보행음자이열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저무는 봄날(暮春即事)」
8. 10. 선시
진면목
산의 앞뒤로 달빛 환하고
바다의 안팎에 바람은 맑다.
누구의 진면목을 묻는 것인가
하늘에 점찍은 기러기 있네.
月皛山前後 風淸海外中
월효산전후 풍청해외중
問誰眞面目 更有點天鴻
문수진면목 갱유점천홍
-벽송 지엄(碧松 智儼, 1464∼1534),
「학희선자에게 주다(贈學熈禪子)」
심법
법은 마음 밖의 법이 아니요
마음은 법 가운데 마음이라네.
마음의 법 본래부터 있지 않다면
무엇으로 법의 마음 전하겠는가?
法非心外法 心是法中心
법비심외법 심시법중심
心法本非有 有何傳法心
심법본비유 유하전법심
-괄허 취여(括虛 取如, 1720~1789),
「설순대사가 게송을 구하므로(雪淳大師求偈)」
8.11 선시
한 방
일만 의심 온통 모두 의심 덩이 향해가니
의심 가고 오는 중에 의심을 절로 보네.
모름지기 용을 잡고 봉을 치는 솜씨라야
한 주먹 주먹질로 무쇠 성문 넘기리라.
萬疑都就一疑團 疑去疑來疑自看
만의도취일의단 의거의래의자간
須是拏龍打鳳手 一拳拳倒鐵城關
수시나룡타봉수 일권권도철성관
-사명 유정(四溟 惟政, 1544~1610),
「난법사에게 주다(贈蘭法師)」
도강
정종(正宗)의 소식이 재미가 없다 해도
쓰지 않고 어이하고 또 어찌 한단 말가.
은산과 철벽을 깨부수고 가야지만
그제야 바야흐로 사생 강물 건너가리.
正宗消息沒滋味 不用如何又若何
정종소식몰자미 불용여하우약하
打破銀山鐵壁去 此時方渡死生河
타파은산철벽거 차시방도사생하
-사명 유정(四溟 惟政, 1544~1610),
「순장로에게 주다(贈淳長老)」
8.12 선시
그제야
도를 봄에 뜻 있으면 도가 외려 어지럽고
안락 구함 마음 두면 도리어 불안하다.
안락 없고 봄도 없는 경지에 다다르면
그제야 이 일이 복잡잖음 알게 되리.
情存見道還迷道 心要求安轉不安
정존견도환미도 심요구안전불안
安到無安見無見 方知此事勿多般
안도무안견무견 방지차사물다반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도안 장로에게 부치다(寄道安長老)」
솔바람
비 갠 뒤 정원은 빗질한 듯 고요하고
들창에 바람 들자 가을인양 서늘하다.
산 빛과 냇물소리 솔가지 퉁소 소리
진세의 일 어이해 마음에 이를쏘냐.
雨餘庭院靜如掃 風過軒窓凉似秋
우여정원정여소 풍과헌창량사추
山色溪聲又松籟 有何塵事到心頭
산색계성우송뢰 유하진사도심두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우연히 절구 한 수를 쓰다(偶書一絕)」
새해
추위 더위 갈마듦은 보통의 일이거니
사람들 어지러이 한해 축하 분주하다.
묵은 해 가고 새해 온들 기뻐할 게 무언가
귀밑머리 한 오리 흰 터럭만 느는 걸.
寒暄代謝是尋常 人盡奔波賀歲忙
한훤대사시심상 인진분파하세망
舊去新來何所喜 鬢邊添得一莖霜
구거신래하소희 수변첨득일경상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초봄에 열(悅)선백께 부치다(春初寄悅禪伯)」
8.13 선시
바다 보물
어제 새벽 해를 쫓아 푸른 산을 내려가
오늘 저녁 볕을 따라 절문으로 드누나.
두 어깨 무거운 걸 괴이타 하지 마라
용궁의 바다 보물 짊어지고 왔다네.
昨趂晨曦下翠微 今隨夕照入松扉
작진신희하취미 금수석조입송비
諸人莫恠雙肩重 擔得龍宮海藏歸
제인막괴쌍견중 담득용궁해장귀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무인년 11월 6일 대중을 이끌고 산을 나서 이튿날 대장경을 나눠 지고 돌아오며 지은 게송(戊寅十一月六日 率衆出山明日分負藏經迴有偈)」
달빛 노래
진흙 소 바다 들어 아득히 간데없고
삼생의 한 큰 인연 깨달아 이르렀네.
어인 일 다시금 번뇌 생각 일거들랑
재각으로 찾아와 달빛 노래 빌어보게.
泥牛入海杳茫然 了達三生一大緣
니우입해묘망연 요달삼생일대연
何事更生煩惱念 也來齋閣乞陳篇
하사갱생번뇌념 야래재각걸진편
-제월 경헌(霽月 敬軒, 1542~1633),
「임종게(臨終偈)」
8.14 선시
그저
눈 가득한 천지에 바람 빛깔 싸늘한데
지는 해에 고개 돌려 바다 구름 사이 본다.
한번 떠난 고향은 천산의 밖에 있어
꿈 속 넋만 유유히 그저 갔다 돌아오네.
雪滿乾坤風色寒 回頭日落海雲間
설만건곤풍색한 회두일락해운간
故鄕一別千山外 魂夢悠悠空去還
고향일별천산외 혼몽유유공거환
-제월 경헌(霽月 敬軒, 1542~1633
「나그네로 지어 읊다(客作吟)」
장부의 뜻
솔과 대의 절조로 서리 눈을 견디니
물과 달의 정신이 어이 티끌 물들까?
장하다 장부의 뜻 깊이깊이 간직해
명산을 찾아가서 주인이 되시게나.
松筠節操凌霜雪 水月精神豈染塵
송균절조능상설 수월정신기염진
壯哉深包丈夫志 須訪名山作主人
장재심포장부지 수방명산작주인
-제월 경헌(霽月 敬軒, 1542~1633)
「준(俊) 선덕이 말을 구하므로 주다(賽俊禪德求語)」
8. 15 선시
참선
참선은 많은 말이 필요치 않으니
평소처럼 묵묵히 스스로를 봄에 있네.
조주의 ‘무(無)’자를 망각할 것 같으면
입 있어도 할 말 없어 나는 상관 않으리.
叅禪不用多言語 只在尋常默自看
참선불용다언어 지재심상묵자간
趙州無字如忘却 雖口無言我不干
조주무자여망각 수구무언아불간
-사명 유정(四溟 惟政, 1544~1610),
「묵(默) 산인에게 주다.(贈默山人)」
분별심
한 바다에 뭇 고기 노니니
저마다 한 큰 바다 지녔네.
바다는 분별심 없으니
여러 부처의 법도 이렇다.
一海衆魚游 各有一大海
일해중어유 각유일대해
海無分別心 諸佛法如是
해무분별심 제불법여시
-청매 인오(靑梅 印悟, 1548∼1623),
「가르침을 구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다(示求法人)」
8. 16 선시
붉은 잎
나고 멸함이 실상 아니요
실상이 바로 생멸인 것을.
봄 가고 나서 가을 아니라
푸른 잎 붉게 물든 것일세.
生滅非實相 實相是生滅
생멸비실상 실상시생멸
非春去又秋 靑葉染紅色
비춘거우추 청엽염홍색
-청매 인오(靑梅 印悟, 1548∼1623), 「가을 빛(秋色)」
나무하고 물 긷기
정밀함 속에서 늘 정밀해도
거친 가운데 더욱 거칠다.
예순에 몸소 나무하고 물 길어오니
몸은 되도 마음은 고되지 않네.
精底每每精 麁底轉轉麁
정저매매정 추저전전추
六十躬柴水 體劬心不劬
육심궁시수 체구심불구
-청매 인오(靑梅 印悟, 1548∼1623), 「뜻을 말하다(叙意)」
8. 17 선시
가을
손도 없고 발도 없는 어떤 물건이
허공 몰아 작은 다락 쳐들어왔네.
풍경 소리 낮잠을 놀라 깨보니
산 빛 이미 깊어진 가을이로다.
有物無手足 驅空入小樓
風鈴驚午夢 山色已深秋
-청매 인오(靑梅 印悟, 1548∼1623),
「높은 누각에서 자고(宿高樓)」
가석타
가석타 세상사람
제 몸 귀함 모르고서,
부귀만을 선망하여
불법 구함 이와 같네.
可惜世間人 不知自身貴
가석세간인 불지자신귀
羡他豪富人 求佛法如是
선타호부인 구불법여시
-청매 인오(靑梅 印悟, 1548∼1623),
「남의 요구에 응해서 짓다(求他作)」
8. 18 선시
앎
지식으로 아는 것을 안다고 하면
손으로 허공 웅킴 다름없으리.
앎은 단지 스스로 자길 아는 것
앎 없어야 다시금 알 것을 아네.
若以知知知 如以手掬空
知但自知已 無知更知知
-청매 인오(靑梅 印悟, 1548∼1623),
「지지편을 보고서(看到知知篇)」
생각
생각으로 생각을 생각한다면
생각하고 생각해도 참 생각은 아니리.
망녕된 생각을 진짜 다스려야만
괴롭잖게 한 생각이 없어지리라.
如以念念念 念念非眞念
여이념염염 념염비진염
將眞治妄念 未苦無一念
장진치망념 미고무일념
-청매 인오(靑梅 印悟, 1548∼1623),
「무제(無題)」
8. 19 선시
부싯돌
부싯돌 치는 사이 50년 세월 지나
인간의 영욕이 온통 모두 헛것일세.
오늘 아침 껄껄 웃고 표연히 떠나가니
장삼 입은 중의 행장 만리의 바람 뿐.
五十年光石火中 人間榮辱揔虛空
오십년광석화중 인간영욕총허공
今朝大笑飄然去 一衲行裝萬里風
금조대소표연거 일납행장만리풍
-괄허 취여(括虛 取如, 1720~1789),
「대중과 떠나며(捨衆)」
갈림길
사람마다 문 밖에는 길이 평탄하지만
평탄한 그 가운데 갈림길이 다시 있지.
바른 길 문득 잃고 갈림길로 들어서면
하늘 덮은 가시밭길 홀로 헤매게 되리.
人人門外路平坦 平坦坦中更有歧
인인문외로평탄 평탄탄중갱유기
正路忽迷歧路入 漫天荊棘獨蹰躇
정로홀미기로입 만천형극독주저
-괄허 취여(括虛 取如, 1720~1789),
「길을 잃다(失路)」
8. 21 선시
물아(物我)가 한 뿌리임 진작에 알았으니
손길 따라 등불 밝혀 겹겹 어둠 깨뜨리리.
백년간 마음잡아 묵은 종이 뚫는대도
의심 깸이 운문산에 앉음만 같겠는가?
已知物我是同根 順手明燈破重昬
이지물아시동근 순수명등파중혼
百歲將心鑚古紙 白拈爭似坐雲門
백세장심찬고지 백염쟁사좌운문
-철선 혜즙(鐵船 惠楫, 1791-1858),
「산집의 그윽한 흥취(山居幽趣)」
바위 구석 어여쁜 꽃 몇 겹으로 달렸는데
이곳 사람 함박꽃이라 말하여 주는구나.
한 가지 비스듬이 공중으로 뻗어가서
앞산의 옥순봉을 살짝 덮어 가려주네.
巖角仙花著數重 土人道是木芙蓉
암각선화착수중 사인도시목부용
一枝斜展空中去 微礙前山玉筍峯
일지사전공중거 미애전산옥순봉
-아암 혜장(兒庵 惠藏, 1772~1811),
「산거잡흥(山居雜興)」
서쪽 하늘
어느 곳 청산인들 적막치 않으랴만
원래의 자취를 다 없애지 못하였네.
아득한 한 생각은 서역 하늘 밖에 있어
어이해 허공 솟아 줄 다리를 건너갈꼬.
何處靑山不寂寥 原來形跡未能消
하처청산부적료 원래형적미능소
迢迢一念西天外 那得騰空渡索橋
소소일념서천외 나득등공도삭교
-아암 혜장(兒庵 惠藏, 1772~1811),
「산거잡흥(山居雜興)」
[
주역 공부
말쑥한 선방에 하루해가 아주 긴데
다 헤진 베적삼에 대 침상도 부서졌네.
올 들어 이천역(伊川易)은 아예 읽지 않으면서
자명(慈明)과 중상역(仲翔易)만 곰곰이 생각하네.
瀟灑禪房白日長 敝麻衫子破筠牀
소쇄선방백일장 폐마삼자파균상
年來不讀伊川易 思殺慈明與仲翔
년래부독이천역 사쇄자명여중상
-아암 혜장(兒庵 惠藏, 1772~1811),
「산거잡흥(山居雜興)」
목어
일천 상자 대장경은 한 마음을 말하고
목어(木魚) 치는 소리 속에 뜰 그늘 옮겨간다.
하늘 꽃 마구 짐은 어느 해 일이던가
처마 너머 보이느니 짝져 나는 새 뿐일세.
大藏千凾說一心 木魚聲裏轉庭陰
대장천함설일심 목어성리전정음
天花亂落何年事 惟見飛檐兩兩禽
천화난락하년사 유견비첨양양금
-아암 혜장(兒庵 惠藏, 1772~1811),
「산거잡흥(山居雜興)」
8. 20 선시
주렴 가득
주렴 가득 산 빛이 고요 속에 선명하니
푸른 나무 붉은 놀 눈에 가득 어여쁘다.
사미에게 당부하여 차를 끓여 내게 하니
베갯머리 원래부터 지장(地漿) 샘이 있다네.
一簾山色靜中鮮 碧樹丹霞滿目妍
일렴산색정중선 벽수단하만목연
叮囑沙彌須煑茗 枕頭原有地漿泉
정촉사미수자명 침두원유지장천
-아암 혜장(兒庵 惠藏, 1772~1811),
「산거잡흥(山居雜興))」
능엄경
한쪽 어깨 앙상하다 육수의(六銖衣)가 가벼운데
예불타가 등불 빛이 어느새 오경일세.
10책의 『능엄경』을 차례차례 펼쳐보니
그 가운데 마음 일을 뉘와 함께 얘기할꼬.
一肩癯著六銖輕 禮佛燈光自五更
일견구착육수경 예불등광자오경
十册楞嚴開次第 可中心事與誰呈
십책능엄개차제 가중심사여수정
-철선 혜즙(鐵船 惠楫, 1791-1858),
8. 21 선시
적막
뭇 봉우리 한데 모여 창안으로 들어오고
눈보라 매서워라 지난해와 다름없네.
사람 자취 적막하다 낮 기운도 싸늘하여
매화꽃 지는 곳에 삼생이 텅 비었다.
群峰蝟集到窓中 風雪凄然去歲同
군봉위집도창중 풍설처연거세동
人境寥寥晝氣冷 梅花落處三生空
인경료료주기냉 매화낙처삼생공
-만해(萬海, 1879-1944), 「산주(山晝)」
파초
아무 일도 없는 것이 고요함은 아니니
첫 맹세 안 저버림 새로움이 이것이라.
파초처럼 비온 뒤에 우뚝 설 것 같으면
이 몸 어이 티끌세상 내달림을 마다하랴.
絶無一事還非靜 莫負初盟是爲新
절무일사환비정 막부초맹시위신
倘若芭蕉雨後立 此身何厭走黃塵
당약파초우후립 차신하염주황진
-만해(萬海, 1879-1944), 「오세암(五歲庵)」
8. 22 선시
동행
향기론 채소 한 사발에 아침 식사 너끈하고
일곱 근 먹장삼에 봄잠이 아주 달다.
묻노라 암자에서 그 누구와 함께 있나
감실 안에 만수동자 나와 함께 지낸다네.
香蔬一鉢卯餐足 黲衲七斤春睡甘
향소일발묘찬족 참납칠근춘수감
且問庵中誰與共 曼殊童子是同龕
차문암중수여공 만수동자시동감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한가한 거처(閑居)」
꾀꼬리
산 푸른데 비 지나고
초록 버들 안개 잠겨.
학은 그저 왔다갔다
꾀꼬리는 조잘조잘.
山靑仍過雨 柳綠更含煙
산청잉과우 유록갱함연
逸鶴閑來往 流鶯自後先
일학한래왕 류앵자후선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한중잡영(閑中雜詠)」
8. 23 선시
◉선관(禪觀)
黃面瞿曇不良久(황면구담불량구)
室中維摩亦不默(실중유마역불묵)
恰似吹毛新發硏(흡사취모신발연)
外道天魔 處不得(외도천마처불득)
금빛 얼굴의 부처님은 유구한 세월도 없나니,
방장실의 유마힐도 침묵하지 않도다.
선의 본바탕은 새로이 연마한 취모리(번개같이 빠른) 검과도 같으니,
외도와 천마(天魔)도 넘보지 못하네. - << 백운 화상 >> -
◉
苟能頓捨尊三寶 何用黃金側地看
구능돈사존삼보 하용황금측지관
白馬新莊開壯麗 蒼鷹舊宅掃荒寒
백마신장개장려 창응구택소황한
已成蘭若諸塵淨 須信檀那一寸丹
이성난야제진정 수신단나일촌단
珍重義龍興法雨 普霑能使沃焦安
진중의용흥법우 보점능사옥초안
_ 萬德山白蓮社第四代眞靜國師湖山錄卷第三
진실로 존귀하신 삼보를 버려두고
어떻게 황금 땅을 쓸 수 있겠는가
백마를 새로이 아름답게 단장하고
흰매에 옛집의 황량함을 쓸어내니
이미 절이 되어 모든 것이 깨끗해져
모름지기 믿는 단월이 한마음이다.
진중한 뜻으로 용이 법우를 내리니
가피를 입어 옥초가 편안해졌다 - << 진정국사 >>
8. 24 선시
자적
무엇하러 괴롭게 불경을 보나
광명이 일어남을 막을 수 없네.
시 짓기는 제 뜻에 맞으면 그만
남 향해 읊조림을 뉘라 즐기리.
何用看經苦 光明起莫禁
하용간경고 광명기막금
構詞惟自適 誰肯向人吟
구사유자적 수긍향인음
-철선 혜즙(鐵船 惠楫, 1791-1858), 「유연(悠然)」
◉천지일향 (天地一香)
티끌과 정토(淨土)가 모두 한 암자,
방장실을 떠나지 않고도 남방을 두루 순방했네.
선재동자(善財童子)는 무엇 때문에 그리도 심한 고생을 자처하여, 백십성을 순력했는가.
塵刹都盧在一庵(진찰도노재일암)
不離方丈遍詢南(불리방장편순남)
善財何用勤 甚(선재하용근구심)
百十城中枉歷參(백십성중왕력참) - << 원감 국사 >> -
산비둘기
가파른 산 마른 뼈를 석대(石臺)에 기대이니
오래 앉은 포단에 이끼조차 돋아날 듯.
벌 나비 놀며 날며 바쁘게 지나가고
산비둘기 비 부르며 꾸룩꾸룩 우는구나.
鶴骨崚嶒倚石臺 蒲團坐久欲生菭
학골능증의석대 포단좌구욕생태
游蜂飛蜨悤悤過 又有山鳩喚雨來
유봉비접총총과 우유산구환우래
-철선 혜즙(鐵船 惠楫, 1791-1858),
「봄날(春日即事)」
◉
踏 雪 野 中 去 (답설야중거)
不 須 湖 亂 行 (불수호란행)
今 日 俄 行 跡 (금일아행적)
燧 作 後 人 程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행여 발걸음 하나라도 어지럽게 가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가는 이 발자취는
반드시 후인들의 길잡이가 되리니'
◉草屋 초옥
草屋無三壁 세 벽이 없는 초옥에
老僧眠竹床 노승은 대나무상에서 잠들었다
靑山一半濕 청산은 반쯤 젖었는데
疎雨過殘陽 성긴 비가 석양에 지나는구나
◉過法光寺 법광사를 지나며
風雨天間屋 하늘 사이 천간 집에 비바람이요
苔塵萬佛金 부처 금색 몸은 먼지와 이끼와 먼지로 덮였구나
定知禪客淚 참말로 알겠구나! 선객이 여기와서
到此不應禁 눈물을 금치 못하는 까닭을
◉
過邸舍聞琴 저택 밖에서 가야금 소리를 듣고
白雪亂織手 백설이 날리듯 여인은 가야금을 켜더라
曲終情米終 곡은 끝났으되 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秋江開鏡色 가을강가에 커다란 거울이 열려
畵出數靑峰 푸른 산봉우리 몇을 담고 있다
◉感興集古詩 감흥을 모은 고시
天道分明人自昧 천도는 분명한데 사람 자신이 부족하고 어두워
功名得失만欣悲 부귀공명과 득실에 부질없이 웃고 운다.
年當少日須思老 젊을 때 늙음을 생각하고
身在安時莫忘危 몸이 편할 때 위급함을 잊지 말라.
高祖宅中花似錦 한고조 유방의 뜰에 꽃은 비단 같았고
魏王堤畔柳如絲 위왕 조조의 못둑에 버들은 실버들로 푸르렀다
良辰美景忍虛負 좋은 철에 좋은 경치 헛되이 보내지 마라
驟雨飄風無定期 소나기와 모진 바람 일정한 때 없나니
◉
“有一物於此(유일물어차)하니 一物(일물)이 何物(하물)고
“凡有事物이 小不能大하고 大不能小로대 此則反是하야 能小而細入隣虛하고 能大而廣包法界라”(범유사물 소불능대 대불능소 차즉반시 능소이세입인허 능대이광포법계)
“歷千劫而不古(역천겁이불고)하고 선萬歲而長今(선만세이장금)
“여기 한 물건이 있으니 이 물건이 무슨 물건인고”
“무릇 온갖 사물들이 작은 것은 능히 클 수 없고 큰 것은 능히 작아질 수 없으나 이것(한 물건)은 사물과 반대로 능히 작고 미세하여 인허(분자정도의 작은 것)에 들어가기도 하고 능히 커서 법계를 널리 에워싸느니라”
이라” 천겁을 지나도 옛이 아니고 만세에 뻗쳐있어도 항상 지금이 마음자리요, -함허득통 금강경 서문
◉무일화(無一花)
一念不生全體現(일념불생전체현)
此體如何得喩齊(차체여하득유제)
透水月華虛可見(투수월화허가견)
無心鑑象照常空(무심감상조상공)
洞中流水如藍染(동중류수여람염)
門外靑山盡不成(문외청산진불성)
山色水聲全體露(산색수성전체로)
箇中誰是悟無生(개중수시오무생)
한 생각도 나지 않으면 전체가 나타나려니,
이 본체를 어떻게 말 할 수 있으리요.
물 속 달빛은 허공에서도 볼 수 있으나,
무심의 거울은 비추어도 항상 허공이로다.
골짜기 흐르는 물은 쪽물인 것 같고,
문밖의 청산은 자연 그대로이다.
산색, 물소리에 전체가 드러났으니,
그 속에서 무생(無生 : 모든 법의 실상은 생멸(生滅)이 없는 것)의 깨달음을 얻었노라.
8. 25 선시
◉언덕 가득 구름 안개 다만 적막하여도
십년간 병발(甁鉢)로 인간 세상 멀리했지.
나무 구멍 천종 녹을 멀리서도 알아서
소나무 창 반나절 잠과 맞바꾸지 않는다네.
一塢雲霞只寂然 十年瓶鉢遠人煙
일오운하지적연 십년병발원인연
遙知槐穴千鍾祿 不博松牕半日眠
요지괴혈천종록 불박송창반일면
-아암 혜장(兒庵 惠藏, 1772~1811), 「산거잡흥(山居雜興)」
◉선관(禪觀)
黃面瞿曇不良久(황면구담불량구)
室中維摩亦不默(실중유마역불묵)
恰似吹毛新發硏(흡사취모신발연)
外道天魔 處不得(외도천마처불득)
금빛 얼굴의 부처님은 유구한 세월도 없나니,
방장실의 유마힐도 침묵하지 않도다.
선의 본바탕은 새로이 연마한 취모리(번개같이 빠른) 검과도 같으니, 외도와 천마(天魔)도 넘보지 못하네. - << 백운 화상 >> -
◉
苟能頓捨尊三寶 何用黃金側地看
구능돈사존삼보 하용황금측지관
白馬新莊開壯麗 蒼鷹舊宅掃荒寒
백마신장개장려 창응구택소황한
已成蘭若諸塵淨 須信檀那一寸丹
이성난야제진정 수신단나일촌단
珍重義龍興法雨 普霑能使沃焦安
진중의용흥법우 보점능사옥초안
_ 萬德山白蓮社第四代眞靜國師湖山錄卷第三
진실로 존귀하신 삼보를 버려두고
어떻게 황금 땅을 쓸 수 있겠는가
백마를 새로이 아름답게 단장하고
흰매에 옛집의 황량함을 쓸어내니
이미 절이 되어 모든 것이 깨끗해져
모름지기 믿는 단월이 한마음이다.
진중한 뜻으로 용이 법우를 내리니
가피를 입어 옥초가 편안해졌다 - << 진정국사 >>
8. 25 선시
청천(聽泉)
계족산 봉우리 앞 옛 도량,
이제와 보니 푸른 산 빛 유별나네.
부처님 소리 바로 맑은 시냇물 소리인데,
무엇 때문에 귀찮게 다시 부처님 소리 세우리.
聽泉(청천)
鷄足峯前古道場(계족봉전고도장)
今來山翠別生光(금래산취별생광)
廣長自有淸溪舌(광장자유청계설)
何必喃喃更擧揚(하필남남경거양)
천지일향 (天地一香)
티끌과 정토(淨土)가 모두 한 암자,
방장실을 떠나지 않고도 남방을 두루 순방했네.
선재동자(善財童子)는 무엇 때문에 그리도 심한 고생을 자처하여, 백십성을 순력했는가.
※백십성(百十城): 수를 셀 수 없는 여러 곳
※순력(巡歷): 돌아다닌다
천지일향(天地一香)
塵刹都盧在一庵(진찰도노재일암)
不離方丈遍詢南(불리방장편순남)
善財何用勤 甚(선재하용근구심)
百十城中枉歷參(백십성중왕력참)
- < 원감국사(圓鑑國師) 충지(沖止) >
◉천지일향 (天地一香)
티끌과 정토(淨土)가 모두 한 암자,
방장실을 떠나지 않고도 남방을 두루 순방했네.
선재동자(善財童子)는 무엇 때문에 그리도 심한 고생을 자처하여, 백십성을 순력했는가.
塵刹都盧在一庵(진찰도노재일암)
不離方丈遍詢南(불리방장편순남)
善財何用勤 甚(선재하용근구심)
百十城中枉歷參(백십성중왕력참) - << 원감 국사 >> -
① 言語示法
趙州스님: 죽을 먹었는가? 學僧: 먹었습니다. 趙州스님: 그렇다면 발우를 씻어라. 이때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다.
② 言聲示法
玄沙스님: 개울물 소리를 듣는가? 學僧: 듣습니다. 玄沙스님: 개울 속으로 들어가라. 이때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다.
③ 聲示法
'까마귀의 울음소리, 까치의 지저귐, 나귀의 울음소리, 개의 짖음이 모두 여래의 법륜을 굴리는 것이다'라는 데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④ 色聲示法
망치로 치거나 拂子를 세우거나 손가락을 퉁기거나 눈썹을 치켜올리거나 방망이로 때리거나 할(喝)을 하는 갖가지 작용이 다 祖師禪이다. 그러므로 소리를 듣고 깨달을 때도 있고, 물체를 보고 깨달을 때도 있다.
8。26 선시
많은 성에 노닐기를 마친 뒤
묘향산에서 구름과 벗해 한가롭구나
홀로 앉아 밤은 깊어 가는데
앞 봉우리 달빛은 마냥 차갑고나. - < 편양 언기 >
백성유방필 (百城遊方畢)
향악반운한 (香岳伴雲閑)
독좌향심야 (獨坐向深夜)
전봉월색한 (前峰月色寒)
뜬 인생 참으로 쏜살 같이 지나가니
얻고 잃음 슬픔 기쁨 어이 족히 헤아리랴.
그대 보라 귀천(貴賤)과 현우(賢愚)를 가리잖고
마침내는 똑같이 무덤 흙이 되는 것을.
浮生正似隙中駒 得喪悲歡何足數
부생정시극중구 득상비환하족수
君看貴賤與賢愚 畢竟同成一丘土
군간귀천여현우 필경동성일구토
-원감 충지(圓鑑 沖止, 1226-1292),
'시인(示人)'
8。27 선시
◉눈앞의 세월은 따를 수가 없느니
포환(泡幻) 같은 사람일은 거의 글러 버렸네.
헛되이 살다 그저 죽음 참으로 부끄러워
장단(長短)과 영고(榮枯)를 의심치 못하겠네.
過眼年光不可追 幻泡人事幾成非
과안년광불가추 환포인사기성비
虛生浪死眞堪恥 長短榮枯未足疑
허생낭사진감치 장단영고미족의
-우세 의천(祐世 義天, 1055-1101),
「유감(有感)」
◉
참문(參問)함엔 아만(我慢)을 제거해야 마땅하고
수행에는 탐진치(貪嗔痴)를 없앰이 합당하다.
헐뜯음과 기림이 바람처럼 들려와도
만사에 무심해야 도가 절로 새로우리.
參問須宜除我慢 修行只合去貪嗔
참문수의제아만 수행지합거탐진
雖聞毁譽如風過 萬事無心道自新
수문훼예여풍과 만사무심도자신
-부휴 선수(浮休 善修, 1543∼1615),
「준(峻) 상인에게 주다(贈峻上人)」
8。29 선시
◉
홀로 앉은 깊은 산에 온갖 일들 가벼워
온 종일 사립 닫고 무생(無生)을 배우노라.
생애를 점검하니 남아있는 물건 없고
한 잔의 새 차에다 한 권 경전 뿐이로다.
獨坐深山萬事輕 掩關終日學無生
독좌심산만사경 엄관종일학무생
生涯點檢無餘物 一椀新茶一卷經
생애점검무여물 일완신차일권경
-부휴 선수(浮休 善修, 1543∼1615),
「암(巖) 선백께 드림(贈巖禪伯)」 2
◉스승 찾아 도를 배움 별것이 없으니
소를 그저 잡아타고 제 집에 가는 걸세.
백척의 장대 끝서 능히 활보한다면
그 많은 부처쯤은 눈앞의 꽃이로다.
尋師學道別無他 只在騎牛自到家
심사학도별무타 지재기우자도가
百尺竿頭能闊步 恒沙諸佛眼前花
백척간두능활보 항사제불안전화
-부휴 선수(浮休 善修, 1543∼1615),
「증모선자(贈某禪子(어느 승려에게 주다)」
8。29 선시
◉
진흙 소 바다 들어 아득히 간데없고
삼생의 한 큰 인연 깨달아 이르렀네.
어인 일 다시금 번뇌 생각 일거들랑
재각으로 찾아와 달빛 노래 빌어보게.
泥牛入海杳茫然 了達三生一大緣
니우입해묘망연 요달삼생일대연
何事更生煩惱念 也來齋閣乞陳篇
하사갱생번뇌념 야래재각걸진편
-제월 경헌(霽月 敬軒, 1542~1633),
「임종게(臨終偈)」
무생의 노래 속에 평생을 다 보내니
시내 산 몇 번이나 단풍들고 푸르렀나.
천고의 나그네 정 백대의 일들일랑
뜬 구름 일고 흩고 달이 차고 기움일세.
無生歌曲送平生 幾度溪山黃又靑
무생가곡송평생 기도계산황우청
千古旅情百代事 浮雲起滅月虧盈
천고여정백대사 부운기멸월휴영
-제월 경헌(霽月 敬軒, 1542~1633),
「자조(自嘲)」
8。30 선시
◉
치악산 푸른 일천 뫼에 옷이 죄 헤지고
금강산 만길 봉우리에 갓이 다 부서졌네.
오대산 산길은 발길 두루 미쳤겠고
묘향산 우는 시내 한도 없이 들었겠군.
衣穿雉嶽靑千朶 冠破金剛萬仭峯
의천치악청천타 관파금강만인봉
五臺山路行應徧 香嶽鳴泉聽不窮
오대산로행응편 향악명천청불궁
-제월 경헌(霽月 敬軒, 1542~1633),
「행각하는 사미에게 주다(贈行脚沙彌)」
◉
언덕 가 높은 나무 초록 그늘 맑은데
두 마리 꾀꼬리가 늦은 소리 보내온다.
고향에서 들을 제도 서글픔 많았거니
하물며 여러 해의 만리 정을 어이할꼬.
岸邊高樹綠陰淸 兩箇黃鸝送晩聲
안변고수녹음청 양개황리송만성
故鄕聞爾多惆悵 何況經年萬里情
고향문이다추창 하황경년만리정
-제월 경헌(霽月 敬軒, 1542~1633),
「꾀꼬리 소리를 듣고 느낌이 있어(聞鶯有感)」
8。31 선시
◉
평생을 부끄럽게 입으로만 나불대다
끝판에 와 깨달으니 백억(百億)의 말 저편일세.
말을 해도 옳지 않고 말 없어도 안 된다면
사람들 모름지기 자각하길 청하노라.
平生慚愧口喃喃 末後了然超百億
평생참괴구남남 말후료연초백억
有言無言俱不是 伏請諸人須自覺
유언무언구불시 복청제인수자각
-정관 일선(靜觀 一禪, 1533-1608), 「임종게(臨終偈)」
◉눈썹 날려 눈 깜빡임 묘하다 할 수 없고
맞대면해 기뻐함도 충분하지 않다네.
일생에 아무런 할 일 없는 사내가
벽운암서 봄가을로 늘 누움만 하겠는가?
揚眉瞬目非臻妙 對面熈怡亦未堪
양미순목비진묘 대면희이역미감
爭似一生無事漢 春秋長臥碧雲庵
쟁사일생무사한 춘추장와벽운암
-정관 일선(靜觀 一禪, 1533-1608),
「준(俊) 도인에게 주다(贈俊道人)」
9。1 선시
골짝서 객과 함께 봄밤을 보내는데
나비 꿈이 오경 종에 이제 막 놀라누나.
달빛 잠긴 향각엔 사람 아직 잠 안 깨고
두견새 울음소리 어지런 뫼 높은 데서.
洞中携客度春宵 蝶夢初驚漏五敲
동중휴객도춘소 접몽초경루오고
香閣月沉人未起 杜鵑啼在亂峯高
향각월침인미기 두견제재난봉고
-정관 일선(靜觀 一禪, 1533-1608),
「두견이 소리를 듣고(聞杜鵑)」
치악산 뫼 높고 험해
우뚝 솟아 하늘 뚫네.
산꼭대기 꽃 막 피자
산 아래엔 녹음 짙다.
雉嶽峯高峻 巍巍貫大靑
치악봉고준 외외관대청
山頭花始發 山下綠陰成
산두화시발 산하록음성
-정관 일선(靜觀 一禪, 1533-1608),
「상원에 제하다(題上院)」
성문동(聲聞洞)에는 구름 잠겼고
미륵봉(彌勒峯)에는 비가 내린다.
산이 깊어서 세상 일 적어
찬찬히 살핌 헛되지 않네.
雲鎻聲聞洞 雨垂彌勒峯
운쇄성문동 우수미륵봉
山深塵事少 觀察不空空
산심진사소 관찰불공공
-정관 일선(靜觀 一禪, 1533-1608),
「은선암에 머물다가 우연히 읊다(留隱仙偶吟)」
9。2 선시
돌 위로 어지러운 시냇물 소리
못 가엔 푸른 풀 돋아나온다.
빈 산에 비바람 하도 많아서
꽃 져도 쓰는 사람 아무도 없네.
石上亂溪聲 池邊生綠草
석상난계성 지변생녹초
空山風雨多 花落無人掃
공산풍우다 화락무인소
-청허 휴정(淸虛 休靜, 1520~1604),
「초가집(草屋)」
배에서 밤 피리 소리 듣노니
어디서 묵어 자는 어옹이던가?
해 뜨자 아무도 보이지 않고
새 울고 꽃만 절로 붉게 피었네.
舟中聞夜笛 何處宿漁翁
주중문야적 하처숙어옹
日出無人見 鳥啼花自紅
일출무인견 조제화자홍
-청허 휴정(淸虛 休靜, 1520~1604),
「동호에서 밤중에 배를 대고(東湖夜泊)」
9。3 선시
이름나면 세상 피함 어려워져서
마음 편히 지낼 만한 곳이 없다네.
석장(錫杖)을 날리면서 가고 또 가도
산에 듦이 깊잖을까 염려한다네.
有名難避世 無處可安心
유명난피세 무처가안심
飛錫又飛錫 入山恐不深
비석우비석 입산공불심
-청허 휴정(淸虛 休靜, 1520~1604),
「도중에 느낌이 있어(途中有感)」
풀집은 세 벽마저 없는데
늙은 중 죽상서 잠자네.
청산은 절반쯤 젖었고
성근 비 석양에 지나네.
草屋無三壁 老僧眠竹床
초옥무삼벽 노승면죽상
靑山一半濕 踈雨過殘陽
청산일반습 소우과잔양
-청허 휴정(淸虛 休靜, 1520~1604),
「초옥(草屋)」
9。4 선시
세상 일은 공중의 새
뜬 인생은 물 위 거품.
천하의 땅 안 많아도
산승에겐 지팡이 끝뿐.
世事空中鳥 浮生水上漚
세사공중조 부생수상구
天下無多地 山僧一杖頭
천하무다지 산승일장두
-청허 휴정(淸虛 休靜, 1520~1604),
「강호도인에게 주다(贈江湖道人)」
동해 바다 곁으로 금강산 높이 솟아
고요한 산 시끄런 시내 저마다 참되도다.
웃노라 저 늙은 중 이 이치를 알지 못해
굶주림을 도(道)로 여겨 정신만 힘 드누나.
金剛山聳海東濵 峯默溪喧各自眞
금강산용해동빈 봉묵계훤각자진
堪笑老僧斯不識 飢虛爲道謾勞神
감소노승사불식 기허위도만로신
-허응 보우(虛應 普雨, 1509-1565),
「벽곡하는 노승에게 주다(寄辟穀老僧)」
9。5 선시
고기 뛰고 솔개 남이 무어냐고 물으니
목마르고 배고픔과 다른 것이 아닌 것을.
평소에 어른 공경 어진이 높임 외에
달리 선(禪)을 찾는다면 도리어 어긋나리.
魚躍鳶飛問汝何 渴泉飢粟亦非他
어약연비문여하 갈천기속역비타
尋常敬長尊賢外 更擬求禪却轉差
심상경장존현외 갱의구선각전차
-허응 보우(虛應 普雨, 1509-1565),
「운선인이 송을 구하기에(雲禪人求頌)」
◉귀로 사물 바라보고 눈으로는 들으니
마음 들음 어이해 귓부리를 쓰겠는가?
모름지기 두 귀 먼 것 안타까워하지 말라
소리란 원래부터 듣는데서 현혹되니.
耳以觀來目以聞 心聞何用耳根聞
이이관래목이문 심문하용이근문
不須恨却聾雙耳 聲響元來醉自聞
불수한각농쌍이 성향원래취자문
-허응 보우(虛應 普雨, 1509-1565), 「(의옥(義玉) 스님에게 보이다. 의옥은 귀가 먹어 주눅이 들었다.(示義玉禪人, 玉以耳聾爲屈)」
9。6 선시
◉
달빛 창문 처마 나무 가녀린 그림자에
고요한 밤 비 갠 여울 서늘한 물소리라.
사미 불러 이 즐거움 함께 하려 하다가도
정 드러내 삿된 관법(觀法) 일으킬까 염려하네.
月窓細影簷前樹 靜夜寒聲霽後灘
월창세영첨전수 정야한성제후탄
欲喚小師同此樂 恐將情見起邪觀
욕환소사동차락 공장정견기사관
-허응 보우(虛應 普雨, 1509-1565),
「비 갠 밤 가을 창가에 앉아 읊다(霽夜秋窓坐咏)」
잠 깨어 한가로이 발을 걷으니
비 갠 뒤 푸른 산 모습 바꿨네.
어느 곳 구름 가 절에서인지
아득히 재 올리는 종소리 들려.
睡餘閑捲箔 雨後轉靑山
수여한권박 우후전청산
何處雲邊寺 齋鍾杳靄間
하처운변사 재종묘애간
-허응 보우(虛應 普雨, 1509-1565),
「잠 깨어 종소리를 듣고 쓰다(睡餘聞鍾即事)」
9。7 선시
낙락하고 우뚝한 이
푸른 눈을 뉘라 열리.
저물녘 산 빛 속에
봄새 제 이름 부른다.
落落巍巍子 誰開碧眼睛
낙락외외자 수개벽안청
夕陽山色裏 春鳥自呼名
석양산색리 춘조자호명
-벽송 지엄(碧松 智儼, 1464∼1534),
「달마 진영에 붙인 찬(讃達摩眞)」
◉
배고프면 숲 속에 가 도톨밤을 주워오고
목마르면 바위 아래 맑은 물을 길어온다.
만종(萬鐘)과 구정(九鼎)의 공경 벼슬 즐겁지만
어이 산승 반나절의 한가함과 맞바꾸랴.
飢向林間收橡栗 渴尋巖底汲淸湍
기향임간수상률 갈심암저급청단
萬鐘九鼎公卿樂 爭換山僧半日閑
만종구정공경락 쟁환산승반일한
-허응 보우(虛應 普雨, 1509-1565),
「산거잡영(山居雜咏)」
9。8 선시
◉
벽송당 안에 사는 멍청이 바보는
성글고 게을러서 잘 하는 일 하나 없네.
바위 아래 길 쪽으로 그저 내려가서는
눈 들어 구름 밖의 하늘 붕새 붙잡기만.
碧松堂裏之愚子 咄咄踈慵百不能
벽송당리지우자 돌돌소용백불능
只得行行巖下路 擡眸雲外搏天鵬
지득행행암하로 대모운외박천붕
-벽송 지엄(碧松 智儼, 1464∼1534),
「자조(自嘲)」
산의 앞뒤로 달빛 환하고
바다의 안팎에 바람은 맑다.
누구의 진면목을 묻는 것인가
하늘에 점찍은 기러기 있네.
月皛山前後 風淸海外中
월효산전후 풍청해외중
問誰眞面目 更有點天鴻
문수진면목 갱유점천홍
-벽송 지엄(碧松 智儼, 1464∼1534),
「학희선자에게 주다(贈學熈禪子)」
9。9 선시
경계 끝나 사람 없고 새마저도 드문데
지는 꽃 적막하게 푸른 이끼 위에 진다.
노승은 일이 없어 소나무 달 마주 보며
흰 구름이 이따금 오고감을 웃는다.
境了人空鳥亦稀 落花寂寂委靑苔
경료인공조역희 낙화적적위청태
老僧無事對松月 卻笑白雲時往來
노승무사대송월 각소백운시왕래
-태고 보우(太古 普愚, 1301-1382),
「요암(了庵)」
음 밝기 거울처럼 자취가 없다 해도
모르는 새 정 생기면 성품 홀연 어두우리.
지견(知見)을 지견 따라 보지 아니 해야만
새 소리와 산 빛이 참된 근원 되리라.
此心明若鏡無痕 不覺情生性忽昏
차심명약경무흔 불각정생성홀혼
知見不隨知見見 鳥聲山色是眞源
지견불수지견견 조성산색시진원
-허응 보우(虛應 普雨, 1509-1565),
「사미에게 보여주다(示小師)」
9。10 선시
◉
그대를 만나서 막야검을 건네주니
칼날에 푸른 이끼 끼지 않게 하시게.
오온산 앞에서 도적을 보게 되면
한 번씩 휘둘러서 하나하나 베시게나.
逢君贈與鏌鎁釼 勿使鋒鋩生綠苔
봉군증여막야검 물사봉망생록태
五蘊山前如見賊 一揮能斬箇箇來
오온산전여견적 일휘능참개개래
-벽송 지엄(碧松 智儼, 1464∼1534),
「법준(法俊) 선백에게 보이다(示法俊禪伯)」
어제 새벽 해를 쫓아 푸른 산을 내려가
오늘 저녁볕을 따라 절문으로 드누나.
두 어깨 무거운 걸 괴이타 하지 마라
용궁의 바다 보물 짊어지고 왔다네.
昨趂晨曦下翠微 今隨夕照入松扉
작진신희하취미 금수석조입송비
諸人莫恠雙肩重 擔得龍宮海藏歸
제인막괴쌍견중 담득용궁해장귀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9。11 선시
선방은 적막하여 흡사 중도 없는 듯
비에 젖은 낮은 처마 담쟁이가 층을 졌네.
낮잠에서 놀라 깨니 날은 이미 저녁인데
사미는 불씨 내와 감실에 등을 켠다.
禪房閴寂似無僧 雨浥低簷薜茘層
선방격적사무승 우읍저첨벽려층
午睡驚來日已夕 山童吹火上龕燈
오수경래일이석 산동취화상감등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빗속에 자다가 깨어(雨中睡起)」
내 늘 널 부르면 너는 바로 대답하고
네가 내게 질문하면 내가 즉시 대답했지.
이 사이에 불법이 없다고 하지 말라
이제껏 실 한끝도 들어갈 틈 없었나니.
吾常呼汝汝斯應 汝或訊吾吾輒酬
오상호여여사응 여혹신오오첩수
莫道此間無佛法 從來不隔一絲頭
막도차간무불법 종래불격일사두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시자가 게송을 구하므로 써서 주다(侍者求偈書以贈之
9。12 선시
◉
봄 깊어 날은 긴데 사람 일을 끊으니
바람이 배꽃 쳐서 뜰 가득 눈이로다.
처마 기댄 예쁜 나무 그림자 서로 얽혀
산보하며 읊노라니 마음 절로 기쁘다.
春深日永人事絕 風打梨花滿庭雪
춘심일영인사절 풍타이화만정설
倚檐佳木影交加 散步行吟自怡悅
의첨가목영교가 산보행음자이열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저무는 봄날(暮春即事)」
천 봉우리 우뚝 솟아 흰 구름을 찌르고
한 줄기 물 흘러 흘러 푸른 바위 쏟아 붓네.
저절로 듣고 봄이 몹시도 또렷하여
그대들께 알리노니 밖에서 찾지 말라.
千峰突兀攙白雲 一水潺湲瀉蒼石
천봉돌올참백운 일수잔원사창석
自然聞見甚分明 爲報諸人休外覔
자연문견심분명 위보제인휴외멱
-원감 충지(圓鑑 冲止, 1226-1292),
「게송을 지어 여러 스님에게 보이다(作偈示諸德)」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