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영향을 타고 국내 화장품이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아직은 화장품산업의 무역수지 적자가 크지만 점차 그 폭이 좁혀지고 있는 추세다. 또 올해도 한류의 열풍이 전세계로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화장품업계도 이같은 호기를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005년 수출입 실적
한류의 영향으로 화장품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동남아 등 한류가 거센 지역으로 수출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말 발표한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향수와 목욕용품을 제외한 기초·색조 화장품의 지난해 수출금액은 2억2219만달러였다. 이는 2004년의 1억6389만8000달러에 비해 35.6%나 성장한 수치다.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는 중국이 6273만1000달러로 가장 많았다. 전년도 실적(4311만6000달러)에 비해서는 32.8%가 증가했다. 이어 대만이 3034만5000달러로 두 번째였으며 전년도(1179만달러)에 비해서는 무려 157.4%나 불어났다. 또 홍콩도 2542만3000달러로 전년도(1499만4000달러)에 비해 69.6%가 급증했다. 중화권을 제외한 지역으로는 일본으로 수출한 금액이 2979만달러로 전년도(1579만5000달러)에 비해 32.8%가 늘었다. 이밖에 싱가포르는 전년 대비 73.8% 증가한 763만1000달러, 베트남에는 4.5%가 늘어난 669만9000달러의 수출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한류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지역은 부진했다. 미국에 수출한 금액은 2609만7000달러로 2004년(3118만7000달러)에 비해 오히려 16.3% 줄었다. 한편 수입의 경우는 지난해 4억1838만9000달러가 수입돼 전년도 3억7835만1000달러에 비해 10.6%가 증가했다. 원산지별로는 프랑스가 1억1778만5000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1억589만4000달러), 일본(9625만5000달러) 순이었다. 하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일본이 30.6%로 두드러졌으며 프랑스와 미국은 각각 9.3%와 6.1%에 그쳤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일본 화장품이 프랑스 제품을 제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외국산 화장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주요 업체 해외사업 실적
업체별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해외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체로 10% 내외다. 그러나 내수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업체들은 해외 사업의 비중을 높여가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에 자료를 보내온 13개 업체 중에서는 에뛰드의 해외 사업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에뛰드는 매출 대비 18%가 수출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에뛰드의 지난해 수출실적은 951만7천달러로 에뛰드는 현지 매장 레노베이션과 제품 리뉴얼을 통한 이미지 업그레이드로 올해 지난해 대비 120%의 성장을 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수출금액이 가장 많은 업체는 LG생활건강으로 지난해 1435만1천달러를 수출을 통해 벌어들였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수출 여건이 악화돼 지난해보다 줄어든 143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2010년까지 4000만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2015년 글로벌 톱10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태평양은 현지법인 생산액 포함 1억2천만달러 수준의 해외사업 비중을 높여 2007년 2억5000만달러, 2015년에는 해외 매출을 12억달러로 확대시키고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 올린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참존은 지난해 372만달러의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 전년대비 18% 증가한 440만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수출실적은 소망화장품 280만달러, 기린화장품 217만달러, 코리아나화장품 204만달러, 나드리화장품 161만달러, 한불화장품 155만달러, 네슈라화장품 84만달러, 바이오리 20만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진출 현황·성공지역
아시아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은 화장품 수출 활성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업체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홍콩, 대만 등 중화권과 동남아시아를 수출이 가장 잘되는 국가로 꼽았고 이들 국가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다음으로 업체들은 중동지역의 국가들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꼽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본토를 공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사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업체들은 얼마나 철저한 현지화가 이루어졌는가를 꼽았다. 업체 가운데 글로벌화, 현지화를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업체는 태평양이라고 할 수 있다. 태평양은 현재 프랑스 샤르트르와 중국 상하이, 미국 뉴욕 등에 현지법을 설립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새로운 향수 브랜드를 출시해 유럽시장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을 비롯, 뉴욕에서는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로 맨해튼의 버그도프굿맨과 니먼마커스 백화점에 입점, 고급 화장품 이미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태평양은 중국, 홍콩, 대만 등 거대한 중화권 시장진출은 ‘라네즈’ 브랜드를 앞세워 가속화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본사의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 자원을 활용해 현지에서 사업활동을 지원, 관리할 수 있는 지역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문화적 유사성이 높은 지역에서의 시장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LG생활건강은 중국을 가장 성공한 진출 지역으로 꼽았는데 본사의 별토 지원팀 운용을 통한 체계적 지원, 연안 3개성을 중심으로 한 단계적 시장 확대, 고가대 시장 집중 공략, 대형매장 직거래를 통한 이미지 선도와 거점별 이미지 매장 설치를 통한 지역 이미지 선도 등이 성공요인이라고 밝혔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중국과 미국, 홍콩, 대만 등 4개국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올해 에이전트 정비와 중국 천진 법인의 본격 활동을 통해 해외 사업이 성장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화장품은 고가 제품의 역매로 인한 수익 증대, 지역별 대표 브랜드 선정 및 판촉 강화, 신규 시장 개척을 통한 거래처 다변화를 주요 수출 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KOTRA 등 무역단체를 활용한 웹 인프라를 이용하고 해외 지역별 전문가를 지속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나드리화장품은 수출 지역을 크게 중국과 미국, 중화권 국가, 동남아시아, 극동아시아로 나눠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전략 구사로 올해 24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리겠다는 각오다. 참존은 화장품 업체들 가운데 일본 시장 공략에 가장 성공한 업체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참존은 일본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전년대비 200%이상의 성장을 거두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참존은 또 체코와 슬로바키아, 몽고,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문제점 및 전망
한류 열풍에 힘입은 중화권 국가에서의 선호도 상승과 국산 한방 화장품에 대한 세계적 관심 고조 등으로 화장품 수출에 탄력이 붙었다. 그러나 올해 화장품 수출 전망이 그리 밝은 편만은 아니다.
첫째, 달러 약세로 인한 원화의 평가절상이라는 요인은 다른 나라와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국제유가의 급등은 화장품의 원부자재 가격을 상승시켜 수익성악화로 이어지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둘째, 중국산의 저가 화장품이 세계 곳곳에 뻗어나가 브랜드 이미지가 높지 않은 한국산 화장품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의 높은 제조원가는 수출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셋째, 국내시장의 소비약화로 주요 업체들이 해외 진출에 매진하고 있는 실정으로 이는 자칫 한국산 화장품의 저가 브랜드화로 이어질 위험소지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에 업체들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운 중고가대 시장 공략과 한방화장품 런칭, 수출 전용 브랜드 출시 등의 전략으로 헤쳐나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