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이 아랫도리 왔다 간 날. *
성구 “ 경태야, 영만이가 부산 온단다.”
경태 “ 응 이야기 들었어, 몇 시에 온데?”
성구 “ 5시 조금 넘어서 온단다.”
경태 “ 알았어, 갈께.”
대답은 했지만 저녁에 발 맛사지 팀과 약속이 있었다. 일단 못 간다고 연락하고는
부산으로 몸을 싣었다. 이 소식을 경숙이에게 전 할려고 전화하니 이미 경숙이는
친구들이 온다고 준비가 완벽하게 된 상태로 전화를 받는다.
경숙 “경태야, 지금 덕수랑 함께 있다. 빨리 와라”
경태 “ 그래 덕수라면 춘천 아니냐?”
경숙 “ 응, 버스타고 왔어,”
경태 “ 남편을 어떻게 재우고 왔길레 이곳까지 올수 있나, 알았어 갈께”
이미 외박증은 물론이고 한화콘도까지 예약이 된 상태란다. 진도가 생각 보다
빠르다. 내가 약속장소 콘도에 도착한 시간은 7시가 다 되어서다.
으리으리한 한화콘도 32층. 쏵- 올라가니,
얼마 전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걱정했던 영만이
나이가 들어도 미모를 자연산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향란이,
처녀적 몸매 S라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덕수,
태어 날 때부터 겁을 먹었는지 남보다 눈이 동그란 경숙이
그리고 뒷 모습이 경숙이 와 구분이 안가는 정순이,
부산시를 휘잡고 살고 있는 성구 등이 한꺼번에 밀려 나 온다.
“반갑다, 반갑다, 반갑다. 친구들아!”
이리저리 악수를 했지만 영만이 건강이 가장 걱정이 되어 얼굴을 다시 자세히 보니
더 젊어졌다. 수술이 성형수술이었나? 더 잘 생겨 보인다. 바바리 속에 멋-찐 줄무늬
목도리에 썬그라스 쓴 모습 여전히 조직에 보스다. 아랫도리에 보스 영철이가 어머님
만나러 울산에 가는 관계로 참석을 못해 아쉬웠다.
우리는 부산에 가장 유명한 광활리 해수욕장 자연산 횟집으로 향했다.
광할리 대교가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곳이다.
부산의 밤 풍경은 광할리가 가장 아름답다.
바다를 가로 지르는 대교가 건설되고, 아름다운 조명이 있고 나서는 더욱 더 유명해진
곳이다. 연인들을 이곳에서 만난다면 해달라는 되로 다 아낌없이 해 줄 만 한 곳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내 글이 부족함을 용서 바란다.
그곳도 자연산 횟집이다. 식당 들어가는 문구에
“자연산이 아니면 경찰에 신고하라” 는 문구가 있다. 그러니 정말 자연산이다.
오고가는 술잔 속에 싹트는 우정. 회 한 점에 술 한 잔, 얼굴 한번보고 웃고, 다시
돌아가는 한잔에 경치한번 보고 또 웃는다. 퇴근 후 번개처럼 달려 온 재혁이.
차인표와 장동건이의 장점만 골라 만든 인물 재혁이가 들어오자 더욱 분위기는
고조된다. 이것이 만남의 기쁨인가, 신나고 신났다.
덕수 왈 “오늘 이곳에 오려고 했다가 오지 못한 친구들이 몇 명 아마 일생
일대에 가장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이런 재미를 상상만 해야 하니 불쌍코
불쌍하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기 바란다.” 라고 일침을 놓는다.
누구냐고 묻자 인격을 생각해서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빈 술병이 늘어나지만 술이 취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시 장소를 바꾸었다.
대기하고 있는 엑쿠스 승용차를 타고 간곳은 영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룸이다. 차문을
열어주고, 안내하는 되로 들어가는데 으리으리 삣까번쩍이다. 8명이 들어가는데
꺽어지는 골목마다 휘출한 젊은 것들이 90도로 인사를 하고, 혹 길을 잃을까 걱정이
되는지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경호원 같은 멎찐 젊은것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최고에 예우를 갖추고 안내를 한다.
“ 회장님 뭐로 준비 할까요?” 머리가 땅 닿듯 절을 하고 지배인이 묻는다.
“ 응, 준비 한 되로 드려 보네” 영만이의 말이다.
내 딴에는 나의 무게를 놓칠까바 걱정도 되어 눈을 아래로 깔고 어깨 힘을 줬다.
- 음, 정신 차리자. 뭐가 뭔지 모르지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잠시 후 양주가 들어오고 안주가 들어온다. 노래방 시설은 물론이고, 8명이 노래
부르고 춤추고 놀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다. 수술 후 술을 먹지도 못하는 영만이의
배려다. 술이 돌고 돌아 아딸딸한 기분과 친구들의 넉두리는 세상 어디 가서도 느끼지
못 할 기분이다. 노래가 시작이 되고, 춤으로 이어지고, 마음과 마음이 열린다.
나훈아 보다 더 노래를 멋 들어지게 잘하는 재혁,
최진희 노래를 분위기에 딱 어울리게 부르는 정순이,
중간중간 지적(知的)인 노래를 부르는 향란이,
무게 있고 분위기 제압하는 부르스 노래 풍인 김영만,
남들보다 술이 빨리 취한 덕수,
무게 잡으려고 마이웨이(윤태규)를 불렀지만 무게가 안 잡힌 경태,
옛 노래를 잘 부르는 사진을 열심히 찍은 성구,
이것저것 챙기면서 노래 잘 안하는 애교 넘치는 경숙이
모두가 가수고, 모두 하나가 된다.
즐겁다. 내 세상이다. 정신적 유희의 오르가즘이다.
경숙이 왈 “ 50년 만에 이렇게 재미있는 모임은 처음이다”
덕수 왈 “ 나 술 취했어”
정순이 왈 “ 나 잘 왔다. 이렇게 너의 친구들이 좋은 줄 몰랐어,
덕수야, 너가 부러워. 전학갈레...”.
쉬는 시간도 없다. 누가 노래 부르면 다 일어서서 백댄서가 되고, 가수가 된다.
코러스를 넣고, 반주를 넣는다. 아무것도 필요가 없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
이대로 멈췄으면 한다. 그러나 시간은 절대적이다.
새벽 2시가 지나면서 우리 정의 용강로 룸을 나왔다.
다시 대기하고 있는 승용차를 타고 콘도로 향했다. 재혁이와 성구는 부산이 집이라
들어가고 6명이 남았다. 우리는 또 이야기 꽃을 피운다. 잠자는 시간도 아까운가,
만남은 그렇게 시간과 더불어 이어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 왜 살지? 라고 묻는다면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려고
라는 대답도 이유 중에 있을 것이다. 친척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 마차 친구들이다.
그냥 만나면 즐거운 사람들이다.
나는 친구들의 발을 만졌다. 케어복지를 공부하면서 얼마 전에 자격증을 따서
발만보면 만지고 싶은 때이기도 하다. 발들이 모두 이쁘다. 50여년을 걸어 온 발이다.
한사람 한사람 만져주니 시원하다고 한다. 또 몸이 불편한 부분을 지적하면 그렇다고
한다. 그래 이제는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챙길 때다. 누가 아프다는 소식이 카페에
자주 들어온다. 우리들에 웃음은 새벽 3시까지 이어졌고, 그리고 한사람 한사람씩
아무렇게나 쓰러져 내일로 가는 마차를 탄다.
새벽 8시, 콘도의 아침은 창문에 부산의 아름다운 바다를 그려준다. 32층에서 보는
아침 풍경은 홍콩에 온 듯 착각을 일으킨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걸 몰랐나 싶다. 검푸른 바다 위에 오륙도가 선명하게 보이고, 광한대교와 수평선이
어우러져 마음 깊이 새겨진다. 성구가 왔다. 오늘 일을 해야 하는데도 친구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는 정에 우리가 간곡히 마다해도 부산을 떠날 때까지 옆에 있겠다고 한다.
나는 부끄러웠다. 진교(진주 옆 동네)에서 왔지만 성구 성의에 나의 성의가 부족함을
느낀다.
어제 먹은 술 때문에 우리가 아침을 먹은 곳은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대구탕
식당이다. 커다란 양푼 그릇 가득 들어 있는 대구탕, 국물도 시원하게 맛 또한 특미다.
식당은 크지 않은데 찾아가서 먹을 만한 곳이다. 이렇게 맛있는 대구탕은 처음 먹어
본다는 향란이 말에 모두가 이구동성의 평가이고 보면, 이 글을 읽는 친구들도 모두
좋아 할 것이다. 한번 맛보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부산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다시 일행이 동백섬으로 향하는데 나의 휴대폰이 울린다. 오후 2시에 계약이 있다는
전갈이다. 동백섬으로 가는 도중 전화를 받고 동백섬 올라가는 친구들과 헤어져야
했다. 집으로 오는 나의 마음 친구들을 보아 즐거웠지만 대접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접을 받고 와서 미안했다. 성구와 돈을 준비하였는데 사실 쓰지도 못했다. 어떻게
계산하는지 이미 계산이 되어 있다.
콘도를 잡아 준 덕수 고맙고, 그 외에 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만남을 갖게
해 준 영만이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먼 길 달려 와 준 향란이, 정순이와 부산친구
(재혁, 성구, 경숙)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모두 건강하고,
언제 또 이런 일이 있을까? 기대하고 살련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