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렉스

[콩.팍 운영자]

손목 시계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로렉스(ROLEX)나 오메가(OMEGA) 정도의 브랜드 네임은 알고 계시겠지요. 70~90년대 결혼 예물시계로 각광 받았던 금통 혹은 금장 로렉스 텐포인트 콤비는 지금도 지하철에서 양복 입으시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 손목에 걸려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합니다. 얼마 전에 막을 내린 토리노 동계 올림픽이나 각종 기록경주에 공식 계측기로 많이 참여하고 있는 오메가 역시 앞서 말씀 드린 로렉스에 결코 뒤지 않는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여러분은 오메가라고 하면 어떤 것을 먼저 상상하게 되는지요? 과거에 로렉스보다 상위 레벨의 시계로 잘 알려져 있다가 70년데 일본 세이코(SEIKO)사의 정교한 쿼츠모델의 파장에 회사가 쓰러지고 스와치(Swatch)그룹에 합병되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그런 모습을 기억하시는지요? 나는 오메가라고 하면 아폴로계획으로 대표되는 달 착륙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흔히 문워치(Moon Watch)라 불리우는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Speadmaster)는 우주에서 사용되어진 최초의 시계이자 인간과 더불어 달에 다녀온 시계로 유명하지요. 달 표면에 남겨진 스웨덴의 명품 카메라 핫셀블라드 500과 더불어 우주계획의 가장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메가는 기본적으로 4가지 상품 라인을 제공하고 있는데 패션시계로 이름 높은 “컨스텔레이션” 과 정장용 시계인 “드빌”, 레이서용인 “스피드마스터” 그리고 다이버용 수중 시계인 “씨마스터”라인이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씨마스터”는 거의 동일한 이미지의 로렉스의 “서브마리너/시듀엘러”와 비슷한 품질과 성능을 가지고도 로렉스 라인의 1/3 밖에 하지 않는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가 높지요. 상대적으로 로렉스보다 젊은 이미지이면서도 높은 기술력으로 무장된 시계를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오메가 씨마스터는 007시리즈에 등장한 시계로 유명한데, “피어스 브로스넌”이 주연을 맡은 5편의 007 시리즈에 OMEAGA Seamaster 2531.80 Automatic Blue Index를 착용하고 나와 그 명성이 높기도 합니다. 어짜피 007시리즈란 영화는 온갖 상품 간접광고로 도배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요. 국내 연예인들 중에도 씨마스터를 착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근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에 출연했던 “지진희”가 대표적인 인물인데 간혹 포털 사이트 등지에서 연예인들 시계 소개 할 때 많은 연예인들이 까르띠에, 불가리, 에르메스, 테크노마린 같은, 시계로 보기 보다는 폐물 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시계들을 걸고 나와 나름대로 시계 애호가분들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대단히 센스 있는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나 역시 오메가 씨마스터의 매력에 빠져 2005년에 발매된 오토메틱 방식의 신형 OMEAGA Seamaster 2254.50 Automatic Black Index(왼쪽 사진)를 한 달 정도 끼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시계 자체는 너무 멋있고 기능적으로 뛰어나지만 서도 그게 굉장히 흔한 시계더군요. 지하철에서만 같은 시계를 끼고 있는 분을 두 분이나 보았고 결혼식 피로연에서도, 홍대나 삼성동 코엑스몰에는 너무 많은 분들이 2254.50을 착용하고 있어 좀 더 젊은 이미지의 신형 2209.50 Seamaster PLANET OCEAN을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OMEGA 2209.50 Seamaster PLANET OCEAN은 경쟁모델인 로렉스의 서브마리너의 50주년 기념판 16610LV의 상쾌한 녹색 베젤을 겨냥한 듯한 디자인의 오렌지색 베젤과 클래식한 분위기의 검정색 베젤의 두 가지 디자인으로 출시되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일전에 2254.50의 검은색 베젤을 걸어 본 적이 있어서 인지 오렌지색 베젤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기존의 Seamaster 모델들과의 차이점을 꼽자면 방수 능력이 300m에서 600m로 두 배 가량 더 향상되었고 오메가사에서 개발한 새로운 무브먼트 기술인 코엑시얼(CO-AXIAL)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정확한 원리는 모르겠지만 코엑시얼 탈진기를 장착한 시계는 기계식 시계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정기적인 오버홀기간이 두 배 가까이 늘어 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영구히 오버홀 하지 않고 사용할 수 는 없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3~5년에 한번 씩은 내장 청소를 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OMEGA 2209.50 Seamaster PLANET OCEAN의 무브먼트를 말씀 드리자면 기본이 되는 것은 ETA사의 자동 무브먼트인 2892-A2로 약 42시간의 파워리저브 기능과 28,800BPH의 진동의 21석 무브먼트를 오메가사에서 수정하고 코엑시얼 탈진기를 부탁한 Cal.2500 무브먼트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크로노미터 인증 모델로 1일 -4~+6초 이내의 오차율을 보이기 때문에 한동안은 시간을 수정하지 않고도 착용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예지동 길바닥에서 파는 만원짜리 전자시계는 한 달 동안 에도 몇 초 차이 안 나는 정확도를 자랑하지요. 정확한 시계를 원하다면 역시 해답은 쿼츠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왼쪽 윗 부분에는 씨마스터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헬륨벨브가 위치 하고 있는데 이전에 헬륨벨브에 오메가로고(Ω)가 각인되어 있던 것에 반해 PLANET OCEAN에는 헬륨의 화학기호(He)가 각인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로렉스사에서 최초로 개발된 방수용 오이스터(Oyster) 케이스는 기존의 씨마스터와는 달리 유선형으로 디자인되어 마치 미끈한 고등어를 보는 것 같고 씨마스터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인덱스의 파도 무늬가 사라진 것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FujiFilm FinePix S1 Pro / AF Sigma Macro 105mm F1:2.8EX
시계 뒷면에 전통적인 해마 양각의 디자인도 조금 변경되었는데 해마의 모습이 보다 디테일하게 묘사된 반면 파도무늬가 뒷면에서도 사라져 버렸고 양각의 둘레에 PLANET OCEAN이란 글씨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FujiFilm FinePix S1 Pro / AF Sigma Macro 105mm F1:2.8EX
착용감이 대단히 좋습니다. 007시리즈에 등장했던 2531.80의 5연 브레이슬릿이 가장 착용감이 좋다고 들었고(직접 껴 보지는 못했지만) 전에 사용하던 2254.50의 3연 브레이슬릿이 딱히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었는데 2209.50 PLANET OCEAN의 3연 브레이슬릿은 2254.50의 3연 브레이슬릿과 확연히 다른 모양에 손목에 착 감기는 느낌으로 아주 편안합니다. 이 정도라면 야들 야들한 송아지 가죽 블레이슬릿이 부럽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마저 받을 수 있었습니다.

FujiFilm FinePix S1 Pro / AF Sigma Macro 105mm F1:2.8EX
사실 나는 오메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추억이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결혼하시던 때 워낙 가진 것이 없으셨기 때문에 폐물이나 예물시계가 그리 훌륭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결혼 25주년이 되던 해 어머니께서 스위스로 출장을 다녀오신 아버님 편으로 오메가의 드빌라인의 쿼츠시계를 하나 선물해 드린 적이 있는데 아버지께서 몇 년 전에 골프를 치시다 시계를 잃어 버리셨지요. 물론 부모님들이 가장 서운하셨겠지만 나도 무척이나 서운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오메가 드빌을 가져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사려져 버렸기 때문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래서 언제 부터인가 나도 언젠가 드빌 쿼츠가 아니라 제대로 된 기함급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브로드애로우급의 시계를 한번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늘 가슴 속에 있었고 결국 그 염원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남자들은 장신구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시계가 남자의 패션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추라는 말이 생겨 난 것 같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인정해 주지 않아도 시계에 대한 추억과 동경은 그리 쉽게 잊혀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겸쩡ㅇ_ㅇ]

와 역시 오메가는 달라도 넘 달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