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 씨(59)는 15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은 후 규칙적인 운동과 식생활 로 병을 다스리며 살아왔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나태해지면서 신체리 듬이 자꾸 흐트러졌다. 그러더니 지난해 3월 비교적 좋던 시력이 점차 침침해지더니 나중에는 왼쪽 눈이 보이지를 않아 안과를 찾았다. 진단 결과 당뇨병성 망막증에 의한 오른쪽 눈의 유리체 출혈과 왼쪽 눈의 망 막부종. 오씨가 병원을 찾았을 당시에는 이미 상태가 나빠져 있어 약물로도 치 료가 안 돼 레이저 시술까지 받았으나 왼쪽 눈은 거의 실명상태다. 하지 만 오른쪽 눈은 다행히 회복돼 한쪽 눈만을 의지하며 생활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실명 가능성이 20배 이상 높고 실제 약 2%는 실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진 당뇨병성 망막증은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안질환. 당 뇨병이 발생한 지 15~20년이 되면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이 질환이 나타 난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당뇨병이 오래 지속되면서 카메라 필름에 해당하는 눈의 망막 부위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당뇨병이 있으면 망막에 영 양을 공급하는 아주 가는 혈관들이 막혀서 망막이 붓고 혈액 공급이 잘 안 된다. 이로 인해 샛길과 같은 새로운 신생혈관들이 생긴다. 이 신생 혈관들은 혈관벽이 약하기 때문에 잘 터지고 혈장성분이 새기도 하므로 망막이 붓거나 구겨지고 피가 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심각한 시력장 애가 나타나게 된다.
이 병의 진행단계는 3기로 나뉘는데 말기까지 시력이 좋은 경우도 있다 . 그러나 시력이 좋아도 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환자는 2~4개월에 한 번 씩은 병의 진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초기에는 망막 미세혈관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약물로 치료한다. 병 이 악화돼 중기를 지나면 레이저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레이저 치료는 보통 병을 고치기보다 다른 합병증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용 된다. 말기에 이르러 망막이 심하게 구겨지거나(망막박리), 오래된 유리 체의 출혈로 시력이 떨어지면 망막 수술을 하게 되는데 어느 정도 시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는 당뇨병성 망막증 외에도 노인성 백내장이 일반인보 다 일찍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수정 체 내에 당 성분도 늘어나 백내장의 진행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때 로 수정체가 두꺼워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노안으로 돋보기를 끼던 사 람이 일시적으로 시력이 좋아져 돋보기 없이 신문을 읽기도 하는데 이것 은 백내장 초기 증세이므로 빨리 안과를 찾아야 한다.
당뇨병은 녹내장과도 관련이 있다. 녹내장은 눈의 안압이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 장애가 오고 나중에 실명까지 이르는 질병이다.
초기에는 대부분 자각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는 수가 많다. 녹내장 중 에는 안압이 정상이면서 시야에만 이상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안압검사는 물론 시야검사도 꼭 받아야 한다.
빛사랑안과 이동호 원장은 “당뇨병이 생긴 지 10~15년이 지나면 정도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망막에 변화가 생긴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막 을 수 있는 방법은 없고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그 진행속도는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당뇨 환자는 안과에서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눈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02)323-5300 이순용 기자/lee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