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목포 유달중학교를 졸업하고 강진농업고등학교를 진학해 화제가 됐던 정승택군(1학년. 자영농과)은 학교에 있는 식물 조직배양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배양실에서 조금씩 커가는 석부작과 대협풍란, 소협풍란등을 보살피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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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택군이 배양실에서 새싹을 살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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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군은 “조직배양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강진농고를 진학한 것을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중학교 후배들이 강진농고에 진학하면 자신의 인생을 알차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이 대단했다.
조직배양실에서 조금 떨어진 제과제빵 연구실. 20여명의 학생들이 위생가운과 모자를 쓰고 열심히 빵을 만들고 있다. 언뜻 보면 대학 식품영양학과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이곳은 강진농업고등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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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빵실습중인 학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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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진농업고등학교에 가서 옛날 일을 떠올린 사람들은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벼베기 철이면 낫을 들고 하루가 멀다하고 논으로 나가던 풍경하며, 학생들이 줄지어 삽을 들고 밭을 갈던 모습, 축사에서 오줌냄새가 진동하는 두엄을 퍼내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학생들의 광경은 이제 찾아 볼 수 없다.
한때 120마지기에 달했던 논은 25마지기로 줄었고 그나마 모내기와 수확은 학교 인부들이 거의 도맡고 있다.
학생들은 트랙타를 이용해 벼를 옮기는 일 정도를 담당할 정도다. 학교밭에는 유리온실이 이곳저곳에 들어서 있고, 작천 까치내재에 있는 농장 축사에서 나오는 소규모 두엄은 전문차량을 이용해 학교로 실어와 인부들이 관리한다.
‘몸으로 일하면서 배운다’는 예전 농업고등학교의 통념은 구식 언어가 된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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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기계 실습장에 마련된 학생들의 오락기구들. 노래방기기와 소형 골프연습시설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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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실습장에 DDR 오락기기가 비치돼 학생들에게 제공되고 당구대와 골프채까지 준비돼 학생들이 전문기술을 습득하며 건강도 돌볼 수 있는 학교. 강진농고는 분명 예전모습이 아니었다.
최성균 실과부장 선생님은 “학생들은 최소한의 노동실습을 할 뿐이고 대신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충분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전문성을 기르는 교육은 여러 제도에서 발견된다. 우선 교육코스가 다양하다. 일단 자영영농과로 입학을 하면 그 안에서 조경코스, 시설원예코스, 동물자원코스, 제과제빵코스, 중장비코스, 농업컴퓨터정보등 다양한 과정이 신입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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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자기 실습중인 학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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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6개 코스에서 이뤄지는 기능사자격증 또한 풍부하다. 보통 한 학생이 한식조리, 지게차, 굴삭기, 로우더, 워드, 정보처리, 도예사중 2-3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는게 일반화 돼 있다.
특히 학교내에 설취된 공동실습소에서 10일간 중장비 연수를 이수하면 학교장이 발부한 ‘소형건설기계조정면허증(굴삭기, 지게차, 로우더 운전기능)’이 발부되는데 이는 공인면허의 효력이 주어지고 있다.
강진농고 양윤승 교감은 “이러한 다양한 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학생을 선호하는 전국 우수업체의 취업 의뢰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진농고의 가장 큰 무기중의 하나는 장학금이 많다는 것. 3년간 수업료가 전액 면제되고,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시설이 완비되어 제공돼 기숙사비의 80%가 국비로 지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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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부작이 자라고 있는 비닐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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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학생들이 약간의 납부금을 내고 있으나 이는 매년 말 전교생에게 새마을장학금이 24만원씩 지급되기 때문에 납부금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학생들에게 지급된 장학금 규모는 동원장학금을 비롯한 17개 단체에서 약 1억 5천만원에 달했다.
실업계 고교의 가장 큰 변화중의 하나는 대학에 진학해 더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자 하는 학생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진농고 역시 2006학년도 대학입시 수시 1차에 순천대 6명, 목포대 2명, 호남대 13명 등 4년제 대학에 총 32명이 합격하기도 했다. 수시 2차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합격할 것이라는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전남대 응용생물학과등 4년제 대학에 35명, 2년제 대학에 50명이 합격하는등 74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강진농고는 학생들의 대학진학 열기를 알차게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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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농고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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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농고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할 때 몇가지 이점이 있다. 학교구성이 자영농과라는 단일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내신 성적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농어촌 특별 전형 기회 및 동일과 특성으로 대학에 진학할 때 타 실업고보다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다.
강진농고에는 소형 건설기계조정교육 기관인 전라남도 공동실습소가 설치되어 도내 농업계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농업기계 및 중장비 교육을 12년차 실시 하고 있으며 교사들의 농업기계, 중장비, 원예, 축산분야의 연수도 도맡아 실시하여 왔다.
학생들에게 특기적성 교육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수교육과정으로 플로리스트(화훼장식기능사), 피부관리사, 네일아티스트(손톱, 발톱의 미용이나 디자인을 하는 사람), 한식조리, 푸드스타일리스트(만들어진 요리를 먹음직스럽고 맛깔스럽게 사진으로 형상화시키기 위하여 그릇에 담거나, 주변의 소품을 준비하는 일을 하는 사람), 도자기, 한국차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화여자대학교가 주최한 황토사발빚기대회에서 3학년 김명용군이 최우수상을 받은데 이어 2학년 이천일군이 우수상, 1학년 정서미양이 장려상, 3학년 오대윤군과 김지웅군등이 입선을 수상하는 실력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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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교정을 거닐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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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농고 도자기 특별교육 코스는 강진군이 올해 3천만원을 지원해 전기가마를 구입할 예정이여서 그 실력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같은 강진농고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역내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는 형편이다. 아직까지 예전 농고의 이미지가 적지 않고, 지역민들의 선입관 또한 어두운 부분이 없지 않다.
이를 해소해 가는 데는 졸업생들의 적극적인 학교사랑이 큰 힘이 될 것으로 요구되고 있다. 졸업생들이야 말로 변화된 모교의 실상을 알고 이를 주변에 널리 알려 학교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허정섭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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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정섭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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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농고에서 많은 것이 이뤄지고 있는데 주민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갑습니다”
지난달 초 교장으로 부임한 허정섭(59) 교장은 지난 80년부터 6년간 강진농고 교사로 근무했었다. 20여년 만에 교장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강진농고의 역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허교장이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농촌의 학생수가 줄어들어 농고 입학생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강진농고를 반드시 반석위에 올리겠습니다. 학생없는 학교는 의미가 없어요. 강진농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려 학생들이 찾아오는 학교로 만들겠습니다”
허교장은 우선 주민들이 강진농고의 본 모습을 제대로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정 최우수학교에 전남도교육청 학교경영 최우수 학교라는 평가를 받은 학교가 관내에 있다는 것은 전국적인 자랑거리라는 것이다.
“기술을 가르켜도 여기만큼 한 곳이 없고, 대학을 가려해도 이정도 유리한 조건을 가진 학교가 드뭄니다. 자녀와 친지, 동생들을 강진농고에 믿고 맡겨 주세요. 올바른 인간으로 교육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허교장은 신입생 모집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허교장의 교육철학은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펴겠다는 것이다. 재학생들에게 철저하게 교육하지 않으면 신입생도 오지 않는다는 것을 선생님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우리학교 자랑
강진농고는 꿈이 자라납니다
저는 강진농고가 좋아서, 제가 원해서 이 학교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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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순 학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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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학교에 대한 자긍심도 강하고 이곳에 입학한 것에 대해서도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저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강진농고에 대한 여러 가지 선입견으로 실제 학교 모습과는 다르게 평판이 좋지 않게 소문이 나 있는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확실한 건 소문은 말 그대로 소문일 뿐 여러분들이 입학하여 직접 생활해 보시면 그런 말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강진농고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다양한 장학 혜택에 있습니다. 저는 한국영농학생전진대회입상장학금, 강진군명문고육성장학금, 새마을장학금 등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굴삭기, 지게차, 로우더와 같은 소형중장비 자격증 등은 학원에서는 많은 돈을 들여야 딸 수 있는데, 우리 학교에서는 돈 한 푼 들지 않고 원하는 면허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자격증이 많이 있으면 없는 사람보다 취직도 쉽고, 자기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대학 진학시 정원 외 10% 특별 전형으로 내신 성적에 조금만 신경 쓰면 원하는 대학에 지원이 가능하고, 다른 학교보다 대학 진학률도 높습니다.
이처럼 강진농고에서는 진학과 취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은 자기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성실히 노력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고, 학교생활 또한 즐기면서 알차게 할 수 있습니다.
부족함이 없는 최첨단 시설이 다 갖춰진 강진농고에서 여러분의 소중한 꿈을 펼쳐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