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없이 우량품종을 선택합니다.
보통 작은 규모의 우리 텃밭농민들은 보통 씨앗은 모두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러나 같은 종류의 씨앗이라도 씨앗의 품종을 연구하는 회사에 따라 정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씨앗을 구입하는 방법과 작물의 종류에 따라 어떻게 구별을 하는지에 대해 글을 올립니다.
우리나라의 종자개발의 역사는 흥농종묘가 가지고 있습니다.
뒤를 이어 중앙종묘와 서울종묘가 종자시장에 뛰어 들어 3대씨앗회사가 균형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시장을 장악하자 더 이상 개발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고자세로 영업을 망치기 시작했고
결국 1997년 IMF사태가 터지자 모두 외국기업에 팔렸는데, 여기에는 IMF를 극복하겠다는
김대중정부의 무차별 <팔기>가 압력을 통해 시작됐습니다.
당시 흥농종묘에서 가지고 있던 원종자의 가치는 몇 조원으로 추정됩니다.
아무튼 중앙종묘와 서울종묘는 사라졌고 흥농종묘는 다국적기업인 세미니스를 통해 신젠타에 다시 팔렸습니다.
그리고 꾸준한 연구개발로 이들을 추적하던 농우종묘(현 농우바이오)가 시장을 석권했습니다.
현재의 우수한 과채류 및 엽채류의 최우량종자는 거의 노우바이오에서 개발한 것입니다.
품종에 따라서 씨앗에도 명품이 있습니다.
제가 등산을 좋아해서 여러 장비를 가지고 있으며 거기에도 명품이 있듯이 말입니다.
가령 스틱은 체코의 레키, 등산화는 독일의 LOWA, 이너복은 파타고니아, 배낭은 아크테릭스 등 말입니다.
우선 고추는 농우바이오의 수퍼마니따가 현존하는 최고의 고추입니다.
가격이 비싸서 일반 농민들이 이 품종을 길러서 모종을 팔지는 못하고 본사에서 직접 기릅니다.
지금의 모든 고추는 이 마니따에서 응용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오이는 신젠타종묘의 백침다다기오이, 가지는 모두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농우의 미끈이가지,
참외는 금노다지, 수박은 스피드꿀수박, 봄배추는 KS종묘의 일품봄배추, 봄무는 KS의 설란봄무,
여름무는 관동무, 김장배추는 CR(무사마귀병 저항)맛배추(농우), 김장무는 서호골드무....
또한 엽채류에도 연하고 아삭한 열무가 있고 장기간 수확이 가능한 아욱이나 근대,
같은 치커리(엔다이브)라도 잎이 억세지 않고 쓴 맛이 적은 것, 대궁이 굵고 잎이 진한 대파,
향이 진하고 잎이 두꺼우며 연속수확이 가능한 잎들깨...
다만 이런 씨앗에 대한 노하우는 종묘상에서 알고 있지만 명품종자만을 선별해서 판매하는 종묘사는 거의 없습니다.
농약과 마찬가지로 종묘사의 이런 노하우를 잘 이용하면 실패확률은 현저히 줄어 들겠지요.
좋은 씨앗을 파는 종묘사를 찾을 것인지, 값이 싸게 파는 종묘사를 찾을 것인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같은 상추씨앗에도 1천원짜리부터 4천원짜리까지 있으며 쑥갓에도 부드러운 중엽쑥갓이 있습니다.
다만 꽃집(화원)이나 시장 등에서는 절대로 씨앗이나 모종을 구입하지 말아 주십시요.
이런 곳에서 판매되는 씨앗이나 모종은 품종이나 생육조건 등을 전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허가나 등록이 되지 않은 곳에서 구입을 하면 어떠한 책임도 본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우량종자나 우량모종은 화원이나 시장에 공급하지 않고 반드시 대리점에만 공급됩니다.
또한 비닐하우스 농업을 하면서 모종을 파는 것도 마찬가지로 우량품종은 비싸서 싼 종자로 기른다든지
집에서 받았던 씨앗으로 기르기 때문입니다.
요즘의 우량종자는 개발을 하는데 약 12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이 우량종자를 다른 곳에서 모방 하지 못하도록 품종등록을 하고 만약 모방하면 DNA를 추적하여
소송을 합니다. 그리고 이 유량종자에서 씨앗을 받아 심으로 본래의 유전적인 정보가 망가지도록
교배를 해서 아무리 좋은 종자를 받아 길러도 수확이 형편없고 기형과가 열리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몇 년 동안 씨앗을 받아 심어 본 농민들도 이제는 2대교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 비싼 씨앗을 농민들이 해마다 새로 사는 것입니다.
자, "아무데서나 구입해도 씨앗은 다 마찬가지다."는 사람은 완전초보에, 아집꾼입니다.
이것은 흑인아이를 길러 백인이 될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같습니다.
각 종자회사에서 우량종만을 선별해서 판매하는 종묘상을 찾는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또한 외국계회사의 씨앗을 구입하면서 유출되는 외화에 대한 책임도 여러분의 몫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조용히 실천에 옮길 때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의 혁명이 시작될 것입니다.
우량종자의 발아 유효기간은 포장일로부터 2년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보관을 잘 하면 5년까지도 문제가 없습니다.
우선 파종하고 남은 씨앗은 스카치테이프로 밀봉을 한 후 락앤락(보관씨앗을 위해 준비하세요)에 넣고
냉장실(야채박스가 좋습니다)에 보관하면 됩니다.
이러한 이유는 일정한 적정온도(냉장실이 그렇습니다)와 일정한 습도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씨앗이 남았다고 버리지 마시고 알뜰하게 사용하십시요.
첫댓글 시장에서, 화원에서 거의 1천원에 한 봉지씩 사곤 했는데 지양해야 되겠군요.
수확을 이뤄낸 기쁨에 씨앗까지 생겼다고 무모하게 싹내기까지 시도를 했으니 원, ㅋㅋ
까맣게 모르고 있던 내용 알게되어 다행입니다. 앞으로 알아가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
돌고래님의 많은 지도편달 부탁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