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인터뷰 "현재의 나는 포기의 대가(代價)다" | ||||||||||||||||||||||||||||||||||||||||||
[스포츠2.0 2008-02-20 16:00] | ||||||||||||||||||||||||||||||||||||||||||
차분하게 몸을 만들고 있다. 올림픽은 큰 무대지만 떨리지는 않는다. 대회를 앞두고 긴장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갖고 계시다보니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걱정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훈련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한 번 부담을 가지면 끝이 없지 않은가. 선수로서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다. 오승우 여자대표팀 감독은 역도선수의 전성기를 25살부터 27살까지라고 하던데 올해 25살이다. 굳이 베이징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올림픽이라는 대회 자체가 특별하다. 태릉선수촌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다 그럴 것이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인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는 것은 운동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엄청난 영광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반드시 국민들께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아테네올림픽 때는 국제무대 경험도 많지 않았고 올림픽이 얼마나 큰 대회인지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출전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그동안 많은 국제대회에 나가 경험을 쌓았고 여러 가지 노하우를 터득했다. 4년 전보다 자신이 있다.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아쉽게 은메달을 땄다. 당시 탁공홍(중국)의 기술 성공에 대한 편파 판정 논란이 있었는데. 편파 판정이라고 주변에서 많이 아쉬워했는데 솔직히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탁공홍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일단 역기를 들었으니까. 자세에 논란이 있었지만 역기를 들어 올린 점에서만큼은 같은 스포츠인으로서 박수를 쳐 주고 싶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탁공홍에게 밀려 은메달이었다. 그때는 탁공홍과 기량차가 많이 나서 진 거다. 당시 내 나이가 20살도 안 됐고. 금메달보다는 내 기록을 늘리겠다는 생각으로 출전한 대회였다. 세계선수권대회 기록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목표를 크게 잡고 훈련을 큰 문제 없이 치른 덕분이다. 감독, 코치님들이 기록 향상을 위해 애쓰셨다. 개인 종목의 경우 지도자와의 호흡이 무척 중요한데 한 번도 문제가 생긴 적이 없다. 타고난 복인 것 같다. 동료 선수들도 힘들 때마다 내게 큰 힘이 된다. 특별한 훈련 비법이 있다면. 오승우 감독님께서 훈련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일정 조율을 잘해 주신다.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 선수생활을 망칠 수도 있다. 월, 수, 금요일은 강도를 높이고 나머지 요일은 기본적인 훈련을 한다. 자세한 훈련 내용은 비밀이다.(웃음)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합계 319kg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세계역도연맹 규정상 먼저 기록을 수립한 무솽솽(중국)이 세계기록 보유자로 돼 있는데 아쉽지 않나. 아쉽다고 하지 않으면 거짓말 아니겠는가. 내 이름이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낙담하지는 않는다. 이런 일을 계기로 기록에 대한 욕심이 생기니까. 어차피 기록이야 깨지게 돼 있는 것 아니겠나. 많은 이들이 장미란의 라이벌로 무솽솽을 꼽고 있다. 아무래도 세계 최고의 선수니까 그럴 것이다. 기록대도 비슷하고. 그런데 어디 라이벌이 무솽솽 뿐이겠는가. 모든 선수가 경쟁 상대다. 1월 22일 아디다스 발대식에서도 “모든 선수가 라이벌이다”라고 말했는데. 최중량급인 75kg이상급에서는 어떤 선수가 느닷없이 나타날지 모르는 법이다. 기록도 경량급에 비해 갑자기 늘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역도에서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체급이 바로 75kg이상급이다. 무솽솽 이상의 선수가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 같은 역도선수로서 무솽솽에 대해 평가한다면. 나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고 나이에 비해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 실전에서 하나도 떨지 않는 게 매우 인상적이다. 무솽솽과 여러 대회에서 맞붙었다. 서로 이야기는 하나. 말이 통하지 않지만 손짓으로 내가 먼저 아는 척을 하는 편이다. 짧은 영어로 말을 거는데 알아듣는지는 모르겠다(웃음). 간혹 대화가 길어지면 그때부터는 한국말과 중국말로 대화한다. 뭐라고 말하나. “잘 지냈어. 아픈 데는 없고”라고 또박또박 말한다. 그러면 무솽솽도 중국말로 뭐라고 막 떠든다. 코치, 선수들이 그 장면이 웃긴다고 하면서 내게 ‘애국자’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고(웃음). 이번 올림픽은 여자역도 강국인 중국에서 열린다. 텃세가 심할 것 같은데. 어느 나라에서 대회가 열리든 그런 면을 고려하고 출전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라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판정 논란을 피하기 위해 더 좋은 기록을 세워야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큰 무대에서 잘하면 더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사실 역도는 기록경기라 핸드볼이나 축구같은 정도의 편파 판정은 없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다 좋은데 생각만큼 몸무게가 늘지 않는다. 많이 노력하는데 신경 쓰면 더 안 되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웃으면서 지내고 있다. 맑은 정신으로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체중도 늘 거라고 믿는다.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많이 받을 텐데. 그렇지는 않다. 1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그게 무엇인가.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내가 설정한 목표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006년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은메달에 그쳤지만 만족할 수 있었던 것도 내가 원하던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연속 우승한 비결도 그런 데 있나. 훈련을 하다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뤄야 할 목표를 다시금 되새겼다. 조금만 참자고 나 자신을 다스리고. 그러다보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인상과 용상에서 오른발이 뒤로 빠진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 하도 신경을 썼더니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몸이 교정된다. 현재 보완하고 있는 내용이 있다면. 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술적인 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다. 운동을 할 때 주로 어디가 아픈가. 허리에 통증이 많이 온다. 중량을 점점 높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허리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서 부진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역도선수의 훈련은 정말 힘들다고 하던데. 일반인들은 그 고통을 모른다. 기록을 늘리려면 골고루 잘 먹으면서 강한 훈련을 해야 한다. 불규칙적인 생활은 꿈도 못 꾼다. 몸무게를 늘리는 게 빼는 것보다 더 힘들다. 식욕이 없는 데도 먹어야 할 때는 정말 괴롭다. 물론 무리한 양을 섭취하지는 않는다. 저녁은 되도록 위에 부담이 안 가도록 가볍게 먹고 야식은 거의 과일을 먹는다. 특별히 챙겨 먹는 보약이 있나. 홍삼을 주로 먹는다. 꽤 오래됐다. 무턱대고 아무 보양식이나 먹지는 않는다. 주변에서 한약이 몸에 좋다고 하는데 체질에 맞지 않을 수도 있어 신중하게 따져보고 먹는다. 성격이 매우 세심한 것 같다. 역도라는 운동 자체가 세심한 스포츠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역도를 흔히 힘만 쓰면 되는 운동으로 보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자세 하나를 교정하기 위해 수십 장의 사진을 놓고 비교 분석한다. 그래서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 자주 가는 편이다.
문영진 박사님께서 동작을 분석해 전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점검하고 조언해 주신다. 심리적인 면은 김병현 박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 장미란, 네 번째 웃음을 향해 이상철 기자 / 2008-02-20
역도는 한국스포츠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김성집은 1948년 런던올림픽 미들급에서 동메달을 땄다. 한국의 올림픽 첫 메달이었다. 그리고 44년 뒤인 1992년 전병관이 바르셀로나대회 52kg급에서 한국역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금빛 소식은 더 이상 전해지지 않았다. 한국역도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16년 동안 끊겼던 금맥을 다시 캐려고 한다. 한국여자역도의 간판 장미란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국가대표선수들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은 서울 북동부 끝자락에 있다. 화랑로를 타고 육군사관학교와 서울여자대학교를 지나면 왼편으로 태릉선수촌이 나타난다. 태릉선수촌 주변은 한적하다. 지나는 차량도 많지 않고 유동인구는 거의 없다. 새해 들어 태릉선수촌 주변은 더욱 고요해졌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이 200일도 채 남지 않으면서 각 종목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긴장감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종목별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건 분명한데 태릉선수촌은 온통 적막에 싸여 있다. 그런데 최신 가요가 흘러나오는 곳이 있었다. 역도 대표팀 훈련장이었다. “딱딱한 훈련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훈련할 때 선수들의 긴장감을 푸는 데에는 음악만큼 좋은 게 없다.” 오승우(50) 여자역도대표팀 감독의 설명이었다. 오감독의 말대로 역도 대표팀의 훈련 분위기는 자유분방하다. 대표선수들은 저마다 자신의 훈련 공간에서 바벨을 들었다 올렸다를 반복했다. 정해진 훈련시간은 없다. 선수별로 훈련과 휴식을 번갈아 했다. 선수들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훈련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 한 선수가 묵묵히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장미란(25, 고양시청)이었다. 장미란은 쉴 새 없이 바벨을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얼굴과 등이 땀 범벅이 됐다. 힘에 부쳤는지 잠시 뒤로 물러나 의자에 앉았다. 그러나 휴식은 잠시였다. 숨을 돌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바벨 앞에 섰다. “(장)미란 언니의 최대 장점은 집중력이에요. 훈련할 때 장난치는 적이 없다니까요.” 장미란의 옆에서 훈련을 하던 윤진희(22, 한체대)가 귀띔했다. 10시에 시작한 오전 훈련은 2시간이 지난 뒤 끝났다. 그때 오감독이 종이 한 장을 손에 들고 외쳤다. “대회 결과가 나왔다.” 1월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베이징에서 열린 ‘굿 럭 2008 국제역도대회’ 여자 75kg이상급 경기 결과였다. 이 대회는 프레올림픽으로 베이징우주항공대 체육관에서 열렸다. 오감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질문이 이어졌다. “무솽솽은 어떻게 됐어요.” 장미란이었다. 경쟁자에 대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듯 했다. 오감독은 “(무솽솽은 이번 대회에)안 뛰었다”고 짧게 대답했다. 장미란은 오감독이 내민 종이를 받아들고 얼른 살펴보더니 곧바로 돌려줬다. 장미란에게 크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없었다. 이 대회 75kg이상급 우승자는 인상 119kg과 용상 150kg 합계 269kg을 기록한 황환(중국)이었다. 장미란의 최고기록인 합계 319kg에 한참 못 미치는 기록이다. 무솽솽을 비롯한 중국의 주요 선수들은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강해진 장미란
역도 경기 방식은 간단하다. 인상과 용상을 합쳐 가장 무거운 무게를 들어 올린 선수가 1위를 한다. 무식하게 힘만 쓰는 운동이라는 오해를 받기 쉽다. 그러나 역도는 과학적인 운동이다. 힘은 기본이지만 기술과 집중력이 힘과 어우러져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오감독은 “지렛대를 이용하듯이 자신의 힘을 적절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 무릎의 각도를 제대로 맞춰야 하고 바벨을 들어올릴 때 힘을 적절하게 분산해야 한다. 정확한 슈팅을 하기 위해 디딤발의 위치와 공을 차는 발의 각도가 알맞아야 하는 축구를 생각하면 된다. 역도는 각도와 머리의 싸움이다”라고 설명했다. 장미란의 소속팀인 고양시청 최종근(32) 코치는 “선수마다 신체조건이 다르다. 손과 다리가 길거나 짧고 상반신과 하반신의 비례도 제각각이다. 때문에 자기 몸에 맞게 힘을 쓰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코치는 “그같은 기술을 가장 잘 쓰는 선수가 장미란”이라고 덧붙였다. 장미란은 타고난 신체조건을 지녔다. 하체 근육이 굉장히 좋다. 하체 근육이 웬만한 남자 역도선수만 하다. 하체 근육이 좋을수록 몸의 균형을 잡기 쉽고 그렇게 되면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2002년부터 장미란의 동작 및 기술을 분석하고 있는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의 문영진 연구원은 “(장미란은)다른 역도선수들에 비해 무릎을 잘 활용한다. 인상 경기때 앉아 받기 등이 안정적이어서 더욱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이에 대해 “아버지와 어머니께 물려받은 ‘특별한 재능’일 뿐”이라고 말했다. 힘이 좋은 역도선수 출신 아버지 장호철(54) 씨와 학창시절 계주에서 활약하는 등 운동 신경이 뛰어난 어머니 이현자(50) 씨의 장점을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장미란은 타고난 신체 외에 끈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지독한 연습 벌레다. 체력 회복 속도도 빠른 편이라 휴식 시간이 길지 않다. 주어진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바벨을 들어 올리려 한다. 장미란은 “훈련할 때에도 힘의 분배에 집중한다. 어떻게 하면 같은 힘으로 더 많이 들어 올릴까 하는 고민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역도를 시작한 이후 국제대회에서 세 번 울었고 또 세 번 웃었다. 2002년과 2006년 아시아경기대회 그리고 2004년 올림픽 등 국제종합경기대회에서는 매번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러나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는 모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우승했다. 세계선수권대회 3회 연속 우승은 유도의 전기영(1993년~1997년)에 이어 한국스포츠 사상 두 번째였다. 기록도 꾸준하게 늘었다. 장미란을 향한 역도계의 시선은 기대로 가득하다. 역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장미란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들었다. 장미란은 2006년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이후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신체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바벨을 들어 올릴 때마다 발의 위치가 틀어지는 등 역도의 기본기부터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장미란은 “경기 감각은 물론 기술 감각도 잃어버렸다. 아직 내 기술로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후 장미란은 잃어버린 감각을 찾는 데 몰두했다. 바벨을 다시 잡은 건 세계선수권대회가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정상에 오른 뒤 내려가는 건 순식간이지만 내려간 뒤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장미란은 그 상황에서 인상 138kg, 용상 181kg, 합계 319kg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역도에서 정상적인 훈련을 한 지 3개월도 안 돼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최코치는 “당시 (장)미란이는 슬럼프였다. 힘겨운 상황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과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 그게 바로 장미란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넘어라
중국은 여자역도 세계 최강이다. 체급별 세계 최고기록의 주인공 대부분은 중국선수다. 1월 30일 현재 21개의 세계 최고기록 가운데 13개가 중국선수들이 세운 것이다. 여자역도의 중국 강세는 75kg이상급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여자역도는 1990년 베이징아시아경기대회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각각 처음으로 정식 세부 종목이 됐다. 중국은 이후 열린 두 대회의 75kg이상급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역도 관계자들은 중국의 강세에 대해 폭넓은 저변을 들었다. 중국은 중앙 협회가 아닌 각 성의 협회에서 선수를 관리한다. 성과급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좋은 기록을 세우는 선수들은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청소년이 역도를 한다. 성마다 역도전문학교가 있어 재능 있는 유망주들을 발굴해 육성한다. 능력있는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학교 때 역도를 시작하는 데다 선수가 턱없이 적은 한국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대한역도연맹에 등록한 선수는 1,163명에 불과했다. 등록 팀도 332개밖에 안됐다. 한 역도 관계자는 “선수층이 넓다는 건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는 뜻이다. 아무리 역도가 자신과 하는 싸움이라고 해도 경쟁만큼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건 없다”고 말했다. 장미란의 가장 큰 경쟁자도 무솽솽이 아닌 중국이다. 장미란은 지난해 11월 12일부터 30일까지 중국 푸젠성 트레이닝센터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베이징올림픽에 대비한 훈련이었다. 해외에서 경기할 때 가장 애를 먹는 게 음식과 기후다. 현지 적응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장미란은 “중국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보며 많은 걸 배웠다.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는 데)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오감독은 “기름진 현지 음식이 입에 맞을지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워낙 식성이 좋아서 그런지 (장)미란이가 잘 먹었다. 현지 적응은 다 마쳤다”고 말했다. 그런데 장미란에게 한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아직 베이징올림픽 역도경기에 쓰일 공인 바(Bar)가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공인 시험을 받을 여러 개의 바에 일일이 적응해야 한다. 오감독은 “바의 종류가 제각각이다. 부드럽게 돌아가는 바가 있는 반면 뻣뻣한 바도 있다.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지 몰라도 선수들로서는 미묘한 차이가 기록에 영향을 미친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각각의 바에 최대한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어진 과제
장미란은 세계 최고의 역도선수다. 75kg이상급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그러나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정상은 아니다. 보완할 점도 적지 않다. 장미란은 2005년부터 3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무솽솽을 따돌리고 우승했지만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다. 3개 대회에서 모두 합계 300kg, 314kg, 319kg으로 같은 기록을 세웠으나 무솽솽보다 체중이 덜 나가는 장미란이 규정에 따라 우승을 차지했다. “어차피 이길 텐데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나 역시 더 나은 기록을 세워 무솽솽을 이기고 싶다.” 장미란의 솔직한 심경이다. 그래서 장미란은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보다 나은 기록을 세워 무솽솽을 완벽하게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다. 장미란은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합계 313kg을 들었으나 무솽솽보다 4kg이 모자라 은메달에 머물렀던 아픔이 있다. 장미란은 무솽솽의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최고기록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베이징올림픽 본선 개막일이 다가오면서 훈련 강도도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기록 향상 외에도 기술적으로 몇 가지 보완할 점이 있다. 문영진 연구원은 “장미란은 두 가지를 좀 더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는 바벨을 들어 올릴 때 오른발이 왼발보다 뒤로 빠지는 것이다. 발의 위치가 평행이 되지 않다보니 안정성이 떨어지고 기록도 기대치만큼 나오지 않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비롯해 예전부터 지적됐던 사항이다. 습관적인 문제다. 또 다른 문제점은 왼쪽과 오른쪽의 근력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점이다. 문영진 연구원은 “발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자세를 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세교정을 위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는 게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말이다. 장미란은 웨이트트레이닝과 자세 분석 작업을 통해 꾸준히 자세를 바로 잡고 있다. 장미란은 “훈련할 때마다 의식을 하면서 자세를 취하다 보니 많이 좋아졌다. 밸런스를 잘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술 보완 못지 않게 체력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체중과 치르는 전쟁
장미란은 지난해 9월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가진 귀국 인터뷰에서 “살이 더 쪄야 하는데 쉽게 체중이 안 는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체중 감량에 목을 매는 일반인들로선 상상할 수 없는 말이었다. 역도에서 체중 증가는 기록 향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체중 1kg이 늘어나면 3~5kg을 더 들어 올릴 수 있다. 그래서 경량급 선수들의 경우 제한 체중보다 3kg 정도 넘는 상태에서 훈련을 한다. 힘을 기른 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체중 제한이 없는 75kg이상급에선 체중 증가 효과가 그대로 나타난다. 한 역도 관계자는 “최중량급의 기록 성장 속도는 경량급과 비교가 안 된다. 체중의 증가는 근육량이 늘어난다는 뜻인데 75kg이상급에선 체중 제한이 없기 때문에 체중의 증가는 곧 좋은 성적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114kg인 장미란은 체중을 120kg까지 늘리려고 했다. 체중이 목표치에 이르면 무솽솽(135kg)을 확실하게 누를 수 있는 데다 합계 330kg까지 기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1월 30일 현재 여자 75kg이상급의 세계 최고기록이 319kg인 것을 고려하면 330kg은 엄청난 기록이다. 오감독은 “(330kg은)앞으로 10년간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장미란이 베이징올림픽에서 330kg을 들어 올린다면 ‘무적의 여인’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미란의 식단은 고기 등 고단백질 음식 위주로 짠다. 대한역도연맹은 태릉선수촌이 제공하는 식사로는 부족할까봐 법인카드를 주고 마음껏 사먹으라고 했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재정이 넉넉치 않지만 연맹의 지갑을 털어서까지 장미란을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4개월 여가 흘렀지만 장미란의 체중은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초 3kg이 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빠졌다. 장미란은 “살을 빼는 것보다 찌우는 게 더 힘들다.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다. 나름대로 노력하는데 쉽지 않다. 체중 증가에 신경을 곤두세우니 오히려 더 늘지 않는다”며 힘들어 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장미란이 무리하면서까지 굳이 체중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현재 기량이 최고 수준인 데다 무리한 체중 증가가 컨디션 난조 및 밸런스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감독은 “최근 훈련량이 많고 강도도 높아 장미란의 체중 증가가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무조건 체중 증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무리다. 괜히 억지로 살 찌는 데 신경을 쓰면 순발력이 떨어져 경기 감각 저하가 우려된다. 그리고 장미란은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대한역도연맹은 베이징올림픽의 목표를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세웠다. 사재혁(23, 강원도청)이 은메달을, 윤진희(22,한체대)와 김광훈(26,국군체육부대)이 동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메달 후보는 장미란이다. 장미란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전망은 밝은 편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역도는 48kg, 53kg, 58kg, 63kg, 69kg, 75kg, 75kg이상 등 7체급 경기를 치른다. 나라당 최대 4체급까지 출전이 가능하다. 중국의 독주를 막기 위한 조치다. 4체급 출전이 가능한 나라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태국, 우크라이나, 콜롬비아, 폴란드, 벨로루시, 미국, 카자흐스탄 등 10개국이다. 중국이 75kg이상급에 출전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미국과 종합순위 경쟁을 할 중국으로서는 확실한 금메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도는 약간의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기록경기이기에 메달 색깔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경기대회와 올림픽의 여자 75kg이상급에 걸린 모든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이 이 체급을 포기할지도 의문이다. 체급 경기에서 최중량급은 해당 종목의 챔피언이라는 의미도 있다. 장미란은 이에 대해 “무솽솽이 (베이징올림픽에서)뛸지 뛰지 않게 될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무솽솽의 출전 여부가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나만 잘 하면 되니까. 하지만 무솽솽과 정정당당하게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역도 관계자와 역도팬들은 장미란이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의 전병관(39) 이후 끊긴 역도 금맥을 이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역도 관계자들은 16년 만의 역도 금메달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장미란만 믿는다. 장미란은 역도대표팀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감독도 “아테네올림픽이 아직도 생생하다. 은메달은 의미가 없다. (장미란은)죽을 힘을 다해 훈련해야 한다. 금메달과 함께 세계신기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기대는 장미란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도 있지만 부담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장미란은 이같은 기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미란은 “그만큼 나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을 하기보다는 응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담을 가지면 한도 끝도 없다”고 말했다. 문영진 연구원은 이같은 장미란의 자세를 높게 평가했다. 문영진 연구원은 “불안 수치라는 게 있다. 경기를 앞둔 선수의 불안감을 측정하는 건데 너무 높아도, 반대로 너무 낮아도 안 된다. 장미란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런데도 큰 경기일수록 더 잘한다. 담력이 있고 긍정적인 사고의 힘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미란은 성적에 얽매이지 않는 편이다. 언제나 1등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거두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만큼은 욕심이 난다. 장미란은 “올림픽 금메달은 선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뜻이다.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그리고 난 아직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며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서)이제까지 나를 응원한 모든 분들께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이어 “모든 선수가 라이벌이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겠다. 어차피 역도는 자신과 벌이는 싸움이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이기면 된다. 8월 베이징에서 반드시 나를 이기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역도의 기본 장비 바벨 Barbellㅣ역도선수가 경기할 때 들어 올리는 철강제 바(Bar)를 바벨이라고 한다. 바벨은 샤프트(Shaft), 디스크(Disc), 칼라(Collar)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바의 무게는 성별에 따라 다르다. 남자는 20kg이며 여자는 15kg이다. 바벨은 그동안 2.5kg 단위로 무게를 늘려 갔으나 2005년 국제역도연맹(IWF) 집행위원회에서 1kg 단위로 낮췄다. 샤프트 Shaftㅣ선수들이 바벨을 들어 올릴 때 손으로 잡는 부분. 슬리브 Sleeveㅣ바벨의 양쪽 끝에 디스크를 끼우는 부분이다. 지름은 5~5.5cm이다. 역도복 Costumeㅣ 몸에 꼭 맞는 원피스 형태다. 티셔츠는 입을 수 없다. 역도 혁대 Weightlifting Beltㅣ 최대 폭 120mm까지 쓸 수 있다. 경기할 때 허리를 보호한다. 역도화 Weightlifting Shoesㅣ 일반 운동화와 다르게 특별 제작된다. 신발 밑부분에 나무와 고무가 깔려 있어 바벨을 들어올릴 때 발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한다. 밴디지 Bandagesㅣ손목과 무릎을 감싸 바벨을 들어올릴 때 전달되는 중량으로부터 각각의 부위를 보호한다. 특히 손목의 경우 근육의 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해 기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손목과 무릎 모두 폭이 8cm 이내여야 한다. 다른 부위에는 사용할 수 없다. 손가락에는 반창고를 쓴다. SPORTS2.0 제 89, 90호(발행일 2월 11일)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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