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제주도를 다 꿰고 있는 ‘마사회’_각설탕 <각설탕>을 처음 기획한 것은 3년 전. 마사회에 찾아가 영화 촬영협조를 구했는데, 처음엔 문전박대를 당했다.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영화를 통해 씻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며 꾸준히 설득해 결국 OK를 받았다. 마사회 소속으로 65만평의 초지에서 경주용 말을 길러내는 제주도의 육성 목장이라는 곳에 내려갔다가 그 넓음에 입이 벌어졌다. 옆 한남 목장에도 갔는데,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목장을 모델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헌팅과정에서 마사회는 어디 지점에 초지가 좋고 그림이 좋은지 다 알고 있어 제주도 헌팅 매니저 역할을 해줬다.
02 럭셔리 멜로의 세트 만들기_사랑따윈 필요없어 제작진이 내세우는 이 영화의 최고의 볼거리는 극중 부호의 상속녀인 민(문근영)의 거대 저택이다. 호화로운 저택에 어울리는 매혹적인 로케이션 장소로 선택된 곳은 전라남도 보성의 대한다업 사유지의 제2농장. 그러나 이미 관광지로 유명해진 제1농장과는 달리 2농장에서는 순수하게 녹차 생산만을 할 거라는 대한다업 측의 고집 때문에 섭외는 쉽지가 않았다. 제작부의 끈덕진 설득 끝에 대한다업 측의 세트 촬영 허가를 받아냈지만, 다음엔 관청이 문제였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땅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법 때문. 그러나 다행히도 보성은 관광이 중심인 지역이라 군청 측에서 임기응변식의 세트 공사 허가를 내려주었다. 민원 신고의 수리기간까지 약 2달 정도 걸리니 그간 다 촬영하라는 것. 우려와 달리, 2달 동안 세트 공사는 물론 촬영까지 모두 마칠 수 있었다.
03 교정국 섭외만 5개월_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극의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세트 촬영 대신, 실제 교도소 촬영을 추진했다. 2005년 9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총 5개월 동안 꾸준히 교정국과 협상을 벌였다. <친절한 금자씨> <주먹이 운다> 이후, 교정국에서는 교도소 촬영을 위한 규정과 10명의 심사위원을 구성해 놓았다. 이에, 서울영상위원회 추천서 등 많은 서류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스토리에 문제가 없을 경우에만 촬영이 가능했던 것. 좋은 원작과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촬영 허가가 떨어졌다. 그리고 실제 촬영 기간 동안에도 교도소 출입할 때 매일 신원확인과 촬영 장비를 확인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04 까다로운 안마시술소 _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영화에서 안마시술소 장면은 극의 절정이 일어나는 중요한 장소다. 하지만 서울 시내에 위치한 안마시술소는 하루 매출이 1,000만 원 단위를 넘어가는 수준이라서 그 정도의 비용을 고스란히 대여비로 지불해야 한다. 3일이나 촬영해야 하는데 그 비용은 더없이 버거운 형편. 어쩔 줄 몰라 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안양 쪽에 폐업한 안마시술소가 있다는 것. 고맙게도 내부 인테리어까지 그대로 있어 반가움에 목이 멜 지경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또 발생했다. 싸게 빌릴 수는 있었지만 날짜를 고를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필이면 빌릴 수 있는 날짜가 촬영 시작 날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제일 먼저 촬영해야 했다.
05 외화유출 막은 국방부_한반도 영화 속에는 일본 자위대의 침공에 맞서는 해군과 공군의 모습들이 필수적이었다. 처음에는 만나주지도 않던 국방부가 CG 팀이 준비한 애니메이션 동영상 콘티뉴이티를 보더니 그때부터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작년 12월엔 결정이 났어야 하는데, 그때까지 좋던 국방부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다. 협조가 어려울 것 같다는 불가능의 분위기가 뇌리를 번쩍 스쳐 지나간다. 프로듀서는 CG팀, 해외 코디네이터, 제작팀을 먼저 태국으로 보냈다. 최종 승인의 약속을 받고 그들이 태국에서 홍콩을 경유하는 찰나, 국방부에서 연락이 왔다. CG팀 슈퍼바이저가 홍콩 공항이 떠나갈 정도로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는 후일담도 들린다.
06 문화재의 ‘심리적’ 훼손?_왕의 남자 영화 속 궁궐 장면을 찍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촬영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문화재청에서는 촬영 심의위원회를 열어 경복궁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알려왔다. TV 사극 드라마가 촬영을 하며 문화재에 손상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어서 프리젠테이션을 열심히 준비해 문화재를 전혀 훼손하지 않으며 촬영할 것임을 알렸다. 그러나 1년 만에 모인 심사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촬영 불가를 통보해왔다. 물리적 훼손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경복궁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문화재의 심리적 훼손이 이유라니 납득하기 힘들었다. 결국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촬영지는 전북 부안 테마파크로 결정됐다.
07 최고 튼튼한 서커스 세트_구미호 가족 초기에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 바로 영화의 주요 무대가 되는 ‘서커스장’에 대한 판단이었다. 구미호 가족들이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마련한 서커스장의극 중 설정은 서울 남산 옆에 있는 것이나, 세트를 만들어야 했다. 촬영의 안정성이나 날씨, 동시녹음 등을 고려했을 때는 실내와 실외로 나누어서 내부는 스튜디오에서 찍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연기자들의 연기 호흡을 끊게 될 수도 있고, 작품 자체의 퀄리티를 위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헌팅을 다닌 결과 군산으로 결정을 했다. 그런데 바닷가 앞부분이라 갈 때마다 눈보라가 몰아치고, 비바람이 심해서 과연 세트를 지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결국 완성된 이 작품의 서커스장 세트는 다른 세트장보다 규모가 큰 편인데, 훨씬 촘촘하게 철골을 만들고 방수가 잘 되는 천으로 신경을 써서 만들었다.
08 전국을 뒤지면 답이 나온다_스승의 은혜 스승의 은혜를 피로 갚는 영화 <스승의 은혜>의 주된 배경은 해변의 별장. 처음에는 주인공 박여옥 선생이 사람들을 피해 은거하는 곳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해변이 아닌 저수지로 설정할까, 고민했었다. 그러나 시나리오에 절벽과 방파제 등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터라 해변과 저수지를 동시에 뒤지기로 했다. 2팀으로 나눠 서해에서 남해까지 위에서부터 아래로 쭉 훑었다. 컨셉트는 석양이 아름다우면서 사람의 흔적이 적은 곳. 해변의 경우, 전국의 80군데 이상의 해변가를 뒤졌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낸 곳이 안면도의 샛별 해수욕장. 특색 있는 전경에 벼랑 끝 살인장면을 촬영하기에 좋은 벼랑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사유지라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가지고 충남 태안시 자치단체와 지역 유지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한 후에야 어렵사리 수락을 얻어낼 수 있었다.
09 한반도 올 로케이션_오래된 정원 <오래된 정원>은 메인 장소만 75군데, 서브로 짧게 들어간 곳이 100여 군데 된다. 임상수 감독은 세트보다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하는 편이었고, 제작부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한 신을 한 장소에서 찍는 것이 아니라 이 장소에 찍고, 다른 장소에서 찍은 후 합쳐서 만들어낸 장면이 많았는데, 예를 들어 주인공이 집으로 들어오는 장면에서, 길에서 들어오는 길은 충청도, 집이 있는 곳은 전주 부근의 오픈 세트에서 촬영해야 했다.
10 옥상 헌팅의 타이밍_로망스 영화 <로망스> 촬영 중, 영화상 매우 중요한 장면인 마지막 옥상 신의 촬영지 섭외가 어려움에 부딪혔다. 동원인원도 많고 액션 신이 주를 이루는 장면이라 이를 오픈세트로 짓기에는 예산이 부족했다. 만족할 만한 장소가 없어 결국 조건 미달 장소를섭외했다. 그러다 촬영에 임박해 극적으로 전북 제 2도청이 새 청사로의 이사 때문에 건물이 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촬영은 모든 조건에 맞는 적격의 장소에서 기분 좋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11 민간인은 모르는 한강의 숨은 곳_괴물 <괴물>은 한강의 여러 곳을 촬영해야 했는데,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로케이션이 수월했던 편. 하지만 한강엔 통제구역들도 많아서 그곳에서 촬영을 하려면 기관을 통해 통제를 풀고 들어가야 했다. 예를 들어 비가 오면 빗물을 조절하는 유수구 같은 곳은 민간인이 들어가기 힘든 곳이다. 한강이기 때문에 가장 큰 문제는 팔당댐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 영화 촬영을 위해서 팔당댐의 수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특히 반포대교 밑에 있는 잠수교의 경우 조금만 한강 수위가 올라가도 잠기는 곳이기 때문에 힘들었다.
12 2002년 월드컵 재현_눈부신 날에 <눈부신 날에>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남자 우종대에게 축구를 좋아하는 꼬마소녀 준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002년 한일월드컵 기간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데다 축구를 좋아하는 준이 독일과의 4강전 승리를 상상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경기장 섭외는 필수적이었다. 결국 서울 상암경기장의 동의를 구했으나 계속되는 비로 촬영 일정이 조정되면서 상암에서의 촬영은 어려워졌다. 그래서 촬영이 가능한 전국의 거의 모든 축구경기장을 대상으로 섭외에 들어갔다. 다행히 부산 촬영지에서 가까운 울산 월드컵 경기장의 허락을 받아 스케줄 내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영화 제작은 스케줄과의 전쟁이라 <눈부신 날에>처럼 오픈 세트에서의 촬영이 많은 영화들은 하늘에 비는 심정으로 촬영을 진행한다.
13 나무 심을 곳을 찾아라!_연리지 <연리지>의 엔딩 신은 영화의 포인트. 내용은 슬프고 화면은 예쁘게 나와야 했다. 문제는 연리지 나무를 어디에 심느냐. 예쁜 곳만 찾는다면 얼마든지 있지만, 직접 제작한 연리지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 거다.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정한 곳이 우도. 날씨가 너무나 변덕스러워 촬영하는 데 있어서는 최악의 장소였지만, 나무도 심을 수 있고 장면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예쁜 곳으로는 그만한 곳이 없었다. 결국 원래 있었던 것처럼 나무를 심고,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3일간 촬영했다.
14 공포탄 날릴 빌딩 옥상?_야수 오진우(유지태)가 유강진(손병호)을 살해하는 장면. 공포탄을 실제로 사용해야 리얼리티를 살릴 수가 있었다. 그런데 도심 속 옥상에서 엄청난 굉음이 나는 공포탄을 사용할 수 있는 건물, 거의 없다. NG까지 감안한다면 수십 발의 공포탄을 쏴야만 했다. 게다가 반드시 낮에 촬영해야만 한다. 그래서 많은 빌딩들이 장소를 대여해주길 꺼려 했다. 결론은? 총 쏘는 건물과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장면의 건물, 두 개가 다른 곳에서 촬영됐다. 마지막에 유강진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국회의사당은 큰 의미를 가졌기에 꼭 등장해야만 했다. 하지만 사람 죽는다는데 쉽게 빌딩 옥상을 내줄 건물주가 누가 있겠나.
15 빗발치는 민원 관리하기_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의 주요 촬영지는 하동의 <토지> 세트장이다. 관광지인데 촬영 중인 세트장은 관람을 할 수 없으니 “돈 내고 들어왔는데 보지도 못하게 한다”며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또한 세트장 주변으로 초가집들이 있는데 실제로 사람이 살았다. 그런 상황에다 밤 촬영을 할 때는 조명 때문에 너무 환해 주민들이 잠을 못 잔다고 난리, 양봉업자는 벌들이 잠을 못 잔다고 난리, 시끄럽다고 술 마시고 와서 난리 등 촬영 내내 각종 민원을 받아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성심성의껏 비는 방법밖에 없었다. 촬영에 협조해 달라는 눈물겨운 부탁만이 촬영을 무사히 마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16 옥상 따로, 주차장 따로_아파트 영화 <아파트> 배경의 약 90퍼센트가 아파트인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이 아파트 섭외였다. 국내 건축법상 마주 보는 아파트는 지을 수 없다 하니 작품 입맛에 딱 맞는 아파트는 애초 포기했지만, 웬만한 아파트에서 다 촬영을 허가하지 않는 거다. 결국, 옥상, 베란다, 주차장, 조깅로, 복도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파트의 세부 공간들을 전부 다른 곳에서 찍어야 했다. 아파트 부녀회의 힘이 어찌나 막강한지. 우여곡절 교섭을 거쳐, 대금 지불까지 로케이션 섭외가 완벽하게 마무리 된 후, 촬영팀이 ‘급파’되어 재빨리 분량을 마치고, 다른 아파트로 이동! 촬영 3개월 동안 이 작업의 연속이었다. 결국 총 11군데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촬영을 마무리.
17 “어머, 엄정화야!”_미스터 로빈 꼬시기 <미스터 로빈 꼬시기> 전반부에 등장하는 홍콩 촬영의 대부분은 엄정화의 등장 장면이다. 남자친구와 홍콩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으나 바람을 맞게 된 그녀. 홀로 홍콩 거리를 하염없이 배회하는 신이다. 3박 4일의 촬영기간 동안 하루에 많게는 3~4군데를 촬영했는데, 고맙게도 그녀가 더운 날씨에도 정말 군소리 한 번 없이 촬영해줬다. 그런데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했다. 관광장소인 스타 페리 앞의 버스 정류장을 홍콩의 로케이션 매니저를 통해 전면 통제를 하고 촬영하는데, “어머, 엄정화야!”라고 소리치는 한국 관광객들 덕분에 사운드 통제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한국 관광객들을 진정시키고, 부탁과 회유 끝에 무사히 로케이션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18 파파라치 따돌리기 작전_미스터 로빈 꼬시기 <미스터 로빈 꼬시기>의 제작진들이 홍콩 촬영을 위해 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너무나 놀랐던 이유는 다니엘 헤니의 폭풍 같은 인기 때문이었다. 도착 당시 그가 출연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현지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그의 인기는 더욱 더 급상승한 듯했다. 공항의 입국장 문이 열리자마자 다니엘 헤니를 촬영하려는 파파라치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당일 호텔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촬영이었다. 호텔 주변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는 파파라치들 때문에 다니엘 헤니가 호텔 문 밖에도 못 나가는 실정이었기 때문. 그래서 헤니가 배우용 차량을 타고 가다가 그는 중간에 몰래 내려서 호텔에서 숨고, 배우용 차량은 다른 장소로 가게 만들어서 파파라치들의 시선을 돌리게 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스태프용 버스를 호텔에 비밀리에 보내서 그를 촬영 현장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아무도 헤니가 스태프용 버스를 탈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일의 촬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19 커뮤니케이션의 한계_괴물 3D 괴물 크리쳐가 등장하는 <괴물>. CG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실제로 괴물이 없는 상황에서 주변의 물리적인 반응을 촬영하는 것부터 문제였다. 예를 들어 한강에 괴물이 빠질 때 튀겨야 하는 물방울이나 매점을 밀 때 기울어지는 각도 등 실제적인 효과에 대한 어려움이 많았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는 당연했다. 또 외국 스태프들과 의사소통도 쉽지 않았다. 오퍼너지의 애니메이터들에게 설명을 할 때, 감독이나 프로듀서가 영어를 직접 사용하기도 하고 전문 통역사를 고용하기도 했지만 감정 전달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20 화장실이 더러워요_조폭마누라3 삼양리 목장 촬영 당시 생긴 일. <조폭마누라3>의 홍일점 여주인공 서기는 삼양리 목장의 정취에 전혀 감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누군가가 “여기 정말 경치 좋지 않냐?”고 물으면 똥냄새(시골 특유의 그것)가 너무 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게다가 목장이다 보니 간이용 화장실을 사용했어야 했는데, 서기는 이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PD가 생각해낸 방법은 바로 하나. 조금 멀긴 하지만 스태프들 숙소 화장실까지 다녀오도록 하는 것. 시간은 걸렸지만 서기 역시 결국 머나먼 화장실까지 오갔다고 한다.
21 밥차 밥은 먹기 싫다고?_조폭마누라 3 아무래도 음식이 맞지 않는 게 서기를 비롯한 홍콩 스태프들에겐 문제였다. 그들에게 밥차 밥을 먹이기도 그렇고, 따로 그들을 위한 메뉴를 준비하기도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 결국 서기는 주변에서 우동이나 도시락을 따로 시켜 먹게 했다. 반대로, 홍콩 촬영 시에는 한국식 도시락을 조달해 먹이느라 애를 먹었다고.
22 얼어붙은 다리 위 촬영_울어도 좋습니까 작년 겨울 한창 추울 때 영화를 찍어서 이 작품은 날씨 관련 에피소드가 많을 수밖에 없다. 크랭크 인하는 날 오락가락했던 비는 험난한 날씨와의 전쟁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전주의 어은 쌍다리에서 윤진서와 서지석이 걸리는 신을 찍는 날이었다. 촬영 기간 중 처음으로 밤 신을 찍는 것이었는데, 심지어 비까지 내려야 했다. 살수차를 불러 비를 뿌렸는데 문제가 생겼다. 다리가 다 얼어붙어버린 것이다! 전주영상위원회 사람들이 나와 제작부와 같이 주변을 통제하다가 다리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지는 바람에 앰뷸런스가 출동하는 소동도 벌어지고, 조명팀은 얼음물에 들어가서 다리 사이에 비닐을 설치해야 했다.
23 한국식 미스터리 서클_도마뱀 <도마뱀>에는 미스터리 서클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에서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장면이기에 영화 제작 초기에 미스터리 서클을 찍을 수 있는 장소를 섭외해야 했다. 크랭크인이 9월 20일이었으니 너무 늦어 겨울이 되면 촬영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려고 보니 먼저 국내 영화에는 샘플로 삼을 만한 장면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할리우드영화에서 샘플을 모아야 했는데, 두 번째로 맞닥뜨린 문제는 미스터리 서클이 대부분 옥수수밭이라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땅한 옥수수밭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비슷한 장소도 찾기 힘들었다. 미스터리 서클 장면을 위한 로케이션 헌팅만 2개월이 넘게 걸렸다. 최악의 경우 중국으로 가서 촬영할까도 생각했다. 결국 <웰컴 투 동막골>의 촬영지였던 전북 고창의 학원농장이라는 곳으로 결정됐다. 크랭크인하고 한 달 이내에 클라이맥스 장면을 찍어야 해서 미스터리 서클을 만드는 데도 스태프들이 많은 고생을 했고, 배우들 또한 감정선을 잡느라 고생했다고 한다. 24 사계절 동안 가을 촬영_가을로 제목에서도 느낌이 오듯이, <가을로>는 전체 배경이 가을인 작품이다. 여행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인 여자 주인공이 써넣은 전국의 명소들을 남자 주인공이 따라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전문가가 소개하는 장소들인지라 웬만큼 예뻐서는 어림도 없었다. 보는 사람들의 입이 딱 벌어지는 명소 혹은 숨겨진 예쁜 곳을 다 돌아다녀서 찾아야 했다. 그것뿐인가. 시간이 지나니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고 있었다. 손놓고 다시 가을이 오길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 결국 낙엽을 공수해 뿌리고, 나뭇가지에 가짜 낙엽을 붙이면서 웬만한 야외 촬영분을 진행했다. 눈 내리는 겨울, 푸릇한 봄,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이제 딱 한 신만 남았다.
25 취향 다른 감독과 PD_아이스케키 2002년부터 <아이스케키>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던 이은실 PD는 감독을 물색한 끝에 여인광 감독을 만나게 됐다. 헌데 작품을 찍으며 둘의 이상향이 조금씩 어긋나는 것을 알게 됐다. 감독은 만화적인 상상력이 들어가 있는 재미있는 장면에 힘을 쏟으려 하고, PD는 인물들의 감정선에 보다 포커스를 맞추기를 바란 것이다. 예를 들어 송수라는 극중 인물이 삶은 달걀을 뺏어먹기 위해 일부러 부딪쳐 땅에 떨어뜨리는 장면을 찍는데 감독이 시간 할애를 많이 하자 PD는 애가 타는 식이었다. 그러나 결국 영화를 찍으며 PD는 감독의 입장을 많이 수긍하게 됐고, 감독도 PD의 의견을 받아들여 가족영화로서의 기본을 잊지 않으려 했다.
26 화재 신 찍다 수재 당하다_조용한 세상 촬영 후반부에 규모가 큰 불 장면이 있었다. 기존의 세트장에서는 불 장면 촬영을 금지한다 하여 수소문 끝에 가까스로 알아본 곳이 군산의 폐공장. 실제 건물이 위험하다는 말도 있었지만, 모두가 만족할 만한 규모의 불을 소화할 세트를 짓기엔 예산도 부족하거니와 아무리 규모가 큰 세트여도 실감나는 불 장면을 담아내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내부 의견이었다. 그런데 촬영 당일에는 때 아닌 집중호우가 시작됐다. 공장 내부에서의 촬영이니 비야 막을 수 있었지만, 바닷가 근처라 더욱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은 도저히 막아낼 수가 없었다. 바닥에는 물까지 고여 오고, 장비까지 젖게 되자 결국 모두들 대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27 천둥이의 탄생_각설탕 <각설탕>의 주인공 말인 천둥이가 태어나는 장면을 찍기 위해 호주에서 임신한 족보 있는 경주용 말 한 마리를 사와 제주도 한남 목장에 맡겼다. 이후 제주 목장 세트가 완공돼서 그리로 옮겼는데, 말들은 혼자 있으면 불안해 하기 때문에 한남 목장에 같이 있던 말들도 데려왔다. 이 말의 출산 예정일이 이틀 후라고 해서 다른 촬영을 접고 출산 장면을 찍기 위해 수의사, 관리사는 물론이고, 카메라 세 대를 배치하고, 조명도 세팅하고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출산을 하지 않는 거다. 그렇게 4일 지났을 때 새끼가 나올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배우와 스태프가 모두 목장으로 올라왔는데, 다섯 시간 동안 소식이 없었다. 그렇게 1주일째 된 날 다시 새끼를 낳을 거 같다고 해서 갔는데 또 실패.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당시 투자자나 영화사 대표도 내려왔던 상황. 이렇게 9일 동안 배우와 스태프가 다 기다렸던 것이다. 카메라 세 대와 숙식비용도 그렇지만 촬영에 대한 욕심 때문에 피를 말리는 형국이었다. 이 말의 영화 속 이름은 천둥이지만 마음속으로 암놈이면 ‘천만순이’, 수놈이면 ‘천만돌이’라고 짓겠다고 말하자, 임수정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천만돌파’요”라고 말해 이때부터 천둥이의 현장이름은 ‘천만돌파’가 됐다. 결국 수놈이었지만. 말이 새끼 때 사람들 손을 많이 타는 동물이 아닌데, ‘천만돌파’는 어쩔 수 없이 여러 스태프의 손을 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28 비가 그치지 않았던 홍콩_조폭마누라3 <조폭마누라3> 홍콩 촬영기간 동안, 홍콩에는 비가 너무 자주 왔다. 하루만 해도 흐렸다, 비가 왔다 개이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촬영 스케줄이 꼬이는 경우는 부지기수. 처음에는 일기예보를 그대로 믿고 다음날 비가 온다고 하면 촬영을 아예 잡지 않았는데, 연일 비가 온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비가 웬만큼 오면 촬영을 강행해 나갔다고. 문제는, 꼼꼼한 촬영을 원하는 한국 스태프들이었다. 한국 스태프들은 조금이라도 날씨가 다르면, 화면에서 티가 날 게 뻔하니까 촬영 강행을 반대 했고, 반대로 홍콩 스태프들은 날씨야 어떻든간에무조건 정해진 시간 내에 찍고 끝내기를 원했기 때문에 의견조율이 쉽지 않았다.
29 참새만한 벌레의 현장습격_타짜 군산의 저수지 근처의 창고에서 극중 하이라이트 도박판의 배경인 선박의 선실 내부 세트를 제작해 촬영할 때였다. 습한 저수지 때문인지 그 근처에 거짓말 안 보태고 정말 작은 참새만한 벌레 떼가 무섭게 접근을 했다. 당일 촬영을 할 수 없을 정도면 말 다한 것 아닌가. 결국 벌레 소탕 때문에 방역차 불러서 소독약 뿌리고, 현장 세트에 대형 모기장을 쳤다. 그런데 이게 웬걸, 방역차의 연기가 빠지는 데에도 2시간 이상이 걸리는 것이다. 촬영하기까지 인고의 시간의 필요했다.
30 순발력이 강해야 산다_해변의 여인 서해안에서 본격적인 촬영을 하기 전에 서울 촬영을 했다. 인사동 야외 촬영을 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렸다. 촬영 취소를 생각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비가 오는 설정으로 바꿔가자고 발표했다. 천재지변이 아닌 한 그 어떤 상황이라도 현장에서 해결하기를 원하는 감독님의 성향이 나와 버린 것. 큰 촬영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바뀐 상황에서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거기다 거리 장면이 생겨 보조출연자들도 필요하고, 비가 오니 우산도 필요하고, 배우들을 위한 공간까지! 제작부의 초인적인 능력이 필요할 때였다. 결국 감독님의 의견대로 길 가던 사람을 섭외해 긴장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31 보험 들길 잘했지!_예의없는 것들 2번의 카메라 사고가 났다. 한번은 밤에 신하균이 달리는 장면을 찍기 위해 오승완 촬영감독이 핸드헬드로 카메라를 들고 찍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카메라가 크게 고장이 났다. 다행히 촬영감독도 무사하고 필름도 멀쩡해 그 컷을 오케이로 갔지만, 카메라가 고장 나는 바람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다행히 보험을 들어 놓
32 마사회 기수들을 캐스팅_각설탕 한국마사회에 기수·조교사가 소속돼 있지만, 이분들은 다 개인사업자이다. 따라서 기수 협회, 조교사 협회, 관리사 협회 허락을 받아야 하고, 개별로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 영화 속에 출연할 기수들을 모으는 것은 굉장히 힘들었다. 처음 기수분들에게 영화를 찍겠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래서 대한민국 최고의 기수인 김효섭 기수를 만났는데, 이분은 처음 <각설탕> 촬영에 등장한 경주마 ‘신세대’의 은퇴식에서 그 말을 탔던 인연이 있었다. 결국 김효섭 기수가 직접 말을 타고 테스트 촬영을 했고, 이 장면으로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 마사회를 비롯한 관계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이 데모 테이프를 보고 박수를 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33 올인 가능, 담력 충전 배우_스승의 은혜 <스승의 은혜>의 경우, 왜 스타가 아닌 신인들을 주연으로 기용했냐고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여기에는 제작기간 문제가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 공포영화는 늦어도 7, 8월에는 개봉을 해야 하지 않나? 촬영 일정이 빠듯하게 잡혀 그 영화에만 ‘올인’할 수 있는 배우들이 필요했다. 지하실 신의 경우, 배우들은 특수 시체분장을 하고 장기간 앉아 있어야 한다. 대사 한 줄 없더라도 특수 분장을 하고 배경으로 등장해야 하는 촬영분량이 많아 배우들이 잘 따라와 줄지 걱정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뽑힌 배우들은 다행히 잘 따라왔다. 또래라 그런지 서로 잘 어울린다. 그러나 무서운 장면을 많이 봐서인지 배우들이 숙소를 무서워했다. 숙소에서 잠을 잘 때마다 가위에 눌리는 일이 많아서였다. 프로듀서 자신도 공포영화를 무서워하는 터라 배우들 관리가 힘들었다고. 선생 역을 맡은 오미희는 숙소 분위기가 무섭다며 먼데도 불구, 서울과 안면도를 오가며 촬영하고 있다.
34 그 역할엔 오로지 그 배우_사랑따윈 필요없어 일본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국내에서 스크린으로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이 원작의 영화화 소식에 굴지 매니지먼트사의 톱스타 몇몇은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부터 이 프로젝트에 뜨거운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제작사의 총괄 PD와 담당 PD, 이철하 감독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주인공 역할에 적합한 배우는 문근영과 김주혁이라는 믿음을 굳건하게 지켜왔다. 끊임없는 톱스타들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불구하고, 제작진들은 다른 그 어떤 배우들에게도 시나리오를 건네지 않고 두 배우의 대답만을 6개월간 묵묵하게 기다렸던 것. 어떻게 들으면 별 고생처럼 들리지 않지만, 시나리오를 한 배우에게만 주고 그 대답만을 기다린다는 것은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커다란 인내심 싸움이다.
35 나만 따라오란 말이야~_조폭마누라3 30여명의 한국 스태프와 배우를 대동하고 <조폭마누라3>의 홍콩 촬영을 위해 홍콩에 도착한 날. 공항에서 스태프 2명이 사라졌다. 이들은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한 걸까? 속이 타는 PD는 이들을 찾아 헤맸다. 알고 보니 홍콩에 여러 번 와봤다는 스태프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데리고 ‘더 빠른 출구’를 통해 나갔던 것. PD는 홍콩 촬영 당시 일행을 인솔함에 있어서 꼭 “조금 아는 친구들이 문제”였다고 털어놨다. 한 장소에서 모여야 할 이들이, 홍콩 지리를 조금 안다고 하여 쉬운 길을 찾아간다거나 해서 꼭 찾아 헤매도록 만드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36 옥체보존 힘든 ‘왕의 남자’_왕의 남자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 중 없으면 촬영이 불가능한 것이 단 한 가지 있다. 바로 배우다. 그런 이유로 배우의 안전에 유난히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촬영이 진행된 부안 테마파크는 당시 안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고는 왕의 처소 세트에서 발생했다. 난간에 안전대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이준기가 밤에 촬영을 마치고 나가다 미끄러져 계단에 부딪힌 것이다. 처음엔 갈비뼈가 부러진 줄 알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 정도로 큰 사고는 아니었다. 대신 오른쪽 정강이가 5센티미터 정도 찢어져 있었다. 다행히 뼈가 튼튼해서 꿰매고 바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고, 나중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무사히 촬영을 끝마칠 수 있었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프로듀서가 식은땀 깨나 흘렸다.
37 노 스턴트 배우의 무서움_야수 권상우는 실제로 연기에 욕심이 많은 친구다. 특히 액션장면에는 더 그렇다. 하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애간장 탈 만하다. 그래서 권상우의 모든 신체 부위에 억 단위를 넘는 보험까지 들었을 정도다. 위험하니까 대역을 쓰자며 말렸는데도 그는 무리까지 해서 직접 해냈다. 예를 들어 장도영이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들 수 있다. 높이가 5미터 정도 되는 개울가로 뛰어야 했다. 바닥에 매트리스도 깔고 이런저런 안전장치를 해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뒤편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하는 제작진의 입천장은 바짝 말랐다.
38 배우의 피부는 소중하니까요_신데렐라 2개월간 35회라는 벅찬 스케줄 탓일까. 영화 <신데렐라>의 현장 막바지에는 감기 환자들이 속출했다. 하루 한두 명씩 제작부 차량으로 병원에 실려가던 어느 날 아침, 주연배우 신세경이 급하게 병원으로 실려가는 긴급상황이 발생했다. 알고 보니 전날, 욕실 장면을 찍으면서 얼굴에 묻혔던 거품용 비누가 트러블을 일으켰다고. 시각적 이미지를 위해 예쁜 색깔의 비누를 찾느라 미처 배우의 피부 적응도를 파악하지 못했고, 거기에다 얼굴에 석고 팩을 씌운 채 장시간의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17세의 고운 피부가 트러블을 일으켜 광대뼈와 볼 주변이 불그스름하게 올라왔던 것. 다행히 해운대 근처 피부 에스테틱을 찾아 좋다는 팩과 젤을 이것저것 골라 안정화 작업을 거치면서 피부는 원상태를 회복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던 김재영 PD는 피부 에스테틱에서 처방해 준 가장 효과 좋다는 콜라겐 팩 한 장이 5만 원이나 한다는 말을 듣고 남자들은 모르는 그녀들만의 세계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하게 됐단다.
39 피아노 영재 찾아 삼만리_호로비츠를 위하여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제작진들이가장 고심한 캐스팅은 극중 천재 피아니스트로 등장하는 아역 캐릭터 경민. 오디션을 보면 연기 잘하는 아역 배우들은 많으나 결정적으로 피아노를 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아이들 중에서 연기가 가능한 아이들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영화의 제작부들은 서울의 웬만한 동네의 피아노 학원은 전부 수소문하고 다녔다고. 5개월간의 수소문 끝에 결국 ‘스타 피아노’라는 학원에서 영화의 경민을 연기한 신의재 군을 추천받아서 오디션 끝에 아역 캐스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신의재 군을 주인공으로 점찍었던 것은 아니라고.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 1달간 연기 선생님을 붙여서 연기 트레이닝을 시켜본 결과 발전의 정도가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캐스팅이 가능했다. 피아노 실력은 어땠냐고? 말할것도 없이 대단했다.
40 두 명의 감독과 일하기_천하장사마돈나 <천하장사마돈나>의 감독은 이해영과 이해준, 두 사람이다. 이들은 함께 작업한 시간만큼 함께 살아왔으며 현재도 동거 중이다. 두 사람의 주거상태까지 말하는 이유는 함께 일하면서 힘든 점 중의 한 가지는 바로 ‘두 사람이라는 인지’였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말하면 당연히 다른 한 사람도 알 거라는 자동인식이 실무를 진행할 때 어려운 점이었다. 두 사람은 많이 비슷하고 몹시 다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두 번 말하고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한다고 전제했지만 그게 간단하면서도 간단하지 않기도 해서 PD 입장에서는 그 점이 늘 신경 쓰이는 지점이었다. 그런데 가장 확실한 어려움은 편집실에서 나타났다. 편집자와 PD와 그리고 두 명의 감독이 의견을 조율해야만 하는데 그 난관 앞에 두 감독의 의견마저 각각 다를 때 먼저 두 감독의 의견이 조율되길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41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는다_예의없는 것들 <예의없는 것들>의 프로젝트는 2000년부터 시작됐다. 이때부터 김영헌 PD와 박철희 감독이 함께할 것을 약속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함께한 것. 5년 남짓한 시간이 돼서야 크랭크 인을 하게 됐고,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 동안 무척 힘들었지만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만큼 시나리오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 원래는 제작사 씨네라인 투에서 진행되다가 튜브 픽처스로 제작사를 바꾸며 프로젝트는 탄력을 받고 진행됐다.
42 의리로 버틴 세월_아치와 씨팍 익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아치와 씨팍>은 기획에 들어선 지 8년 만에 개봉하는 기구한 세월을 보냈다. 그 지난한 시간 중엔 자금난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잠정적으로 작업을 접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1년도 포함됐다. 2002년, 대작영화들이 줄줄이 넘어지면서 그 자금난의 여파는 <아치와 씨팍>팀에도 다가왔다. 결국 2002년 가을, 추석 바로 며칠 전, 스태프들을 모두 모아 ‘우리 좋은 때 꼭 다시 만나자’는 결의를 다지며 작업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몇 명만 남기고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게 진행비도 없이 이리저리 돈 빌리며 1년을 버틴 후 다행히 2003년 여름부터 다시 제대로 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눈물 흘리며 내보냈던 스태프들을 하나하나 모으는 데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바로 투입할 수 있었던 사람, 하고 있던 작업 끝내고 다시 돌아온 사람 등 그래도 작업이 끝날 때쯤에는 처음 시작했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왔다고.
43 오랜 기다림, 달콤한 결과_잔혹한 출근 <먼데이 드라이브>라는 가제로 시작된 이 유괴 이야기는 신미혜 PD가 오랜 기간 영화화를 준비했던 작품이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후 게이트 픽처스와 손을 잡고 김태윤 감독을 만나게 된 후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주연을 맡은 김수로의 스케줄을 맞추느라 충분한 프리 프로덕션 기간을 갖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전 단편에서 블랙 코미디에 감각을 보인 김태윤 감독과 김수로는 찰떡궁합이었다.
44 시간은 돈이다_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돈이 별로 없는 영화는 오직 ‘돈’이 문제의 선두에 선다. 다른 문제보다 더 냉정하고 가슴 쓰리기 때문이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도 넉넉하게 돈을 쓸 수 없는 영화다 보니 돈 문제가 많았다. 급기야 세트장을 빌릴 때 갑자기 돈을 구하기가 힘들어 주연 배우인 김승우가 돈을 빌려줘 선금을 낼 수 있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곧바로 갚았기는 했지만 갈비집을 대여할 때 들여야 했던 추가요금은 쓰린 가슴에 굵은 소금을 뿌린 격이었다. 김승우가 갈비집 주인 아들인 관계로 갈비집 촬영이 필수. 한창 촬영하고 있는데 예정된 시간보다 촬영이 늦어졌다며 식당 주인이 돈을 더 내라는 것이었다. 이미 많은 부분을 촬영한 상태니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고,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꺼내야만 했다.
45 예산 초과 음악 저작권료_방문자 1억 3,000만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방문자>는 촬영횟수 13회차, 총 19명의 스태프들이 모여 후반작업 외에 감독 본인과 지인들의 자금을 모아서 만든 영화다. 이런 배고픈 영화에서 가장 힘겨운 부분은 예상치 못했던 비용 부분인 극중 음악과 영화로 사용되는 작품의 저작권 부분. 그래서 <방문자>에 나오는 삽입곡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의 저작권은 배우 김재록이 금전적으로 해결했고, 극의 주인공인 강지환과 김재록이 함께 보는 영화 <우작>은 국내 영화 수입사측의 배려로 상상치도 못할 적은 비용으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했다.
46 명품 중의 명품 의상_사랑따윈 필요없어 <사랑따윈 필요없어>에서 김주혁은 강남에서 제일 잘나가는 호스트 줄리앙을 연기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여자들을 무너뜨릴 만큼 멋있어야 하는 캐릭터여서 김주혁을 비롯한 제작진들은 그의 패션에 무척이나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 오죽하면 다른 일반 영화와 비교할 때, 전체 의상비만 3배 이상 들었겠는가. 그 중 가장 많은 돈이 소요된 그의 의상은 아시아에 딱 한 벌만 컬렉션을 통해 돌아다니는 명품 중의 명품이라고. 국내의 브랜드 매니저를 통해 아시아 컬렉션을 돌고 있는 의상을 수배해서 수트 한 벌에만 500만원이나 하는 의상을 구매했다.
47 경주마의 속사정_각설탕 한국마사회 소속의 말은 1,600두. 이 말들은 한국마사회의 말이 아닌 개인들의 말로 위탁 관리하는 거다. 이 말의 가격은 몇 천만원에서 억대까지 가는 말인데. 운이 좋았던 것이 부산경마장이 작년에 개장을 했던 것. 약 1년 동안 부산경마장에서 모의 경주를 한 후 경주마를 공모하고 경매를 했다. 여기서 유찰된 말 50두가 나왔다. 이 말들은 모의 경주를 뛴 말인데, 그 중 32두 정도는 쓸 수 있었다. 문제는 이 말들을 서울로 끌고 올라왔는데, 32두를 둘 공간이 없었던 것. 어렵게 한국마사회의 협조로 공간을 마련했으나, 이 말들이 하루에 먹는 사료비가 30~40만 원 정도. 게다가 말의 관리사가 필요해 경마고등학교의 학생들 네 명을 한 달에 120만 원씩 주고 고용했다.
48 강아지 전용차만 2대_마음이... <마음이...>는 ‘마음’이라는 이름의 개가 주인공인 영화. 마음이 역을 맡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달이는 생각보다 연기를 너무 잘했다. 그러나 5월 말이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강아지가 서서히 더위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달이가 등장하지 않는 신이 거의 없는 터라 제작진은 초긴장했다. 쉬는 중간 중간 선풍기를 틀어주고 수시로 영양제를 주며 맛있는 걸 사주는 것은 기본. 개 전용차량도 마련했다. 원래 있던 차량이 별로 시원한 것 같지 않아서, 열기가 전달 안 되는 특수차량을 대여받아 달이의 전용차량으로 이용했다.
49 기봉이 아저씨 챙기기_맨발의 기봉이 실제 인물을 모티프로, 이름도 그대로 가지고 와서 만든 <맨발의 기봉이>는 촬영 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분명 영화를 개봉하면 어떤 이들은 엄기봉 아저씨를 이용했네, 그분에게 해준 게 뭐가 있네, 하는 말들이 나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그분들께 폐가 되지 않을까. 실제 동네가 집성촌이라 이장님도 기봉 아저씨와 전부 친척 관계였기 때문에 그분들 다 계신 자리에서 계약도 진행하고, 영화사 대표님과 함께 가서 고마운 마음에 동네잔치도 해드렸다. 영화를 진행하면서 사실, 배우들보다 더 신경을 썼던 것이 실제 엄기봉 아저씨와 어머니였다.
50 숨 막히도록 불타는 25초_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 극 중 인물 환(문성근)이 불타는 장면을 찍는 날.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특수효과팀이 총출동하여 대대적인 분신 장면을 시도했다. 리얼리티를 위해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생화면을 원했다. 제작진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최소한의 보호장비만을 갖춘 채 위험을 감수하며 촬영 기간 중 최대의 모험을 감행한 것. 충분한 안전장비를 갖추고도 인간이 전신 분신 상태에서 견딜 수 있는 시간은 단 25초다. 앵글 밖에서는 특효팀과 스태프들이 소화기를 준비한 채 컷 사인과 동시에 스턴트맨에게 달려들어 화염을 진화한다. 한번에 오케이 컷을 건지길 바라는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불길은 바라는 모양새로 피어오르지 않았고, 스턴트맨의 몸에선 단내와 연기가 피어올랐다. 결국 세 번째 촬영에서 제작진은 만족할 결과를 얻었다. 정말 숨 막히는 25초의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