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베푸는 자비를 먹는다! 잡초 예찬
들에 나가 한 바퀴 휘~하고 도니 바구니가 한가득 채워진다. 씨를 뿌리고 애쓰는 수고를 더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는 잡초들. 찬물에 한 번 가볍게 흔들어 씻고 물기를 털어내니 밥상이 뚝딱 차려진다. 아~ 싱싱한 자연의 맛이다. 풀내음, 꽃내음 가득한 잡초 음식이다.
지천에 깔린 공짜 음식, 잡초
8월 뜨거운 뙤약볕이 머리 위로 내리쬐던 날 경기도 시흥에 있는 연두 농장을 찾았다. 후끈한 열기 속에서도 푸른 잎이 한껏 싱그러워 보인다.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라는 책을 지은 변현단 대표가 이끄는 농장이다.
몇 년 전 농장을 시작했다는 그녀지만 어엿한 농부 태가 난다. 먹는 잡초에 대해 얘기를 꺼내니 금세 바구니를 들고 밭으로 나간다.
그 수많은 풀들 속에서 속속들이 이 시기에 먹기 좋은 풀들을 골라낸다. 요즘 매일같이 먹는 쇠비름부터 시작해 당뇨에 좋은 달맞이꽃, 혈액순환에 좋은 까마중, 해열제 역할을 하는 토끼풀 등에 대해 줄줄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렇게 지천에 깔린 잡초들이 다 약이란다.
잡초를 먹는다는 생소한 개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변 대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잡초라는 것은 밭을 재배하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구별해놓은 개념이라는 것. 팔아 돈이 되는 작물을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 그 옆의 다른 풀들은 불필요한 잡초가 되는 것이다. 작물보다 훌쩍 자라 귀한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몹쓸 풀로 취급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잡초 중에 때로는 밭에서 키우는 작물만큼 혹은 작물보다 더 귀한 풀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공짜로 쑥쑥 자라 아낌없이 주니 오히려 고마운 식물이다.
잡초, 맛있고 건강하게 먹는 법
잡초는 생으로 먹어야 영양과 맛을 확실하게 취할 수 있다. 봄에 나는 어린 새순은 어떤 잡초든 먹어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여름과 가을 양기를 받아 억세진 풀이나 꽃을 따서 먹을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생명을 품을 때는 여느 생명체가 그러하듯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잡초 역시 독성을 갖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데치거나 물에 우려낸 뒤 요리하면 독을 제거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잡초의 독성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나타낸다. 일부 잡초는 독성에 의해 혀가 얼얼해지는 등의 마비 증상을 보이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것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 욕심을 부려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잡초를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비결이다.
어떤 잡초를 먹어야 할지 잘 모를 때는 조금 뜯어 씹어보면 알 수 있다. 단지 쓴맛이 있는가 하면 독이 있어 이상하게 쓴맛이 있는 것, 지나치게 이상하고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 ▲ 1 지천으로 깔려있는 토끼풀은 달짝지근하고 상큼한 맛이 일품이다. 뜯어서 샐러드로 먹거나, 녹즙으로 먹으면 좋다. 2 무기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방가지똥은 유방암에 좋다고 알려진 잡초다. 해독작용도 있어 건강관리에 도움을 준다. 3 연두 농장의 대표인 변현단 씨에게 잡초는 번잡스러운 풀이 아니다. 자연의 푸르름을 선물해주는 귀한 먹거리다. 4 입 안에서 톡 터지는 달짝지근한 까만 열매는 아이들이 즐겨먹는 까마중이다.
잡초의 영양 그대로, 쌈과 샐러드
잡초를 생으로 먹을 때는 재래 된장을 곁들여 쌈으로 먹거나 소스를 만들어 샐러드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토끼풀과 민들레를 비롯한 거의 모든 잡초로 녹즙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풀을 갈면 쓴맛이 나므로 꿀을 섞어 먹으면 좋다.
살짝 데쳐 양념해 먹는 나물
질기지 않은 잎사귀는 나물로 먹는다. 끓는 물에 넣고 살짝 데쳐 찬물에 담근 뒤 물기를 꼭 짜낸 다음 장과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다. 소금과 된장을 사용하면 나물 고유의 맛이 산다. 맛이 강하다면 장시간 물에 담그고, 물을 자주 갈아주면 맛이 옅어져 부담스럽지 않다.
맛과 향이 살아 있는 찜
원추리 빠리, 가죽나물, 자리공 줄기, 박주가리 열매 등의 뿌리와 줄기는 양념해서 찌거나 고기와 함께 쪄서 먹는다. 맛과 향이 풍부해 입맛을 돋우며 고기 등을 부드럽게 만들어 식감을 높일 수 있다.
바삭하고 고소하게 즐기는 튀김과 부침
꽃과 잎을 깨끗이 씻어 채반에 널어 물기를 뺀 다음 찹쌀가루나 튀김가루를 입혀 기름에 살짝 튀겨 낸다. 부침은 전체 잡초에 해당하는 요리법. 뿌리째 부쳐 먹거나, 잘게 썰어 부쳐 먹는다. 부침가루 대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통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수하게 마시는 국
소리쟁이나 질경이 등 드센 잎과 줄기는 국 재료로 이용한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잡초를 넣어 끓이면 시원한 특제 국물 맛이 완성된다. 멸치나 조개를 넣어 국물을 우려내도 좋다.
입맛 살리는 별미 반찬, 절임
깻잎처럼 고춧가루, 깨소금, 마늘, 간장 등을 잎에 발라 재어 먹는 것도 별미다. 뿌리까지 절여 먹으면 영양이 풍부하다. 장아찌도 입맛을 돋워주는 좋은 메뉴다. 10% 농도의 소금물이나 쌀뜨물에 잡초를 넣고 하루 이틀 담근 뒤 깨끗이 씻어 잡물을 빼고 채반에 널어 그늘에서 말린다. 소금에 살짝 절인 뒤 식초나 간장을 붓고 매실효소 혹은 과일 효소액을 넣어 절인다.
가을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건강 잡초
1 방가지똥
효능 | 간과 위 건강과 항암치료에 효과적이다. 해열작용과 해독작용도 상당하다.
맛이 쓰고 성질이 차다. 어린 순은 쌈이나 나물로 먹고 잎이 세지면 무쳐서 먹는다. 변비가 있을 때 녹즙으로 먹거나 쌈으로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기관지염이나 유종 간경화에는 뿌리까지 말린 것을 물로 달여 마시거나 씻는다. 가루나 녹즙으로 먹어도 좋다.
2 달맞이꽃
효능 | 피부염과 생리불순, 생리통, 지방 감소 효과로 여성에게 좋다
인디언들이 약초로 사용했던 것으로 꽃부터 뿌리까지 골고루 사용된다. 여름 꽃은 피부 건강에 좋아 찧어서 피부에 바르거나 샐러드나 차로 마신다. 가을 씨는 기름으로 짜서 사용하는데 감마리놀레산이 풍부해 콜레스테롤과 혈압, 비만 치료,
피부 질환과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3 왕고들빼기
효능 | 불면증에 좋고, 진정 효능이 있다.
잎을 따서 상추처럼 쌈채로 즐기거나 썰어 겉절이로 무쳐 먹는다. 갈아서 녹즙으로 마실 경우 쓴맛이 강하므로 꿀을 더해 먹는다. 봄에는 뿌리를 데쳐 먹거나 양념해 무침으로 먹고, 가을에는 꽃을 말린 뒤 우려 마신다.
4 닭의장풀
효능 | 해열, 신경통, 당뇨, 종양에 효과적이다.
잎은 연한 소금물에 살짝 데쳐 양념해 먹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즐기기 좋다. 꽃은 화전이나 샐러드, 비빔밥 재료로 활용하거나 그늘에 말려 꽃차로 이용한다. 말린 것을 띄운 물에 목욕하면 신경통에 좋다. 베인 상처나 종양에는 잎을 붙여주면 효과적이다.
5 까마중
효능 |혈액순환과 피로해소, 혈압저하, 강장 작용이 있다. 염증과 피부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어린잎은 삶아서 나물로 먹거나 가볍게 데쳐 잡채나 비빔밥에 넣어 먹는다. 열매는 생으로 먹되 많이 먹으면 입이 부르틀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과실주용 소주에 담가 3개월 숙성시킨 뒤 취침 전 조금씩 음용하면 피로해소에 효과적이다. 베인 상처나 습진, 뾰루지 등에 꽃과 잎, 줄기를 생으로 찧어 소금을 소량 첨가해 바르면 증상이 가라앉는다.
6 돌피
효능 | 항암, 미백,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다.
논과 밭에서 많이 발견되는 쌀과 식물로 맛이 구수하다. 단백질과 지질 함량이 쌀보다 높고 아미노산과 칼륨, 칼슘 함량도 상당하다. 영양은 높으나 소화율이 나쁘므로 살짝 쪄서 절구로 빻아 가루로 만들어 떡이나 빵, 된장 등에 넣어 먹는다. 쌀과 함께 밥을 지어 먹는 것도 좋다.
잡초를 구할 수 있는 곳
원래 잡초의 의미는 경작지에서 재배하는 식물 이외의 풀이다. 때문에 밭과 논에서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식용이 가능한 잡초라면 그 외 산이나 길가, 아파트 주변에서 나는 것도 상관없이 먹을 수 있다. 단 주의할 점은 제초제를 뿌린 지역의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것. 또 가급적 농약을 친 지역의 잡초는 피하는 것이 좋다.
1 망초
효능 | 열을 내리고, 독을 치료하며, 소화를 돕고 설사를 멎게 한다.
새순은 잎가지째 따서 데치거나 생즙을 내어 먹고 여름과 가을 잎은 된장국이나 고깃국에 넣어 끓여 먹는다. 꽃과 함께 잎을 튀겨 먹거나, 잘 말린 뒤 잎차나 꽃차로 음미해도 좋다.
2 질경이
효능 | 만병에 좋은 식물로 피를 멎게 하고 변비와 숙변 제거에 좋다.
봄철의 잎은 부드럽고 달짝지근해 나물과 생즙으로 먹으면 좋다. 여름 이후로는 잎이 질겨지므로 된장국을 끓이거나 삶은 뒤 말려 냉동실에 보관했다 나물이나 볶음으로 즐긴다. 그 외 튀김, 김치, 장아찌 등의 별미반찬으로도 좋다. 줄기나 잎은 말렸다가 끓여 음료로 마시고 씨앗은 모아서 그림 그릴 때 짜서 사용한다.
3 환삼덩굴
효능 | 고혈압과 아토피 예방과 치료에 작용한다.
손바닥 모양의 잎을 가진 약초로 한방에서 율초 혹은 한삼이라고도 불린다. 잎은 물론 열매와 줄기까지 약용으로 쓰인다. 어린잎은 쌉싸름하면서도 달짝지근해 쌈이나 무침 등으로 즐긴다. 여름에는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절여 먹는다. 그늘에 말려 차로 끓여 마시거나 가루를 내서 주스나 우유에 타 마셔도 좋다.
4 새삼
효능 | 간과 신장을 보호하고 허리 힘을 보강해준다.
뿌리가 없이 식물에 붙어 기생하며 영양분을 흡수해 산다. 씨에 칼슘과 마그네슘, 나트륨, 철, 아연 등의 광물질과 비타민 B1, B2, 알칼로이드 등의 영양분이 풍부하다. 실새삼을 걷어내 효소를 담그면 강장제가 된다. 새삼 덩굴은 즙이나 술을 만들어 먹는다. 여드름이 많을 때는 새삼 술로 세수하면 좋다.
5 토끼풀
효능 | 폐결핵과 감기에 효과적. 해열제와 소염제로도 사용한다.
잎은 맛이 달짝지근하고 상큼해 샐러드나 녹즙으로 먹기 좋다. 반면 나물로 데쳐 먹으면 쓴맛이 강해진다. 꽃은 샐러드나 튀김으로 즐긴다. 폐결핵과 감기, 해열에 효과를 보려면 잎을 잘 말려 뭉근히 달여 마실 것. 치통이 있을 때 치아 사이에 넣고 씹으면 통증이 가신다.
6 쇠비름
효능 | 치매와 동맥경화 예방, 당뇨 혈당 관리, 항암 효과 등 성인병에 좋다.
오행초 혹은 장명채라고도 불린다. 오메가3라는 필수 지방산을 많이 함유해 건강 유지에 좋다. 시원하고 쌉쌀한 특유의 맛이 있어 양념을 삼삼하게 해 나물이나 샐러드로 먹는다. 열무김치를 담그듯 김치나 물김치로 먹어도 좋다. 잎을 떼어 줄기만 말려 술이나 중조를 넣은 물에 삶은 뒤 햇볕에 말려두면 겨우내 나물로 즐길 수 있다.
7 민들레
효능 | 배가 아플 때나 위염, 위궤양에 좋다. 기침과 폐결핵, 중풍에도 효과적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생즙으로 마시면 열을 내릴 수 있다. 나물로 무치면 쌉싸름하고 차로 달여 따뜻하게 마시면 구수하다. 민간요법에서는 말린 뿌리로 가루를 만들어 복용하거나 꿀과 함께 환약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흰꽃 민들레는 토종으로 약효가 더 뛰어나다.
여성조선
진행 박미진 기자 | 사진 신승희
취재 및 촬영 협조 연두농장(cafe.daum.net/nongnyu)
참고도서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약이 되는 잡초음식>(변현단 지음,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