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푸른날개 청소년교육문화센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아이들, 보듬어 줘야죠”
[# 1] 두, 세 명씩 무리지어 찜질방을 다니며 스마트폰을 70~80대를 훔친 아이들. 결국 폐쇄회로TV(CCTV)에 찍혀 공안에 잡혔다.
[# 2] 가정형편이 어렵지 않은데도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고등학생. 하지만 이 아이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조금씩 훔쳐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방화를 일삼다가 역시 공안에 붙들렸다.
[# 3] 아직은 한참 어린 여중생. 하지만 이 아이는 하루에 소주 2~3병을 마시는 등 알코올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다.
사업 때문에 칭다오를 찾은 아이들 혹은 조기유학 붐 탓에 홀로 칭다오를 찾아 유학생활을 하는 아이들. 주변의 바람대로 이 아이들 모두가 현지에 잘 적응하고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을까? 한국과 가깝기는 하지만 산둥성 칭다오도 외국인지라 모든 아이들이 이국생활과 현지교육에 100% 적응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답할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현지생활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은 과연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위의 세 가지 사례가 다는 아닐 것임은 분명하다.
이처럼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칭다오지역내 청소년을 위한 문화센터가 최근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푸른날개 청소년교육문화센터다.
이 푸른날개 청소년교육문화센터는 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민사회에서 뜻을 모아 지난 2011년 8월 청양구 와리촌 초원의 집 내에 문을 열었다.
이 센터를 이끌고 있는 황서환 심리전문가는 “처음 시작할 때 한인사회에서 부탁을 해 와 여러 번 거절한 끝에 센터를 맡게 됐다”며 “지금은 전문가들의 ‘지능기부’와 ‘재능기부’를 받아 전액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보다 심리치료가 우선=얼마전 심리전문가들이 한국을 포함해 해외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진행한 결과 중국에 있는 한국학생들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고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나 기타 국가의 경우 청소년의 상담을 받아 주고 고민을 덜어주는 기관이나 센터가 많지만 중국에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 온 한국인들의 목적은 두 가지라고 봅니다. 바로 비즈니스와 교육일텐데요. 비즈니스의 경우는 관련 컨텐츠와 정보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교육은 단 두 가지뿐입니다. 학교 아니면 학원, 이것이 전부입니다. 갈 곳이 없는 아이들, 그래서 방황하게 되는 아이들. 과연 모든 책임이 아이들에게 있는 것일까요.”
물론 장래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 이외의 아이들에 대한 교민사회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황서환 심리전문가는 “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아이들이 ‘우린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내 얘긴 누구한테 하죠?’, ‘내 얘길 들어줄 사람이 있긴 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며 “이런 아이들에게는 학교수업보다는 심리치료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에게 학습을 강요하기 보다는 스스로 적응하고 능동적인 자세를 갖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센터에서는 학습클리닉과 마인드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데 심리상담을 해 주는 곳은 칭다오에서 이 곳이 유일하다.
아이들에게 24시간 문을 활짝 열어 놓은 푸른날개 청소년교육문화센터에서는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동시에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청소년교육문화센터를 운영한다.
학교에 등교하는 대신 센터를 찾아 심리상담을 받으면 학교에서는 출석한 것으로 인정된다. 현재 이화한국학교와 국기외국어학교에서 센터를 청소년을 위한 전문기관으로 인정해 ‘청소년 위탁교육 기관 인증서’를 발급한 상태다.
청소년교육문화센터에서는 중국어, 일어, 영어 등 회화공부는 물론 각종 악기와 댄스, 바리스타 교육 등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후원자·기부자 더 많이 늘어야=이 곳을 찾는 아이들이 늘고 있듯 후원자나 기부자(재능, 지능)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푸른날개 청소년교육문화센터는 곧 검정고시를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학교나 한국국제학교, 외국어학교에 적응치 못하고 학습을 포기한 아이들이 대상이다.
이 같은 계획을 알게 된 해양대학교 송원석 교수는 “HSK 5급을 취득하고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해양대학교 2학년에 100% 합격시킬 것”이라는 약속을 해주었다.
또 베이커리를 하고 있는 고명진 사장은 매주 토요일 아이들의 간식으로 빵을 무료로 공급해 주고 있다.
또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푸른강좌’의 영어·중국어·일어회화, 과학실험, 심리, 연극, 사진, 자원봉사, 악기(기타)연주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재능을 기부해 아이들의 재능을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황서환 심리전문가는 장소가 비좁아 걱정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30~50명씩 찾아오면 센터는 포화상태라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이런 센터를 각 지역에 하나씩 만드는 게 소원이다. 이런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이 교회라고 판단한 그는 각 지역에 있는 교회 50여 곳을 찾아가 상담을 하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답변을 받은 곳이 없다.
하지만 황서한 심리전문가는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인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필요성이 느껴지면 누군가 먼저 나서게 되지 않을까요. 곧 센터가 문을 연지 1년이 되는데 그 동안 보고, 느끼고 한 분들의 도움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고생을 하면 할수록 그 보람은 더 커지기 마련이라고 봅니다.”
한편 푸른날개 청소년교육문화센터는 아이들에게 심리상담을 해주고 푸른강좌를 진행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센터는 24시간 아이들에게 개방된다. 센터는 심리상담실은 물론 독서실 및 도서관, 쉼서(숙소), 보드게임방, 댄스 및 기타연주를 할 수 있는 강의실, 먹고 싶은 것을 직접 해 먹을 수 있는 주방까지 갖춰 아이들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공부하고 쉬고 먹을 수 있는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황서환 심리전문가는 “이런 센터가 있다는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 많은 것 같은데 몰라서 어려움을 당하지 말고 찾아와서 준비돼 있는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며 “찾아오면 필요한 부분 누릴 수 있고 언제든 공급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24시간 청소년 고민상담전화
‘따르릉 150-6388-0240’
첫댓글 푸른날개의 고민과 비전등을 더 자세히 알게 된 글입니다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추진하는 게획들에 함께하는 분들이 많아지길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