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통신
수신 : KBS 라디오 싱싱농수산 담당자 앞
성명 : 김효남
전화번호 :010-3565-8640
주소 : 대전광역시 서구 월평로34번길 6, 3층
안녕하세요~! 싱싱농수산 김희수 진행자님~!
대전 월평동에 사는 김효남입니다. 새벽 5시 40분쯤 새벽수영반 운동을 위해 집을 나서면, KBS1 라디오 싱싱농수산 농어촌 통신을 거의 매일 듣습니다.
텃밭 가꾸기 등 많은 사연이 올라오면 공감하고 저도 함께하는 느낌이며, 저도 사연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인지 싱싱농수산은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제 고향은 광주광역시 비아동입니다.
오늘 제가 보내는 사연은 1977년 저와 어머님의 벼농사일에 대한 일화입니다.
어머님께서는 비아동 인근의 봉산이라는 동네에서 시집을 왔는데 동네에 봉산댁이 있어서 제 어머니께서는 봉산의 동쪽 새색시 즉 봉동댁(봉동떡)으로 불리워졌답니다.
저는 1976년 중학교 2학년 가을에 아버지를 여의고, 큰형님께서는 그 해 11월에 군 입대를 하셨기 때문에,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부터는 어머니와 논4,200여평( 21마지기)과 밭1,000여평(5마지기)의 농사일을 했습니다. 지금처럼 농사용 기계가 있던 것도 아니고, 거의 어머니와 저의 노동력으로 농사일을 했습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가을부터 아버지께서 남겨 놓으신 소를 이용하여 구르마(달구지)를 직접 끌고 , 볏단도 나르고, 벼 수매도 했습니다.
(1970년대 우리 국민들의 문맹율은 높았으며, 어머니께서도 그 중 한 분이였습니다.)
저희 논 가운데 15마지기 정도가 제가 다니는 비아중학교 가는 길목의 차로 곁에 있었기 때문에 제 담임 선생님 이셨던 농업 담당 선생님께서는 제가 학급 반장도 했지만 아버지께서 작년에 작고하신 것을 아셔서 인지 저희 농사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담임선생님 성함은 백점선(100 . ㅡ) 선생님 이셨는데.. 저희 마을 인근에 거주하시면서 선생님께서도 자가 농사일도 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요즘 같이 벼가 고개를 내밀고 서서히 낱알에 씨알이 차올라오는 시기에는 아침 낮으로 논에 가셔서 벼 생육 상태를 살피시고, 그러시다가 벼 줄기라든지, 벼 잎파리 색깔이 이상하면, 벼 한포기를 통째로 뽑아서 농촌지도소 비아 분소에 가져가 문의를 하셨고, 당시 문맹이셨던 어머님게서는 지도소에서 쪽지에 적어주신 농약 정보를 가지고 농약상을 찾았습니다. 지금도 흔한 병충해인 이화명나방 제거를 위한 살충제, 이파리가 말라가는 문고병을 제거하기 위한 살균제를 농약사로부터 구입해 오셨습니다. 살충제는 용량 용법과 달리 과하게 물과 희석해도 벼 생육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살균제는 용량 용법을 과하게 초과되면 벼 이파리가 말라버린다든지 또는 벼 낱알이 영그는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문맹이셨던 어머니께서는 중학생이 저를 꼭 데리고 다리면서 용법대로 농약을 희석하되, 용법보다 조금 더 약하게 희석하여, 묽게 탄 농약을 흠뻑 뿌려서, 벼 밑뚱까지 농약이 스며들게 하는 방법을 취했습니다. 당시에 농약 기계는 긴 고압호스줄과 중학생인 제 키 높이의 손잡이가 달린 약 기계, 그리고 고압호스 끝에 노즐이 달린 살포기였습니다. 논두렁에서 농약을 물과 희석하고, 농약기계를 앞 뒤로 밀고 당기는 것은 제가 하고, 우리 어머니께서는 고압 호스줄을 잡아당기며 농약을 살포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우리 어머니께서는 힘이 철철 넘치는 여장부셨습니다.
가을 추수 무렵 농업 선생님께서 농업 수업시간 강단에 오르셔서 제 이름을 호명하십니다. “효남아 오늘 오면서 너희집 논을 둘러보았는데... 네 어머니를 이 강단에 세우셔야 할 것 같다. . . 농업 선생인 나보다도 농사를 훨씬 잘 지으셨고 벼 낱알에 쭈걸이가 한 톨도 없더구나! 정말 너희 어머님 대단하시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지 43년이 흘렀지만 그 말씀은 지금도 또렸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아버지 작고하신지 10년 후인 1986년에 아버지를 따라 가셨지만, 7남매를 잘 키우시고, 오로지 농사일 때문에 본인의 행복은 뒤로 하시고 고생만하다 우리 곁은 떠나가신 어머님 아버님... 마지막 글귀를 옮기는데 제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립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어머님께서 일하기 싫어하는 우리를 보고 항상 하시던 명언이 생각납니다.
“ 사람 몸에서 가장 게으른 곳이 어딘지 아냐? 눈이란다.”
정말 이 말씀을 실감하는게... 호미, 괭이, 삽들고 쟁기로 갈아 엎어놓은 밭을 보면, “언제 이 일을 마칠까? ”하고 걱정하지만, 열심히 일하다 보면 해가 지기 전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합니다... 정말 눈이 가장 게으르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신 우리 어머님! 최이례여사님!
제게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다면 어머니와 아버지를 꼭 한 번 뵙고 싶습니다. 단 1분이라도. . .
저는 집 화단에 호박 20모종 정도를 키우고 있습니다.
요 녀석들이 한 여름에는 열매가 메달리지 않았는데.. 요즘 찬바람이 나니 여기저기 호박이 보입니다. 주먹만한게 7개 정도가 보입니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러나요? 호박 줄기도 아주 생싱하구요. . . 감사합니다.
2019. 8. 30일
만약 이글이 소개 된다면 양력 9. 5일(음력 8월 7일)은 저희 김정남 큰누님께서 고희를 맞습니다. 축하의 말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