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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문화원에 가면 6 | ||||
산수유 꽃이 피었습니다.(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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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인의 사랑과 산수유나무 박목월선생이 젊은 날, 고향인 경주시골에서 시작(詩作)을 하고 있을 때 얘기다. 그간 두 사람(박목월과 조지훈선생)은 이름만 들었지 서로 만난 적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조지훈선생이 그와 만나고 싶어, 먼저 그 뜻을 편지로 초봄 (1942), 목월에게 띄운다. 얼마 후, 목월은 이곳 박물관에 들러 노랗게 피어나는 산수유 꽃을 보고, 그를 초대하기로 마음먹고 답신을 보냈다. “경주 박물관에는 지금 노란 산수유 꽃이 한창입니다. 외로울 때 가서보곤 하던, 싸늘한 옥적을 마음속에 그리던 임과 함께 볼 수 있는 감격을 지금부터 기다리겠습니다. 오실 때 미리 전보 주시압.” 며칠 뒤, 조지훈은 전보를 치고 열차를 탔다. 그가 경주역에 내렸을 때는 주위가 어둑어둑, 봄비까지 살포시 내리고 있었다. 목월은 처음 보는 서울 손님이, 쉽게 자기를 알아볼 수 있도록 ‘朴木月’이라 큼지막하게 쓴 깃대를 높이 들고, 플랫폼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워하든 두 시우가 처음 만나는 것도 극적인데, 이름 석자 적은 피켓까지 들고, 환영하는 목월의 재치 있는 처신 또한 극적이요, 멋진 풍경이었을 것이다. 요새 보면 다소 우스운 일이지만, 그때 그들은 순진하고 정갈한 소년 같은 심성이었기에, 그들의 그런 상봉이 더욱 정감 있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상상된다. 두 사람이 일주일정도 같이 있는 동안 물론 이곳 박물관에 들렀을 것이고, 여기에 전시된 옥적도 보았고, 이 산수유나무 앞에서 노란 꽃을 보며 뭐라고 한마디씩은 했을 것이다. 산수유의 꽃말은 ‘호의에 기대한다’, 혹은 ‘불변의 사랑’ 이라고 한다. 자기를 찾아오는 조지훈 선생의 호의에 감사하며, 경주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는 속마음을 박물관에 핀 이 산수유 꽃 보기로 은근 슬쩍 대신하였다. 그 만남이후 두 사람은 변함없는 열정으로 의기투합해 ‘청록파’에 몸담고, 주옥같은 많은 시를 만들면서 한국시단의 존경받는 큰 어른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바로 이 산수유나무가 두 분께 처음 만남의 가교 역할을 한 셈이다. 아름다운 사연과 두시인의 사랑이 담긴 이 나무가, 자기 모습인 용처럼 천년이상 오래오래 건재했으면 좋겠다. 햇살을 받으며, 살랑대는 바람과 푸른 잎의 율동에 그는 노구를 맡기고 외로이 서있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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