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군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길 >, 윤동주
작년 추운 겨울날, 어머니께서 회사 근처 식당에서 불쌍한 유기묘를 발견하셨다. 처음에는 키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고양이의 눈에서 계속 진물이 나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눈이 심각하게 안 좋았던 것인지 눈을 적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술비가 100만 원 정도였지만 어머니께서는 불쌍한 마음에 수술을 시켜줬고 그 수술한 날은 내가 처음으로 그 고양이를 봤던 날이었다.
집에서 수술한 며칠 동안만 집에서 돌볼 생각이었고 몇 달 전 파양된 강아지를 입양했던 터라 키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난 원래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었고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내 앞에서 골골 되고 있는 고양이가 무서워 만지지도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적응이 되어 우리 가족은 후추라고 이름까지 지어주고 만지기까지 했다. 이후 며칠간만 후추를 임시보호로 집에서 키우기로 했고 입양처를 찾고 있었다. 눈 한 쪽이 없던 탓인지 키울 사람은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대략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어느 날 내가 학원을 마치고 부모님이 근처공원에서 대기하시고 계실때였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언갈 애타게 찾고 계셨다. 강아지는 목줄을 차고 차 안에 있었고 후추는 보이질 않았다. 불안해졌다. 난 부모님께 후추는 어디 갔냐고 물었고 후추가 하네스를 뚫고 도망가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후추가 아무리 길고양이였었다고 해도 고양이는 산책을 하면 안 되는 동물이었다. 그 당시 시간이 저녁 10시였는데 나는 울면서 후추를 찾으러 다녔다. 다음날 학교를 가야 했던 터라 나는 12시에 집에 들어왔고 부모님은 그곳에서 밤을 새우면서 고양이를 찾으러 다니셨다.
다음날 아침 고양이 탐정을 불렀는데 이전까지는 고양이 탐정이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출장비 10만 원을 주고 몇 시간 동안 탐정과 함께 아빠께선 회사까지 쉬시고 같이 찾으러 다녔지만 보이질 않았다. 그날 웬만한 유기견 카페와 당근 마켓에까지 사례비 50만 원을 걸고 고양이 포스터를 올렸다. 부모님께서는 교대로 밤을 새우시며 고양이를 찾았다. 고양이를 찾는 그 2일동안 우리 가족은 정말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 생각보다 우리 가족은 그 고양이에게 정을 많이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매일 후추와 배추가 싸우던 장면, 매일 아침밥 달라고 울었던 장면, 매일같이 놀아주던 후추의 장난감, 집, 화장실을 보며 눈물이 났다. 그전까지는 우리가 키울까 말까 고민하던 시기였고 칩(동물등록) 조차 달지 않았다. 정말 많이 후회를 했고 후추를 잃어버린 그날은 매일 대용량 저렴한 사료를 다 나눔 하고 좋은 사료와 집을 주문하여 우리 가족으로 마주할 준비를 한 그날이었다.
일요일 저녁, 당근 앱에서 오전에 강아지와 산책을 하던 도중 후추와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를 봤다는 채팅이 왔다. 그 채팅이 오자마자 차를 타고 그 동네를 갔고 그곳에서는 찾지 못하여 주변 식당, 아파트 경비 아저씨께 고양이를 보면 연락 달라고 말씀을 다 드리고 돌아가던 찰나였다. 채팅 한 개가 왔다. "이 고양이 아닌가요?" 누가 후추를 잃어버렸던 공원 근처에서 유기된 고양이가 울고 있다는 글과 함께 후추의 사진이 올라왔다. 후추를 찾으러 왔던 바로 근처여서 그곳으로 울며 차를 끌고 달려갔다. 십분 정도 찾았을까, 작은 회색 고양이를 발견했다. 후추였다. 후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엄청난 힘으로 꽉 끌어않고 케이지 안에 억지로 넣었다. 후추는 3일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지 많이 말라있었다. 우리 가족은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다음날 바로 동물 병원으로 달려가서 각종 검사를 했고 칩까지 달았다. 후추를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후추의 빈자리가 이 정도로 클 줄 몰랐다. 우리 가족도 모른 사이에 정이 많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고양이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고 고양이를 찾는 과정에서 하루에도 몇십 개의 유기견 사진들이 올라올 정도로 생각보다 우리나라에 유기묘, 유기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옆에 있는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이 당연히 있을것만 같아도 그렇지 않다는걸 이번 경험으로 느껴 있을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혜원 의정부광동고등학교 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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