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림고개 외1편
문 혜 정
그 곳은 흑백 사진이다.
그 곳은 잃어버린 시간 속에 갇혀 있다.
전성기를 누렸던 극장 건물이
남루한 옷으로 펄럭이고 있다.
깃털 빠진 새처럼 변한 극장 안 옷 가게
지금도 영화 주제곡 닥터 지바고의
라라의 테마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다.
객석을 가득 메웠던 극장 안이
이젠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춰져 있다.
극장 이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불리어진 육림고갯길
햇빛마저 등 돌리고 앉은 그늘진 오후가
오래된 기억을 더듬고 있다.
언제 부터인지 숨어 버린 발자국 위로
고요가 적막처럼 내려 앉아 있다.
다들 어디로 간 것일까?
한 때는 퍼 올려도 퍼 올려도 마르지 않은
우물 같은 풍요가 넘쳐 나던 그 곳
위풍당당한 모양새를 갖춘 우리 집 솟을대문도
빛바랜 노을에 희미하게 서 있다.
이제는 다들 떠나버린 곳을 터줏대감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어머니,
고갯길에 일생을 저당 잡힌 듯
오늘도 마른 좌판 위에 등 휜 생선 같은
고개가 누워 있다.
실크로드
문 혜 정
초원의 바람을 가르며 기울어져 가는 달빛의 길
자연과 시간이 빗어낸 고대 무역로엔 낙타들의 슬픔이 서려 있다.
서양의 멋과 동양의 고전이 조화를 이뤄낸 길
뽕잎이 비단 실을 뽑아 역사가 된 길
지상의 흔적은 전설 속에 남아 예술의 혼으로 불타고 있다.
땅에서 소금을 캐는 바다의 길에
늪속 같은 비밀 정원이 숨겨져 있다.
은하수가 남기고 간 자리에 별똥별이 내리고
살기 위해 몸부림 친 대상들의 발자국
속도를 낮추고 바람을 풀어 놓는다.
서로 다른 이념 아래 파괴된 유적지엔
새와 짐승들의 영혼이 살아 숨 쉬고
상형문자는 영롱한 문장 속에 곱게 짜여져 있다.
욕망을 비운 순례자들이 피워 올린 낙원
온갖 전설 같은 이야기 속에 숨어버린 그림자 저 편에
비밀스런 보따리를 지금도 풀어 놓고 있다.
실크로드가 기억하는 오랜 역사가
초록빛 융단 사이를 건너가고 있다.
◎ 약력
· 춘천교육문화원 [문채] 회원
2017년 한국시집박물관 주최[시울림 전국백일장 차하 수상]
첫댓글 전국무슨 백일장인지 구체적으로 써 주세요. 연도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