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숙-삶의 지혜.hwp
삶의 지혜
31기 박 미 숙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것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다. 오래전 일이다. 다소 엉뚱한 구석이 있는 작은 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 생일 선물이라며 화투를 사 왔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당황한 동반자. 황당하기도 하고 화투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있어 딸의 마음을 들어보지도 않고 버럭 화부터 내었다.
서운한 마음이 얼마나 깊었던지 한동안 딸은 아버지에게 말도 하지 않고 토라져 지냈다. 수 주일이 지나도 화해를 하지 않고 지내다 보니 불편했던지 딸에게 화투를 선물한 이유를 물었다. 화투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방송을 보고 아버지 치매 걸리지 말라고 선물했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딸의 마음을 알고는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에 “아부지가 미안하데이. 니 마음을 모르고 그랬다.” 미안해하면서 화해를 했다.
세간 만물은 원래 청정한 것인데 도박으로 집안 전체를 힘들게 한 형님으로 인해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다. 순간 화투를 보자 화가 먼저 난 것이지만 사실 ‘화투’라는 물건 자체에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아직 공부가 부족하여 좋은 것과 나쁜 것의 분별심을 내는 것이 아닐까.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을 만들고, 젖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를 만든다.’고 한다. 같은 칼이라도 ‘강도가 들면 사람을 해치는 흉기가 되고 요리사가 들면 많은 사람에게 이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는 도구가 된다.’는 말이 있다.
화투로 하는 게임인 ‘고스톱’ 또한 치매에 도움이 되는 물건이 될 수도 있고 노름으로 재산을 탕진하는 물건이 될 수도 있다.
고스톱의 규칙에는 고상한 철학이 있다고 한다. 운칠기삼(運七氣三), 운이 7할이고 기술이 3할이라는 말이다. 운이 좋은 사람을 이기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전생의 복이든 현생의 복이든 조상의 복이든 복이 있는 사람은 세상살이도 편안하지 않을까?
고스톱 이란 점수를 얻었을 때 고(go) 할 것인지 스톱(stop)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한다. 이때 결정을 잘해야 더 많은 점수를 따든지 아니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때로는 우리도 살아가면서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잘 알아서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낙장불입(落張不入)이라는 규칙은 한 번 던진 패는 다시 거두어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내가 가진 패를 던질 때 신중하게 선택을 해야 후회가 없듯이 우리가 살아가는데에도 이런 선택의 순간이 많이 찾아온다. 그때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엎질러진 물이 되지 않을 듯하다.
고스톱, 여기에도 삶의 심오한 철학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것에도 존재 자체는 원래 청정하다고 한다. 단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삶의 지혜와 진리는 우주ㆍ자연ㆍ인생 속에 있다고 한다.
딸의 선물 하나가 우리 부부에게 큰 가르침과 지혜를 선물한 계기가 되었다.
*
첫댓글 원고 감사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멘토. 선생님께 감사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