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고기들을 깨우는 자연의 신비
초들물의 비밀
바다낚시엔 조석(潮汐)의 변화에 따른 ‘물참’, 즉 입질타이밍이 있다. 어떤 곳은 들물에, 어떤 곳은 썰물에 입질이 활발하다. 그런데 들물과 썰물은 또 각각 초물, 중물, 끝물로 나뉜다. 즉 바다의 조석현상은 초들물-중들물-끝들물-초썰물-중썰물-끝썰물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형성된다. 그렇다면 총 6가지의 물참 가운데 최고는 무엇일까? 어떤 포인트에서든 빛을 발하는 황금의 입질찬스는?
고수들의 견해 일치, 최고의 물참은 초들물이다!
4명의 베테랑 낚시인들에게 최고의 물참을 물어본 결과 공통적으로 ‘초들물’을 지목했다. 한 사람도 예외가 없었다. 그들은 과연 어떤 경험을 했기에 초들물을 최고로 꼽는 것일까?
여치기 피크타임은 초들물이다
간출여 특성상 썰물에 진입할 뿐, 호황은 오히려 초들물에
●이태영 격포 변산낚시 대표
20여 년 간 부안 격포 일 원에서 감성돔낚시를 즐겨온 나의 경험으로는 간조 후 초들물로 돌아서는 물돌이때 가장 입질이 활발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낚시인들 사이에는 ‘여치기=썰물낚시’라는 개념이 강한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썰물 때 여치기를 하는 이유는 썰물에 낚시가 잘 돼서라기보다 썰물이 돼야만 간출여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치기의 입질은 중썰물에 왕성하고 끝썰물이 되면 수그러든다. 아마 수위가 낮아지면서 은신처가 드러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감성돔이 느끼는 듯하다. 수심이 깊게 유지되는 곳에서는 끝썰물의 미약한 흐름 속에서도 입질이 이어지지만 평균 수심이 얕은 서해안의 간출여들은 끝썰물까지 입질이 들어오는 곳이 드물다.
하지만 초들물로 돌아서면 끝썰물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 같은 미약한 흐름이고 얕은 수심이지만 끝썰물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왕성한 입질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격포 근해에서 유명한 아랫쌍여(육지 방면과 위도 방면이 포인트)가 그런 곳이다. 초들물이 밀려옴과 동시에 발밑에서 굵은 놈들이 낚이는데 초들물에 간출여 벽면을 타고 들어오는 것 같다. 더구나 간조 때 고작 2.5~3m 수심 밖에 안 나오는 명인여와 낙철여에서도 초들물 때 입질이 왕성하다. 그만큼 감성돔이 초들물에 왕성하게 움직인다는 얘기가 된다(명인여는 화섬 방향, 낙철여는 위도 방향에서 초들물 때 발밑에서 입질이 온다). 병전여와 성균여도 초들물 때 입질이 왕성한 포인트다. 그래서 낚싯배들은 늘 갈등한다. 들물이 시작되면 너울파도가 잦고 조금만 지체하면 간출여의 장비가 쓸려갈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들물을 보게 한 뒤 적당한 시점에 철수시켜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초들물 효과는 왕등도나 위도 같은 큰 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계절에 따라서 썰물 때 수온이 높을 때가 있고 들물 때 수온이 높을 때도 있는데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어느 포인트에서나 초들물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단 간조 시간에 멈추어진 모든 조건이 새롭게 전개되고 풍향도 바뀌는 변화가 초들물부터 전개되면 주변의 물고기들이 왕성한 입질을 보여주곤 한다.
▲물속에 잠겨 있던 간출여가 모습을 드러내자 꾼들이 서둘러 상륙하고 있다. 썰물 때 내려도 입질은 초들물에 왕성한 여들이 많다. 사진은 격포 앞 쌍여.
초들물에 입질 없으면 적어도 A급 포인트는 아니다
돔낚시는 기본적으로 들어오는 물에 호황
●현봉훈 완도 현봉훈의 낚시여행 대표
내 경험으로는 초들물에 고기들이 가장 잘 낚인다. 초들물에는 안 좋은 포인트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다. 특히 도미류는 들물로 바뀌면 먹을 것을 찾아 연안 가까이 들어오고 썰물로 바뀌면 다시 깊은 바다로 빠져나가는 습성을 갖고 있어 돔낚시의 기본은 들물에 있다.
감성돔낚시만 놓고 본다면 끝썰물~초들물이 최고의 기회다. 조류가 느리고 묵직하게 움직이고 머뭇거리는 이 타이밍이 밑밥으로 고기를 가장 많이, 오래 붙들어놓을 수 있는 물참이기 때문이다.
그럼 끝썰물과 초들물 중 어떤 타이밍이 더 유리하냐고 묻는다면 단연 초들물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끝썰물엔 멀리 빠져나가려는 고기를 ‘붙들어놓아야’ 하지만, 초들물엔 스스로 알아서 들어오는 고기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같은 소나기 입질을 받아도 들물 때는 차곡차곡, 은근하게 마릿수를 추가할 수 있는 반면 썰물 때는 후다닥 정신없이 몇 마리 낚고 나면 입질이 뚝 끊길 때가 많다.
내 경험상 썰물 때 입질이 들어온다는 포인트의 대부분은 간출여나 곶부리였다. 우선 간출여는 썰물이 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으므로 썰물에 내릴 수밖에 없는데 실제 입질은 썰물보다 초들물에 왕성하게 들어온다. 아쉬운 점이라면 올라오는 수위에 쫓겨 포인트를 일찍 빠져나와야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호황을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치기를 해본 사람이라면 ‘배만 옆에 대기했더라면 더 많은 고기를 낚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으로 철수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끝썰물에 잘되는 곳은 대부분 깊은 곳이다. 간조에도 10m 정도의 깊은 수심을 보유한 곳들이다. 깊은 수심이 고기들에게 안정감을 주어 끝썰물이 되어도 고기가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
여밭일수록 초들물에 입질 왕성
얕은 여밭일수록 썰물보다 들물 때가 좋다. 수심이 아주 얕은 곳이라면 어느 정도 수위가 오르는 중들물 이상부터 낚시여건이 좋아지지만, 간조 때도 3~4m 이상 수심이 나오는 자리라면 초들물부터 왕성한 입질을 기대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자리가 초들물 때 소나기 입질을 받을 수 있는 유형이다.
다분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심하게 말해 초들물에 큰 재미를 볼 수가 없는 포인트라면 최소한 그 자리는 A급은 아니다. 포인트 여건(수심, 지형, 조류 방향 등)이 오죽 나쁘면 중들물이 다 돼서야 고기가 붙겠느냐는 말이다.
참고로 들물 포인트인데 썰물에도 감성돔이 한두 마리 낚였다면, 진짜 들물 때는 감성돔이 많이 낚일 확률이 높다. 그날 그곳의 감성돔들이 썰물에도 움직일 만큼 양도 많고활성도도 높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틀 무렵에 초들물이 걸리면 대박의 확률이 높다.
홈통은 초들물보다 중들물에 잘 돼
초들물에 입질이 가장 잦은 곳은 수심이 약간 깊고 조류가 빠른 여나 곶부리다. 반면 안쪽으로 쑥 들어간 깊숙한 홈통은 중들물~초썰물에 입질이 왕성하다. 기본적으로 홈통이라는 곳은 어느 정도 수위가 올라야 낚시가 잘 되고 중들물 이상 돼야 강해진 조류가 홈통 구석구석까지 흐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들물에 잘 되는 곳도 결국 ‘중들물에 초들물 조류가 시작되는 곳’의 의미다. “중들물에 잘 된다”는 말도 알고 보면 그 타이밍에 조류 흐름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그 포인트에서는 그때가 초들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초들물 효과! 물골에서 실감
참돔보다 갯가로 잘 붙는 감성돔, 벵에돔이 초들물 선호
●강민구 여수 서울낚시 대표· 쯔리켄 인스트럭터·가마가츠 필드스탭 팀장
감성돔 포인트의 기본 조건은 역시 여밭이다. 그리고 여밭에서는 역시 썰물보다는 들물이 좋다는 게 상식이다. 여밭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들물 전체를 다 보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초들물에 조황이 좋게 느껴진다. 거기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우선 낚시인의 입장에선 길고 지루한 끝썰물~간조 시간이 끝나고 초들물이 받히면 ‘이제는 뭔가 되겠지!’하는 기대치가 올라가며, 그만큼 사기 충전된 마음에 밑밥도 열심히 치고 채비도 자주 던지는 등 여러 모로 부지런한 행동을 보이게 된다. 열심히 정성 들여 낚시하는 만큼 고기를 만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이와 동시에 감성돔의 심리 상태도 완전히 바뀐다. 후퇴가 아닌 전진 모드에 맞춰진다. 끝썰물 무렵엔 기본적으로 후퇴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다 보니 심리상태도 무언가에 쫓기겠지만 수위가 오르는 들물 조류에는 심리상태도 안정감을 찾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초들물 때는 발밑만 노릴 줄 아는 초보자들도 쉽게 고기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물이 들어오는 초들물부터는 발 앞에서 입질이 잘 들어오므로 채비를 멀리 던지지 않아도 돼 낚시가 쉬워진다.
초들물엔 발 밑에서 입질 잦다
유별나지 않은 일반적 포인트라면 초들물이 영향을 미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재미를 볼 수가 있다. 그 짧은 순간의 변화를 명확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물골지대인데, 대표적 포인트가 여수 금오열도의 소부도다.
소부도에서는 초썰물부터 중썰물까지는 감성돔이 드문드문 낚이다가 끝썰물에는 입질이 뚝 끊어진다. 그래서 ‘지금이 끝물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데 초들물로 바뀌면 고기가 갑자기 입질을 재개하는 것이다. 이처럼 수심이 얕은 골자리들은 확실히 끝썰물에는 약한 특징이 있어 초썰물일 경우엔 손님들을 내려주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과감히 그곳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안내하곤 한다.
반대로 수심이 18m에 달하는 안도 벼락바위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조류가 약해질 대로 약해진 끝썰물에도 입질을 여러 번 받기 때문이다.
물론 초들물 때라고 해서 모든 포인트에서 입질이 활발해지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큰 홈통이나 만입부 등은 초들물이 시작돼 분명 수위는 올라오는데도 조류가 전혀 없다 보니 별다른 입질을 받기 어렵다. 이런 곳은 초들물이 시작된 후 한두 시간 지나야 조류가 서서히 움직이는데, 안도 이야포만 안쪽 포인트들이 그런 유형의 포인트들이다.
반면 만조에서 돌아서는 초썰물 물돌이에 좋은 곳도 많다. 이런 곳 역시 내만 깊숙이 자리 잡은 홈통이나 만입부다. 금오도 심포만의 높은자리, 안도 이야포 안쪽의 너른바위 일대가 대표적이다. 이곳들은 중썰물 이후엔 초들물까지도 거의 앉아서 놀아야 한다.
한편 내 생각에는 물때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며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 감성돔과 벵에돔은 초들물이 강력한 자극제가 되지만 참돔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참돔은 원래 깊은 곳을 좋아하는 고기이다 보니 들물, 썰물에 습성이 크게 좌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낚시인들에게 “참돔을 노릴 때는 들물, 썰물에 관계없이 움직이는 조류를 노려라”고 조언하고 있다.
▲수심이 18m에 달하는 안도 벼락바위 포인트. 수심이 깊은 덕분에 끝썰물에도 입질이 왕성하게 들어온다.
바다어장은 ‘초(初)’에 이루어진다
동틀녘 초들물보다 ‘오전 10시 전후 초들물’이 위력적!
●박종혁 추자도 나바론민박 대표
추자도를 찾는 낚시인들이 던지는 가장 많은 질문이 “내가 내린 포인트의 물참이 언제냐”는 것인데 이럴 때마다 나는 고민에 빠진다. 대체로 본 추자도 감성돔낚시는 오전에 초들물이 걸리는 9물-10물-11물-12물-조금-무시 때가 가장 좋기는 한데,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낚시든 조업이든 오전시간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다. 그리고 그 오전시간을 맞추는 과정에서 가급적이면 고기들의 움직임이 왕성해지는 들물을 맞추게 되고, 결국엔 초들물이라는 키포인트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어부들에게 있어 바다어장이라는 것은 모두가 ‘초(初)에 이루어진다’는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동이 틀 무렵, 강렬한 아침 햇살이 퍼지기 전에 이루어지는 어장이 있고, 달이 뜨면서 이루어지는 어장이 따로 있는 것이다. 24시간 바다가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역시 최고의 물때는 ‘초물’이 움직이는 타이밍인데, 멸치, 도미, 부시리, 삼치는 물론 그물부터 채낚기에 이르기까지 초들물은 모든 조업의 황금물때다.
그런데 나는 ‘오전에 초들물이 걸리면 좋다’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동틀 녘 또는 이른 새벽에 초들물이 걸리면 좋다’는 말에는 회의적이다. 다소 해괴한 주장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지금껏 추자도에 살면서 경험한 바로는 그날 조황이 결정 나는 시간대가 오전 10시 무렵이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근거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면 자신의 출조 기억들을 되살려 보라. 과연 오전 10시를 넘겨서까지 감성돔을 못 낚았을 때 오후에 고기를 낚았던 기억이 얼마나 되던가.
그 이유를 나를 포함한 추자도 어부들은 이렇게 유추하고 있다. 바닷고기는 햇살이 너무 강하면 깊숙이 숨고, 반대로 어두우면 얕게 떠오르는 습성을 갖고 있는데 이 본능적인 습성이 낚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추자에서 낚시를 해본 바로는 햇살이 물속의 고기들(특히 감성돔)에게 가장 적당한 정도로 전달되는 시간이 오전 10시경이었고 이 시간대에는 우리가 감성돔낚시에서 주로 노리는 8~9m 수심에서 가장 왕성한 입질을 받아낼 수 있었다. 여기에 초들물까지 가세하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새벽에 낚이는 고기는 ‘얼렁뚱땅 고기’
그런 면에서 ‘동틀녘에 초들물이 받히면 최고’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실 동틀 무렵의 고기는 누구나 잡을 수 있는 고기라고 본다. 동틀 무렵의 어둠살엔 바닷고기들이 최상부까지 근접해 떠올라 있다가 쉽게 물고 늘어지는데 이런 고기를 나는 ‘얼렁뚱땅 고기’라고 부른다.
이런 새벽발은 날이 훤해지면 너무도 빨리 사라져버리므로 꾼들은 종종 혼란에 빠지곤 한다. ‘던지자마자 물었으니 오늘은 대박이겠구나’ 하고 판단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오전 10시 입질설’은 우리 주변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는데도 의식하지 못하는 수가 많다. 실제로 동물들이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 중 하나는 빛의 길이와 파장이라는 연구 결과를 들은 적 있는데 어류도 똑같은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밑밥이라는 유인제를 사용해 낚시를 하다 보니 물때와 포인트를 세분한 것이지, 너무나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수고기(?)’ 현상을 발생시키는 요인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오전 10시 초들물’만큼 확실한 물참은 ‘해질녘 초들물’이다. 이 물때를 기억하고 포인트를 찾아가는 사람들은 80% 이상 고기를 낚아내고 있다.
▲초들물과 동시에 조류대가 형성되는 모습. 섬의 크기, 포인트 유형, 조류를 맞받는 시간 차에 따라 초들물이 받히는 시간에 차이가 난다.
배낚시 선장들의 증언
초들물엔 모든 고기들이 움직인다!
“먼 외해로 나갈수록 초들물 효과 뚜렷”
우럭 배낚시를 전문으로 하는 선장들에게 물어본 결과 배낚시에서도 초들물이 황금물참이라고 답했다. 오히려 갯바위보다 배에서, 배에서도 조류 변화가 심한 근해보다 그런 변화가 없는 먼 바다에서 초들물의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초들물엔 어초 위에 고기들이 피어오른다”
최흥선 보령 오천항 소성호 선장
우럭낚시를 해보면 하루 중 가장 왕성한 입질이 들어오는 타이밍은 초들물이다. 어탐기로 인공어초를 살펴보면 간조 때까지는 깔끔하던 어초 위에 초들물이 되면 무수한 점이 찍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그 점들이 다 우럭은 아니고 어초에 사는 크고 작은 온갖 고기들이 피어오른 것이다. 아무튼 초들물에는 우럭을 비롯해 큰 고기들이 일시에 움직이고 어초 위로 피어올라 낚시에 잘 걸려든다.
“西→東로 조류 바뀌는 초들물엔 밥 먹다가도 조업”
전영수 안흥 신진도항 항공모함호 선장
우럭이 가장 잘 낚이는 시간대는 초들물 물돌이다. 초들물의 시작은 조류 방향을 보고 판단한다. 안흥 먼 바다는 들물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밀려와 시계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먼 바다 조류는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 이동 경로가 확연하게 나타나는데, 초들물에는 서에서 동으로 흐르다가 점점 남서에서 북동으로 틀면서, 중들물이 되면 남에서 북으로 완벽하게 방향을 바꾼다.
노련한 선장일수록 우럭이 잘 무는 초들물 시간을 단순히 물때표로만 구분하지 않고 조류 방향의 변화로 감 잡는다. 확실히 우럭이 잘 물 때는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흐르던 끝썰물 조류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직진하는 초들물 방향으로 바뀔 타이밍이다. 그래서 선상에서 식사를 할 때도 배가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가를 판단한 뒤 식사시간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물때가 늦었거나 맞지 않을 때는 과감히 내만으로 이동해 초들물을 보기도 한다.
“대하(大蝦)도 ‘초물’에 잘 잡힌다”
표의필 서천 홍원항 용성호 선장
그물로 잡는 해산물 중 가장 물때를 많이 타는 게 대하(왕새우)다. 물때를 제대로 맞춰 들어갔는데도 종종 꽝을 맞을 정도로 조류 변화에 민감하고 또 물이 센 ‘중물’에는 거의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비록 양은 적을지라도 끝썰물~초들물에는 어김없이 그물에 걸려든다.
그것은 초들물로 바뀔 때 완만한 속도로 흐르는 조류 덕이 아닌가 싶다. 유영능력이 떨어지는 녀석들의 습성상 간조 무렵이 돼야 왕성한 먹이활동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조가 오전 10시라면 8시경 그물을 깐 뒤 2시간 뒤 걷고, 초들물이 시작되는 12시경 다시 한 번 그물을 깐 뒤 역시 2시간 뒤에 걷어 들인다. 두 타이밍에 걸려드는 대하의 양은 큰 차이는 없지만 우열을 가리라면 초들물에 걸려드는 양이 약간 더 많고 꾸준한 편이다. 농어 주낙도 끝썰물~초들물 사이에 집중적으로 놓는데 역시 씨알이나 마릿수 모두 끝썰물보다 초들물이 근소하게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