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빗) 3043. 비단 두른 방석을 내친 청백리 '이시백'

[깨구락지]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다른 얼레빗 모두 보기	단기 4348(2015). 6. 9.

	조선 후기 문신 이시백(李時白, 1581/선조 14∼1660/현종 1)은 효종 때 영의정까지 올랐던 선비입니다. 이시백은 용모가 우람하고 기력이 장대했지만 지혜가 깊고 겸손한 것은 물론 자신이 처리한 정사에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으면 하루 종일 근심하면서 잠을 못 이룰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백성을 사랑하고 부정과 불의를 용서하지 않았지요. 효종 3년에 청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도중 평양에 도착했을 때 성문 밖에서 아름다운 기생들이 열을 지어 그를 마중하는 것을 본 이시백은 평양 벼슬아치를 크게 꾸짖고 어린 기생들을 모두 고향으로 돌려보내도록 했습니다.   또 하루는 이시백이 퇴청하여 집에 들어오자  부인이  비단을 두른 방석을 만든 것을 알고 수십 년을 써와 쥐가 갉아 먹고 얼룩져 더러워진 부들자리를 내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들자리에 부인도 앉도록 하면서 “내 다행히 어진 임금님을 만나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었소. 그래서 부들방석에 앉아도 오히려 마음이 불편한데 어찌 비단을 두른  방석에 앉을 수 있겠소”라고 한탄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부인은 방석에서 비단을 뜯어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지요. 이시백은 영의정까지 지내면서도 청백리 정신을 잃지 않았습니다. 인조반정에 큰 공을 세우고 병조판서 7차례, 이조판서 두 차례에 정승까지 지냈으나 그의 집은 가난한 선비 그대로였지요. 《현종개수실록》 1년 5월 3일 치에는 “일찍이 《소학(小學)》을 수천 번 읽어 집에 있을 때는 늘 그것으로 자신을 다스렸다. 38년 동안 벼슬하면서 청렴하고 공손하고 검소한 것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라고 기록될 정도였습니다. 지금 우리에겐 그런 공직자가 그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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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악속풀이 214>

	특별한 날, 특별히 받게 되는 소리 선물 산타령이란 산을 노래한다는 의미이다. 지난주는 지역에 따라 경기지방의 산타령, 서도 산타령, 남도 산타령으로 구분이 되고 있으며 서도지방의 산타령은 전쟁이후, 서도 명창들이 적었기에 배우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으며 경기지방의 명창들이 전수해 줄 정도였다는 이야기, 경기지방의 산타령은 입타령(口音)이 많고, 장단이 들쑥날쑥하며 강약이나 호흡조절이 까다롭고, 또한 고음역의 선율을 통성으로 질러대는 부분들이 많아 다소 남성취향의 노래로 알려져 있다는 이야기, 그러나 지금은 여성들이 소리패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 경기와 서도 산타령의 차이는 목을 쓰는 창법과 말 붙이는 자리가 다르며 장단도 경기보다는 서도가 빠르다는 점이 비교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산타령은 산천경개를 두루 두루 노래하기 때문에 사설의 내용이 매우 건전하고 상식이 풍부해 진다는 점, 독창보다는 합창으로 부르며 통일성이 강조되는 노래라는 점, 협동을 통해 남과 더불어 사는 방법이나 질서를 배울 수 있다는 점,  2박, 3박, 4박 등의 장단형태나 3분박, 2분박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씩씩하고 활달한 창법이나 다양한 표현법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노래여서 학교교육이나 문화원학교, 평생교육의 장, 군부대, 기업체 등등에서 크게 활용이 기대되는 종목이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 이번 주에는 최창남 명창의 2015년 정례발표회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80을 넘긴 경서도 소리의 최창남 명창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올해에도 소리판을 펼친다고 해서 모두들 아우성이다. 필자는 그날 특별히 이 공연을 해설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에 들어갈 축사를 쓰면서 제목을 “특별한 날, 특별히 받게 되는 소리 선물”이라고 붙여 보았다. 최 명창은 10대에 소리판에 입문해서 평생을 올곧게 경서도 소리를 부르며 살아온 명창이다. 평생 노래를 부르고 후진을 키워온 노 명창이 이제는 체력이나 체면을 내세워 조용히 여생을 보낸다 한들 누가 무어라 하겠는가마는 해마다 발표무대를 만들고 있는 모습은 실로 젊은 국악인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이제껏 소리를 지키며 살아온 것처럼, 생을 다하는 그날까지 산타령을 위시한 경서도 소리길을 충실히 지켜가려는 노 명창의 의지와 집념은 실로 존경받아 마땅하리라. 최창남 명창은 1945년 해방되던 해 황해도에서 인천으로 내려왔고, 그곳에서 이북 출신의 민천식과 신경문, 양소운, 임명옥, 최경명 등 당대 서도 명창들에게 산염불이나 난봉가 류의 소리를 익혔다. 전라도 사람이 아니면 육자배기는 맛을 내기 어렵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서도 소리도 그 지역에서 태어나거나 대동강 물을 먹지 않으면 그 맛을 온전히 낼 수 없다는 통설이 있다. 최창남은 누구보다 자연스레 서도소리들을 익힐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소리가 익어가자 이은관을 따라 공연을 함께 하면서 그의 전매특허처럼 알려진 배뱅이굿도 자연스레 몸에 익혔다. 이은관은 최창남의 목구성이나 재주가 남다르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최창남을 당대 최고의 경서도 명인인 벽파 이창배에게 소개해 주었다.

	. 당시 <청구고전성악학원>을 운영하던 벽파 스승은 “최창남의 목은 타고난 목이다.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고 소리를 엮어가는 기교나 목구성이 특출나서 동료들보다는 소리를 받아들이는 능력이나 수준이 다르다.”고 평가하면서 졸업과 동시, 곧바로 조교로 채용한 것이다. 그래서 벽파 선생이 출타시에는 언제나 최창남이 선생 대신 수강생들을 지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수강생들 중에는 누구, 누구 이름을 대지 않아도 당대의 경기명창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최창남 앞에 소리를 다듬지 않은 명창들이 드물다는 사실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또한 방송을 통해 일반 애호가들에게도 그의 목소리는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의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부지기수인 것이다.   몇 년 전, 집을 이사할 때의 일이었다. 이사짐을 나르던 50대 인부 한 사람이 최창남의 카셋트 테입을 나에게 보이면서 “우리 어머니가 경기민요를 좋아하시는데 특히 최창남 명창의 소리를 너무도 좋아하시기 때문에 이 테입을 빌려주시면 복사하고 돌려드리겠다”고 간청하는 것이었다. 물론 빌려 주었고 그는 약속대로 가지고 왔던 일이 있다. 그의 소리를 잊지 못하고 있는 60~70대 팬들이 많다는 점을 단적으로 알게 하는 대목이다. 최창남은 강하고 부드러운 소리, 밝음과 어두운 소리, 그리고 진함과 옅음의 표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현란한 기교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일반 소리꾼들이 개최하는 발표회와 달리, 최창남 명창의 발표회장에는 진정으로 경서도 소리를 좋아하던 옛 애호가들이나 아니면 이름난 명창들, 전문 국악인들이 주된 관객으로 참석한다. 이번 공연에도 최창남과 그의 제자 40여명이 합창으로 부르는 <산타령>을 시작으로, 난봉가류의 서도소리나 경기 민요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특별 출연으로 백영춘 최영숙의 재담소리, 최숙희 팀의 <장기타령>, 그의 큰 제자들인 한진자, 정재경, 이장학, 강연지가 부르는 노래가락과 창부타령, 임춘희, 조경희, 이명희 등이 부르는 박연폭포와 신고산타령 등도 준비되어 있으며 한진자, 한영희 등이 펼치는 <대감놀이>도 만나게 된다. 경서도 소리의 대명창, 최창남을 기억하며 그의 소리를 잊지 못하고 아쉬워하면서 살아온 많은 애호가들에게 이번 공연은 특별히 의미가 깊은 매우 귀중한 선물을 받는 날이 되리라 확신한다. 선생의 건승을 축원하며 내년에도 이러한 발표회가 멈추지 않고 개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서 한 범 / 단국대 명예교수, 한국전통음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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