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상을 받고 후기를 안 쓰면 도리가 아닌 줄로 사료되어 쓰긴 쓰는
데요 나의 지적(?)인 외모에 맞게 이번에는 조신하고 간단하게 쓰렵니다.
재미없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세요.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 잘난 개병대 남편이 있어도
옆구리의 시림을 더욱 더 깊이 느낄 수밖에 없는 겨울이 나는 싫습니다.
하지만 올 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복을 11월달부터 꺼내입었던 내가 멋내느라 내복도 벗어던지고 내
나름 짧은 치마입고 여의도를 향해 집을 나섰습니다. 여의나루역에서
내려 한강변을 따라 종종걸음을 치는데 음력보름을 몇일 앞둔 밝은 달이
내 발길을 밝혀주더군요. 동장군의 위력이 대단했지만 송모장소인 파라
다이스가 눈에 보이자 친구들 만날 생각에 내 심장은 바운스~ 바운스~
실내에 들어서니 뜨겁게 반겨주는 친구들 덕에 꽁꽁 언 몸은 금새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날씨가 추우니 밤에는 밖에 나가지 말라구 고향에 계신 친정어무이께서
말씀하셨고, 우리 구랑은 저 보고 밖에 싸돌아댕기지 말고 집구석에서
살림이나 잘 하라구 했지요. 내 친구는 제가 바람이 잔뜩 들어서 바람불면
낙엽처럼 흔들릴까봐 걱정했구요. 그렇지만 제가 누구유? 세상에 무서울
게 없는 막강한 대한민국 아줌마, 개병대 마누라 아니겄슈? 우리 구랑한테
띠방 모임이란 말은 못 하고, 동창회 송년모임에 좀 다녀오겠다고 하니까
우리 구랑이 눈을 부라리며 "그래~, 살판났다. 살판났어~!"라고 하더군요.
(내가 살판난 거 울구랑이 워떻게 아라쮜?)
저녁 밥을 미리 해놓고 구랑의 눈총을 받으며 밖에 나왔습니다. 집안
에서도 빨간 내복을 입고 있던 내가 정모에 간다고 멋내느라 치마입고
나갔더니 아랫도리가 썰렁해서 얼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파라다
이스에 도착했을 때 열렬히 환영해 주고, 차가운 손 따뜻하게 잡아 준 친구들
덕분에 얼어 죽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난 가슴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을 우리는 '61 우정회' 친구라고 부릅니다. 중후하고 매력이 넘치는
남친들과 럭셔리하고 아리따운 여친들입니다.(그럼, 그날 참석하지 않은
잉간들은 중후하지도 않고 럭셔리하지도 않단 말이냐? 그건 알아서들
생각하셔유. 자꾸 시비걸면 개병대 마누라 승질 나옵니다). 그렇게 중후
하고 럭셔리한 친구들을 내 가까이에 두고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에 난
큰 행복감을 느낍니다.
일찌감치 도착한 친구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단한 사회활동과 가정
불화, 날로 고조되어가는 스트레스 등, 삶의 무거운 짐들은 잠시 내려놓고
술 한잔과 이야기꽃으로 맞짱뜨기에 바쁘더라구요. 난 빈자리를 찾아
코트를 벗어놓고 뷔페음식을 퍼와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은 사악(?)하
지만 맛은 기똥차게 좋았습니다.
창 밖으로는 한강변의 불빛이 강물에 반영되어 한층 운치를 더 했고,
흐르는 강물 위로 크루즈유람선 한 척이 유유히 미끄러져 갔습니다.
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 온 우리들은 이제 한 템포 쉬어가는 여유를 부려
볼 나이가 아닌가요? 사진작가들의 카메라를 향해 포즈도 취하고, 마음과
마음이 서로 강물처럼 이어지면서 우리는 그렇게 하얀 겨울밤을 즐겼습니다.
곧이어 식순에 의거 우정방의 명물 김영기의 사회로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전임 회장단의 인사와 마이크 울렁증이 있는 각 동호회
방장들과 총무 등 임원진들의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축구단의 우승기
전달식을 보니 우승의 감격이 다시한번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신입회원들의 환영식도 있었는데 신입회원중에는 내가 보고싶어하던
이승진씨도 있었습니다. 승진씨도 뻔여사가 워떻게 생긴 여자인지 무척(?)
궁금했었다고 합니다.(이러면 분위기가 아주 좋지 않습니까?)
봉사상과 감사상,후기상 등 수여식 중에 지하철도 안 다니는 먼거리
지역에서 왕림한 친구들(미쿡서 날아온 장혜원, 강원도 안권혁 등)에게
상을 주는 임원진의 배려심에 감동받았습니다. 꽃씨 속에는 파란 잎과
빨간 꽃이 숨어있다고 어느 시인이 읊었는데, 울 임원진들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아마도 넓고 착한 마음과 우정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들어있지 않을까요?
제가 후기상으로 뭘 받았는지 궁금하시죠? '바디오일'이라는 화장품
인데요 제 피부가 안 좋은 걸 워떻게 알고 그걸 준비하셨대요? 값으로
치면 얼마 안 되지만 친구들 마음이 담긴 걸로 봐서는 백만원짜리 그 이상
이리라 생각됩니다. 고맙게 잘 쓸게요. (나중에 제 피부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확인한다며 달겨들지는 마세욤).
상 받으려면 '이브닝 드레스' 입고 나가야 되는디... TV에서 보니께
'청룡 영화제 시상식' 때 김혜수 등 여배우들이 어깨며 가슴 계곡, 등짝이
훤히 파인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시상대에 올라가대유~? 딸라빚을 내서라도
드레스를 맞춰 입고 나가야 되는건디... 술상과 밥상만 받은 친구들의 박수를
받으니 감개무량합니다. 진철(상진+익철)이 갸늠들은 내가 후기상 타는 거
뻔히 알면서도 꽃다발도 준비 안 했냐? 그나마 상받는 무대까지 올라와서
찐하게 축하포옹 해준 상진이 너밖에 없다.ㅎㅎㅎ
인사와 수여식 등이 끝나고 이창휘 초대가수의 열창이 이어졌습니다.
가수의 노래에 맞춰 무대 앞에서는 프로급 댄서들이 흥을 돋았습니다.
이쁘장한(이쁘면 이쁜거쥐 이쁘장은 또 뭐여?) 고승연과 조규태의 춤사위는
나로 하여금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승연이는 양초공예도
잘 하고, 꽃장식도 잘 하고, 봉사도 잘 하고 못 하는 게 뭐여? 박기명과 최도현은
내가 모르는 여친들과 돌리고 돌리고를 했습니다. 오메~, 부러운거~!
초청가수의 뒤를 이어 기다리던 '영기쇼'가 드디어 펼쳐졌습니다. 기발하고
쇼킹한 복장에 배꼽빼는 원맨쇼는 돈 내고 봐도 아깝지 않은데,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봉사하는 영기의 헌신에 감탄해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감사하고, 보약이라도 한 첩 지어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뒤이어 울 친구들이 돌아가며 노래를 불러제끼고 선상카페가 흔들리도록
춤을 추었습니다. 테이블에 나혼자 앉아서 친구들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산을 사랑하는 최순희가 나를 잡아끌어 '산게이(?)'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합석을 시켜줬습니다. 순희는 마음씨 넉넉한 언니같단 말야.
난 전문대(?)를 기대하며 화장실에 다녀와서 장내를 둘러보니 나랑 전문대
가기로 했던 안권혁(홍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원도가 집이라서 일찍 퇴장한
것 같았습니다.(혁아~, 잘 들어간겨?)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도환이가 날 좋아한다고 해서 기분이 째지게
좋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이순헌이 와서 도환에게 새끼송꾸락을 적셔가며
쐬주를 따라주니까 환이가 헌이의 쐬주묻은 송꾸락을 뭐 빨듯이 쪽쪽 빨아먹더
라구요. 새끼송꾸락꺼정 빨아먹는 걸 보니 나보다 헌이를 더 좋아하는 거 같아서
내 기분은 잡쳐버렸습니다.
나의 라이벌 조경숙이 없으니께 옛날 라이벌(송장 길이, 재치만점, 한 미모,
남자한테 껄떡대기 등의 라이벌 관계) 순헌이가 등장해서 난 쪽도 못 썼습니다.
갱숙아, 정모에 참석도 안 하고 고따우로 할래? 참석 못한 이유를 300자 이내로
써서 제출해라.
이런 나의 기를 살려준 이는 진철이밖에 없었습니다. 상진이랑 전문대를
가고, 상진이가 나를 회전그네 돌리듯이 돌리는디 이러다 나를 바닥에 내동
댕이치는 건 아닌가 걱정했더니만 상진이의 힘이 엄청 대따 세다는 걸 인정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질서(?)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익철이는 내
얼굴을 보더니 이쁘다고 하더군요. 조명발에 속고, 나의 변장술에 속고,
술도 한잔 걸쳤으니 거기 모인 여친들이 다 이뻐보였을 겁니다.
이종만씨는 나를 보더니 "뻔여사, 글쓰는 스타일하고 지적인 외모가 전혀
다르네." 라고 하면서 이쁘단 소리는 안 하고 그저 잘 부탁한다고만 했습니다.
뭘 부탁한다는 건지. 내가 무슨 힘이 있나요?
그 전에 어떤 남친이 "뻔아, 카페다 이런 글 쓰면 수 많은 여친들로부터
시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니께 이런 얘기는 쓰지 마라. 사실 나도 질투난다."고
했는디 오늘까지만 쓰고 담부터는 자제하렵니다.
우리네 삶이란 게 하루 하루가 모여 한 해가 되고, 한 해 한 해가 모여 한
생이 마무리되는 것을. 그냥 맘편히 즐겁게 노닐다 갑시다. 50대 중반 쯤 되면
어느정도 내공이 깊어지는 나이가 아닌가요? 올드보이,올드걸들의 포스가
느껴져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내년도 우정회 회장선출은 정성채 현 회장님의 연임을 다수의 박수로 우리
끼리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성채회장님은 극구사양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
시네요. 동서고금을 통틀어 어느 조직을 운영함에 있어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뒷말도 있을 터지만 다시한번 성은을 베풀어주시는 차원에서 2014년도 회장직을
수락해주심이 어떨런지요.파도에도 무너지지 않는 절벽처럼 삶의 굴곡 앞에서
호탕하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연숙이가 건의사항란에 '좋은 인연'이란 글을 7월에 올렸었는데 그 글에
안경수가 단 꼬리글을 아래에 옮겨봅니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찾으려고 하지. 그래서 많은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지만 정작 맘 놓을 곳이 얼마나 있을까? 난 우정방 카페가
최고라고 생각해.]
저도 경수의 글에 동감하고, 경수의 말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송모 준비하고 행사치르느라 수고한 임원진들과 김영기 친구, 사진봉사해준
친구분들, 물품과 현금으로 협찬해 주신 친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운 날씨에도
먼길 마다않고 참석해 주신 친구분들의 정겨움과 서로를 배려해 주는 마음에 감동
받았습니다.
나의 생 한 모퉁이에 그대들이 있어 행복했다고 추억할 수 있기를 나는 소망
합니다. 그대들을 기억하리라. 그대들과 함께 해서 행복했다고...
참석하지 않은 김진수씨가 약이 오르도록 써야 되는디, 이 정도 갖고는 약이
오르지 않겠지요? 진수씨, '영기쇼'를 못 본 것은 평생 후회 될겁니다.
나를 끝까지 책임져준 방태호, 알라뷰~!
영수씨 얼굴보기가 대통령 만나는 것보다 어렵네요.(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두번 봤음). 언제 용안을 보여주실지?
와~ 장문의 후기..잘읽고 갑니다..잼있는 친구네..^^
남순씨, 실제로 대면한 적은 없지만 성격이 바르고 곧은 사람인 것 같아요. 꼬리글 달아줘서 고맙고요 다음에 꼭 뵈요.
나의 라이벌에서 제외된 뻔순이의 글은
길고도 길지만, 내내 깔깔웃으며 읽다 보니 금세 후다닥입니다~
저 처자를 언제쯤 쳐내야 내가 우뚝!!!설까 고민 + 작전 = 해결? 중입니다~
뻔순이가 있는한 우정회 후기는 넘치는 재치와 스릴로 기쁨 만땅입낟~
이젠 꼼짝없이 내년도 후기 담당자(방장)으로 내정되여야 하겐네요~
넘넘 즐거운 후기였답니다~
내가 아무리 날고 긴다해도 순헌이 손바닥에서 놀고있다는 사실만 알아줘.![굽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0724/texticon_81.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친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하는 맘이가득 담기고 재미진 후기글 잘 보았어요 ^^ 내년부턴 저도 동참 `낑가 주세용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수고하셨습니다
가슴이 따뜻할 것 같은 미숙씨, 감사합니다. 내년에 뵈요.
글을보니 현장감이있고 참석은 못했지만 함께했던기분이드는건 왜일까?
잘 읽었다
이순형 추리님이 카페가입은 저보다 5년 선배인데 누군지 당최 모르겠습니다.
남친인지 여친인지도 모르지만 꼬리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뵐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요?
은순. 띠아모. 다음엔. 나도 후기 함 써볼까나
상진아, '띠아모' 이런 어려운 말 쓰면 '고릴라 같이 생기고 쫌 무식한 잡늠'은 욕인 줄 안다.
기냥 '알라뷰~, 사랑해~!'라고 써. ㅋㅋㅋ
뻔순양! 글 솜씨가 대단합니다. 수필작가로 나서도 되겠습니다. 잘보고 잘느끼고 갑니다. 송구영신
임병동(천지)님이 누군지 모르지만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마음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은순아 수고했다.만나서 반가웠고.
모든 친구들 감사했습니다.
영기야, 몸 좀 챙겨가면서 일해. 정모 때 영기의 활약을 보면서 우린 즐거웠지만,
영기가 왜 감기를 달고 사는지 알겠더라. 여러가지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