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종주 11일차 (2023년 8월 26일, 토)
1) 코스 : 성삼재~작은고리봉~묘봉치~만복대~정령치~큰고리봉~고기리
2) 거리 : 약 11.1km (백두대간 구간 : 11.1km)
3) 산행 : 11:10 ~ 17:10 (6시간)
4) 일정 : 06:30 동대문역사공원역 => 성삼재 (거인산악회 버스)
11:10 성삼재 => 고기리 (11.0km)
17:30 => 저녁 식사
18:30 => 서울(양재, 21:30 도착)
지난 7월 21일 10회차 무박 산행 이후 약 1개월 만에 다시 완전체에 가까운 회원들이 참석한 11회차 산행은 4시간 이상 버스로 이동하여 시작합니다. 처서(處暑)가 지났으나 낮 기온은 여전히 30도를 오르내리고, 성삼재를 오르는 버스도 힘이 붙이는지 고갯길에서 멈추는 아찔한(?) 순간, 이윽고 이어지는 고갯길을 무사히 오르지 일제히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는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성삼재, 해발 1090m. 백두대간 코스 중에 서울에서 버스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입니다. 노고단 방향으로 나아가면 백두대간의 종착지이자 시작점인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 도달할 수 있고, 만복대 방향으로 가면 북진으로 진부령까지 이어지는 갈림길. 지난해 9월 지리산 종주 이후 오랜만에 이곳을 찾았습니다. 성삼재의 하늘은 지리산의 맑음과 푸름을 품고 있고, 탁 트인 조망은 마음이 다다를 수 있는 그곳까지 펼쳐집니다.
1. 성삼재에서 고리봉까지 (1.5km)
도로를 건너 만복대 탐방로 입구에 들어섭니다. 고리봉은 해발 1,248m로 줄곧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코스로 39명의 회원은 마치 행진을 하듯 열을 지어 갑니다. 모든 만물에 고유한 향기가 있듯, 숲에도 향기가 있습니다. 도심의 산에서는 느낄 수 없는 향기. 발끝에서 전해오는 푹신한 느낌과 코끝으로 스며드는 숲의 향기는 오직 이 길을 걷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선물. 4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온 피곤함은 사라지고 이내 산을 닮아갑니다. 헬기장을 지나 그렇게 무심(無心)으로 오르니 고리봉 표지석이 나타납니다. 출발 35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2. 고리봉(작은 고리봉)에서 묘봉치 그리고 점심 (1.6km)
선두그룹은 푸름의 하늘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남기고 떠난 고리봉, 일명 작은 고리봉에 후미 그룹보다 먼저 도착한 중간 그룹의 회원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남기며 완전체를 이룹니다. 푸름의 하늘 아래 각자의 멋진 포즈로 인증샷을 남깁니다.
동남쪽으로 펼쳐진 노고단에서 이어지는 지리산 마루금(능선)과 멀리 서남쪽으론 겹겹이 펼쳐진 산들 사이로 우뚝 솟은 산. 무등산은 문필봉의 모습으로 위용을 드러냅니다.
묘봉치까지는 내리막길로 이어집니다. 좌우에 우거진 숲 사이로 산죽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산길까지 덮은 듯한 잎들은 누군가에 의해 정리되어 있어 걷는 자 편에선 한결 쉬운 듯합니다.
출발하진 1시간 20분이 지난 12시 30분경, 묘봉치에 당도하니 좌측으로 상위마을로 내려가는 푯말이 보입니다. 만복대까지는 다 함께 점심을 먹을 넓은 공터가 없어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우리는 잠시나마 선두그룹보다 앞선 위치에 자리를 잡아 각각 준비해온 푸짐한 점심 식탁이 펼쳐집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선두그룹에 있던 회원들이 지나갑니다. 그렇게 우리는 또다시 원래의 그룹(?)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3. 묘봉치에서 만복대까지 (2.3km)
40분, 평소와 달리 조금은 짧은 듯한 점심시간을 마치고 한결 가벼워진 배낭을 메고 만복대로 향해 출발합니다. 약 2km 남짓한 거리지만 줄곧 오르막길이라 녹록지 않습니다. 조금 오르니 만복대 전망대가 나옵니다. 오래 머물지 않고 조금 더 오르니 저만치 만복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어지는 마루금(능선)은 마치 민둥산을 오르는 것처럼 큰 나무나 관목이 없는 산길입니다. 참고로 가을이 되면 이곳은 ‘억새군락지로 장관을 이룬다.’ 합니다.
4. 만복대에서 정령치 그리고 큰고리봉까지 (2.8km)
만복대(萬福臺), 지리산 10 승지 중의 하나로 인정된 명당으로 많은 사람이 복을 누리며 살 수 있다 하여 만복대라 합니다. 해발 1,438m, 동(東)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반야봉의 기운이 이곳 만복대에 미치고 있는 듯하니 과히 명당임에 틀림이 없는 듯합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마을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마치 여인네 치마 주름처럼 부드럽게 타고 내려가는 듯한 모습.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이유인 듯합니다.
만복대에서 정령치까지는 2.0km로 줄곧 내리막길. 이곳에도 산죽들이 널리 펴져 있습니다. 나무와 수풀 사이로 간간이 들어오는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해발 1,172m 정령치엔 성삼재를 출발 약 4시간만인 오후 3시 15분 도착했습니다. 정령치에서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곳까지 자동차로 접근이 가능한 곳이라 근처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본 남원의 풍광과 푸른 하늘의 흰 뭉게구름은 갖가지 형상을 그리며 모여다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참고로, 정령치는 기원전 84년에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 씨 성을 가진 장군이 성을 쌓았다.’ 하여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고리봉까지는 0.8km, 비록 오르막이지만 30분이면 충분한 거리. 준비해온 콜드브루 커피는 나누고 마지막 피치를 올리며 큰고리봉에 도착하니 3시 50분입니다.
5. 큰고리봉에서 고기삼거리까지 (3.2km)
큰고리봉은 남원시 운봉읍과 산내면과 주천면이 접하는 곳으로 해발 1,305m로 제일 높은 곳입니다. 이곳 고리봉과 관련해서 ‘홍수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옛날 대홍수가 났을 때, 세상이 거의 다 잠겨 생명이 있는 것은 거의 다 죽게 되고 사람도 거의 다 죽게 되었다. 겨우 몇 사람만이 배를 마련하여 타고 물 위에서 떠돌다가 물 위로 조금 솟은 고리봉에 배를 매어 살아났다.
이곳의 마을 이름인 주촌(舟村)은 배를 띄운 곳이라 하여 배 주(舟)를 썼다고 전합니다. 마치 성경의 노아와 방주와 한국판 이야기입니다.
이곳에서 전망은 바라보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즐거움입니다. 만일 홀로 왔다면 몇 시간이고 머물다 내려갔을 듯합니다. 오늘 산행의 남은 시간이 1시간이라 더는 머물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언젠가 이곳은 다시 오리라 다짐하며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옮깁니다.
북진 방향은 바래봉으로 이어지고, 좌측으로 내려가면 1차 산행의 날머리인 고기삼거리에 도착합니다. 급경사로 이어지는 길로 아직 습기가 남아 있어 산길은 미끄럽습니다. 주변 역시 산죽들로 빼곡합니다. 고기삼거리까지 2.0km 남았다는 푯말을 지나자 곧게 뻗어있는 잣나무 군락지가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이윽고 고기리 버스 승강이 보입니다. 정확히 오후 5시에 도착하며 11회차 산행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참고로, 고기리(高基里)는 고촌리와 내기리를 병합하면서 고기리라 하였다고 합니다. 고촌리는 마을이 산중 높은 곳에 위치하는 데서 유래된 것이며, 내기리는 깊은 산중의 안쪽에 있는 안터마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6. 마무리
개인적으로 백두대간을 버킷리스트에 넣게 된 동기는 지난해 9월1일부터 2일까지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이곳 성삼재에서 꾸었던 꿈이었습니다.
하얀 눈 내리는 어느 겨울, 홀로 성삼재를 출발하여 만복대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 비록 꽁꽁 얼어붙은 계절이 아닌 뜨거운 햇살 내리쬐는 계절이었지만 마음은 하얀 눈이 덮인 지리산 마루금을 바라보며 만복 능선을 걸은듯합니다.
거인 21기 회원 개개인 모두가 소중한 꿈이 있기에 백두대간을 걷고 있을 것입니다. 비록 각자의 꿈은 다르지만, 그 가치는 크고 소중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약 6개월 동안 함께 백두대간 마루금을 걸으면서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했기에 여기까지 온 것으로 생각하니 세상에 이런 인연이 또 있을까요.
2023년 8월 27일(토)
백두대간 종주 11차 산행 후기.
PS : 사진과 함께 올려진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eric1960/223195338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