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박명지 영정치원(澹泊明志 寧靜致遠)
욕심 없고 마음이 깨끗해야 뜻을 밝게 가질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야 원대한 포부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澹 : 맑을 담(氵/13)
泊 : 배댈 박(氵/5)
明 : 밝을 명(日/4)
志 : 뜻 지(心/3)
寧 : 편안할 녕(宀/11)
靜 : 고요할 정(靑/8)
致 : 이를 치(至/4)
遠 : 멀 원(辶/10)
출전 :
○회남자(淮南子) 주술훈(主術訓)
○제갈량(諸葛亮) 계자서(戒子書)
국내에서는 안중근 의사가 순국 한 달 전에 세로로 써서 남긴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문장은 회남자(淮南子) 주술훈(主術訓)에 나오는 문장이다.
"마음에 욕심이 없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원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다
(是故淡漠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
그러나 이 말은 제갈량(諸葛亮)이 계자서(戒子書)에 인용한 것으로 더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제갈량을 정말 좋아한 이유는
단지 신출귀몰한 책략 때문만이 아니라 따로 있었다.
계자서(誡子書)를 읽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계자서'는 제갈량이 전장에서 죽기 직전, 8세 된 아들에게 남긴 유언 같은 글이다.
한자로는 총 86자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글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아비의 절절한 부정과 함께 그가 평생 지켜온 인생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夫君子之行, 靜以修身, 儉以養德.
무릇 군자는 고요함으로 몸을 닦고, 검소함으로 덕을 기른다.
非澹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고요하지 않으면 멀리 도달할 수 없다.
夫學須靜也, 才須學也.
무릇 배움은 고요해야 하고, 재능은 모름지기 배워야 얻는다.
非學無以廣才, 非靜無以成學.
배우지 않으면 재능을 넓힐 수 없고, 고요하지 않으면 학문을 이룰 수 없다.
慆慢則不能硏精, 險躁則不能理性.
오만하면 세밀히 연구할 수 없고, 위태롭고 조급하면 본성을 다스릴 수 없다.
年與時馳, 志與歲去, 遂成枯落, 多不接世, 悲嘆窮廬, 將復何及也.
나이는 시간과 함께 내달리고, 뜻은 세월과 함께 떠나가니, 마침내 낙엽처럼 떨어져 세상에서 버려지니,
궁한 오두막집에서 탄식해본들 장차 무슨 수로 되돌릴 수 있겠는가?
어린 아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심오한 내용이다. 제갈량은 그의 아들이 '계자서'를 평생 의 원칙으로 지켜나가면
인생에서 큰 낙오점은 없으리라고 여겼을 것이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제갈량의 마음에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특히 나이든 사람이라면 '궁한 오두막집에서 탄식한다'는 '궁려(窮廬)의 탄식'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무엇 하나 이룬 것 없이 흰 머리만 늘어나는 자신을 볼 때면 더욱 그럴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들 또한 너도 나도 앞장서서 궁려의 탄식을 쏟아냈다.
몸이 갑자기 쇠약해지거나 과거에 했던 일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밀려드는 회한 때문에
이구동성으로 탄식했다.
누군가는 '그럭저럭 지내다 보니 반생이 어그러졌다'고 탄식했고, 누군가는 '고식적인 안일만 꾀하다가 허송세월 했다'고
탄식했다.
그래서 마음이 조급해 붓을 들었다.
아직 구만리 같은 인생을 앞 둔 자식과 조카와 후배들에게 제갈량의 마음을 담아 간곡한 어조로 편지를 띄웠다.
인생에 대해 빠삭하게 안다고 자부하는 나도 이렇게 후회가 많은데 부디 너희들은 나처럼 살지 말아라. 그런 뜻이 담겼다. 그러나 어찌 하겠는가. 그 나이가 되어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진리가 있기 마련인 것을.
훗날 제갈첨(諸葛瞻)은 위나라 등애(鄧艾)와 싸울 때 심모원려(深謀遠慮) 전략을 세우지 못해 패했지만,
우국의 굳센 뜻은 버리지 않고 장렬히 전사했으니 부친의 유훈을 절반은 지킨 셈이다.
제갈량은 천문과 지리에 통달했고, 병법에도 정통한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어째서 담박명지 영정치원(澹泊明志 寧靜致遠)으로 아들을 가르쳤을까?
사실 제갈량은 아들 제갈첨이 담박하기를 즉 욕심이 없기를 바랐지만 한편으로는 담박하게, 즉 목표도 없고 이룬 바도 없이
속세를 떠나 산에 은거하여 무위도식 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또한 아들이 '영정(寧靜)', 즉 평온하고 안일하게 세월을 보내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제갈량은 아들이 '담박명지(澹泊明志)' 하여 마음에 잡념이 없기를 바랐다.
욕심이 없어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더욱 명확하고 강한 야망이 생길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냉정하고 합리적인 상태라면 명성과 관심에 얽매이지 않고, 세간의 화려한 유혹에 잠식당하지 않을 수 있다.
담박(淡泊)의 기운은 물이 세차게 흘러 생기는 안개처럼 부드러우며,
비바람이 몰아쳐도 변함없이 꼿꼿이 서 있는 소나무나 잣나무처럼 의연하다.
이와 함께 제갈량은 아들에게, 영정치원(寧靜致遠), '평온하지만 멀리 다다른다'는 훈계를 했다.
선량한 마음을 간직하고 경솔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음이 평온해야 높디높은 하늘처럼 넓고 깊을 수 있다.
'담박'의 기운으로 사람의 뜻은 더욱 확고해 질 것이며, '영정(寧靜)'의 마음으로 사람은 지혜를 더해 만물을 통찰하고
당황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어떤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궁할 때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얻었을 때 비로소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사람이 눈앞의 득실을 따지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세상을 아우르는 지혜와 통찰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마음이 뿌옇게 흐려져 있고 욕심의 찌꺼기가 많은 사람은 올바른 뜻을 명확하게 세우기가 힘들다.
또한 마음이 불안하게 요동치는데 멀리 바라보는 안목이 생길 리가 없다.
담박함과 고요함이 위인들만을 위한 미덕이라 생각하지는 말자.
그것은 보통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유용한 덕목이다.
그런데 그것은 한순간의 생각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평소 마음의 수양을 통해 서서히 길러지는 것이다.
조용한 곳에서 차분한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혹은 멀리 갈 필요 없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끊고
차분히 숨 고르며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담박함과 고요함의 힘을 키우는 데 분명 도움을 줄 것이다.
제갈량은 17세에 혼인을 했는데 마흔이 넘도록 자식이 없었다.
부득이 동생의 아들 제갈교를 양자로 들였다. 그런데 하늘이 도왔는지 47세에 아들 제갈첨이 태어났다.
그 귀한 아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보내준 편지가 ‘계자서(誡子書)’이다.
계자서(誡子書)는 제갈량이 54세에 죽음에 임하여 8세 난 아들에게 훈계하며 준 글이다.
후에 제갈량의 아들 제갈첨(諸葛瞻)은 유비의 아들인 2대 황제 유선(劉禪)의 행군호위장군(行軍護衛將軍)으로 중용됐는데
사마의 휘하의 장군 등애(鄧艾)로 부터 낭야왕(琅耶王)으로 봉하겠다는 것을 거절하고 전사했으나,
황제 유선은 항복하여 안락공(安樂公)에 봉해져 낙양에서 편안하게 천수를 누렸다.
誡子書 / 諸葛亮
夫君子之行, 靜以修身, 儉以養德.
무릇 군자는 행함에 지조가 있어야 하나니, 욕심 없는 평온한 마음으로 몸을 닦아야 하고,
근검과 절약으로 인품과 덕성을 길러야 한다.
非澹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
담박하지 않은 마음으로는 자신의 뜻을 명확하게 밝힐 수 없고,
바깥 것에 흔들리는 마음으로는 원대한 목표에 이를 수 없다.
夫學須靜也, 才須學也, 非學無以廣才, 非志無以成學.
배울 때는 고요한 마음을 유지해야 배울 수 있는데, 배움 없이 재능을 키울 수 없고,
뜻한 바 없이 이뤄지는 배움도 없다.
慆慢則不能勵精, 險躁則不能冶性.
거리끼는 것이 없고 게을러서는 정신을 진작할 수 없고, 조급하고 위험스러워서는 마음을 기르고 닦을 수 없다.
年與時馳, 意與日去,
遂成枯落, 多不接世,
悲守窮廬, 將復何及.
세월은 시간 따라 나는 듯이 달려가고, 의지도 세월 따라 흘러가는데,
시들어 지고 말면 세상에 아무런 보탬도 되지 못한 채, 슬프게 부서진 집이나 지키고 있게 될 테니,
그때 가서 후회와 원망을 어찌 감당하겠느냐!
군자는 평정심으로 수신하고 검소함으로 덕을 기른다.
욕심 없이 담담해야 의지를 분명히 할 수 있고, 고요하게 집중해야 원대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
고요함 속에서 공부가 완성되며 재능은 공부에서 얻어진다.
공부해야 재능을 넓힐 수 있고 의지가 있어야 공부를 완성할 수 있다.
방종하고 태만하면 정신을 연마할 수 없으며 거칠고 조급하면 성정을 도야할 수 없다.
순식간에 나이가 들고 의지도 세월 따라 약해지면, 결국 쇠락하고 쓸모가 없어져 세상에서 버려진다.
그때에 쓸쓸히 궁색한 집구석을 지키면서 후회한들 어찌하리.
수신(修身)과 입지( 志)의 자세를 요약한 명언 '담박명지 영정치원(澹泊明志 寧靜致遠)'이 여기서 나왔다.
중국인들 집에 가면 이 글귀를 써서 걸어 놓은 경우가 많다.
죽음을 예견 했던걸까. 이 글을 보낸 해에 제갈량은 54세로 전장에서 생을 마친다.
그때 제갈첨은 8세였다.
그래서인지 글을 볼 때 마다 마음이 애잔해진다. 그 어린 아들이 무얼 알겠는가.
그래도 애절한 마음으로 붓을 잡아 글을 써내려간 아비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제갈첨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후일 촉한 황제의 사위가 되었다.
승승장구 하던 그는 263년 위나라의 공격에 맞서 싸우다가 아들 제갈상과 함께 전사한다.
역사 앞에 인생이란 이렇게 비감한 것인지. 정녕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인가.
제갈첨의 비극은 제갈량의 일생을 더욱 고단하고 슬퍼 보이게 한다.
그래도 애써 위안해 보면, 제갈량은 후인들에게 자식 교육의 좋은 방향을 제시해 주었으니
'계자서'에 들인 정성이 헛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렇게 자식 교육을 위해서 고심한 부모들이 만든 결정체가 '가훈(家訓)'이다.
가훈(家訓)이라고 하면 근면, 정직 등등 간단한 몇 마디 좋은 말을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원래 가훈은 책 이름이었다. 중국 남북조(南北朝)시대 양(梁)나라 출신 안지추(顔之推)가 저자이다.
그의 '가훈'은 여타의 가훈과 구별하기 위해 '안씨가훈'이라 부르는데,
총 20편 약 5만 여자로 사회생활 전반에 걸친 자신의 생각을 후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중국에서는 '안씨가훈'을 '가훈의 시조(家訓之祖)'라고 평가하고 있다.
안지추가 '가훈'을 남긴 데는 사연이 있다. 그는 9세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어린 동생이 불쌍했던 큰 형은 그를 응석받이로 키웠다.
한없이 너그럽지만 위엄이 없는 형이 아버지 노릇을 하면서 안지추는 멋대로 생활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
술독에 빠져 있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그렇게 무위도식하던 그에게 24세에 겪은 조국의 멸망은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그로부터 포로 생활이 시작된다. 정말 운도 없는지 끌려간 나라도 또 망해서 계속 유랑의 신세였다.
서위(西魏), 북제(北齊), 북주(北周)를 거쳐 수(隋)나라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파란만장한 일생을 통해 느낀 모든 것들을
가훈을 통해 후손들에게 말하려 한 것이다.
너무 할 말이 많았는지 자신의 기막힌 인생 유전을 '논어'의 편수에 따라 20편으로 정리하였다.
자신의 경험담과 생각을 적절히 섞어 글을 풀었는데 마치 한 편의 자서전을 읽는 것 같다.
그가 서위에서 포로생활을 할 때,
같이 끌려간 양나라 귀족들은 공리공담에만 익숙할 뿐 세상의 실무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자들이었다.
입들은 살아있고 지식인 행세를 하니 문서 정리라도 할 줄 알았는데 심지어는 글도 읽을 줄 모르는 자가 태반이었다.
서위의 권세가들은 하사받은 양나라 귀족 출신 포로들을 살려두지 않았다. 공밥을 먹일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안지추는 글을 읽고 쓸 수 있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때 절실하게 느낀 것이 무엇이든 기술 하나는 익혀야 살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그 기술 가운데 가장 쉽게 익힐 수 있는 것이 공부라고 강조하고 있다.
"무릇 배움이란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 봄에는 그 꽃을 즐기고 가을에는 그 열매를 얻는 것이니,
서로 토론하고 글을 짓는 것은 봄의 꽃이요, 자신을 수양하고 행실을 바르게 하는 것은 가을의 열매이다."
안지추는 '춘화추실(春華秋實)'이란 성어로 공부의 즐거움과 유익함을 개괄하고 있다.
우리네도 자식에게 늘 공부 타령을 하지만, 제갈량과 안지추가 강조하는 공부와는 결이 달라 보인다.
그들이 말한 공부는 바른 사람 만들기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 澹(맑을 담, 넉넉할 섬)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詹(첨, 섬)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澹(담, 섬)은 ①맑다 ②싱겁다 ③담백하다(淡白--) ④조용하다 ⑤안존하다(安存--: 아무런 탈 없이 평안히 지내다) ⑥움직이다, 그리고 ⓐ넉넉하다(섬) ⓑ채우다(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맑을 렬(洌), 맑을 담(淡), 맑을 숙(淑), 맑을 청(淸), 맑을 호(淏), 맑을 재(渽), 맑을 린(潾), 맑을 징(澄), 맑을 철(澈), 맑을 찬(澯), 맑을 류(瀏), 물 맑을 식(湜), 물 맑을 영(渶), 물 맑을 형(瀅), 깨끗할 정(瀞) 등이다. 용례로는 여러가지 꽃이 깨끗하고 탐스럽게 핀 모양을 담탕(澹宕), 담박하고 아리따움을 담염(澹艶), 어두컴컴하고 쓸쓸함 또는 희망이 없고 막연함을 암담(暗澹), 딱하고 슬픈 모양이나 비참하고 가슴 아픈 모양 또는 얼굴에 독기가 있음을 참담(慘澹), 탐욕이 없어서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하며 의욕이 없음을 평담(平澹), 성미가 조촐하고 깨끗함을 충담(沖澹), 욕심 없고 마음이 깨끗해야 뜻을 밝게 가질 수 있다는 말을 담박명지(澹泊明志) 등에 쓰인다.
▶️ 泊(머무를 박/배 댈 박, 잔 물결 백)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두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白(백, 박)으로 이루어지며 물 위에 배를 머물게 한다는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泊자는 '머무르다'나 '(배를) 대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泊자는 水(물 수)자와 白(흰 백)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白자는 촛불을 그린 것으로 '희다'나 '깨끗하다'는 뜻이 있다. 泊자는 본래 '(배를) 대다'나 '정박하다'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배를 정박하기 위해서는 수심이 얕은 물가까지 배를 대야 했다. 그래서 泊자에 쓰인 白자는 수심이 얕아 물밑이 비쳐 보일 정도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泊자는 배를 정박하는 것 외에도 어느 한 지점에 잠시 머무른다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泊(박, 백)은 ①머무르다 ②묵다 ③배를 대다 ④담백하다 ⑤뒤섞이다 ⑥얇다 ⑦조용하다 ⑧물의 모양 ⑨머무는 곳 ⑩여관(旅館), 여인숙(旅人宿) ⑪호수(湖水) 그리고 잔 물결 백의 경우는 ⓐ잔 물결(백) ⓑ빽빽한 모양(백)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머무를 정(停), 머무를 두(逗), 머무를 유(留), 머무를 주(駐)이다. 용례로는 배가 닻을 내리고 머무는 곳을 박지(泊地), 여관이나 주막에 들어 밤을 자고 머무름을 숙박(宿泊), 쉬려고 머무름을 게박(憩泊), 보통 살림집에 숙박함을 민박(民泊),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함을 담박(淡泊), 여행 도중에 머무름을 여박(旅泊), 열을 지어 머무름을 열박(列泊), 일정한 숙소 이외의 딴 데서 잠을 외박(外泊), 호수 가운데 물 밖으로 드러나 있는 땅을 호박(湖泊), 이틀 밤 숙박하는 일을 이박(二泊), 휴식하며 숙박함을 휴박(休泊), 배가 닻을 내리고 머무름을 정박(碇泊), 풍랑을 만난 배가 정처 없이 물 위에 떠도는 것을 표박(漂泊), 선박 따위를 어떤 곳에서 대어 쉬고 묵음을 헐박(歇泊), 배가 어떤 곳에 와서 정박함을 내박(來泊), 배로 와 닿음을 도박(到泊), 배를 처음으로 댐을 초박(初泊), 배가 돌아오거나 돌아가서 머무름을 귀박(歸泊), 배가 온전하게 정박함을 온박(穩泊), 밤중에 정박함을 야박(夜泊), 타는 배를 매어 둠을 계박(繫泊), 배가 닻을 내리고 머무름을 묘박(錨泊), 일정한 직업을 가지지 아니하고 정처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는 일을 일컫는 말을 유리표박(流離漂泊), 여기저기로 돌아다니거나 옮겨 다니면서 삶을 일컫는 말을 전전표박(轉轉漂泊) 등에 쓰인다.
▶️ 明(밝을 명)은 ❶회의문자로 날 일(日; 해)部와 月(월; 달)의 합해져서 밝다는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明자는 '밝다'나 '나타나다', '명료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明자는 日(날 일)자와 月(달 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낮을 밝히는 태양(日)과 밤을 밝히는 달(月)을 함께 그린 것이니 글자생성의 의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밝은 빛이 있는 곳에서는 사물의 실체가 잘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明자는 '밝다'라는 뜻 외에도 '명료하게 드러나다'나 '하얗다', '똑똑하다'와 같은 뜻까지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明(명)은 (1)번뇌(煩惱)의 어둠을 없앤다는 뜻에서 지혜 (2)진언(眞言)의 딴 이름 (3)사물의 이치를 판별하는 지력(智力)으로 이치가 분명하여 의심할 것이 없는 것 (4)성(姓)의 하나 (5)중국 원(元)나라에 뒤이어 세워진 왕조(王朝)로 태조(太祖)는 주원장(朱元璋) 등의 뜻으로 ①밝다 ②밝히다 ③날새다 ④나타나다, 명료하게 드러나다 ⑤똑똑하다 ⑥깨끗하다, 결백하다 ⑦희다, 하얗다 ⑧질서가 서다 ⑨갖추어지다 ⑩높이다, 숭상하다, 존중하다 ⑪맹세하다 ⑫밝게, 환하게, 확실하게 ⑬이승, 현세(現世) ⑭나라의 이름 ⑮왕조(王朝)의 이름 ⑯낮, 주간(晝間) ⑰빛, 광채(光彩) ⑱밝은 곳, 양지(陽地) ⑲밝고 환한 모양 ⑳성(盛)한 모양 ㉑밝음 ㉒새벽 ㉓해, 달, 별 ㉔신령(神靈) ㉕시력(視力) ㉖밖, 겉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밝을 금(昑), 밝을 돈(旽), 밝을 방(昉), 밝을 오(旿), 밝을 소(昭), 밝을 앙(昻), 밝을 성(晟), 밝을 준(晙), 밝을 호(晧), 밝을 석(晳), 밝을 탁(晫), 밝을 장(暲), 밝을 료(瞭), 밝힐 천(闡),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꺼질 멸(滅), 어두울 혼(昏), 어두울 암(暗)이다. 용례로는 명백하고 확실함을 명확(明確), 밝고 맑고 낙천적인 성미 또는 모습을 명랑(明朗), 분명히 드러내 보이거나 가리킴을 명시(明示), 분명하고 자세한 내용을 명세(明細), 밝고 말끔함을 명쾌(明快), 밝음과 어두움을 명암(明暗), 명백하게 되어 있는 문구 또는 조문을 명문(明文), 밝은 달을 명월(明月), 분명하고 똑똑함을 명석(明晳), 세태나 사리에 밝음을 명철(明哲), 똑똑히 밝히어 적음을 명기(明記), 일정한 내용을 상대편이 잘 알 수 있도록 풀어 밝힘 또는 그 말을 설명(說明), 자세히 캐고 따져 사실을 밝힘을 규명(糾明), 사실이나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내서 밝힘을 천명(闡明), 날씨가 맑고 밝음을 청명(淸明), 흐리지 않고 속까지 환히 트여 밝음을 투명(透明), 틀림없이 또는 확실하게를 분명(分明), 마음이 어질고 영리하여 사리에 밝음을 현명(賢明), 어떤 잘못에 대하여 구실을 그 까닭을 밝힘을 변명(辨明), 의심나는 곳을 잘 설명하여 분명히 함을 해명(解明), 의심할 것 없이 아주 뚜렷하고 환함을 명백(明白), 어떤 사실이나 문제에서 취하는 입장과 태도 등을 여러 사람에게 밝혀서 말함을 성명(聲明), 불을 보는 것 같이 밝게 보인다는 뜻으로 더 말할 나위 없이 명백하다는 말을 명약관화(明若觀火),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이라는 뜻으로 사념이 전혀 없는 깨끗한 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명경지수(明鏡止水), 새를 잡는 데 구슬을 쓴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손해 보게 됨을 이르는 말을 명주탄작(明珠彈雀), 아주 명백함이나 아주 똑똑하게 나타나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말을 명명백백(明明白白), 맑은 눈동자와 흰 이라는 말을 명모호치(明眸皓齒) 등에 쓰인다.
▶️ 志(뜻 지, 기치 치)는 ❶형성문자로 恉(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마음심(心=忄;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땅에서 초목(草木)이 싹터 자라는 모양을 나타내는 之(지), 止(지)와 결부되어 간다는 뜻을 나타낸다. 마음이 가다, 뜻하다의 뜻이다. 또 음(音)이 비슷한 識(식)과 결부되어 표하다, 표의 뜻으로도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志자는 '뜻'이나 '마음', '감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志자는 士(선비 사)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금문에 나온 志자를 보면 본래는 之(갈 지)자와 心자가 결합한 것이었다. 이것은 '가고자(之)하는 마음(心)'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志자는 자기 뜻을 실천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글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之자가 士자로 잘못 옮겨지면서 본래의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志(지, 치)는 기전체(紀傳體)의 역사에서 본기(本紀), 열전(列傳) 외에 천문(天文), 지리(地理), 예악(禮樂), 정형(政刑) 등을 기술한 것, 기록(記錄)의 뜻으로 ①뜻 ②마음 ③본심(本心) ④사사로운 생각 ④⑤감정(感情) ⑥기록(記錄) ⑦표지(標識: 표시나 특징으로 다른 것과 구분함), 표기(標旗: 목표로 세운 기) ⑧문체(文體)의 이름 ⑨살촉 ⑩뜻하다, 뜻을 두다 ⑪알다 ⑫기억하다 ⑬의로움을 지키다, 절개가 있다 ⑭적다, 기록하다, 그리고 ⓐ기치(旗幟: 군대에서 사용하던 기)(=幟)(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뜻 정(情), 뜻 의(意), 뜻 취(趣)이다. 용례로는 곧은 뜻과 절조를 지조(志操), 뜻이 있어 지망함을 지원(志願), 뜻이 쏠리는 방향을 지향(志向), 절의가 있는 선비를 지사(志士), 뜻이 있어 소망함을 지망(志望), 고상한 마음과 뜻을 지상(志尙), 고상한 뜻과 품격을 지격(志格), 어떤 일을 해내거나 이루어 내려고 하는 마음의 상태나 작용을 의지(意志), 뜻과 주장과 목적이 서로 같음 또는 그런 사람을 동지(同志), 뜻을 세움을 입지(立志), 역사의 사실을 기록한 책을 승지(乘志), 죽은 사람이 생전에 이루지 못하고 남긴 뜻을 유지(遺志), 싸우고자 하는 의지를 투지(鬪志), 본래부터 품은 뜻을 소지(素志), 높은 뜻이나 고상한 뜻 또는 남의 뜻을 높여 일컫는 말을 고지(高志), 큰 뜻이나 원대한 희망을 대지(大志), 찬성하는 뜻을 긍지(肯志), 굽히지 않는 굳센 의지를 강지(剛志), 뜻이 돈독함 또는 인정이 두터운 마음씨를 독지(篤志), 어린 마음과 뜻 또는 속으로 품은 자그마한 뜻을 박지(薄志), 바라던 것이 뜻대로 됨 또는 뜻을 이룸을 득지(得志), 마을이나 지역에서 명망 있고 영향력을 가진 사람 또는 어떤 일에 뜻이 있거나 관심이 있음을 유지(有志), 뜻을 정하여 굳게 마음을 먹음을 결지(決志), 뜻이 천리에 있다는 뜻으로 뜻이 웅대함을 이르는 말을 지재천리(志在千里), 바라는 바를 남김 없이 만족시켜서는 아니 됨을 이르는 말을 지불가만(志不可滿), 두 사람 사이의 의지와 기개가 서로 잘 맞음을 이루는 말을 지기상합(志氣相合), 학문에 뜻을 둘 나이라는 뜻으로 열 다섯 살의 나이를 이르는 말을 지학지세(志學之歲), 처음에 세운 뜻을 이루려고 끝까지 밀고 나감을 이르는 말을 초지일관(初志一貫), 높은 베개를 베고 마음대로 한다는 뜻으로 하는 일 없이 편안하고 한가하게 지냄을 이르는 말을 고침사지(高枕肆志), 청운의 뜻이라는 말로 남보다 훌륭하게 출세할 뜻을 갖고 있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청운지지(靑雲之志), 기산의 지조란 뜻으로 은퇴하여 자기 지조를 굳게 지킨다는 말을 기산지지(箕山之志),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여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힘쓴다는 말을 명명지지(冥冥之志), 큰 기러기와 고니의 뜻이라는 뜻으로 영웅 호걸의 뜻이나 원대한 포부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홍곡지지(鴻鵠之志),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다라는 뜻으로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유지경성(有志竟成) 등에 쓰인다.
▶️ 寧(편안할 녕/영, 편안할 령/영)은 ❶회의문자로 宁(영)은 간자(簡字), 寗(영)은 동자(同字), 寍(영)은 고자(古字)이다.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皿(명)과 心(심)의 합자(合字)이다. 음식물이 그릇에 수북이 담겨 있어 안심하고 살 수 있음의 뜻한다. 뒤에 음(音)을 나타내는 丁(정)을 더하였다. ❷회의문자로 寧자는 '편안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寧자는 宀(집 면)자와 心(마음 심)자, 皿(그릇 명)자, 丁(못 정)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丁자는 '탁자'를 표현하기 위한 모양자이다. 寧자의 갑골문을 보면 탁자 위에 그릇이 놓여 있는 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집에 먹을 것이 풍족하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心자가 더해졌는데, 이는 심리적으로도 매우 '안정적이다'라는 뜻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지금의 寧자는 심리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상태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寧(녕, 령)은 ①편안하다 ②편안히 하다 ③문안하다 ④친정가다 ⑤편안(便安) ⑥차라리 ⑦어찌 그리고 편안할 령의 경우는 ⓐ편안하다(령) ⓑ편안히 하다(령) ⓒ문안하다(령) ⓓ친정가다(령) ⓔ편안(便安)(령) ⓕ차라리(령) ⓖ어찌(령)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편할 편(便), 편안 안(安)이다. 용례로는 수확이 많은 해를 영세(寧歲), 편안한 겨를을 영가(寧暇), 편안하게 삶을 영거(寧居), 무사하고 편안한 날을 영일(寧日), 평안하고 고요함을 영정(寧靜), 편안히 쉼을 영식(寧息), 걱정이나 탈이 없음을 안녕(安寧), 몸이 건강하여 마음이 편안함을 강녕(康寧), 천하가 잘 다스려져서 태평함을 안녕(晏寧), 추측컨대 틀림이 없음을 정녕(丁寧), 친정에 가서 아버지를 뵘을 귀녕(歸寧), 어른이 병으로 편하지 못함을 미령(靡寧), 오래 살고 복되며 건강하고 편안함을 일컫는 말을 수복강녕(壽福康寧), 준걸과 재사가 조정에 많으니 국가가 태평함을 일컫는 말을 다사식녕(多士寔寧) 등에 쓰인다.
▶️ 靜(고요할 정)은 ❶형성문자로 静(정)의 본자(本字), 静(정)은 통자(通字), 静(정)은 간자(簡字), 靖(정)과, 靖(정)은 동자(同字)이다. 爭(쟁)은 물건을 서로 끌어 당기는 일로, 여기에서 팽팽히 당겨져서 움직이지 않는 모양을 나타낸다. 음(音)을 나타내는 靑(청)은 푸른 색깔로, 여기에서는 무성하다는 菁(청), 깨끗하다는 淸(청), 자세하다는 精(정), 편안하다는 靖(정) 따위에 공통되는 뜻을 이어 받고 있다. 靜(정)은 물건이 움직이지 않고 조용함, 편안함, 또 자세함, 장식(裝飾)함, 아름다움을 말한다. 물이 물결치지 않는 것을 淸(청) 또는 淨(정)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또 瀞(정)이라고도 쓴다. ❷회의문자로 靜자는 '고요하다'나 '깨끗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靜자는 靑(푸를 청)자와 爭(다툴 쟁)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爭자는 소뿔을 쥐고 서로 다투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다투다'라는 뜻이 있다. 靑자는 우물과 초목을 그린 것으로 '푸르다'나 '고요하다'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 靜자는 상반된 뜻을 가진 글자가 결합한 셈이다. 사실 靜자는 '고요하다'를 표현하기 위해 왁자지껄했던 싸움이 끝난 이후의 소강상태를 그린 것이다. 그래서 다투는(爭) 모습에 푸르름(靑)을 더해 매우 고요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을 표현했다. 그래서 靜(정)은 (1)움직이지 아니하여 조용함 (2)고요하고 평화스러움 등의 뜻으로 ①고요하다(조용하고 잠잠하다) ②깨끗하게 하다 ③깨끗하다 ④쉬다, 휴식하다 ⑤조용하게 하다 ⑥조용하다 ⑦조용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고요할 적(寂), 고요할 막(寞), 고요할 요(窈), 고요할 밀(謐),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이다. 용례로는 고요하고 엄숙함을 정숙(靜肅), 고요하고 편안함을 정밀(靜謐), 고요하고 쓸쓸함을 정적(靜寂), 정지하고 있거나 균형이 잡히어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정태(靜態), 조용히 사물을 관찰함을 정관(靜觀), 정지하고 있는 것을 정적(靜的), 조용히 생각함을 정려(靜慮),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여 피로나 병을 요양함을 정양(靜養), 고요히 그침 또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를 정지(靜止), 명상에 잠김을 정상(靜想), 정지하여 움직이지 아니하는 물건을 정물(靜物),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을 바로 하여 조용히 앉음을 정좌(靜坐), 고요하고 평온함을 정온(靜穩), 태도가 조용하고 마음이 맑음을 정숙(靜淑), 조용하고 한가로움을 정한(靜閑), 시끄럽고 요란한 일이나 상태를 조용하게 가라앉히는 것을 진정(鎭靜), 정신이 편안하고 고요함을 안정(安靜), 감정에 사로잡히지 아니하고 차분함을 냉정(冷靜), 사람의 움직이는 상황을 동정(動靜), 평안하고 고요함을 평정(平靜), 쓸쓸하고 고요함을 적정(寂靜), 한가하고 고요함을 한정(閑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아니하고 사물에 마음을 움직이지 아니하는 정신 상태를 허정(虛靜), 조용하고 엄숙함을 숙정(肅靜), 평안하고 고요함을 영정(寧靜), 성정이 차분히 가라앉고 조용함을 침정(沈靜), 천하의 풍파가 진정되어 태평함을 이르는 말을 사해파정(四海波靜) 또는 사해정밀(四海靜謐), 성품이 고요하면 뜻이 편안하니 고요함은 천성이요 동작함은 인정이라는 말을 성정정일(性靜情逸), 산과 들이 텅 빈 것처럼 고요하고 괴괴하다는 말을 산공야정(山空野靜), 나이가 젊고 용모가 아름다우며 마음이 올바르고 침착하다는 말을 요요정정(夭夭貞靜), 때로는 움직이고 때로는 조용히 한다는 말을 일동일정(一動一靜), 부녀가 인품이 높아 매우 얌전하고 점잖음을 일컫는 말을 유한정정(幽閑靜貞) 등에 쓰인다.
▶️ 致(이를 치/빽빽할 치)는 ❶형성문자로 緻(치)의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이를 지(至; 이르다, 도달하다)部와 매질하여 빨리 이르도록 한다는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의 뜻이 합(合)하여 이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致자는 '이르다'나 '보내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致자는 至(이를 지)자와 攵(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攵자가 아닌 夊(천천히 걸을 쇠)자가 쓰였었다. 夊자는 '발'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소전에서의 致자는 '이르다'는 뜻의 至자에 夊자를 결합해 발걸음이 어느 지점에 도달했음을 뜻했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夊자가 攵자로 잘못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알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致(치)는 ①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②다하다 ③이루다 ④부르다 ⑤보내다 ⑥그만두다 ⑦주다, 내주다 ⑧깁다(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다) ⑨꿰매다 ⑩빽빽하다 ⑪면밀(綿密)하다 ⑫촘촘하다 ⑬찬찬하다(성질이나 솜씨, 행동 따위가 꼼꼼하고 자상하다) ⑭곱다 ⑮배다 ⑯풍취(風趣) ⑰경치(景致) ⑱정취(情趣) ⑲흥미(興味) ⑳취미(趣味) ㉑헌옷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이를 도(到), 이를 계(屆), 이를 지(至), 이를 진(臻), 이를 흘(訖)이다. 용례로는 죽을 지경에 이름을 치명(致命), 고맙다는 인사의 치사(致謝), 남이 한 일에 대하여 고마움이나 칭찬의 뜻을 표시하는 치하(致賀), 재물을 모아 부자가 됨을 치부(致富), 사물의 도리를 알아서 깨닫는 지경에 이름을 치지(致知), 사례하는 뜻을 표함을 치사(致謝), 있는 정성을 다함을 치성(致誠), 공양이나 공궤를 함을 치공(致供), 온 정성을 다함을 치관(致款), 나라를 잘 다스리기에 이름을 치리(致理), 가업을 이룸을 치가(致家), 경의를 표함을 치경(致敬), 강제 수단을 써서 억지로 데리고 감을 납치(拉致), 꾀어서 데려옴을 유치(誘致), 어긋남이 없이 한결같게 서로 맞음을 일치(一致),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경치(景致), 사물의 정당한 조리 또는 도리에 맞는 취지를 이치(理致), 더 갈 수 없는 극단에 이름을 극치(極致), 서로 맞음을 합치(合致), 서류나 물건 등을 보냄을 송치(送致), 불러서 이르게 함을 초치(招致), 사물의 이치를 구명하여 자기의 지식을 확고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격물치지(格物致知), 나라의 위급함을 보고 몸을 바침을 일컫는 말을 견위치명(見危致命), 회의장에 모인 사람의 뜻이 완전히 일치함을 일컫는 말을 만장일치(滿場一致), 보고 들은 바가 꼭 같음을 일컫는 말을 견문일치(見聞一致), 말과 행동이 같음을 일컫는 말을 언행일치(言行一致), 차별 없이 서로 합치함을 일컫는 말을 혼연일치(渾然一致), 여럿이 한 덩어리로 굳게 뭉침을 일컫는 말을 일치단결(一致團結) 등에 쓰인다.
▶️ 遠(멀 원)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袁(원)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袁(원)은 뜻을 나타내는 옷 의(衣)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止(지; 발)를 바탕으로 哀(애, 원)이 합(合)하여 옷이 치렁치렁한 모양이나 옷이 길다는 뜻과, 책받침(辶)部는 움직이는 일에서 나아가는 일의 길게 하다, 길다, 멀어지다, 멀다 등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遠자는 '멀다'나 '심오하다', '오래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遠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袁(옷 길 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袁자는 옷깃이 넉넉한 옷을 표현한 것으로 '옷이 크다'라는 뜻이 있다. 遠자는 이렇게 옷깃이 넓다는 뜻을 가진 袁자를 응용한 글자로 옷깃이 늘어져 있듯이 길이 매우 '멀다'라는 뜻을 표현했다. 그래서 遠자는 '(길이)멀다'나 '멀어지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세월이)오래되다'나 '심오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遠(원)은 ①멀다 ②심오(深奧)하다, 깊다 ③많다 ④세월이 오래되다 ⑤멀리하다, 멀어지다 ⑥소원(疏遠)하다 ⑦내쫓다, 추방하다 ⑧싫어하다 ⑨어긋나다 ⑩먼 데 ⑪선조(先祖)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오랠 구(久), 미륵 미(彌), 멀 유(悠), 길 영(永), 멀 하(遐), 멀 요(遙), 멀 료/요(遼), 길 장(長),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가까울 근(近)이다. 용례로는 멀고 가까움을 원근(遠近), 시간이나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원격(遠隔), 먼 곳으로 싸우러 가는 것을 원정(遠征), 먼 데 것은 잘 보이고 가까운 데 것은 잘 보이지 않는 시력을 원시(遠視),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넓은 바다를 원양(遠洋), 멀리 가서 놂을 원유(遠遊), 중심으로 부터 멀어져 감을 원심(遠心), 아득한 먼 시대를 원대(遠代), 멀리 바라다 봄을 원망(遠望),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교외를 원교(遠郊),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신상을 생각함을 원념(遠念), 장면을 넓게 찍은 영화 필름 또는 사진 따위를 먼 곳에서 넓게 찍는 일을 원사(遠寫), 길고 오랜 세월로 앞으로 오래도록 변함없이 계속됨 또는 어떤 상태가 끝없이 이어짐을 영원(永遠), 공간적으로 까마득히 멂 또는 시간적으로 먼 훗날에나 가능한 상태에 있음 곧 현재나 당장에는 불가능한 상태에 있음을 요원(遙遠), 지내는 사이가 두텁지 않고 버성김 또는 서먹서먹함을 소원(疏遠), 멀고 높음 또는 고상하고 원대함을 고원(高遠), 동떨어지게 멂을 격원(隔遠), 한없이 멀고 넓음을 광원(廣遠), 몹시 오래 됨을 구원(久遠), 이어져 내려온 시간이 오램을 면원(綿遠), 거리가 멀지 아니함 또는 닥칠 시일이 오래지 아니함을 불원(不遠), 아주 아득하게 오램을 창원(蒼遠), 멀리 바라봄을 망원(望遠), 눈이 미치지 않은 만큼 까마득하게 멂을 묘원(渺遠), 먼 데 있는 물은 가까운 데의 불을 끄는 데는 쓸모가 없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멀리 있는 것은 급할 때에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원수근화(遠水近火), 먼 데 있는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 못함을 이르는 말을 원족근린(遠族近隣), 먼 나라와 친하고 가까운 나라를 쳐서 점차로 영토를 넓힘을 일컫는 말을 원교근공(遠交近攻), 화를 멀리하고 복을 불러 들임을 일컫는 말을 원화소복(遠禍召福), 먼 곳에 있어서 올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원막치지(遠莫致之), 파랗게 그린 먼 산 같은 눈썹이라는 뜻으로 미인의 눈썹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원산미(遠山眉), 공경하되 가까이하지는 아니함 또는 겉으로는 공경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꺼리어 멀리함을 일컫는 말을 경이원지(敬而遠之), 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이미 늙어 앞으로 목적한 것을 쉽게 달성하기 어렵다는 말을 일모도원(日暮途遠),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앞으로 갈 길이 아득히 멀다는 뜻으로 목적하는 바에 이르기에는 아직도 남은 일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전도요원(前途遙遠), 벗이 있어 먼 데서 찾아온다는 뜻으로 뜻을 같이하는 친구가 먼 데서 찾아오는 기쁨을 이르는 말을 유붕원래(有朋遠來)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