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쯤인가.. 이야기 했던거 같은데.. 굳이 한번더 이야기 하자면...
30년을 살아온 우리집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바로 우리은행 스포츠단 합숙소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농구단하고 사격단이 있는데... 그런 이유로 나에게 우리은행의 존재는 무척이나 각별했고...
어릴때는 상업은행(우리은행의 전신이죠) 연고지가 "장위동" 인 줄 알았으니까요...
아직 프로가 아니라 연고지가 따로 없다는 사실은 시간이 좀더 흐른 다음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새 농구팀이.. 춘천에 둥지를 틀었는데.... 아무리 여러가지 사정이 있음을 충분히 이해를 해도..
서울 장위동에 살면서..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연고지를 틀었다는데에.. 어떤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었고...
여하튼.. 그런 의미로... 내가 농구를 보면서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그냥 숙명적으로 조혜진 선수 였었고..
그 보다 좀더.. 농구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했던 사람은....
![](https://t1.daumcdn.net/cfile/cafe/120C8F0249536C52D4)
바로 이 사람 이였죠...
예쁘장한 외모를 가진.. 직접 보신분은 알겠지만 주먹만한 얼굴이라든가 호리호리한 몸매가 또 완전 모델급 이거든요..
게다가.. 늘 누나 선수들만 보다가 처음 보게된 "내 또래" 선수 라는 점 때문에 아마 더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강렬했던 첫만남 때문에도 그랬죠.. 아마 스포츠 뉴스 였나 싶은데...
제2의 유영주.. 코트의 미아 되나...
라는 다소 자극적인 타이틀과 함께.. 텅빈 체육관에서 혼자 농구공 튀기며 연습하는 단발머리 앳된 아이..
그게 내가 본 그 사람의 첫 모습 이였습니다..
86년 대우, 현대와 얽힌 축구선수 김종부 선수의 이중계약 사건..
92년 LG,OB 그리고 고려대,연세대등 대학과 대학연맹이 파워게임을 했던 야구선수 빅3 임선동,조성민,손경수 사건..
그 이후에 맞닥뜨리게된 그녀의 이중계약 사건......
내 기억이 정확할지는 의문 입니다만.. 현대에서 전주원 이후로 그녀에게 많이 공을 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때 스포츠 뉴스에 나왔던 혼자 연습하던 그 체육관이 바로 현대의 연습장으로...
그녀는 이미 현대팀에 합류해 있었던거죠..
그런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상업은행 선수로 등록이 되어 있었고...
아마 그녀도 모르게 가족이나 학교에서 계약서에 사인 했다거나 그랬을거죠....
그래서 상업은행과 현대가 서로 자기 선수라고 우기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그 상황을 쉽게 받아 들이지 못한 댓가로.. 그는 전부였던 농구를 잃었습니다..
그가 이미 현대팀에 합류해서 연습을 하는 상황 이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선수등록이 되어 있는 상업은행에서 그를 임의탈퇴로 묶어 둔 거죠..
농구 밖에 몰랐던 꿈 많은 소녀의 농구인생이.. 어른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꼬여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1년여의 공백후 그는 상업은행의 선수로써.. 성인무대에 뛰어들었습니다...
여전히 상업은행의 지원은 열악했고.. 대우도 형편 없었지만..
그래도 성적 만큼은 중간은 가는 팀이 되었습니다..
조혜진 선수와 그가 힘을 낸 탓 이죠...
그 사이 프로화와 동시에 팀은 한빛은행을 거쳐 우리은행으로 새롭게 간판을 바꿔 달았고..
그는 팀의 핵심맴버로 꾸준하게 활약하여 국가대표로 아시안 게임도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용병의 등장과 함께.. 파워포워드 였지만 178cm 로 작은편 이였던 키와
그리고 호리호리한 그래서 연약해 보이기 까지 하는 몸매탓에 그의 입지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2000년 김나연 선수와 맞 트레이드로 국민은행으로 이적하게 되었고...
살아남기 위해 3번 포지션에 적응하고자 안간힘을 썼습니다...
국민은행은 그가 입단한 2000년 여름 플레이오프 진출을 시작으로...
2002년 겨울 정규리그 우승, 2004년 겨울 정규리그 준우승등.. 굵직한 성적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챔피언전과 플옵무대에서 번번히 패배.. 단 한번도 패권을 차지하지는 못 했습니다..
그리고 2004년 겨울을 끝으로 그는 은퇴를 했는데.. 그의 나이 28세때 였습니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나이.. 그러나 지금 생각해 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시점 이였습니다..
아마.. 점점 수준이 높아지는 용병들과 신장이 좋아진 후배 선수들 때문에 자리를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겠지요..
그후, 실업팀 김천시청의 무적시대를 이끈 후, 지금은 모교인 숙명여중에서 코치 하신다고 어디서 들었던거 같네요..
인생에 "만약" 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지만...
만약에 그가.. 본인의 소망대로 현대에 갔다면.. 그래서 전주원,김영옥 선수와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면..
그리고 "1년여의 공백" 이라는게 없었다면... 그는 과연 어떤 선수가 되었을까..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그것은 아마.. 그와 같은 나이, 같은 학번으로 고교시절내내 탑플레이어 자리를 놓고 경쟁했고..
여전히 팀의 에이스로 대한민국의 대표 선수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박정은 선수를 볼때마다..
한없이 가슴시리게 다가오는 어떤 안타까움과 미안함 때문 일 겁니다..
출장시간에 비해 그다지 특별할것도 특출한것도 없는 평범한 스탯...
그리고 우승 한번 없는 밋밋한 성인무대 이력... 그가 남긴 몇가지 그의 기록들은..
그를 그저 평범한 블루워커로 식스맨으로 기억하게만 합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치열하게 파란만장하게 삶의 전장을.. 농구코트를 누볐던 열혈포워드..
그리고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스러져갔던 유망주들의 또다른 이름..
그래서.. 늘 잊어버리고 살다가.. 농구의 계절이 다가오면.. 갑자기 생각나서 괜히 짠 해지는..
양희연 이라는 그 이름 석자는 나에게 그런 의미로 각인 되어 있는거 같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든.. 양희연 그 친구.. 항상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열심히 응원하는 어린 농구 선수들이..
저마다 자신의 능력들을 유감없이 발휘 할 수 있었으면 정말로 좋겠습니다...
첫댓글 양희연 고교때 박정은과 경쟁였나요? 제가 주워 듣기로는 양희연이 최고라고 들어서...암튼 아쉬운 선수입니다. 뭐 고교때 다들 한가락 했지만요
양희연과 이연숙이 원톱 아니면 투톱이였을껄요?..그뒤로 이은영도 있었고..박정은은 10권이라고 들었는데.....
제 기억으론 이연숙이 랭킹1위였고..박정은선수는 처음부터 주전을 꿰찼는데..아마 양희연과 박정은 당시엔 비슷했을듯..
그해 고교 졸업생들이 장난이 아니었죠. 그때 농구대잔치 신인상은 이은영 선수가 받았습니다.
이연숙 ㄷㄷㄷ 어찌 보면 이연숙이 오히려 더 운이 없었네요. 이연숙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케이스같네요. 양희연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이름을 보여주면서 활약했으니
아~~~~~~~~~~~~~~~~~~~~~~~~~~~~~~~~~~~~~~~~~~~~~~~~~~~ 미쳐 미쳐 미쳐.........너무 그리운 양희연 선수 ㅜㅜ........진짜 농구하난 기가 막히게 잘했는데............. 국은에서 가드까지 시키더만.....은퇴하게 만들다니 ㅜㅜ난 아직도 양희연의 자유투라인에서 원드리블 친 다음에 성큼성큼 올려놓은 언더슛을 잊을 수가 없음...... 운동감각과 더불어 농구천재란 수식어까지 달뻔했던........너무아쉬운 선수..............ㅜㅜ
여자농구 옛얘기들을 들어보면, 참 선수 운이라는거... 무시 못하네요... /// 비운의 천재.... 또 있겠죠? 적어도 구단들의 배려만 있었더라도.........
근데 만약에 그 당시에 현대에 왔으면 성공여부가 반반이였을듯해요.....원래 현대가 전주원 이후엔 대형선수 복이 없어요.... 대형급 포워드 조인현도 들어오자마자 허리부상에 시름시름했고 여왕벌 권은정도 그 잘하던 선수가 현대와서 슬럼프 ㅜㅜ;;그 뒤에도 쩝........ 차라리 skc였으면 좋았을텐데.... 김지윤 강현옥 유영주 양희연 정선민 ㅎ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거기다 어설펐던 이종애까지 ㅋㅋ
하긴 이중계약 파문이니..........양희연 선수 눈망울이 참 슬퍼보여서 더 애착이 가던 선수였다는 ㅜㅜ
이종애가 당시 어설프긴 했는데 어떤 님의 글을 보니깐 이종애가 후ㄷㄷ했다고 하던데...이종애가 대단했지만 김쥰 정선민의 초년병보다는 많이 약했죠 ㅋ
그당시 skc 광팬이라서...똑똑히 기억하는데요.... 이종애 선수 레이업도 어색했는데 ㅋㅋ 그래서 정선민과 트윈타워로 수비할때만 투입되었던 ㅋㅋ....지금의 이종애를 생각하시면 안되요 ㅋㅋ 드리블도 거의 안했던 ㅋㅋ물론 공격도 받아먹는 레이업도 간신히 했던 ㅋ
근데요.........이글 좀 칼럼방으로 ~
양희연선수도 참 팀운없었던거 같아요....정말 박정은선수 버금가는 센스의 소유자였는데
숙명의 양희연 선수.. 올해..오월에 뵌적이 있었는데.. 여동방에 담아갑니다
표정이 어두웠던 걸로 기억해요. 보면서 명성에 비해 뭐 그닥... 하는 생각을 했었죠. 성인무대에서 성공적으로 꽃 피우는 재능있는 선수들이 참 귀하군요. 그러고 보면 그래도 비슷한 파문을 겪으면서 좋은 시간을 까먹어버렸던 엘아이지의 주전으로 뛰고 있는 남자배구의 이경수 선수는 참 대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