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청량읍 율리 문수사(文殊寺)의 화장실
통도사, 석남사, 문수암 스님이 문수암(文殊庵)에 모여 회포를 풀었다.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절 자랑까지 하게 되었다.
제일 규모가 큰 통도사 스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절에 국솥이 얼마나 큰지 알아? 배를 타고 들어가 노 저을 정도야.”
빙긋 웃던 석남사 스님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솥이 커 봐야 솥이지.”
“그러는 자넨 자랑거리라도 있나?”
“우리 절은 아침마다 문을 열 때 문돌쩌귀가 닳아서 나오는 쇳가루가 한섬이나 돼.”
그러면서 석남사 스님이 문수암 스님에게 말했다.
“자넨 왜 아무 말이 없는가?”
옆에서 잠자코 듣기만 하던 문수암 스님이 그제야 말문을 열었다.
“우리 절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면 다음 날 아침이 돼야 똥 떨어지는 소릴 들어.”
문수암 스님의 말에 통도사와 석남사 스님들은 입을 모아 비아냥거렸다.
“에이, 이 사람 농담도 심해.”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거짓말이 어디 있나?”
문수암 스님이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직접 가 볼 텐가.”
문수암 스님은 그 길로 두 스님을 화장실로 안내했다. 절벽 사이에 나무판 두 개가 나란히 끼어져 있었다.
“여기는 절벽 아닌가?”
“아닐세. 여긴 화장실일세. 절벽 걸쳐진 나무에 발을 디디는 거야. 내가 한 번 해 보지.”
문수암 스님은 직접 나무에 발을 딛고 올라섰다.
“어떤가? 이 구멍에 똥을 누면 수십 리 아래로 떨어지는 거야.”
문수암 스님의 말에 두 스님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던 문수암 스님은 빙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