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1.
O. 헨리 <마지막 잎새>
워싱턴 스퀘어의 서쪽에 있는 조그만 구역에 가면 길이 이리 저리 마구 얽혀서 <플레이스>라고 부르는 길쭉한 조각으로 나눠진 것을 볼 수 있다. 이 <플레이스>들은 기묘한 각과 곡선을 이루고 있는데 하나의 길이 한두 번은 제자신과 교차한다. 일찍이 한 화가가 이 거리에서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감과 종이와 캔버스의 계산서를 든 수금원이 이 거리에 들어와서 외상 한 푼 받지 못하고 어느 새 온길로 되돌아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이 색다르고 옛스러운 그리니치 빌리지에 곧 화가들이 몰려들어 북향의 창문과 18세기 풍의 박공과 네덜란드 풍의 다락방과 싸두려 방세를 찾아서 돌아다녔다. 이윽고 그들이 6번가에서 백랍 컵과 탁상용 풍로를 하나 둘 들고 들어와서 여기에 <예술인의 마을>이 하나 생긴 것이다.
수우와 존지는 나지막한 3층 벽돌 집 꼭대기에 화실을 갖고 있었다. <존지>는 조안너의 애칭이다. 수우는 메인 주가 고향이고 존지는 캘리포니아 출신이었다. 두 사람은 8번가에 있는 <델모니코>식당에서 정식을 먹다가 만나, 예술에 있어서나 치커리 샐러드나 예복 소매의 취향에 있어서나 취미가 일치한다는 것을 알고 공동으로 화실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5월의 일이었다. 11월이 되자 의사들이 폐렴이라고 부르는 차갑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손님이 이 마을을 쏘다니면서 그 얼음 같은 손가락으로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만지고 다녔다. 이스트사이드에서는 이 파괴자가 대담하게 으스대고 다니면서 수십 명의 희생자를 냈지만, 이 좁고 이끼낀 <플레이스>의 미로에서는 그 걸음걸이도 느려졌다.
폐렴씨는 기사도적인 노신사라고 부를 만한 것이 못 되었다. 캘리포니아의 부드러운 바람으로 가냘퍼진 조그만 어런 처녀는, 도저히 피묻은 주먹에 숨결이 거친 이 늙은 협잡꾼의 정당한 사냥감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존지를 덮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페인트칠을 한 철제 침대에 누운 채 거의 꼼짝 못하고, 조그만 네덜란드풍의 창너머로 옆에 있는 벽돌집의 텅 빈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바쁜 의사가 털이 숭숭한 반백의 눈썹을 움직여서 수우를 복도로 불러냈다.
"저 처녀가 살아날 가망은 ... 글쎄, 열에 하나야."하고 그는 체온계를 흔들어 내리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 가능성도 그 처녀가 살고 싶어하지 않으면 소용없단 말씀이야.
지금처럼 사람이 장의사한테 달려갈 기분으로 있어서야 처방이고 뭐고 다 바보 같은 짓이 되고 말지. 저 처녀는 이제 낫지 않는다고 아예 마음먹고 있거든.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일이라도 있나?"
"쟤는... 언젠가 나폴리 만을 그려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림을 그려? 바보같긴! 무언가 골똘이 생각할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은 없을까? 이를테면 남자친구 같은 거."
"남자요?"하고 수우는 터무늬없는 소리라는 투로 말했다. "그럴 만한 남자가... 하지만 아니에요, 선생님. 그런 일은 없어요."
"음, 그렇다면 좋지 않은 걸. 나는 내 힘이 미치는 한, 의술의 힘을 다해 보지. 하지만, 환자가 자기 장례식 행렬의 자동차 수를 세기 시작하게 된다면 내 약의 효과도 5할은 감해지지. 아가씨가 잘 구슬려서 겨울 외투 소매의 새 유행이라도 물어보도록 만든다면 가능성이 열에 하나가 아니라 다섯에 하나라고 약속하지."
의사가 돌아간 뒤 수우는 작업실로 가서 종이냅킨이 곤죽이 될 때까지 울었다. 그러고는 화판을 들고 휘파람으로 재즈를 불면서 힘차게 존지의 방으로 들어갔다.
존지는 이불 밑에 잔잔한 파도 하나 일으키지 않고, 얼굴을 창문으로 돌린 채 누워있었다. 수우는 그녀가 잠들어 있는 줄 알고 휘파람을 그쳤다. 수우는 화판을 세워 어떤 잡지 소설의 삽화로 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젊은 화가는 젊은 작가가 문학에의 길을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 쓰는 잡지 소설의 삽화를 그림으로써 미술에 대한 길을 개척해 나가야만 한다.
수우가 소설의 주인공인 아이다호 카우보이의 모습에다 말 품평회에 입고 나갈 멋있는 승마바지와 외알박이 안경을 그리고 있는데 나지막한 소리가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들려왔다. 그녀는 얼른 침대 곁으로 갔다.
존지의 눈은 커다랗게 떠져 있었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세고 있었다. 수를 거꾸로 세고 있었다. 그녀는 "열둘."하고 세고는 조금 있다가 "열 하나.", 이어 "열.", "아홉.", 그러다가 거의 동시에 "여덟.", "일곱."하고 셌다.
수우는 궁금해서 창 밖을 내다보았다. "뭐가 있어서 세는 거지?" 그저 살풍경하고 쓸쓸한 안마당과 20피트 저편에 벽돌집의 텅빈 벽면이 보일 뿐이었다. 뿌리가 울퉁불퉁하게 옹이져서 썩은 한 그루의 해묵은 담쟁이덩굴이 벽돌담 중간쯤까지 뻗어울라가 있었다. 차가운 가을 바람이 덩굴에서 잎사귀를 쳐서 떨어뜨리고, 앙상한 발가송이 가지가 허물어져 가는 벽돌담에 매달려 있었다.
"뭐니?" 수우가 물었다.
"여섯." 존지는 거의 속삭이듯이 말했다. "이제 차츰 빨리 떨어지기 시작했어. 사흘 전에는 거의 백 장쯤 있었는데. 세고 있으면 머리가 다 아팠지만 이젠 쉬워. 아, 또하나 떨어지네. 이제 남은 것은 다섯 잎뿐이야."
"뭐가 다섯 잎이지? 얘기해 보렴."
"잎사귀야. 담쟁이덩굴 잎. 마지막 한 잎이 떨어질 때는 나도 가는 거야. 나는 사흘 전부터 알고 있었어.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지 않던?"
"그런 바보 같은 소린 들은 적이 없어."하고 수우는 몹시 경멸하는 듯이 투덜거렸다. "마른 담쟁이 잎사귀와 네가 낫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니? 그리고 넌 저 덩굴을 아주 좋아했잖아. 이 말괄량이야, 바보 같은 소리 작작해라. 선생님은 말이야, 오늘 아침에 네가 곧 완쾌할 가망성은 ...저어, 선생님 말씀 그대로 말한다면..하나에 열이라고 그러셨어! 그건 뉴욕 시내에서 전차를 타고 가거나 신축 빌딩 밑을 지나갈 때의 위험률과 같은 거야. 자, 이제 국을 좀 마셔봐. 그리고 수디는 다시 그림을 그리게 해줘. 그러면 그걸 잡지사 편집자에게 팔아서 앓아 누운 우리 아기에겐 포도주를 사오고 먹성 좋은 나를 위해서 돼지고기를 사올 수가 있잖아?"
"포도주는 이제 살 필요 없어." 존지는 계속 창밖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또 한 잎 떨어지네! 아니, 국물도 먹고 싶지 않아. 이제 넉 장뿐이야. 어둡기 전에 마지막 한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싶어. 그러면 나도 가는 거야."
"존지." 수우는 그녀 위에 몸을 굽히고 말했다. "내가 그림을 다 그릴 때 까지 눈을 감고 창밖을 보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지 않겠니? 난 이 그림을 내일까지 넘겨줘야 한단 말이야. 광선이 필요해서 그래. 그렇지 않으면 커튼을 내리고 싶다만."
"다른 방에서 그릴 수 없어?"하고 존지는 차갑게 물었다.
"난 네 옆에 있고 싶어서 그래. 게다가 네가 줄곧 저 쓸데없는 담쟁이 잎사귀를 쳐다보고 있는게 싫어서 그런다."
"다 그리면 금방 알려줘야 해." 존지는 눈을 감고 쓰러진 조각처럼 창백하게 조용히 누워서 말했다. "마지막 한 잎이 떨어지는 걸 보고 싶으니까. 난 이제 기다리기 지쳤어. 생각하는 것도 지쳤고. 모든 것에 대한 집착에서 떠나, 꼭 저 불쌍하고 고달픈 나뭇잎처럼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싶어."
"좀 자도록 해 봐. 난 베어먼 할아버지를 불러다가 은둔한 늙은 광부의 모델이 되어 달라구 부탁해야겠어. 곧 돌아올께. 내가 돌아올 때까지 움직이지 마."
베어먼 노인은 이 집 1층에 살고 있는 화가였다. 나이는 60이 넘었고, 미켈란젤로가 그린 모세의 수염 같은 구레나룻이 사티로스같은 얼굴에서 도깨비 같은 몸으로 곱슬곱슬하게 처져있었다. 베어먼은 예술의 낙오자였다. 40년 동안 화필을 쥐어왔지만 예술의 여신 치마자락을 잡을 만큼도 가까이 가보지 못했다. 언제나 걸작을 그린다고 하면서도 아직 시작해 본 적이 없다. 지난 몇 해 동안 이따금 상업용이나 광고용의 서투른 그림을 그린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그리지 못했다. 그는 전문적인 모델을 채용할 힘이 없는 이 마을 젊은 화가들의 모델이 되어 주고 조금씩 돈을 얻어 쓰고 있었다. 과하게 진을 마시면서도 여전히 멀지 않아 걸작을 그린다는 말만 했다. 그 밖의 점에서는 몸집은 작지만 성격이 꼿꼿한 늙은이였으며, 누구나 유약한 것을 보면 사정없이 비웃고, 특히 위층 화실에 있는 두 젊은 예술가를 지키는 감시견을 자청하고 있었다.
수우가 가 보니 베어먼은 아래층의 어두침침한 골방에서 노간주나무 열매의 냄새를 물씬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걸작의 첫 획을 25년이나 기다려온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가 이젤에 얹혀 있었다.
수우는 노인에게 존지의 망상을 이야기하며 존지는 정말 나뭇잎처럼 가볍고 연약해서, 이 세상에 대한 가냘픈 집착이 더 약해지면 둥둥 떠서 날아가 버리지 않을는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베어먼 노인은 핏발이 선 눈에 눈물을 글썽그리면서 그 어이없는 망상에 큰 소리로 모멸과 조소를 퍼부었다.
"뭐라구!" 그는 소리쳤다. "아니 그래, 다 썩은 덩굴에서 잎이 떨어진다고 저도 죽는다는 그런 얼빠진 소릴 하는 놈이 이 세상에 어딨어? 나는 그런 말 들어본 적도 없다. 싫어, 나는 아가씨의 그 쓸데없는 은둔자의 숙맥같은 모델이 되기는 싫다구. 어째서 너는 존지가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게 내 버려두느냔 말씀이야. 아아, 가엾은 존지 아가씨야."
"그 애는 몹시 앓아서 쇠약해졌어요. 그리고 열 때문에 마음까지 병에 걸려서, 별의별 이상한 망상으로 가득 찬 걸요. 좋아요, 베어먼 할아버지. 제 모델이 되기 싫으시다면 필요 없어요. 하지만 전 할아버질 정말로 너무나 변덕스런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여자란 금방 저래서 탈이야! 누가 모델이 안돼준다고 그랬나? 가라구, 나도 따라갈테니까. 반 시간 전부터 나는 언제라도 모델이 되어 주겠다고 말하려 했었지. 허, 참! 여긴 존지 같은 착한 처녀가 병들어 누워있을 곳이 못 돼. 멀지 않아 나는 걸작을 그릴게야. 그러면 우리 모두 다른 데로 옮기자고. 정말이야, 그렇게 하자구."
두 사람이 위층에 올라가 보니 존지는 잠들어 있었다. 수우는 커튼을 창턱까지 끌어내리고, 베어먼에게 옆방으로 가자고 몸짓했다. 방에 들어간 두 사람은 겁먹은 듯이 창문으로 담쟁이 덩굴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서로 말없이 쳐다보았다. 차가운 진눈깨비가 쉴새없이 내리고 있었다. 베어먼은 낡은 푸른 옷을 입고는 바위대신 냄비를 엎어놓고 앉아 은둔한 광부의 자세가 되었다.
이튿날 아침 수우가 한 시간쯤 자고 눈을 떠 보니 존지는 흐릿한 눈을 크게 뜨고 내려진 녹색 커튼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어줘, 보고 싶으니까."하고 그녀는 속삭이는 소리로 명령했다. 수우는 마지못해 하라는 데로 했다. 그런데 보라! 기나긴 밤새 비가 후려치고 바람이 휘몰아쳤는데도 벽에는 아직도 한 장의 담쟁이 잎이 또렷이 남아 있지 않은가! 그것은 담쟁이의 마지막 잎새였다. 그 잎자루 가까이는 아직도 진한 초록빛이었지만, 톱니모양의 가장자리에는 노란 소멸과 조락의 빛을 띠고 대견스럽게도 땅 위에서 20피트쯤 되는 가지에 매달려있었다.
"저게 마지막 잎새야. 밤중에 틀림없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바람소리를 들었거든. 오늘은 떨어질 거야. 그러면 나도 동시에 떨어지는 거야."
"얘, 얘!" 수우는 지친 얼굴을 베개에 얹으면서 말했다. "네 자신을 생각하고 싶지 않거든 내 생각이나 좀 해다오. 난 어떻하면 좋아?"
그러나 존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것은 신비롭고 먼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영혼이다. 그녀는 우정 및 이 땅과 연결하고 있는 기반이 하나하나 풀어짐에 따라, 그 망상이 점점 더 억세게 그녀를 휘어잡는 것 같았다.
그날도 다 지나가고 해거름이 되어도 그 외로운 담쟁이 잎이 벽에 그냥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가 밤이 되니 북풍이 다시 사납게 휘몰아치기 시작하고 한편 비는 여전히 창문을 두들겨 나직한 네덜란드풍 처마에서 후둑후둑 흘러 떨어졌다. 이윽고 날이 새자, 존지는 사정없이 커튼을 올리라고 명령했다. 담쟁이 잎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존지는 드러누워서 오랫동안 그것을 바라 보았다. 그러더니 가스 스토브 위에서 닭수프을 휘젓고 있는 수우에게 말을 건냈다.
"난 나쁜 계집애였다, 수디." 내가 얼마나 나쁜 계집애였는가 알려주려고 저 마지막 잎새를 저 자리에 남겨둔거야. 죽고 싶어하다니 벌받을 일이지. 자, 그 국물 좀 갖다 줘. 우유에 포도주를 탄 것도 좀 주고. 그리고 아니, 손거울부터 먼저 갖다 줄래? 그리고 내 등에다 베개 몇 개 받쳐 줘. 일어나 앉아서 네가 요리 하는 걸 보고 싶어."
한 시간 뒤 그녀는 말했다. "수디, 난 언젠가 나폴리 만을 그려 보고 싶어."
오후에 의사가 왔다. 의사가 돌아갈 때 수우는 살그머니 뒤따라 나왔다.
"희망은 반반이야."하고 의사는 수우의 떨고 있는 여윈 손을 잡고 말했다. "간호만 잘 해주면 당신이 이겨. 그럼 이제 아래층에 있는 환자를 보러 가야지. 베어먼인가 하는 사람인데 화가 같더군. 역시 폐렴이야. 나이가 많고 몸도 약한 사람인데 갑자기 당했어. 나을 희망은 없지만 오늘 입원하면 좀 편해 지겠지."
이튿날 의사는 수우에게 말했다. "이제 위험은 벗어났어. 당신이 승리야. 앞으로는 영양과 뒷바라지, 이것뿐이야."
그리고 그날 오후, 수우가 침대로 다가가보니, 존지는 누운 채 무척 파란 빛깔의 도무지 쓸데없어 보이는 숄을 만족스러운 듯이 짜고 있었다. 수우는 한쪽 팔로 베개와 함께 존지를 껴안았다.
"너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 귀여운 아가씨. 베어먼 할아버지가 오늘 병원에서 돌아가셨단다. 겨우 이틀을 앓으셨을 뿐이야. 첫날 아침, 관리인이 아래층에 있는 그분 방에 가봤더니 할아버지가 몹시 괴로워하고 계시더래. 신발과 옷은 흠뻑 젖어서 얼음처럼 차갑고. 날씨가 그렇게 험한 날 대체 어디를 갔다오셨는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어. 그러다가 아직도 불이 켜져있는 각등과 언제나 놓여있는 자리에서 꺼내온 사다리와 흩어진 화필과 초록과 노랑물감을 푼 팔레트를 발견한 거야. 그리고 얘, 창밖으로 저 벽에 있는 마지막 담쟁이 잎 좀 쳐다봐. 바람이 부는데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게 이상하지 않니? 아아, 존지, 저건 베어먼 할아버지의 걸작이란다. 마지막 잎사귀가 떨어진 날 밤, 그분이 저 자리에 그려 놓으신거야."
번역 2.
O. 헨리 <마지막 잎새>
워싱톤 스퀘어 서쪽의 작은 구역에는 길들이 멋대로 뻣어서 조그만 골목길로 갈리며 '동네'를 이루고 있다. 이 동네는 괴상한 곡선과 각도를 이루고 있어서 같은 길들이 몇번이고 교차하는 길찾기가 만만치 않다. 옛날에 어떤 예술가가 이 동네의 아주 훌륭한 가치를 발견해 냈다. 그림 물감과 종이와 화폭의 외상값을 받으러 오는 장사꾼이 만약 이 동네에 발을 들여 놓는다면 한참 돌아 다니다 돈은 한푼도 받지 못한채 도로 제 자리에 돌아오고 말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괴상하고 낡은 그리니치 빌리지로 미술가들이 몰려와서는 북향으로 난 창문과 18세기 박공과 홀랜드식 다락방의 값싼 방을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들은 6번가에서 몇 개의 커피 잔과 난로를 사다 날랐고 이렇게 해서 '화가촌'이 생기게 되었다.
납작한 3층 벽돌집 꼭대기에 수우와 쟌시는 그들의 공동 화실을 갖고 있었다. 쟌시는 죠안나의 애칭이었는데 한 사람은 메인주에서 왔고 또 한사람은 캘리포니아주 출신이었다. 그들은 8번가에 있는 '델리니코'식당에서 처음 만났는데 미술과 치콜리 샐러드, 그리고 작업복의 소매에 대한 두 사람의 취미가 완전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공동 화실을 갖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5월이었다. 11월이 되자 의사들이 '폐렴'이라고 부르는 냉정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나그네가 이 화가촌을 찾아와서는 그 얼음같이 차가운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사람들을 집적이고 다녔다. 이 악한은 뉴욕의 아이스트 사이드에서는 제 멋대로 쏘다니면서 수많은 희생자를 쓰러트리고 다녔으나 이 동네의 좁고 이끼 낀 골목길에 와서는 걸음을 늦추었던 것이다.
폐렴 선생은 기사도 정신에 넘치는 노신사는 결코 아니었다. 캘리포니아의 부드러운 바람때문에 피가 엷어진 약하디 약한 여자는 피 묻은 손을 하며 가쁜 숨을 몰아 쉬는 늙은 악한에게는 결코 좋은 적수가 될 수 없는 법이 아닌가. 그런데도 그는 쟌시를 덮쳐 버려서 그녀는 페인트칠을 한 철제침대에 드러누워 꼼짝하지 못한채 작은 홀란드식 창문을 통하여 옆에 있는 벽돌집의 텅 빈 벽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분주한 의사가 하얗게 센 숱이 많은 눈썹으로 눈짓을 해서 수우를 낭하로 불러 냈다.
"그녀가 살 가망을 말하자면 10분의 1 밖에 안되오." 그는 체온란계의 수은을 흔들어 내리면서 말했다. "그것도 그녀 자신이 살기를 바랄 때에만 말이오. 사람들이 장의사를 가까이 해야겠다고 결심한 다음에는 의약의 힘이 우습게 되어 버린단 말이야. 당신 친구는 낫지 않을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소. 혹시 그녀가 뭐 마음속에 원하는건 없나요?"
"그녀는 언젠가 나풀리만을 그리고 싶어 하드군요." 수우가 말했다.
"그림? 그것 갖고는 안되지! 그녀가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생각하는 것. . .? 예를 들면 남자 같은 건 없나요?"
"남자요?" 수우는 슬픈 한숨 소리를 냈다. "남자가 그렇게 대단한.. . .아뇨, 선생님 그녀에겐 남자 같은 건 없어요."
"허허, 이건 큰일인데." 의사가 말했다. "여하튼 내가 아는 모든 의술은 다 써보겠소. 그러나 환자가 자기 장례식의 차량 수나 세기 시작하면 난 의학의 힘에서 5활을 감한다오. 만약 당신이 그녀로 하여금 올 겨울 외투의 소매 모양에 대해서 묻도록만 해 준다면 그녀가 살아 남을 가망성은 당장 10분의 1의 두배가 될텐데 말이오."
의사가 돌아간 다음 수우는 화실로 돌아가서 실컷 울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화판을 들고 경쾌한 곡조를 휘파람으로 불면서 쟌시의 방으로 힘차게 들어 갔다.
쟌시는 머리를 창문쪽으로 꼼짝하지 않고 돌린채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수우는 쟌시가 잠이 든 줄 알고 휘파람을 그쳤다.
그녀는 화판을 챙겨서 잡지의 삽화로 낼 판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젊은 미술가들이 미술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젊은 문학가들이 문학에의 길을 걷기 위하여 잡지에 쓴 소설의 삽화를 그리는 법이다. 수우가 소설의 주인공인 아이다호의 카우보이에게 예쁜 승마복과 외눈 안경을 그려 주고 있는데, 낮은 목소리가 뭣인지 되풀이하여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녀는 얼른 침대가로 갔다.
쟌시는 는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녀는 창 밖을 내다보면서 뭣인지 세고 있었다. 그것도 꺼꾸로 세고 있었다.
'열 둘' 조금 있더니 '열 하나' 또 조금 있더니 '열' '아홉' 그리고 '여덟' '일곱'은 거의 동시에 세었다.
수우는 근심스럽게 안 밖을 내다보았다. 도대체 셀 만한 게 뭣이 있을까?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살풍경한 텅 빈 뒤뜰과 20피이트 저편에 있는 옆집의 빈 벽만이 있을뿐이다. 뿌리가 썩고 마디가 져 있는 늙고 늙은 담쟁이 덩굴이 한 그루, 벽돌의 벽을 반쯤 기어 올라가 있었다.
가을의 찬바람에 잎은 거의 다 떨어져 앙상한 줄기만이 부서져 가는 벽돌에 엉켜 있었다.
"애, 너 뭣을 세니?" 수우가 물었다.
'여섯' 쟌시는 거의 속삭이듯이 말했다. "이젠 빨리 떨어지는구나. 사흘 전에 거의 백 개나 되었는데. 그때는 세려면 머리가 아팟거든. 그러나 이젠 쉽단 말이야. 또 하나 떨어지는구나. 이제 꼭 다섯 개가 남았군."
"뭐가 다섯 개란 말이야? 제발 얘기 좀 해봐."
"잎 말이야, 저 늙은 담쟁이덩굴의 잎 말이야. 마지막 잎이 떨어지면 나도 같이 죽을거야. 벌써 사흘 전부터 알고 있었는걸 뭐. 의사 선생이 그렇게 말하지 않던?"
"그런 어처구니 없는 소리는 처음 들어 보는구나." 수우는 아주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저 늙은 담쟁이덩굴 잎과 네가 낫는게 무슨 상관이 있는데?
게다가 넌 저 나무를 얼마나 사랑했느냐 말이야. 이 심술꾸러기야. 그런 바보같은 소리는 하지도 말아. 당장 오늘 아침에도 의사 선생님은 네가 완쾌될 가망이 아주 크다고 하셨어. 가만 있자. 이렇게 말씀 하시더군. 그래 10분의 1이라고!. 그건 뉴욕 같은 도시에서 전차를 타거나 공사중인 빌딩 밑을 지나가는 확률과 거의 같은 아주 좋은 것이라더라. 자, 국물이라도 좀 마셔요. 그래야 내가 그림을 그릴게 아니야. 그리고 그림을 편집장에게 팔아서 너에겐 포도주를 사고 또 내가 먹을 돼지고기를 사올 수 있지 않느냔 말이다."
"이젠 포도주를 살 필요가 없을걸." 쟌시가 창문 밖을 계속 쳐다보면서 말했다. "또 하나 떨어지는군. 그럼 이젠 죽도 필요 없어. 이제 꼭 네잎 남았군. 어둡기 전에 마지막 잎이 떨어지는 것이 보고 싶어. 그러면 나도 같이 갈테니까."
"애, 쟌시야." 수우가 그녀의 위에 몸을 구부리면서 말했다. "제발 눈을 감고 창 밖을 보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내가 그림을 다 그릴때 까지만 말이야. 내일 아침까지는 그림을 갖다 줘야 하거든. 광선이 필요하단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커튼을 쳐 버릴 텐데."
"딴 방에서 그릴 수는 없니?" 쟌시가 쌀쌀하게 말했다.
"네 곁에 있고 싶단 말이야." 수우가 말했다. "그리고 네가 저 망할놈의 담쟁이덩굴 잎을 보고 있는 게 싫거든."
"일이 끝나면 곧 알려 줘." 쟌시는 눈을 감으면서 말했다.
창백한 채 꼼짝 않고 누워 있는 것이 마치 넘어져 있는 동상 같았다.
"마지막 잎이 떨어지는 것은 꼭 봐야 한단 말이야. 이젠 기다리기도 지쳤어. 생각하기도 지쳤구. 나는 저 가엾은 나뭇잎들처럼 조용히 죽고 싶을 따름이야."
"좀 잠을 자도록 해 봐." 수우가 말했다 "나는 버만 영감님을 불러 와서 늙은 광부의 모델이 되어 달라고 해여 겠어. 곧 돌아올 테니 내가 올때까지 움직이면 안돼."
버만 노인은 그들이 사는 집 1층에 살고 있는 화가였다. 그느 예순이 넘은 사람으로서, 미케란제로가 조각한 모세와 같은 긴 수염이 반양반신과 같은 얼굴을 덮고 꼬마 도깨비와 같은 몸집을 휘감고 있었다. 그는 화가로서는 실패한 사람이었다. 40년 동안 그는 화필을 휘둘렀으나 변변한 그림이라곤 한 장도 못 그렸던 것이다. 그는 언제나 위대한 걸작을 그린다고 벼르기는 했으나 막상 붓을 대 보지도 않고 있었다. 요 몇년 동안 그는 때때로 상업용, 또는 광고용의 엉터리 그림을 몇장 그린것 말고는 그림이라고는 그리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는 직업 모델의 요금을 지불할 수 없는 이 화가촌에 사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모델 노릇을 해줌으로서 겨우 몇 푼씩 벌었다. 그는 진을 과음하고는 여전히 앞으로 그려 낼 걸작에 대해서 떠들어댔다. 그리고 그는 성미가 급한, 몸집이 작은 늙은이로서 누구나 마음이 약한 것을 보면 형편 없이 비웃어 대기도 하였다. 그는 또한 자기 집 위층에 사는 두 젊은 미술가를 지키기 위한 특별한 문지기로서 자처하고 있었다. 수우가 내려가 보니 버만 노인은 어둑컴컴한 방에서 물감 냄새를 세게 풍기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25년동안이나 걸작의 첫 붓길을 기다리고 있는 하얀 캔버스가 이이젤 위에 얹혀 있었다. 수우는 노인에게 쟌시의 괴상한 생각을 얘기해 준 다음, 정말로 나뭇잎처럼 가냘프고 약한 쟌시이니 나뭇잎이 떨어지면 같이 죽을는지도 모르겠노라는 걱정을 얘기했다. 버만 노인은 새빨개진 눈에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그와 같은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데 대해서 경멸과 조소를 퍼부었다.
"뭐라구요!" 그는 소리쳤다. "아, 아무것도 아닌 담쟁이덩굴 잎이 떨어졌다고 죽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단 말이요? 그런 애기는 들어 본 적이 없소! 싫소, 당신 같은 멍텅구리 바보의 모델 노릇은 싫단 말이요. 어째서 당신은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도록 내버려 뒀나요? 아이구 불쌍한 쟌시 아씨!"
"그녀는 병이 대단해서 아주 허약하단 말이에요." 수우가 말했다. "제다가 신열이 나니까 병적인 괴상한 생각만 하게 된거예요. 좋아요. 영감님, 저의 모델이 되어 주시기 싫다면 그만두세요. 당신은 참 지독한 늙은 변덕장이 영감이군요."
"당신도 별수 없이 여자에 지나지 않군요." 버만 노인이 소리를 질렀다.
"누가 모델 노릇 안하겠다 합디까? 갑시다. 같이 가잔 말이오. 반 시간동안이나 난 포오즈를 취할 준비가 되었노라고 말할 참이었거든요. 젠장, 여긴 쟌시같은 참한 아가씨가 병들어 누워 있을 만한 곳이 못되는데 말이요. 언젠가 내가 걸작을 그리면 우리 모두 떠납시다. 알겠소?"
그들이 위층에 왔을 때 쟌시는 잠들어 있었다. 수우는 커어튼을 창문 문턱까지 내려 쳐 놓고는 버만 노인에게 딴 방으로 가자고 손짓을 하였다. 딴 방에 온 그들은 창 밖으로 담쟁이덩굴을 두렵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두 사람은 말없이 마주 쳐자봤다. 눈이 섞인 차가운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버만 노인은 낡은 파란 샤쓰를 입고 뒤집어 엎은 남비를 바위삼아 앉아서 늙은 광부의 포오즈를 취했다.
다음날 아침 수우가 잠간 눈을 붙인 후에 일어나 보니 쟌시는 힘없는 커다란 눈으로 내려 쳐 놓은 초록색 커어튼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이었다.
"커어튼 좀 걷어 줘, 난 봐야겠어." 쟌시는 가냘픈 소리로 명령했다.
수우는 어쩔 수 없이 시키는대로 했다.
아, 그런데 밤새도록 비바람이 세차게 내려 쳤는데도 벽돌 담에는 나뭇잎 한 잎이 뚜렸이 남아 있지 않은가!
그것이 바로 그 담쟁이덩굴의 마지막 잎이었던 것이다. 줄기 가까이에는 아직 짙은 초록색이긴 했으나 톱니처럼 생긴 잎사귀 가장자리는 벌써 시들고 말라 버려서 누렇게 된 그 잎은 지상 약 20피이트 되는 곳에 있는 가지에 용감하게 매달려 있었다.
"저게 마지막 잎이군." 쟌시가 말했다.
"어젯밤 사이에 꼭 떨어져 버렸을 줄 알았는데, 바람소리를 들었거든. 오늘은 떨어지겠지. 그러면 나도 동시에 죽을거야."
"얘, 얘," 수우가 풀이 죽은 얼굴을 베게맡에 갖다 대면서 말했다. "나를 봐서라도 그러지 말아요.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
그러나 쟌시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람이 먼, 신비한 여행길에 나설 차비를 차릴 때에는 정말 뼈저리게 외로운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세상에 대한 집착이 하나 하나 끊어져 나가자 그녀의 마음은 오직 죽는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그날이 저물어 황혼이 밀려 왔을때에도 외로운 나뭇잎은 여전히 줄기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밤이 되자 북풍은 다시 세차게 불었고 비는 여전히 창문을 때리고 낮은 홀란드식 처마밑을 흘러 내렸다.
날이 새자 쟌시는 커어튼을 걷어 올리라고 냉혹하게 명령했다.
그 잎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쟌시는 오랫동안 나뭇잎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그녀는 가스 스토브에서 치킨 수우프를 끊이고 있는 수우에게 말을 걸었다.
"수우야, 내가 나쁜 년이었지?" 쟌시가 말했다. "내가 얼마나 나쁜년인가를 알려 주기 위하여 하늘이 저 잎을 저곳에 그대로 남겨 뒀나봐. 죽고 싶어하는 것은 벌받을 짓이지. 수우프를 좀 갖다 줘, 그리고 포도주를 탄 우유하고 말이야. 아니 먼저 손거울을 갖다 주고, 그리고 베개로 밑을 좀 받쳐 줘. 일어나 앉아 네 요리하는 것을 좀 보게 말이야."
한 시간 뒤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수우야, 언젠가는 나풀리만을 한번 그려 봐야 할텐데."
오후에 의사기 왔다. 그가 떠나자 수우는 딴 볼일이 있는 양 따라 나섰다.
"이제 살 가망은 반반이오." 의사는 수우의 가냘픈 떨리는 손을 쥐면서 말했다.
"당신의 극진한 간호의 보람을 보게 되었소. 이제 아래층에 환자를 보러 가야겠소. 이름이 버만이라는데 그도 무슨 미술가인 모양이오. 그도 페렴이지요. 그는 늙고 쇠약한데다 증세가 대단하오. 도저히 가망은 없지만 좀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서 오늘 입원시킨답니다."
다음날 의사가 수우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위험은 벗어났소. 당신의 승리요. 이제 잘 먹고 간호만 잘 받으면 아무 염려 없소."
그날 오후, 수우는 침대에 누운채 기분이 좋아서 별로 쓸모 없는 파란 양모 쇼올 스카프를 짜고 있는 쟌시에게 와서 한팔로 그녀를 베개째 껴안고는 말했다.
"얘, 너에게 들려 줄 애기가 있단다. 오늘 버만 영감님이 페염으로 병원에서 돌아가셨어요. 그는 이틀밖에 앓지 않았지. 첫날 아침에 이 집 관리인이 아래층 자기 방에서 아파서 꼼짝 못하고 있는 영감님을 발견했다지 뭐냐. 영감님의 구두와 옷은 함빡 젖어서 얼음같이 차디찼대요. 도대체 그런 사나운 밤에 영감님이 어딜 갔다 왔는지 아무도 짐작조차 못했지 뭐냐. 그러다가 불이 켜져 있는 등불과 사다리를 찾아 내었고 흩어져 있는 화필과 초록색과 노란색을 섞어 놓은 팔레트가 나왔대- 좀 봐요, 저 창문 밖을, 벽에 있는 마지막 잎을 말이야.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게 이상하지 않던? 얘 쟌시야, 저게 바로 버만 영감님의 걸작이야- 그는 마지막 잎이 떨어진 밤에 저걸 그려 놓았단다."
원문
(The Last Leaf)
In a little district west of Washington Square the streets have run crazy and broken themselves into small strips called "places." These "places" make strange angles and curves. One Street crosses itself a time or two. An artist once discovered a valuable possibility in this street. Suppose a collector with a bill for paints, paper and canvas should, in traversing this route, suddenly meet himself coming back, without a cent having been paid on account!
So, to quaint old Greenwich Village the art people soon came prowling, hunting for north windows and eighteenth-century gables and Dutch attics and low rents. Then they imported some pewter mugs and a chafing dish or two from Sixth Avenue, and became a "colony."
At the top of a squatty, three-story brick Sue and Johnsy had their studio. "Johnsy" was familiar for Joanna. One was from Maine; the other from California. They had met at the table d'hote of an Eighth Street "Delmonico's," and found their tastes in art, chicory salad and bishop sleeves so congenial that the joint studio resulted.
That was in May. In November a cold, unseen stranger, whom the doctors called Pneumonia, stalked about the colony, touching one here and there with his icy fingers. Over on the east side this ravager strode boldly, smiting his victims by scores, but his feet trod slowly through the maze of the narrow and moss-grown "places."
Mr. Pneumonia was not what you would call a chivalric old gentleman. A mite of a little woman with blood thinned by California zephyrs was hardly fair game for the red-fisted, short-breathed old duffer. But Johnsy he smote; and she lay, scarcely moving, on her painted iron bedstead, looking through the small Dutch window-panes at the blank side of the next brick house.
One morning the busy doctor invited Sue into the hallway with a shaggy, gray eyebrow.
"She has one chance in - let us say, ten," he said, as he shook down the mercury in his clinical thermometer. " And that chance is for her to want to live. This way people have of lining-u on the side of the undertaker makes the entire pharmacopoeia look silly. Your little lady has made up her mind that she's not going to get well. Has she anything on her mind?"
"She - she wanted to paint the Bay of Naples some day." said Sue.
"Paint? - bosh! Has she anything on her mind worth thinking twice - a man for instance?"
"A man?" said Sue, with a jew's-harp twang in her voice. "Is a man worth - but, no, doctor; there is nothing of the kind."
"Well, it is the weakness, then," said the doctor. "I will do all that science, so far as it may filter through my efforts, can accomplish. But whenever my patient begins to count the carriages in her funeral procession I subtract 50 per cent from the curative power of medicines. If you will get her to ask one question about the new winter styles in cloak sleeves I will promise you a one-in-five chance for her, instead of one in ten."
After the doctor had gone Sue went into the workroom and cried a Japanese napkin to a pulp. Then she swaggered into Johnsy's room with her drawing board, whistling ragtime.
Johnsy lay, scarcely making a ripple under the bedclothes, with her face toward the window. Sue stopped whistling, thinking she was asleep.
She arranged her board and began a pen-and-ink drawing to illustrate a magazine story. Young artists must pave their way to Art by drawing pictures for magazine stories that young authors write to pave their way to Literature.
As Sue was sketching a pair of elegant horseshow riding trousers and a monocle of the figure of the hero, an Idaho cowboy, she heard a low sound, several times repeated. She went quickly to the bedside.
Johnsy's eyes were open wide. She was looking out the window and counting - counting backward.
"Twelve," she said, and little later "eleven"; and then "ten," and "nine"; and then "eight" and "seven", almost together.
Sue look solicitously out of the window. What was there to count? There was only a bare, dreary yard to be seen, and the blank side of the brick house twenty feet away. An old, old ivy vine, gnarled and decayed at the roots, climbed half way up the brick wall. The cold breath of autumn had stricken its leaves from the vine until its skeleton branches clung, almost bare, to the crumbling bricks.
"What is it, dear?" asked Sue.
"Six," said Johnsy, in almost a whisper. "They're falling faster now. Three days ago there were almost a hundred. It made my head ache to count them. But now it's easy. There goes another one. There are only five left now."
"Five what, dear? Tell your Sudie."
"Leaves. On the ivy vine. When the last one falls I must go, too. I've known that for three days. Didn't the doctor tell you?"
"Oh, I never heard of such nonsense," complained Sue, with magnificent scorn. "What have old ivy leaves to do with your getting well? And you used to love that vine so, you naughty girl. Don't be a goosey. Why, the doctor told me this morning that your chances for getting well real soon were - let's see exactly what he said - he said the chances were ten to one! Why, that's almost as good a chance as we have in New York when we ride on the street cars or walk past a new building. Try to take some broth now, and let Sudie go back to her drawing, so she can sell the editor man with it, and buy port wine for her sick child, and pork chops for her greedy self."
"You needn't get any more wine," said Johnsy, keeping her eyes fixed out the window. "There goes another. No, I don't want any broth. That leaves just four. I want to see the last one fall before it gets dark. Then I'll go, too."
"Johnsy, dear," said Sue, bending over her, "will you promise me to keep your eyes closed, and not look out the window until I am done working? I must hand those drawings in by to-morrow. I need the light, or I would draw the shade down."
"Couldn't you draw in the other room?" asked Johnsy, coldly.
"I'd rather be here by you," said Sue. "Beside, I don't want you to keep looking at those silly ivy leaves."
"Tell me as soon as you have finished," said Johnsy, closing her eyes, and lying white and still as fallen statue, "because I want to see the last one fall. I'm tired of waiting. I'm tired of thinking. I want to turn loose my hold on everything, and go sailing down, down, just like one of those poor, tired leaves."
"Try to sleep," said Sue. "I must call Behrman up to be my model for the old hermit miner. I'll not be gone a minute. Don't try to move 'til I come back."
Old Behrman was a painter who lived on the ground floor beneath them. He was past sixty and had a Michael Angelo's Moses beard curling down from the head of a satyr along with the body of an imp. Behrman was a failure in art. Forty years he had wielded the brush without getting near enough to touch the hem of his Mistress's robe. He had been always about to paint a masterpiece, but had never yet begun it. For several years he had painted nothing except now and then a daub in the line of commerce or advertising. He earned a little by serving as a model to those young artists in the colony who could not pay the price of a professional. He drank gin to excess, and still talked of his coming masterpiece. For the rest he was a fierce little old man, who scoffed terribly at softness in any one, and who regarded himself as especial mastiff-in-waiting to protect the two young artists in the studio above.
Sue found Behrman smelling strongly of juniper berries in his dimly lighted den below. In one corner was a blank canvas on an easel that had been waiting there for twenty-five years to receive the first line of the masterpiece. She told him of Johnsy's fancy, and how she feared she would, indeed, light and fragile as a leaf herself, float away, when her slight hold upon the world grew weaker.
Old Behrman, with his red eyes plainly streaming, shouted his contempt and derision for such idiotic imaginings.
"Vass!" he cried. "Is dere people in de world mit der foolishness to die because leafs dey drop off from a confounded vine? I haf not heard of such a thing. No, I will not bose as a model for your fool hermit-dunderhead. Vy do you allow dot silly pusiness to come in der brain of her? Ach, dot poor leetle Miss Yohnsy."
"She is very ill and weak," said Sue, "and the fever has left her mind morbid and full of strange fancies. Very well, Mr. Behrman, if you do not care to pose for me, you needn't. But I think you are a horrid old - old flibbertigibbet."
"You are just like a woman!" yelled Behrman. "Who said I will not bose? Go on. I come mit you. For half an hour I haf peen trying to say dot I am ready to bose. Gott! dis is not any blace in which one so goot as Miss Yohnsy shall lie sick. Some day I vill baint a masterpiece, and ve shall all go away. Gott! yes."
Johnsy was sleeping when they went upstairs. Sue pulled the shade down to the window-sill, and motioned Behrman into the other room. In there they peered out the window fearfully at the ivy vine. Then they looked at each other for a moment without speaking. A persistent, cold rain was falling, mingled with snow. Behrman, in his old blue shirt, took his seat as the hermit miner on an upturned kettle for a rock.
When Sue awoke from an hour's sleep the next morning she found Johnsy with dull, wide-open eyes staring at the drawn green shade.
"Pull it up; I want to see," she ordered, in a whisper.
Wearily Sue obeyed.
But, lo! after the beating rain and fierce gusts of wind that had endured through the livelong night, there yet stood out against the brick wall one ivy leaf. It was the last one on the vine. Still dark green near its stem, with its serrated edges tinted with the yellow of dissolution and decay, it hung bravely from the branch some twenty feet above the ground.
"It is the last one," said Johnsy. "I thought it would surely fall during the night. I heard the wind. It will fall to-day, and I shall die at the same time."
"Dear, dear!" said Sue, leaning her worn face down to the pillow, "think of me, if you won't think of yourself. What would I do?"
But Johnsy did not answer. The lonesomest thing in all the world is a soul when it is making ready to go on its mysterious, far journey. The fancy seemed to possess her more strongly as one by one the ties that bound her to friendship and to earth were loosed.
The day wore away, and even through the twilight they could see the lone ivy leaf clinging to its stem against the wall. And then, with the coming of the night the north wind was again loosed, while the rain still beat against the windows and pattered down from the low Dutch eaves.
When it was light enough Johnsy, the merciless, commanded that the shade be raised.
The ivy leaf was still there.
Johnsy lay for a long time looking at it. And then she called to Sue, who was stirring her chicken broth over the gas stove.
"I've been a bad girl, Sudie," said Johnsy. "Something has made that last leaf stay there to show me how wicked I was. It is a sin to want to die. You may bring a me a little broth now, and some milk with a little port in it, and - no; bring me a hand-mirror first, and then pack some pillows about me, and I will sit up and watch you cook."
And hour later she said:
"Sudie, some day I hope to paint the Bay of Naples."
The doctor came in the afternoon, and Sue had an excuse to go into the hallway as he left.
"Even chances," said the doctor, taking Sue's thin, shaking hand in his. "With good nursing you'll win." And now I must see another case I have downstairs. Behrman, his name is - some kind of an artist, I believe. Pneumonia, too. He is an old, weak man, and the attack is acute. There is no hope for him; but he goes to the hospital to-day to be made more comfortable."
The next day the doctor said to Sue: "She's out of danger. You won. Nutrition and care now - that's all."
And that afternoon Sue came to the bed where Johnsy lay, contentedly knitting a very blue and very useless woollen shoulder scarf, and put one arm around her, pillows and all.
"I have something to tell you, white mouse," she said. "Mr. Behrman died of pneumonia to-day in the hospital. He was ill only two days. The janitor found him the morning of the first day in his room downstairs helpless with pain. His shoes and clothing were wet through and icy cold. They couldn't imagine where he had been on such a dreadful night. And then they found a lantern, still lighted, and a ladder that had been dragged from its place, and some scattered brushes, and a palette with green and yellow colors mixed on it, and - look out the window, dear, at the last ivy leaf on the wall. Didn't you wonder why it never fluttered or moved when the wind blew? Ah, darling, it's Behrman's masterpiece - he painted it there the night that the last leaf f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