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사 49기 정기모임
단행사 49기 대학원동기 원우들을 만나는 날이다. 회장님 일정관계로 한주 미루어져 오늘 압구정 현대백화점
식당가에서 만나 점심을 하기로 했다. 지하철 3호선 약수역에서 환승하여 압구정역에 도착하니 12시가 다 되었다.
백화점 정문 앞에서 최선언니와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한 뒤 일행을 기다렸다. 얼마 후 회장님이 도착해 5층 식당가로
올라갔다. 약속한 식당 앞에서 화중언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뒤이어 현숙 원장과 경선 언니가 도착하여
우리일행은 식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심 메뉴로 돈까스와 생선구이, 우동정식을 주문한 뒤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2007년 8월17일 대학원을 졸업한 뒤 2012년 9월 8일부터 첫모임을 가졌으니
어느덧 8년째 8명이 분기별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은 2명이 불참했다. 애자 언니는 복지관에서 부모교육
강의 일정이 있고, 현욱 원장은 교육이 있어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2층으로 올라가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잡은 뒤 후식 메뉴를 고르던 최선언니가 한마디 한다. “회장님 때문에 약속을
일주일 딜레이 시켰으니 후식은 회장님이 쏘세요” “알았어요. 제가 쏠께요” “메뉴 고르세요. 제가 써빙까지 해드리지요”
“하하, 호호” 웃음보를 터뜨리며 각자 메뉴를 골라 회장님께 주었다. 7명의 여인들 속에 유일하게 청일점은 회장님이다.
정기모임 날짜가 다가오면 총무인 나에게 공지를 부탁하며 한 번도 빠짐없이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제는 남성성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여인들 속에 동화되어 가고 있다. 차를 마시며 현숙 원장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내년
10월쯤 아들이 결혼할 예정인데 결혼식을 호텔에서 하겠다며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단다. 먼저 결혼한 딸과 비교를 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딸은 검소하게 했다며 사위는 양복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억지로 데리고 가서 맞추어 입혔다고 했다.
딸과 사위가 결혼 할 때는 너무 편했고 결혼 후 바로 캐나다로 떠나서인지 부담이 없었다고 한다. 아들이 부모와 한마디
상의 없이 결정을 통보하는 것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비싼 호텔에서 꼭 결혼식을 해야만 하는지 자기
생각이 잘못된 것이냐며 언니들 생각은 어떠냐고 묻는다. 두 아들을 결혼시킨 경험이 있는 최선 언니는 예식비가 만만치
않다며 일반 컨벤션은 식대가 45,000원 정도이고 호텔은 최소한 80.000원 이상은 될 것이라고 했다. 호텔에서 하면
예식비가 배로 들겠지만 한번뿐인 결혼식을 호텔에서 호화롭게 하고픈 젊은이들도 있다며 사고가 우리와는 다름을
인정하라고 했다. 덧 붙여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게 놔두라는 언니의 조언에 현숙 원장은 그래도 딸과 비교하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내가 예비 며느리의 직업을 물어보자 초등학교 교사라고 했다. “어머나 일등 신부감이네.” “현숙원장! 그냥 예비
신랑신부가 원하는 데로 해주게나” 일단 직업이 안정적이니 사는 데는 걱정 없겠다며 마음 비우라고 했다. 최선언니는
두 아들을 결혼시켜 벌써 손자손녀가 2명이고 또 임신을 했다고 한다. 경선 언니는 세 딸을 결혼시켜 손녀가 한명이다.
화중 언니는 2017년도에 큰아들을 결혼시켜 얼마 전 손주를 본 상태이다. 아들만 있는 집과 딸만 있는 집의 시어머니와
장모의 입장 차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 이라며 최선언니와 화중언니는 아들 며느리가 매주 주말마다 와서 힘들다고 했다.
그렇다고 못 오게 할 수도 없고 대접하려니 힘이 든단다. 오늘 같은 경우는 모임이 있어 빠져 나왔지만 매주 모임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며 불편한 마음을 하소연 한다. 최선언니는 무상보육 이후 복지부의 어린이집에 대한 관여가 점점 심해지고
학부모들의 어처구니없는 민원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던 차에 아들 결혼을 앞두고 과감하게 다른 원장에게 어린이집을
인수하고 현장을 떠났다. 언니는 결혼해서 직장생활을 하느라 아들 둘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한쪽
마음에 걸려있었다고 했다. 직장을 그만두니 손자가 태어나자 전문가인 할머니가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되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런데 주말마다 두 아들 내외가 와서 대접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했다. 경선 언니는 딸만 셋이다. 결혼 후 딸들이 음식을
제대로 해먹지 못할 것 같아 밑반찬을 해주느라 힘이 들었다고 한다. 근처에 사는 손녀가 경선언니 어린이집에 다녀 수시로
돌보아 주었는데 얼마 전 이사를 가 어린이집도 다른 곳으로 옮겨 손녀 얼굴 보기가 힘들어 졌으나 주말에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경선언니 남편은 퇴직 후 여러가지 직업을 체험해보느라 바쁘게 지냈는데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아 시간적
여유가 생겨 글을 쓰면서 한가로이 지내고 있단다. 그런데 이사 간 딸이 일주일에 두 번 4시간 동안만 손녀를 봐달라며 도움을
청했단다. 통장으로 교통비까지 입금해 주어 일주일에 두 번 손녀를 봐주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교통비를 받고나니 몸살이
나도 딸에게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손녀를 봐주러 딸집까지 왕래를 하고 있다며 부모의 마음을 이야기 했다. 화중 언니
두 아들 내외도 주말마다 손자를 데리고 온단다. 손자가 태어나자 밤에 잠을 푹 자지 못해 맞벌이하는 아들 부부가 더욱 힘들어 한단다. 주말에도 제대로 쉴 수가 없어 시댁에 오면 늦게까지 자도록 배려하고 자는 동안 손자를 봐주고 있단다. 직장근처로
집을 마련해 주었는데 1년 후 시댁근처로 이사를 왔단다. 아무래도 손자 돌봄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최선언니는 경험자로서
말한다며 아들 딸 결혼시키면 멀리 떨어진 곳에 집을 얻어주라고 했다. 가까이 살면서 매주 오는 것도 부담스럽고 주말에 쉴
수가 없어 힘이 든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모두는 며느리와 딸 입장에서 부모님들을 바라보았던 시선이 흐르는 세월과
함께 이제는 시부모와 장모 입장에서 자녀들을 바라보게 되는 연령대가 되었다.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이 우리들을 변화하게 하고 많은 경험들을 통해 지혜로움을 터득하게 하는 것 같다.
2019년 7월 6일 토요일 단행사 49기 모임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