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호암산, 마을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금천구 어디를 가도 산이 보인다. 산에 가지 않더라도 산이 보이니 얼마나 좋아! ‘산이 밥먹여 주는 세상도 아닌데 뭐가 좋으냐’고 물으시는 분은 없으시겠지. ‘서울이 비좁고 금천엔 학교 지을 땅도 부족하다는데 산이라도 깍아야 하는 거 아냐’라고 하시는 분은 없으시겠지. 내 집 칸도 없고 살기 바쁜데 산이 뭣이라고 좋겠냐는 분은 없으시겠지. 그렇든 아니든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하시는 분은 없으시겠지.
보기 좋게 바라만 보라는 산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한강 정남향의 관악산 서남쪽자락에 자리한 호암산. 백두산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한남정맥으로 우리 동네까지 이어져있다. 그 골짜기를 흐르는 물줄기 한내(안양천)가 한강을 지나 서해바다로 가는 그 곳, 안에 자리 잡은 동네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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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지도에도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아득한 곳에 자리 잡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 뒷산에서 나물, 열매와 땔감을 얻고 앞 물가에서 물고기도 잡고 물을 대어 농사를 지을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대수로운 일일까?하시는 분께 말씀드린다.
특히 사교육에 등이 휘는 부모님, 교육환경 걱정하는 여러 정책, 행정하시는 분들, 학교 현장에서 요즘 아이들 다루기 어려워 지친 선생님들 그리고 교육이 살아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기관, 단체의 동네 어른께 “숲이 학교다”라고.
마을 안에 가장 큰 학교가 마을 숲이라고. 숲이 스스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 같이 그 속에 무한한 학교가 있다. 지극한 아름다움으로 정서를 순화하는 예술학교가 있다. 작은 미생물에서 식물과 동물, 무생물까지 무한한 생태계의 관계를 배우는 과학학교가 있다. 먹거리 학교가 있다. 놀거리 학교가 있다. 상상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조 학교가 있다. 몸으로 생각하니 철학이 깊어지고 맘으로 생명의 경이로움을 헤아리는 인문 학교가 있다. 마을 숲인 마을학교엔 아이들뿐 아니라 누구라도 갈 수 있다. 그러니 마을학교, 마을 숲, 호암산에 가자. 볼거리, 먹거리, 일거리, 소일거리, 소양거리가 가득하다.
금천에서는 웬만해선 걸어갈 수 있고 마을버스를 타고 서너 정거장만 가면 산이다. 독산고등학교, 문성중학교, 영남초등학교에서 올라가는 분은 자연습지, 만수천을 지나 숲으로 가실 수 있다. 그 길을 따라 남쪽 시흥방향으로 가면 정심초등학교 옆엔 감로천 습지도 만나게 된다. 만수천에서 감로천으로 가는 길은 달빛만 있으면 한 밤에도 걸을 수 있는 흙길로 서울시가 “걷고 싶은 생태 문화길”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문백초등학교 뒷산부터 신흥초등학교, 금천초등학교, 탑동초등학교, 동광초등학교, 금동초등학교, 금산초등학교로 호암산은 이어지고 있다. 가산초, 문성초, 두산초, 안천초, 세일중, 안천중, 가산중, 시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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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고등학교는 산에서 멀어진 대신 한내(안양천)와 가까운 편이다. 그래도 가까운 거리이니 언제라도 가시라. 호암산 숲에서는 의외로 상상하는 이상의 것을 발견 하실 수 있다. 중부권에서 자라는 대부분의 나무와 풀을(천연기념물은 제외 하시고) 만날 수 있다.
약수터도 많아 물 한잔 마시고 한숨 돌리며 아래를 내다보다 발치에 쫙 깔린 애기나리 무리에 깜짝 놀 랄 수도 있다. ‘어어~~저거 티비에서 봤던 건데’하시며 청딱따구리, 쇠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는 찾았다 싶으면 잠시 후 그냥 호암산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얼마 전 다른 세상으로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갈피 못 잡는 후배가 찾아 왔기에 호암산으로 데려갔다. 골짜기를 몇 개지나 깊은 숲에서 실컷 울더니 맘이 후련하다고. 바로 그 때 소리로는 가끔 만났던 꾀꼬리가 나타났다. 노란색으로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여름철새인 꾀꼬리가 모습을 보여주다니. 겁이 많아 큰 나무 꼭대기로 만 앉아 쉽게 볼 수 없는 요놈을 보고 나니 우리는 황홀해졌다. 무수한 버섯 무리들에게 ‘이름을 불러줄 때까지 기다려’하며 내려갔다. 내리막길에 지난번 금천아동센터 아이들과 나뭇가지를 쌓아 만든 곤충들의 집(비오톱쌓기)도 보인다. ‘잘 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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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가꾸기1] [마을숲 가꾸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