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 해설 : 배경은 중일 전쟁 중 일본 점령하의 상해이다. '봉쇄'와 똑같다. 중국에서 모 부인이라 부를 때 남편의 성으로 부른다. '홍 마담'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남자를 부를 때는 '선생'이라 한다. Mr.의 의미이다. 교사나, 김대중 선생님과 같은 극존칭어가 아니다.
이 소설은 장애령의 사실상 최후의 작품이며 가장 정성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30세 때 발표하였다. 수년을 고쳐 썼다고 한다. 이외 봉쇄 등 대표적인 작품은 23~25세 때 썼다. 김훈류의 간결하고 고심한 문장을 보여 준다. 영화 발표 후 소설에 나오는 각종 묘사들이 고전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칭송을 받았다. 따라서 번역하는 데 애를 먹었고, 전문가의 감수가 필요하다. 아주 많은 부분들을 자신 없이 번역하였다. 여러가지 상황들을 일부러 한 문장내에 동시에 전개하고 해석하는 필법을 장애령은 구사하고 있다. 마치 한시의 여백을 두고 중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독자들은 어떤 상황 설명에 대해 충분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등장인물들의 다면적인 심리 상태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논리나 상황의 건너 뜀이 심해 적절히 접속사, 조사등을 임의로 역자가 첨가하여 독자들의 게으름을 커버해 보았다. 하지만 시를 읽는 것과 해설된 시를 읽는 것이 다르 듯, 원작의 여백의 미를 훼손한 것 같아 마음이 애리다. 그래도 나는 장애령이 편이기 보다는 너들 편이기에 그리 했다.
꼼꼼이 읽으면 20분 + 20 분쯤 걸릴 것이고 한 한시간 쯤 여운을 두고 감상에 젖었다가 색계 비디오 빌려 보라. 신정 특선 영화로 최고일 것이다. 하은이 이하 관람 금지.
그리고 한가지 명심할 것은 번역문학도 엄연한 하나의 작품이므로 나의 열악한 작업 환경 따위는 고려함이 없이 이해되지 않거나 오역이 있을 수 있다는 커다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판적 시각으로 읽어주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지적해야 한다. 어느 정도 집단 교열이 끝나면 봉쇄와 함께 장애령 비평회를 열어볼 생각이다. 이 두 작품이면 장애령을 이해할 수 있고 여인들을 이해할 수 있다.
마작 테이블 위에는 대낮임에도 강한 전등불이 비추고 있다. 패를 섞을 때마다 다이아 반지들이 사방으로 화려한 빛을 번뜩이고 있다. 흰색 테이블보의 끄트머리가 4개의 테이블 다리에 눈같이 하얀 빛을 발하며 단단히 매어져 있다. 너무 희어 눈이 부실 지경이다. 강렬한 전등불과 그림자는 가지(王佳芝: 여주인공 이름 - 역주)의 봉긋한 가슴을 더욱 드러내 준다. 얼굴 하나만으로도 무심하게 내리 쏘는 전등 불빛을 당해낼 수 있다. 약간 튀어 나오고 좁은 이마, 고르게 빗어 내렸으나 끝단이 자연스레 일정치 않은 머리스타일이 어떻게 수려한 마름모꼴의 얼굴에 고상함을 더하는 지 모르겠다. 옅은 화장, 세심하게 조각한 것 같은 얇은 두 입술에 바른 연지만이 반짝 빛난다. 요염한 붉은 색이 흘러 내릴 것만 같다. 풍성한 머리칼은 위로 빗어 올리고 뒷머리는 가지런히 흘러내려 어깨 까지 닿는다. 팔을 드러내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남색 치파오, 작은 원형의 컬러는 반촌정도 높이로 마치 양복 같아 보인다. 목 주위를 고정시키는 별침은 잔 보석으로 장식한 귀걸이와 잘 어울린다.
좌우의 두 명 부인들은 흑색 두봉을 입고 있다. 목덜미 칼라에는 굵직한 금 사슬이 달려 있어, 두 가닥이 가로로 연결되어 목 주위를 고정시키고 있다. 전쟁 중의 상해는 외부와 격리되어 있어서, 현지 나름대로의 유행을 만들고 있다. 함락지역의 금붙이는 값이 천정부지라, 이정도의 굵은 금 사슬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여서, 큰 옷의 장식용 금단추를 대신하여도 촌스럽지 않고 길거리에 나서서 흔들흔들 나보란 듯이 다녀도 손색없다. 그래서 왕정위 정부(일본이 내세운 상해의 중국인 괴뢰 정부 - 역주) 고관대작 사모님들의 ‘제복’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중경(장개석의 국민당 정부가 위치함 - 역주)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검은색 큼직한 외투차림이 장엄하고 통이 커 보이는 걸 게다.
이(易) 부인은 집에서는 이 큰 붕알시계(사람키크기의 자명종 - 역주) 같은 옷을 입지 않는다. 그렇지만 큰 시계처럼 중년의 살이 올라 있다. 그녀는 가지와 2년 전 홍콩에서 알게 되었다. 그 때 부부가 같이 왕정위와 함께 중경에서 나와서 홍콩에 잠시 머물고 있었다. 왕정위 측근이었던 증중명이 하노이에서 암살되었기 때문에, 홍콩에서는 집안 깊숙이 들어 박혀 외출을 삼갔었다.
이 부인은 이런 저런 장신구를 달지 않고는 못 배겼다. 항일 전쟁 후방지역이나 함락지역이나 물자가 부족하기는 일반이어서, 쇼핑 천국 홍콩에 와보니, 보물섬에서 빈손으로 나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아는 사람이 소개한 여기 맥 부인(왕가지의 가짜 남편의 성이 맥씨이다-역주)의 안내로 쇼핑을 다녀보니 역시 현지인이 내실있어, 큰 백화점에서도 싸니 비싸니 흥정한다. 광동말을 못하는 것도 도움을 받아야 할 바다. 맥 부인의 남편은 무역상이다. 장사하는 사람은 관료와 사귀기를 좋아하는 법이다. 이 부인을 접대하는 데 조금도 빈틈없다. 이 부인에게는 감동의 물결이다. 진주만 사태 후 홍콩이 함락되어 맥 선생의 장사가 잠시 중단되었다. 그래서 가지도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장사에 나서 시계, 서양약품, 향수, 스타킹 따위를 가지고 상해로 와서 팔았다. 이 부인은 그녀가 자기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떼를 썼다.
“어제 우린 ‘슈위(사천식 식당 - 역주)’에 갔었는데, 맥 부인은 아직 못 가봤지” 이 부인이 흑색 두봉 입은 여자 중 한명에게 알려준다.
“아”
"마(馬) 부인은 며칠 만에 오셨네요?” 또 한명의 흑색 두봉 입은 여자가 말한다.
마작 패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마 부인이 들릴 듯 말 듯 내 뱉는다 “친척집에 일이 좀 있었어요” 이 부인이 웃으며 얘기한다. “한턱 낸다는 거, 잊어서는 안 되지. 도망다닌 거지 뭐”
가지는 마 부인이 곤혹스러운게 아니라 생각한다. 자기가 온 이후에는 모든 게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어제는 요(廖) 부인이 한 턱 냈어요. 어제 오늘 요 부인이 계속 땃 잖아요” 이 부인이 또 마 부인에게 말한다 “리(李) 선생 부부를 우연히 만났지 뭐 예요. 우리 자리로 합석하라고 했더니, 리 선생은 자기가 초대한 손님들이 아직 안 왔다는 거예요. 내가 요 부인이 한 턱 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니 자리를 빛내주지 않는다면 너무 무성의 한 게 아니냐고 했지요. 마침 리 선생이 초청한 손님들이 도착해서 큰 테이블로 하나로 같이 합석했어요. 다 앉을 수 없어서 의자를 더 놓고 그래도 다 앉지 못했지요. 요 부인은 내 뒤에 쪼그리고 앉았지요. 역시 내가 하는 일이 보기 좋지 않냐고 요 부인 한테 얘기했지요. 요 부인은 내가 늙기도 늙었다면서 내가 자기 두부를 먹는다고 뭐라 하지 않겠어요? 내가 마파두부는 늙은 두부로 만든 것이 제 맛이라고 해줬지요. 아유, 모두가 웃다가 죽는 줄 알았어요. 웃다가 마파의 흰 마까지 뻘게 졌다니까요”
모두가 웃었다.
“누가 얘기 했지요? 이 선생(대장 이 부인의 남편 - 역주)의 생신 때, ‘마고헌수’(麻姑献寿 중국 전설에 ‘마고’라는 처녀가 서왕모에게 생일 선물하러 애쓰다 신선이 된다 - 늙었다는 의미 : 역주)라고 하지 않았나요” 마 부인이 말한다.
이 부인이 아직 마 부인에게 이틀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을 때, 이 선생이 들어 와서 세 부인들에 머리를 끄덕여 인사한다.
“오늘은 일찍들 나오셨네요”
그는 자기 부인 등 뒤에서 패를 본다. 방안에는 한 쪽 벽면 전체가 황토색 두꺼운 커텐으로 덮여 있다. 겉에는 붉은색 봉미초(凤尾草) 그림이 한가닥 한가닥 사람 키 만큼 큼직하게 비스듬히 그려져 있다. ‘주불해(왕정위와 함께 일본 치하의 상해 정부에서 관료로 일함. 중국 공산당에서 국민당, 일본 괴뢰정부, 다시 국민당으로 전전하며 대표적 기회주의자로 漢奸의 대명사 - 역주)’ 집에 있으니, 그들 모두도 가지고 있다. 서양의 최신 유행인 바닥까지 닿는 큰 창문을 덮는 커텐인데, 전쟁 중의 상해에서는 선박으로 운반해 오는 커텐포가 부족하여 이렇게 전체 벽면을 덮을라치면 돈 꽤나 써야했을 게다. 확실히 통이 크다. 사람의 모습이 이 대인국(大人国)의 봉미초에 비춰지니 그의 모습이 더욱 왜소해 보인다. 회색 양복을 입은 창백하지만 맑고 수려한 얼굴이다. 앞 머리는 약간 대머리이다 보니 길쭉한 얼굴 모습이 되었다. 코는 긴 편이고 말하자면 ‘쥐상’인데 사람들이 말하길 귀하게 될 상이란다.
“마 부인 당신 다이아 몇 캐럿이죠? 3 캐럿? 그저께 ‘품분’에 신상품이 또 들어왔지. 5 캐럿짜리인데, 빛깔이 당신 것만 못해.” 이 부인이 말한다.
마 부인이 말한다 “‘품분’의 물건이 외국인이 경영하는 가게들 것보다 좋다고들 하지요!”
이 부인이 말한다 “주인이 물건을 가져다 보여주지. 좀 편리할 뿐이야, 이틀 정도 물건을 가지고 들여다 볼 시간도 주고. ‘품분’의 물건들은 어떤 때는 외국인 가게에 없는 것도 있어. 이전에 화유석 다이아를 결국 못 샀잖아.” 그러면서 이 선생을 한 눈으로 흘긴다. “지금 얼마나 하는데? 화유석 다이아 흠집이 없는 것은 십 몇량 이나 올라서 1캐럿에 몇십량이나 한다니까. 품분이 그러는 데 화유석 다이아, 분홍석 다이아 모두 부르는 게 값이래”
이 선생이 웃으며 말한다. “그 화유석 다이아 십 몇 캐럿, 비둘기 알도 아니고 다이아라 해봤자 돌덩이에 불과하지. 끼고 다니며 자랑해봤자 가난한 사람들 놀리키거나 열받게나 만들지”(원문이 빠진 글이 많아 대충 해석함 - 역주)
테이블 위는 명실상부하게 반지전람회장 같다고 가지는 생각한다. 단지 그녀만이 다이아 반지가 없다. 끼고 다니느니 그저 이 비취반지다. 진작에 알았다면 안 끼고 오는 건데, 사람들의 비웃음이나 사겠지. 아무도 똑바로 그녀를 쳐다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사주지도 않을 것을 말하는 것 좀 봐!” 이 부인이 말하면서 ‘오동패’를 펴 보인다. 마 부인 반대편의 흑색 두봉이 패를 내려 놓는다. 잠시 웃음소리와 원성소리가 일면서 대화가 끊어진다.
모두가 점수 계산 하기 바쁘다. 이 선생은 이 소란을 틈타 가지에게 아래턱으로 문 쪽을 슬쩍 가리킨다.
그녀는 즉시 두 흑색 두봉을 살펴본다. 괜찮아. 아무도 눈치 챈 것 같지 않아. 그녀는 자기 패를 들여 보이고는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홀연 말한다. “내 정신 좀 봐! 3시에 상담이 있는데. 감쪽같이 잊었네. 어떻게 한다지? 이 선생님이 제 대신 두 판만 쳐주세요. 금방 돌아 올께요”
이 부인이 소리친다. “안돼! 어디 이런 법이? 이르기도 하거니와 그러면 재미도 없어”
“나는 이제 손이 좀 풀리는 가 했는데” 막 패를 섞던 흑색 두봉이 신음하며 말한다.
“요 부인을 오라해서 대신 하라고 해. 요 부인한테 전화해 봐” 이 부인이 다시 가지에게 말한다
“기다렸다가 가”
“이 선생님이 저 대신 치세요” 가지는 시계를 본다. “이미 늦었어요, 중간상과 커피를 마시기로 했어요”(가지는 홍콩에서 물건을 떼다가 상해에 파는 보따리상이다 - 역주)
“나는 오늘 일이 좀 있어요, 며칠 후에 여러분들 모시고 밤새워 칠께요” 이 선생이 말한다.
“왕가지 제일 나빠요!” 이 부인은 성과 이름을 같이 붙여서 왕가지라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마치 동급생들이 부르는 것처럼. “이번에는 벌을 받지 않으면 안돼. 한번 식사대접해!”
“어디 손님이 대접하는 법이 있어요?” 마 부인이 말한다. “맥 부인이 상해에 온 것은 손님의 입장이에요”
“이 부인이 말씀하시는데! 말하는 것 하고는” 다른 흑색 두봉이 말한다.
그들은 히히덕 거리면서도 가릴 것은 가린다. 비록 이 부인이 나이가 많아 모친벌이 되고도 남지만, 그들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이 부인의 이 나이쯤이면 변덕이 죽 끓듯 하지만, 늙은 부인네들이 별들이 달을 쫓아다니듯이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주위에서 추켜 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 그들이 고생스러운 것도 당연하다.
“좋아요. 오늘 저녁 제가 한 턱 낼께요” 가지가 말한다. “이 선생님이 제 대신 쳐주세요. 아니면 오늘 저녁에 초대하지 않겠어요”
“이 선생이 도와주세요. 도와 줘요! 마작판에서 네 명 중 한 명 빠지면 3대 쌓은 음덕이 무너진다잖아요. 먼저 치시면, 마 부인이 전화해서 다른 사람을 불러 올 거에요”
“오늘 정말 일이 있어요” 그가 정색해서 얘기하니 즉시 목소리가 낮아진다. “조금 있다 사람이 오기로 되어 있어요”
“이 선생님이 바쁘셔서 시간이 없는 건 일찍이 알고 있지요” 마 부인이 말한다.
마 부인의 말 속에 뼈가 있다. 신경과민일까? 가지는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이 선생의 징그럽게 웃는 모습을 보니, 마 부인의 이 말에 대해 잘 좀 봐줘하는 의미까지 느껴진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알기를 원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한 두 마디 비웃지 않는 것에 안달이 난 것 같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생각이 깊고 신중한 사람도 어떤 때는 기분이 좋아 체통을 잃을 때가 있다.
이러면 너무 위험하다. 오늘 또 성공 못하고 연기하면 이 부인이 알게 될 지도 모른다.
그녀는 아직도 이 부인과 협상중이다. 그는 이미 가 버렸다. 그녀는 갖은 말로 핑계를 대고서야 몸을 빼낼 수 있었다. 자기 방에 돌아와서 옷도 갈아 입지 않고 서둘러 물건들을 챙긴다. 여자 하인이 벌써 돌아와서 차가 문 앞에 기다리고 있다고 알린다. 그녀는 이씨 집의 차를 타고 나간다. 기사에게 모 커피점으로 가라고 한다. 차를 내려서는 먼저 돌아가라 한다.
시간은 아직 이르다. 커피점에는 몇 명 손님이 없다. 붉고 흰 주름식 벽등이 줄줄이 쌍으로 켜져 있다. 공간은 매우 넓었다. 작은 원탁 테이블이 죽 배열되어 있고, 꽃이 새겨진 얇고 흰 테이블보가 덮여 있다. 보수적 분위기의 카페이다. 그녀는 카운터에서 전화를 건다. 벨소리가 네 번 울리고는 다시 끊고 다시 건다. 카운터의 종업원이 이상하게 여길까봐 중얼중얼 말한다. “잘못 걸었나요?”
약속한 암호이다. 이번에는 상대방이 받는다.
“여보세요?”
다행이다. 광유민의 목소리다. 이런 때조차도 그녀는 양국생이 받을까봐 겁낸다. 비록 그를 잘 알지만, 언제나 그는 다른 사람을 낯설게 만든다.
“여보세요. 둘째 오빠” 그녀는 광동화로 말한다. “요즘 집안이 다 편안하지요?”
“그래, 모두 잘 있어, 너는?”
“저는 오늘 쇼핑하러 나가요, 하지만 아직 시간은 안 정했어요”
“괜찮아 관계없어, 어쨌든 우리는 네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너 지금 어디 있니?”
“하비로예요” (하비로는 상해의 거리 이름이다. 이인화가 하비로라는 이름의 어줍잖은 소설을 쓴 적이 있다. - 역주)
“좋아 그럼 이만”
잠깐 동안의 침묵.
“다른 할 말은 없어요?” 그녀의 손은 차갑지만, 고향 어투에 한 줄기 따뜻함과 애정을 느낀다.
“없어”
“지금 즉시 가도 어떨지 모르겠어요”
“괜찮아, 안늦어. 조금 있다 보자”
그녀는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와서 삼륜 인력거를 부른다.
만일 오늘 성공하지 못한다면, 정말로 다시는 이씨 집에서 묵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부인네들이 주위에서 호시탐탐 감시하고 있다. 아마도 한 번 실수로도 그는 무슨 구실을 찾아서 그녀를 이사하게 만들 것이다. 그는 아파트를 한 채 마련하여 그녀를 살게 할 수도 있다. 앞전에 두 번은 아파트에서 만났다. 두 번 다 다른 곳이다. 모두 영국, 미국인의 집이었다. 주인은 수용소에 끌려가고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손을 쓰기가 어려웠다. 그가 언제 오는지 아는가? 오더라도 하늘에서 떨어지듯 돌연히 왔다. 그렇지 않고 미리 약속을 하더라도 갑자기 일이 생기기 일쑤였다. 와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에게 전화하는 것도 어렵다. 그의 부인이 밀착 감시를 하고 있고, 몇 개나 되는 사무실에도 대부분 감시의 귀와 눈이 붙어 있다. 없다손 치더라도 누군가 알게만 되면 일을 망치게 된다. 그의 부인에게 시시콜콜 보고해서 환심을 사려는 사람이 많다.
그를 스스로 찾지 않으면, 그는 심지어 한번도 오지 않는다. 듣자하니 그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아파트는 이별 선물인 셈이다. 그는 사실 유혹이 너무 많다. 잘 챙겨서 보살피지 않으면 눈길 한번 안 주고 잊혀 진다. 어쨌든 그가 계속 찾게 만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유방 두 쪽을 떼어내서 그의 눈 앞에서 흔들어 댈 필요가 있다고나 할까.
“이 년 전만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그는 그녀를 껴안고, 몸에 입 맞추면서 가볍게 말한다.
그는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어 그녀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지 못한다.
마치 바늘에 찔린 것처럼 지금도 번쩍 생각나는 것이 그들의 혐오스런 눈빛이다. 마치 그녀를 형량하는 것 같았다. 약간의 회심의 미소를 띠면서, 광유민도 포함하여. 양국생만이 애써 보지 않으려 하였다. 그녀의 가슴이 최근 2년간 점점 풍만해져 가는 것을 굳이 알아채지 못한 것처럼 가장하며.
1회분도 안 되는 짧은 연극을 마치자 마자 눈 앞의 생각들은 그녀에게서 쫓겨났다.
공공조계까지는 한 블록의 거리이다. 삼륜 인력거는 정안사로 서모로 사거리에 이르렀다. 그녀는 길 한쪽 구석의 작은 커피숍 앞에 멈추게 하였다. 혹시 그의 차가 먼저 도착해 있는지 노변을 살펴 보았다. 목탄차만이 잠시 멈추었다 지나갈 뿐이었다.
이 가게는 대체로 테이크 아웃 커피점에 가깝다. 썰렁하니 몇 개의 걸터앉는 의자만이 비치되어 있다. 비록 어두컴컴하지만 낭만적인 분위기는 눈꼽만치도 없다. 안쪽 유리 냉장고 안에 각종 서양식 케익이 진열되어 있다. 뒤쪽에는 좁은 통로에 밝게 불이 비추고 있어 안쪽 벽면 반쪽에 커피색으로 도색한 벽면의 울퉁불퉁 고르지 않은 모습이 밝게 드러나 보인다. 작은 냉장고 옆에 하얀 유니폼이 하나 걸려 있다. 천정 쪽에는 종업원들이 갈아입는 면장삼들이 구식 옷가게처럼 쭉 걸려있다.
종업원이 말하는 것을 그녀가 듣는다. 여기는 천진치스린(天津起士林, Kiessling, 1900년 개업한 중국 최초 본격 서양식 레스토랑, 8국연합군이 천진을 점령했을 때 독일 요리병이 개업하였고, 이후 원세개 등이 서양인을 접대하기 위해 자주 이용했다 함. - 역주)의 첫번째 중국직원이 독립해서 개업한 것이라고. 그가 이 집을 선택한 것은 필시 아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리라. 게다가 교통이 편리하고 혹 아는 사람과 만나도 외딴 곳이 아니라 쓸데 없는 의심을 살 필요가 없다.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한 것이라 하겠다.
눈 앞의 커피가 이미 식어버렸다. 그가 탄 차는 아직 오지 않는다. 저 번에 그가 그녀를 데리러 갔을 때는 그녀는 아파트 안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중국인이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하지만, 관료사회에 이르러서는 이런 악습이 갈 데까지 가버렸다. 이렇게 기다리다가는 물건 사러 갈 매장도 문을 닫을 게다.
그 스스로 한 얘기이다. “우리 오늘은 기념할 만한 날이다. 반지를 사서 기념하자구. 너 스스로 골라봐. 오늘은 너무 늦었어, 너무 늦지 않았더라면 내가 모시고 갈텐데” 그때가 첫 번째로 바깥에서 만났을 때였다.
두 번째로 만났을 때는 시간이 더 촉박했다. 당연히 이번에도 사러 갈 수 없다. 그냥 넘어가는 수 밖에. 하지만 오늘 기억을 못 해 낸다면, 오히려 그녀 쪽에서 애둘러 일깨울꺼다. 어찌 체면을 잃지 않을 수 있겠나? 다른 남자라 하더라도 당연히 그러할 텐데, 그처럼 대 간신배, 매국고관이 그녀같이 젊은 처자가 4, 5십세의 땅달보가 진정으로 마음에 들었으리라 생각할 리 없다.
돈 때문에 배신 때리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장식 악세사리는 여자들의 약점이다. 그녀는 장사하러 나서지 않았던가? 되는대로 챙기는 것이 인지상정인 게다. 그도 특무대를 관장하지 않나. 의심을 들지 않게 하는 것도 토끼가 세 개의 굴을 파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은 반드시 남이 짐작할 수 없게 해야 하는 법이다. 그녀는 그의 신임을 받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그가 지정한 곳에서 만났기 때문에, 지금은 그녀가 지정한 곳에 그가 같이 가야 한다.
저번에 차를 보내 그녀를 데려오게 했을 때는 오히려 정확히 시간을 맞췄다. 오늘은 이렇게 늦으니, 반드시 그가 직접 그녀를 픽업할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 아파트에서 만난다면, 거기로 가서 다시 나와야 하니 역시 어렵다. 본래 예약했던 곳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다면 밤 늦게까지 그 짓을 하다가 겨우 갈 텐데. 첫 번째 만났을 때도 그 곳에서 식사를 하지 못했다. 자연히 (그 짓을 하느라) 시간이 걸렸고, 그는 나가더니 돌아오지 않았다. 매장이 문 닫겠지. 초조해 미치겠네. 그렇다고 매춘부들처럼 빨리 해치우라고 재촉도 못하고 답답해 죽을 뻔 했었다.
그녀는 분합 거울을 꺼내 얼굴을 비춰보고는 분을 몇 번 발랐다. 늦는다고 반드시 그가 직접 온다는 것도 아니다. 보다 신선한 경우의 수를 찾는 다면 아예 바람맞히는 케이스도 있다. 오늘 성공 못하면, 이후는 아마도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녀는 다시 시계를 본다. 일종의 실패했다는 예감이 한 올 뜯어진 스타킹처럼 서늘하게 장딴지를 타고 위로 기어 올라 온다. (이런 기분 잘 모르겠다 - 역주)
대각선 방향으로 장의자에 앉아 있는 중국식 복장을 한 남자가 그녀를 흘깃거리고 있다. 역시 혼자이다. 신문을 본다. 그녀보다 일찍 왔다. 그녀의 뒤를 밟아 왔을 리가 없다. 그녀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판단하지 못한다. 장식품들은 진품인지 짝퉁인지? 무도장의 무녀 같지는 않다. 영화배우라면 얼굴이 익지 않다.
사실 그녀는 연극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역시 무대 위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이름이 날 수도 없다.
학교에서 연기할 때는 모두 비분강개하는 애국역사극이었다. 광주가 함락되기 전, 영남대학은 홍콩으로 피난을 갔다. 그곳에서도 한 차례 공연을 하였다. 공연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무대에서 내려온 후 그녀는 잔뜩 흥분하여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모두가 같이 야식을 먹고 나서야 헤어졌다. 그녀는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두 명의 여자 동창들과 함께 이층 전차를 타고 거리의 차량물결을 즐겼다. 승객은 드물었다. 차체가 흔들흔들 요동치며 넓은 길거리 중심을 달리면서 창밖의 어둠속에서 네온사인의 광고가 술에 취해 맞는 서늘한 바람처럼 사람을 취하게 하였다.
홍콩대학의 교실을 빌려서 수업을 진행하였다. 매번 수업이 시작되고 끝날 때마다 들고 나는 학생들로 교실이랑 복도랑 번잡하기 이를 때 없어서 한참이나 걸려서야 지날 수 있었다. 불편한 건 물론이고 더부살이의 서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홍콩사람들의 나랏일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도 학생들을 격분시켰다. 비록 학생들의 대다수가 광주시에 살고 있어 매우 가깝고 손쉽게 오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유랑하는 난민과 같다는 심정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제일 말이 통하는 몇몇이 소그룹을 이루게 되었다. 왕정위 일행이 홍콩에 도착하였다.(왕정위 일행은 중경 국민당 정부를 배신하고 상해 일본점령지로 가서 괴뢰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상해로 가는 길이다. - 역주) 왕씨 부부와 진공부등은 모두 광동사람들이다. 어느 부관은 광유민의 고향친구였다. 광유민은 그를 찾아서 옛정을 나누면서 적지 않은 정보들을 얻어 왔다. 광유민이 돌아오자 이 소그룹은 난상토론을 벌인 후 미인계를 쓰기로 결정하였다. 한 여학생이 이 부인에게 접근한다. 학생이라 내 놓고 말할 수 없다. 대 도시에서는 학생들이 제일 격렬 과격 분자들이니, 그들이 당연히 경계할 것이다. 장사치의 젊은 처자로 가장하면 그럭저럭 적당하리라. 특히 애국심이 없는 홍콩에서는. 이 배역은 당연히 학교 연극반의 제일 배우가 담당해야할 바이다.
몇 명 중에 오직 황뢰의 집안만이 돈이 좀 있었다. 그래서 그가 이리저리 자금을 만들고, 방을 빌리고, 차를 빌리고, 옷들을 빌렸다. 오직 그만이 운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가 운전기사를 하게 되었다.
오양영문이 맥 선생(왕가지의 가짜 남편 - 역주)의 역할을 하기로 했다. 광유민은 사촌동생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 부관이 그들을 데리고 이 부인을 배동 하여 쇼핑에 나섰다. 광유민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차는 그와 부관을 각자 집으로 돌려보내고 - 부관은 앞자리에 타고 있다 - 다시 돌아와 여성 두 명을 중환도로까지 태워주었다.
이 선생은 그녀를 몇 번 보았다. 모두 고개만 까닥이는 정도로 인사하고 지나갔다. 이 날은 첫 번째로 같이 자리에 앉아 마작을 돌리는 날이다. 그녀는 그가 자기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지 주위를 고려하여 감히 용기를 내지 못할 뿐이다. 그녀는 12, 3세부터 누군가에 의해 연모 받아 왔다. 그녀는 그럴 만 하다. 비록 그는 이런 시기에 십분 조심하지만, 실제로도 어찌할 수가 없다. 집에 처박혀 무료하고 마음은 무겁다. 재미 있는 일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을 수 없다. 술도 마음대로 못 마신다. 왕정위가 언제고 일 때문에 부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는 왕과 이 두 쌍의 부부는 구식의 큰 저택을 하나 같이 빌려서 살고 있다. 기껏 하는 일이 수시로 문을 걸어 잠그고 마작이나 돌리는 거다.
마작 테이블에서 이 부인은 남편을 위해 사온 몇 벌치의 양복용 옷감에 대해 얘기한다. 먼저 두 벌을 만들 생각이다. 가지는 양복점 한 곳을 소개한다. 소그룹이 들락날락하던 재봉사이다. “하지만 요즘은 성수기라서요, 여행객을 상대로 한 장사에 바쁠 때지요. 한번 밀리면 몇 개월이지요. 이러면 되겠네요. 이 선생님이 몇 시간이고 시간이 날 때, 이 부인께서 제게 전화를 주세요. 제가 이 선생님을 모시고 나가지요. 옛날 단골이 왔는데, 서둘러 주지 않으면 체면이 안서는 일이지요.” 자리가 파할 때 그녀의 전화번호를 남긴다. 이 선생이 부인이 그녀를 배웅하는 틈을 타 덩달아 나와서 반드시 시간을 내서 가겠노라고 한다. 이틀이 지나고 이 선생은 적당한 구실로 전화를 걸어와 분위기를 살핀다. 근무시간 중에 맥 선생이 집에 없을 때에.
그 날 저녁에 가는 비가 내렸다. 황뢰는 차를 몰아 그녀를 태워 돌아 왔다. 같이 집에 들어서니, 모두가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일단계 연극은 공전의 성공을 거두었다. 무대에서 내려와서 아직 분장도 지우지 않았는데, 계속해서 앙콜과 환호를 받는 여주인공으로 느꼈다. 그녀는 아쉬워서 그들이 돌아가지 못하게 하였다. 지금 다시 이 선생이 있는 곳에 가지 못하는 게 한이었다. 이미 자정이 넘었다. 광유민 그룹은 춤도 못 춘다. 밤새 영업하는 작은 식당에서 죽 한 그릇 먹는 것으로도 좋았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가운데 먼 길을 걸어서 돌아왔다. 날이 밝을 때까지 미칠 듯 기뻐하며 즐겼다.
하지만 모두가 모여 한바탕 앞으로의 계획을 숙의한 후, 침묵이 흘렀다. 간간이 한 두사람의 작은 목소리가 한 두 마디 중얼거리더니 쿡쿡 웃음을 흘렀다.
그 웃음소리는 귀에 익숙하다. 이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닌 것이다. 그녀는 그들이 그녀 뒤에서 이미 일찍이 토론한 바가 있음을 알고 있다.
“쟤네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쟤들 중에 아마도 양국생만이 성경험이 있는 것 같아”
란수금이 그녀에게 알려준다. 그녀를 제외하고 란수금만이 유일한 여학생이다.
하필이면 양국생!
당연히 그일 것이다. 그 만이 사창가에 가봤을 거니까.
이왕에 희생하기로 결심하였으니, 그를 우습게 여기는 마음을 드러낼 수 없다.
오늘 저녁, 황홀한 무대조명의 여광 속에서 양국생조차도 밉지가 않다. 모두가 서로 약속한 듯이 하나하나 슬쩍 빠져 나가 집에 돌아갔다. 양국생 만이 남아 있다. 그래서 연기는 계속되었다 (왕가지에게 성경험을 가르쳐 주기 위해 양국생과 왕가지는 동침을 한다는 뜻 - 역주)
오늘 이 하룻밤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연기가 - 역주). 하지만 이 선생은 연속 몇일이나 전화가 없다. 그녀는 이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 이 부인은 별 무 감각이다. 최근 바빠서 쇼핑하러 못 간단다. 나중에 다시 전화해서 그녀를 찾을 거란다.
의심하는 걸까? 이 선생이 그녀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발각되었을까? 아니면 뭔가 나쁜 소식을 들은 걸까? 일본에서부터? 속 타는 2주가 지나고, 이 부인은 기뻐 날뛰며 전화를 걸어와 이별을 알린다. 너무 총망하게 떠나서 미안하단다. 얼굴 볼 시간도 없단다. 그녀 부부가 상해로 놀러 오라 한다. 오래 머물면서 신나게 놀아 보잔다. 게다가 남경까지 유람하러 데리고 가겠단다. 필시 남경으로 돌아가 정부를 조직할 계획이 있는 게다. 그래서 계속 조용했던 것이리라.
황뢰는 한 무더기 부채를 안게 되었다. 집안에서 들은 얘기로는 그가 홍콩의 한 무희와 집을 빌려 동거에 들어갔다 한다. 집에서 붙여오는 용돈도 끊어 졌다. 낭패다.
그녀와 양국생 사이의 관계는 일찍부터 경직되어 있었다. 모두가 그녀가 번민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모두가 그녀를 피한다. 같이 토론할 때도 정면으로 그녀를 보지 못한다.
“내가 바보야. 어쨌든 내가 바보였어” 그녀는 스스로 중얼인다.
심지어 최초에 모두가 박수치며 그녀보고 ‘출마’하라고 권유할 때 이미 몇몇은 별도로생각한 바가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양국생으로 부터 오해를 사지 않도록 거리를 두었을 뿐만 아니라 남학생 전체와도 소원해 졌다. 그들은 언제나 기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진주만 사태 후 바닷길이 뚫려서, 모두가 상해로 전학을 갔다. 상해나 홍콩이나 모두 함락지역이다. 상해는 어쨌든 계속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다. 그녀는 그들과 같이 가지 않았다. 상해에서도 교류가 없었다.
오랜 기간 그녀는 어떤 성병에 걸린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해에서 그들에게 지하활동가가 선을 대왔다. 오씨 성을 가진 - 진짜 성이 오씨일 리가 없을 것이다.- 사람이 그들의 얘기를 듣고 극력 그들에게 계속 일을 진행시키라고 격려하였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찾아왔고, 그녀 또한 정의를 위해서라면 사양치 않았다.
사실은 매번 이 선생과 같이 있으면,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것처럼 쌓여있던 우울을 씻어내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커피숍 입구에는 반드시 누군가 망을 보고 있으리라. 그가 승용차에 있는 것을 보면, 즉시 일체를 사전에 통지할 것이다. 방금 올 때는 오히려 누군가 주변에 서성거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건너편의 평안극장이 제일 이상적인 장소이리라. 기둥 아래 그림자에 몸을 숨길 수도 있고, 극장 입구에서 사람을 기다리는 설정은 떳떳한 명분이 된다. 하지만 극장문 앞의 장소는 너무 넓고 거리가 멀어, 승용차 안의 사람을 명백히 구분할 수 없다.
배달용 자전거가 한 대 커피숍 옆의 외국인이 경영하는 가죽제품 상점의 문 앞에 세워져 있다. 마치 망가진 것처럼 눈으로 이리저리 살펴보고 만져보고 있다. 머리를 짧게 자른 일반 백성이다. 약 30세 정도. 머리를 숙이고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히 아는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그 자전거가 일이 발생할 때 응원에 나설 차량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어떤 일은 그들은 그녀에게 알리지 않았고, 그녀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들어보니 그들은 여전히 오랜 ‘소그룹’이었다. -- 오도우미(성이 오씨라고만 알고 있고 작전을 돕고 있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표현한 것 같다 - 역주)가 있지만, 역시 자동차까지 준비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 작은 트럭이 만일 아직 거기에 서 있으면, 아마도 지원차량일 것이다. 운전사는 바로 황뢰이리라. 그녀는 방금 올 때 차량을 등지고 있어서 기사를 보지 못했다.
오 도우미는 대체로 그들을 신임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서툴러서 말썽을 일으켜 다른 사람들이 연루될까 우려 했다. 그가 단독으로 활동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종 그 한사람만 광유민과 연락하였다.
그들을 조직에 받아 줄 것인가. 대체로 이번 일을 그 시험대로 볼 수 있다.
“그들은 모두 총을 거의 사람 몸에 대고 쏴. 영화에서 보듯이 멀리서 조준하고 그런 건 없어.” 광유민은 한 때 웃으면서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아마도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일 게다. 어지러이 쏘아대는 총에 비명횡사하거나 죽지 않더라도 장애가 되거나 하여 죽기보다 못한 일이 생길 일이 없을 거란 얘기이다.
이제 그 시간이 다가온다. 나름 긴장되는 맛이 있다.
무대에 오르기까지 힘들고 초조하다. 일단 오르고 나면 괜찮아 지는 법이다.
기다림이란 제일 견디기 힘든 일이다. 남자라면 담배라도 피울 수 있다. 허전하고 초조하고 손 놓을 데 없어서 도대체 몸이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핸드백을 열고 향수병을 꺼낸다. 향수병 마개에는 작은 유리 막대가 붙어 있다. 향수를 찍어 귓밥 뒤쪽에 칠해 본다. 살짝 서늘하고 날선 느낌이 난다. 망망한 지금 오로지 이 접촉만이 살아 있다. 반대쪽 귀밑에도 묻혀 본다. 한참이나 지나 쟈스민 향을 맡을 수 있다. (2부에서 계속)
첫댓글 3일만에 완역을....? 이 방면으로 나가도 밥은 굶지않을 것이 확실하다... 부업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그런데 색계는 우리나라에서 2008년에 완역본이 출간되었네..?
오 잉? 그렇네. 왜 서점에서는 못 봤을까? 대충 보니 꽤 잘 된 번역 같은데, 잘 됐다. 맨 땅에 헤딩한 결과를 전문가 번역과 대조하여 채점할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역의 영예를 놓친 아쉬움은 좀 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