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다드의 서, 제13장 기도에 대하여
미르다드가 말했다.
"그대들이 기도할 때, 참된 자기 자신 이외의 신에게 기도한다면 그 기도는 헛되다.
그대 안에는 밀어내는 힘이 있는 동시에 끌어당기는 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대 안에는 그대가 밀어내고 싶은 것도 있는가 하면, 동시에 끌어당기고 싶은 것도 있다.
어떤 사물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바로 그 사물을 줄 능력도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고픔이 있을 때 먹을 것이 있다. 먹을 것이 있을 때, 거기엔 틀림없이 배고픔이 있다. 배고픔의 고통으로 들볶이는 것은 포만감의 행복을 즐긴다는 것이다.
그렇다. 결핍 속에는 결핍의 공급원이 있다.
열쇠는 자물쇠가 있음을 보증하지 않던가? 자물쇠는 열쇠가 있음을 보증하지 않던가? 열쇠와 자물쇠 모두 문이 있음을 보증하지 않던가?
열쇠가 없어졌거나,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릴 때마다 성급히 대장간에 가서 열쇠를 만들어 달라고 조르지 말라. 대장간은 할 일을 다한 것이며, 더 할 바가 없다.
그에게, 똑같은 일을 다시 한 번 처음부터 해달라고 부탁하지 말라. 그대는 자기 할 일이나 하고 대장간은 내버려 두라. 일단 그대의 일을 다 해준 대장간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
그대의 기억으로부터 악취와 잡동사니를 없애라.
그리하면 분명 열쇠를 찾을 것이다.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존재인 신이 그대를 언어로 표현했을 때, 신은 자기 자신을 그대 속에 발언한 것이다. 따라서 그대 역시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존재이다.
신은 자신의 일부를 그대에게 준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신은 부분으로 나눌 수 없으니까. 신은 나눌 수 없으며 말로 표현되지 않는 자신의 모든 신성(神性)을 그대에게 주었다.
이보다 위대한 선물을 그대는 바랄 수 있겠는가?
그대가 그 선물에 다가가는 데 방해하는 것은 그대 자신의 소심함과 맹목성 말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도 자신이 받은 선물에 대해 감사하고 그곳에 이르는 길을 찾는 대신, 신을 쓰레기장 같은 것으로 여겨 그 속에다 자신의 치통이나 복통, 장사에서 얻은 손실이나 분쟁, 복수심, 불면의 밤을 아무렇게나 던져 넣으려 하는 배은망덕한 무리들이 있다.
신을 자기 전용의 보물창고로 여겨, 자신들이 바라는 세속적이고 겉만 번드르르한 온갖 잡동사니가 언제든지 그곳에서 발견되기를 자기 멋대로 기대하는 자도 있다.
또 한편 신을 자신의 회계사로 삼으려 하는 자도 있다.
신이 그들이 남에게 빚진 것과 남이 그들에게 빚진 것의 대차대조표를 파악해야 할뿐더러, 그들의 부채를 모아 늘 그들이 유리한 쪽으로 관대한 정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진정 인간이 신에게 할당한 일은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신이 정말 그토록 많은 일에 종사하려 했다면, 신은 일들을 혼자 힘으로 했을 것이다. 신에게 구질구질하게 말하는 인간이나, 신에게 할 일을 상기시키는 인간 따위를 신은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떠오르는 태양이나 저무는 달에서 그대는 신을 생각하는가?
밭에서 튼튼한 싹을 내미는 옥수수 알곡에서 신을 생각하는가?
뽐내면서 자신의 집을 짜고 있는 거미에게서 신을 생각하는가?
새 둥지 안에 있는 새끼들에게서 신을 생각하는가?
무한한 우주를 가득 채우는 무수한 사물에게서 신을 생각하는가?
어째서 그대는 온갖 하찮은 욕구들을 가진 보잘것없는 자기 자신을 신이 기억해 주길 바라는가? 신의 눈에는 그대가 참새나 옥수수나 거미보다 덜 예뻐 보일 것 같은가?
왜 그대는 신이 그대에게 준 재능을 참새나 옥수수나 거미들처럼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그들은 야단법석을 떨지 않는다. 무릎을 꿇지도 않고 팔을 뻗쳐 올리지도 않고, 내일에 대한 근심걱정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변덕이나 허영, 칭찬이나 불평을 귀에 대고 외쳐야 하는 신은 어디에 있는가? 신은 그대 안에, 그리고 그대 주변의 모든 것 속에 있지 않던가? 그대는 혀와 입술이 가까이 있는 만큼 신의 귀는 그대의 입에 가까이 있지 않던가?
그대는 신성(神性)을 씨앗으로 갖고 있으므로 신에게는 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신은 신성의 씨앗을 그대에게 부여했다.
그러나 그 씨앗이 자라나도록 돌보는 자가 그대가 아니라 신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그대는 어떤 공덕을 갖게 되는가? 그대 일평생의 노동은 어찌된 것인가? 그대의 인생에서 그대가 해야할 노동을 신이 대신 한다면 그대 인생의 의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대의 기도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대가 갖고 있는 무수한 걱정거리나 희망을 신에게 가져가지 말라. 신이 열쇠를 그대에게 주었는데도 신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탄원해서는 안 된다.
그러지 말고 마음의 광대함 속에서 열쇠를 찾아라.
마음의 광대함 속에는 선한 것도 있고 악한 것도 있으며, 그대가 갈망하고 간구하는 모든 것이 있다.
그 곳에는 그대의 손짓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막강한 군대가 대기하면서, 그대의 어떠한 사소한 명령이라도 즉각 따를 준비를 해 놓고 있다. 만약 그 군대가 탁월한 장비를 갖추고, 잘 훈련되고, 용감하게 명령을 수행한다면, 그것은 영원의 시간을 초월하고 모든 장애를 벗어나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군대가 빈약하고, 장비도 갖추지 않고, 훈련도 부실하며, 명령에 머뭇거린다면, 그 군대는 어지럽게 돌아가든가, 아니면 사소한 장에 앞에서서 후퇴하여 무거운 좌절감을 남기든가 둘 중 하나이다.
벗이여, 이 군대는 지금 그대들의 혈관을 고요히 순환하고 있는 미세한 적혈구이다. 하나하나의 적혈구는 힘의 기적이며, 가장 미세한 곳에 이르기까지 그대의 삶과 모든 '생명'의 정확하고 완전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군대는 심장으로 모인다.
이 군대는 심장에서 충돌한다.
그래서 심장은 매우 명성이 높고 크게 존경받고 있다.
그대의 기쁨과 슬픔의 눈물은 심장에서 뿜어 나온다.
그대의 '삶'과 '죽음'의 공포는 심장으로 밀어닥친다.
그대의 간절한 소망과 욕구가 이 군대의 장비.
그대의 정신이 이 군대의 훈련자.
그대의 '의지'가 지도자이자 명령자.
모든 욕구를 잠재우고 희미하게 만드는 '지고(至高)의 욕구'로 그대는 피를 채울때, 그 원칙으로써 '지고의 사상'을 굳게 믿을때, 그리고 지도와 명령을 한결같은 '지고의 의지'로 채울 때 그대의 욕구는 분명 성취된다.
성자는 어떻게 성자다움을 얻겠는가?
성자답지 않은 바람이나 생각 모두를 자신의 피에서 없애 버리고, 오직 성자다운 거룩한 본질만을 목표로 흔들림없는 의지로써 자신의 피를 지휘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내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아담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모든 거룩한 소망, 모든 거룩한 생각, 모든 거룩한 의지는 거룩한 본질에 도달하려고 온 힘을 쏟는 인간을 돕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
어디 있을지라도 물은 늘 바다를 찾았으며, 빛은 늘 태양을 찾아왔던 것처럼.
살인자는 어떻게 자신의 기도를 성공시키겠는가?
자신의 피를 살인에 대한 광적인 갈망으로 부채질하고, 살륙에만 사로잡혀 있는 생각의 채찍을 휘두르며 세포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아무런 가책없이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내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카인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모든 살인자는 살인에 미친 사람의 팔을 올려주고 받쳐주기 위해 부탁하지 않아도 몰려오고 있다. 어디에 있을지라도 까마귀는 늘 까마귀와 모이고, 하이에나는 늘 하이에나와 모이는 것처럼.
따라서 '기도'는 '지고의 욕구', '지고의 사상', '지고의 의지'를 피에 베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 무엇이든 그대가 기도하는 것과 완전히 조화할 수 있도록 조율된다.
이 행성이 탄생한 이래, 그대가 목격했던 모든 사건의 떠도는 생각들이 이 행성의 대기에 소용돌이 치고 있다. 그대의 마음은 대기의 구석구석까지 비추고 있다.
모든 언어나 행위, 소망이나 한숨, 덧없는 생각이나 막간의 꿈, 인간의 호흡이나 동물의 호흡, 그림자, 환영은 '오늘'이라는 날에 이르기까지 대기 속에 그 신비로운 파동을 전하지 않았던 것이 없으며, '시간'이 끝날 때까지 그 파동을 유지하지 않을 것도 없다.
그대의 마음이 이들 중 어느 하나에라도 파장을 합한다면, 그 파장은 분명 퍼져나가 현을 울린다.
기도하기 위해서는 혀도 입술도 필요없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고요히 눈뜬 마음, '지고의 욕구', '지고의 사상', 그리고 의심하지도 망설이지도 않는 '지고의 의지'다.
마음이 임재(臨在)해 언어의 각 음절 속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언어는 쓸모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이 임재해 깨어났을 때에는 혀는 잠을 자든지 봉인된 입술 뒤로 숨는편이 낫다.
기도를 위해서는 어떠한 사원도 필요 없다.
마음에서 사원을 발견하지 못한 자는 어떤 사원에 가도 마음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그대들이나 그대들과 비슷한 자들에게 한 것이지, 모든 인간에게 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인간은 아직 고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도할 필요를 느끼기는 하지만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언어 없이는 기도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대들이 언어를 적당히 생각해서 그들의 입에 안겨 주지 않는 한, 그들은 어떠한 기도의 언어도 발견하지 못한다.
마음의 광대함 속에 떠돌게 내버려 두면, 그들은 어찌 할 줄 몰라 위축되고 만다. 그들은 사원의 벽에 경계를 쳐 주고, 자신들과 똑같은 군중에 둘러싸여 있으면 안심한다.
그들에게 사원을 세우도록 하라.
그들에게 기도의 문구를 노래 부르게 하라.
내가 그대들과 모든 사람들에게 기도로써 간구하도록 한 것은 '이해'다. '이해'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갈망해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생'의 열쇠는 '창조의 언어'임을 명심하라.
'창조의 언어'의 열쇠는 '사랑 ', '사랑 '의 열쇠는 '이해'.
그대의 마음을 이것들로 채우고, 온갖 언어로 혀를 고생시키는 것을 삼가라.
온갖 기도의 짐으로부터 정신을 구출하고, 그대에게 선물을 줌으로써 그대를 노예로 삼으려는 온갖 신들에게 굴종하는 것으로부터 마음을 해방시키라. 그러한 신들이 한쪽 손으로 그대를 따뜻하게 대접하는 것은, 또다른 손으로 그대를 박살내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한 신들은 찬양받을 때는 만족해하고 다정하지만, 비난을 받으면 격노해서 보복한다. 그대가 부르지 않으면 들으려 하지 않고, 구걸하지 않으면 주려 하지 않는다.
그대에게 무언가를 주고 나면, 준것을 자주 후회한다. 이러한 신들은 그대의 눈물을 자신의 향기로 삼고, 그대의 부끄러움을 자신의 영광으로 삼는다.
마음속에서 오직 하나뿐인 신을 찾기 위해서는 이런 온갖 신들로부터 마음을 해방하라. 오직 하나뿐인 신은 자기 자신으로 그대들을 채웠으며, 그대들이 늘 채워져 있기를 바라고 있다."
벤눈이 말했다.
"지금 당신은 인간을 만능이라고 말하면서, 인간을 고아라고 깍아내립니다. 당신은 우리를 예전처럼 안개 속에 내버려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