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돌아다니기
프랑스ㆍ일본ㆍ중국 순서로 세 나라 모두 고속열차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프랑스와 일본은 크기가 중간 정도인 나라이다. 철도망이 조밀하고, 고속철도로 거의 전국이 연결되고, 철도패스가 있어 전국 일주가 가능하다. 열차가 자주 다녀 여유 있게 이용할 수 있다. 좌석을 예약하지 않고 열차를 타도 좌석이 있는 것이 예사이다.
고속열차가 다니지 않는 곳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기차를 타고 시골을 둘러보아야 프랑스나 일본을 여행하는 진미를 맛볼 수 있다. 프랑스의 부르타뉴(Bretagne), 일본의 北海道 같은 변방이 특히 좋다. 어디를 가도 안전하고 정확하다. 예상하지 못한 사태 때문에 당황하는 일은 거의 없다. 시골 사람들은 더욱 친절하다. 몇 마디 말만 할 줄 알아도 낭패를 보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값싼 숙소도 깨끗하다. 시골로 가면 음식이 더 맛있다.
1) 일본
일본에는 <<てくてく步き>>(터벅터벅 걷기), <<るるぶ樂樂>>(구석구석 즐겁게) <<步く地圖>>(걷는 지도) 등의 이름을 붙인 전국 각처 여행안내서 총서가 여럿이다. 볼 것, 먹고 잘 곳에 관한 정보를 모두 다채롭게 갖추고, 알록달록 오막조막하게 꾸민 것이 예뻐 좋은 장난감이 된다. 자세한 지도가 들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눈요기라는 말이 일본의 지역 여행 안내서에 꼭 들어맞는다. 구경거리뿐만 아니라 먹을거리도 사진을 잘 찍고 편집을 예쁘게 해서 구미가 동하게 한다. 곳곳에 있는 온천이 큰 매력이다. 프랑스에서는 온천이 의사의 진단서를 가진 사람을 위한 치료소인데, 일본의 온천은 최상의 휴식과 환락을 제공한다. 엄청난 돈을 내면 전신의 사치를 한껏 누릴 수 있다. 별도로 있는 온천 안내서는 더욱 화려하다. 형편이 안 되면 그림의 떡을 싫건 먹으면 된다.
2) 중국
중국은 아주 큰 나라여서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고속열차를 이용해 여행 시간이 단축되었어도, 둘러보기가 가능하지 않다. 여러 곳을 다닐 수 있는 철도패스가 없다. 중국 여행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고, 중국 어느 곳을 여행할 따름이다.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고, 표 사기가 어렵다. 열차는 언제나 초만원이다. 이용하려면 상당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고속열차를 타고 보니 중국인들이 달라졌다. 수박씨를 까먹지 않고, 녹차 병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 바쁜 일로 가는 것 같고 한가한 여행객은 보이지 않는다. <<中國自助游>>라는 책의 신판을 매년 내는 것을 보면 중국인 국내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 같으나,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 책은 내용이 소략해 이용하기 불편하다. 지방이나 도시 여행안내서도 더러 있는데 설명이 친절하지 않다.
중국은 개인 여행을 하기 아주 어려운 나라이다. 중국어를 잘해 묻고 다녀도 실수하고 방황할 수 있다. 국제적인 사이트를 이용해 숙소 예약을 하고 가도 예약한 숙소가 없는 경우가 있다. 낭패를 보는 것도 좋은 체험이라고 여기는 모험가라면 중국 곳곳을 돌아다닐 자격이 있다.
3) 프랑스
프랑스에는 미쉬랭(Michelin) 출판사의 <<녹색 안내>>)(Le Guide Vert), <<적색 안내>>(Le Guide Rouge)에 전국 모든 지방, 주요 도시에 관한 것들이 나와 있다. 녹색은 볼 것 안내여서 자주 바뀌지 않고, 적색은 먹고 잘 곳 안내여서 해마다 다시 낸다. 자세한 내용을 갖추고 편집을 품위 있게 해서 장서로 보존하면서 음미할 만하다.
미쉬랭 안내서에는 앞에 해당 지역의 지도를 내놓고, 총괄 설명을 하면서 문화사를 중요시한다. 지명을 자모순으로 배열하고, 위치, 명칭, 사람 등에 관한 설명부터 한다. 명칭에서 그 지방 이름의 어원을 설명한다. 어원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놀랍다. 사람에서는 인구를 말하고 그 지방 출신의 명사를 소개한다. 구경할 곳을 지도나 사진을 곁들여 하나씩 소개하는 내용이 충실해 지역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하다. 책을 읽고 가서 아는 것만큼 볼 수 있게 한다.
* <천리무중(千里霧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