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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 150만 강원도민의 구심체인 강원도민회중앙회는 최근 차기 회장에 정선출신 전순표(78) 세스코 회장을 추대했다.
전 회장 내정자는 오는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리는 2014 강원도민회중앙회 신년 인사회 및 정기총회에서 회장에 공식 취임한다. 전순표 회장은 고교 졸업 후 6·25전쟁의 격동기에 부산의 피난시절을 거쳐 서울에서 유학과 공직생활, 그리고 회사 창업후 경제인으로서 활동 등 대부분의 시간을 타향에서 지냈다.
강원도민회중앙회장 취임을 앞두고 전 회장 내정자를 만나 인생 역정과 도민회 운영 구상 등을 들어봤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동구 둔촌동 세스코 회장실에서 기자와 만난 전 회장은 고향 언론인의 방문을 환영했다.
먼저, 강원도민회중앙회장 내정 소감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물었다.
“중책을 맡아 책임감이 큽니다. 고향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나갈 각오입니다. 저는 1935년 정선에서 다섯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정선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마침 정선중학교가 개교해 정선중 1회 졸업생입니다. 중학교를 나와서는 정선고의 전신인 정선농업고가 마침 문을 열어 1953년 3월 정선농고도 1회로 졸업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부산으로 피난해 있던 동국대 농학과에 1회로 입학했죠. 휴전 후 대학이 서울로 올라오면서 저도 상경해 가정교사를 하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선친이 정선에서 민선 면장으로 계셨지만 다섯 형제의 공부를 지원하시는데 힘겨워 하셨죠. 대학공부를 마치고 졸업하는데 당시 대학장님이 저에게 ‘전군! 공부를 더 해보지 않겠나’하시며 대학원 진학을 권하셨어요. 당시는 대학원 진학이 극히 드물었죠. 부모님들의 걱정이 많았지만 결국 부모님들의 도움으로 공부를 더했습니다.”
전 회장은 모교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1957년 수원에 있던 농업시험장에 취업해 공무원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국은 갈수록 불안했고 시끄러웠다. 1960년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민, 대학생의 힘으로 4·19 혁명이 일어나 이승만 정권은 붕괴되고 장면 정권이 들어섰다.
“장면 정부가 당시 대학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국토건설추진요원 2000명을 선발했습니다. 여기에 합격했죠. 당시 정부는 농촌건설 등을 위해 국토건설추진요원을 모두 전국 시·도의 면 단위까지 내려 보냈죠. 저는 전남 해남으로 갔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먼곳을 내려가서 일하는데 이듬해 5·16 군사혁명이 터졌어요. 앞날이 캄캄했죠. 그런데 다행히 혁명정부에서 우리의 신분을 인정하고 요즘말로 고용승계를 해줬죠. 그리곤 농업시험장에서 병충해 방역을 담당했던 경력을 인정해 농림부에 발령을 냈습니다.”
전 회장은 농림부에서 다시 병충해 방역을 담당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제가 맡은 일이 쥐잡는 업무였어요. 당시 군사혁명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부의 최고 목표는 식량증산을 통해 국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동안 생산한 쌀의 3분의1 이상을 쥐들이 먹어치우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아! 쥐잡는 것이 곧 식량증산’이라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정부에서 이런 사정을 알 리 없었죠. 책은 물론 연구 실적도 전무했습니다. 큰일이었죠. 그런데 마침 영국정부에서 개발도상국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농산물 저장기술을 공부할 수 있는 장학생을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영국은 쥐, 벌레 등 병충해 박멸을 통한 농산물 보관분야에서 세계최고의 선진국이었습니다. 제가 대학시절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그 덕을 크게 봤죠. 장학생 선발시험에 합격해 1961년부터 1963년까지 2년동안 영국에서 유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유학시절 쥐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실적을 접하며 분석하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귀국했다. 그리고 농림부에서 ‘쥐잡는 날’을 제정하는 등 쥐 박멸과 계몽 활동에 젊음을 바쳤다. 그 와중에도 그는 공부를 다시 시작해 1973년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국내 1호 ‘쥐박사’가 됐다.
그의 회고다. 1970년대 초반, 당시는 쥐가 전국 곳곳에 창궐하던 시절인데 하루는 청와대의 호출을 받고 대통령 관저로 갔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영애시절 생활하던 방의 천장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쥐를 잡았던 일화도 갖고 있다. 전 회장은 공직생활에서도 승승장구, 서기관으로 승진하며 농림부의 요직인 농촌경제개발과장을 맡는 등 미래도 보장됐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인생을 선택한다.
“농림부에 사표를 제출했죠. 가족은 물론 동료 공무원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곤 1976년 쥐잡는 용역회사인 전우방제를 설립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미친 짓이었죠. 6평짜리 사무실을 얻어 집사람하고 저, 그리고 일 도와주던 청년하고 3명이 창업을 한 것이죠. 쥐잡는 용역사업을 시작하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전회장은 그 뒤 전우약품 회장과 한국방역협회장, 제3대 한국수출입방제협회장 등을 거쳐 현재는 임직원 2500여 명, 국내 지사 60개, 중국 등 해외지사 2개를 갖고 있는 세계적인 방제회사로 우뚝선 세스코의 회장이다. 세스코는 현재 100여 명의 석·박사 연구진을 확보, 731가지 해충에 대해 모두 2193개의 해충 방제 시스템을 갖추고 국민들에게 쾌적한 생활공간을 보장하고 있다.
그는 기업인으로서 활동하면서도 서울 북부지구를 관할하는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를 맡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자신의 호를 딴 ‘설봉장학회’를 설립,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지원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에도 강원도청을 방문해 강원지역 장학생 20명에게 각각 100만원씩을 전달하고, 지역과 사회를 위해 일 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모교인 동국대 총동창회장으로 일하며 11억원을 후원했고, 지난해 11월에도 동국대에 바이오도서관 조성기금 3억원을 기부하는 등 후진양성에 남다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전 회장은 2010년부터는 세계적인 비영리 봉사단체인 ‘오퍼레이션 스마일(OS)’의 한국지부 초대 이사장도 맡아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지구촌의 개발도상국 기형 어린이 수술비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1년부터 2년동안에는 베트남에서 구순 구개열(언청이) 어린이 1000여 명을 수술한 것을 비롯해 중국과 네팔 등지에서 구순 구개열과 손가락 기형 어린이 등 모두 1200여 명을 무료로 시술해 예쁘고 건강한 얼굴과 손을 되찾아 주기도 했다. 올해도 베트남 어린이 500명을 수술할 계획이다.
공직자로서, 경제인으로 성공하고 이제 고향을 위해 강원도민회중앙회장을 맡는 그에게 도민회 운영구상을 물어봤다.
“아직 강원도민회중앙회장에 취임하지도 않았고, 도민회 운영 내용도 잘 알지 못해 말하기는 어렵지만 서울의 도민회중앙회와 대구, 울산 등 다른 시·도의 지역도민회 간 교류를 강화해 도민회를 활성화 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도민회도 고향 강원도가 없으면 의미가 없는 만큼 고향 강원도를 실질적으로 도우며 고향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강원도민회중앙회가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매미가 강원도를 연 2년동안 막대한 피해를 입혔을 때 국제로타리 3650지구 회원들과 고향을 찾아 봉사하고, 수재민들을 도왔던 경험이 있는데 도민회중앙회장으로 일하며 고향의 도민들과 기쁨과 고통을 함께 할 각오입니다. 그리고 고향방문 행사도 자주 마련해 출향 도민은 물론 자라나는 그 후손들도 아버지, 어머니의 고향인 강원도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전 회장은 앞으로 4년 남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는데 강원도민회중앙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홍보는 물론 자원봉사 등 출향도민들이 평창올림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성공 올림픽과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경제 올림픽이 되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끝으로 전 회장에게 적지 않은 나이에도 건강미를 자랑하는 비법을 물었다.
“지난 30년동안 꾸준하게 단전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직 60대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오는 1월 하순에도 2주 정도 해외출장을 다녀올 계획인데 장거리 여행을 해도 거뜬합니다. 건강할 때 고향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겠습니다.”
1시간여 동안의 인터뷰를 마치고 세스코 회장실을 나서는 기자에게 악수를 건네는 전 회장의 손에서 힘과 고향 발전에 대한 강한 열정이 전해졌다. 서울/남궁창성
전순표 신임 강원도민회 중앙회장은
△정선출생(1935년) △정선초·중·고(정선농고) 졸업 △동국대 농학과 졸업 △동국대대학원 농학 석·박사 △동국대대학원 경영학 명예박사 △농림부 농업시험장(1957년) △농림부 식물방역과 △농림부 농촌경제개발과장 △전우방제 대표 △전우약품 대표 △한국방역협회장 △제3대 한국수출입방제협회장 △세스코 대표이사 회장 △국제로타리 제3650지구 총재 △오퍼레이션 스마일 코리아(OSK) 이사장 △국민훈장 목련장(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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