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의 32평형 아파트로 이사 온 이재네 가족. 테이블은 헤닝 키에르눌프, 의자는 닐스 오 묄러 제품으로 모두 비투프로젝트에서 구매.
사진작가이자 외국계 회사의 인사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아빠 이내 씨, 유명 극장사에서 브랜딩 일을 하는 엄마 김경희 씨 그리고 이제 막 20개월이 된 딸 이재까지. 이 세 식구가 최근 신당동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이태원과 한남동으로 나들이 가기 좋고, 근처에 매봉산이 있어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집을 선택한 것. 하지만 2002년 완공돼 15년이 넘어가는 아파트의 노후 조건이 문제였다. 기존의 낡은 마감재는 물론 곰팡이를 완벽하게 없애고 난방과 단열을 챙겨 따뜻한 집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전면은 화이트 색상에 여백을 남겨둔 미니멀한 공간을 만들어 앞으로의 10년을 더 채울 수 있는 집을 꿈꿨다. 고심 끝에 선택한 곳은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공 업체인 ‘체크인플리즈(@checkinnplzstudio)’. “체크인플리즈는 가정집과 상업 공간의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요. 경리단길에 에어비앤비 숙소(@checkinnplz)도 함께 운영 중이에요. 지금 집으로 이사를 오기 전 붕 뜨는 1개월 동안 그 숙소에 머물렀어요. 이때 많은 대화를 나눈 체크인플리즈의 김혜영 대표에게 새로운 집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했고 저희와 통하는 접점을 발견하게 됐어요. 동네 인테리어 가게 사장님은 이해 못할 취향이 깃든 집을 구현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바로 계약을 했어요.” 이렇게 총 한 달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완성된 신당동 세 식구의 집을 소개한다.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는 아빠 이내가 공사 중 촬영한 사진. 이렇게 집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모두 기록해뒀다.
1950년대 영국식 모던 하우스
안방의 옷장과 거실 소파, 식탁 등 이전 집에서 사용하다 새 집으로 가져올 가구를 보고 이들의 취향을 유추한 김혜영 대표. “기존에 사용하던 레트로 스타일의 가구를 키워드로 삼았어요. 두 분 다 런던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었고요. 화려함보다는 실용성을 우선으로 하는 부부예요. 그래서 1950년대 미드 센추리 시절 영국의 모던 하우스를 콘셉트로 정했어요.” 일부 공간에만 포인트 색을 더하고 원색의 가구를 들인 다음 모든 공간을 화이트 색상으로 칠한 것.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간결한 디자인에 강력한 악센트 컬러가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벽에는 웜톤의 화이트 색상 페인트를 칠하고 바닥에는 아이보리색 포세린 타일을 깔았다. 또 천장에는 조명을 설치하지 않고 최소한의 직부 조명만으로 인위적이지 않은 밝기를 구현했다. 그다음 깨알 같은 디테일을 챙겼다.
1,2,3 이전 집에서 가져온 옷장을 제외하고 침대, 화장대, 수납장은 모두 체크인플리즈에서 제작. 베딩은 H&M.
부부를 위한 최상의 침실
맞벌이를 하는 이내·김경희 씨 부부. 일과 육아를 함께해야 하는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은 바로 침실이다. 아이보리 타일을 깐 거실과 분리되도록 ‘지복득마루’의 오크 원목을 깐 침실. 옛 집에서 가지고 온 일룸의 옷장과 따로 놀지 않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잠을 잘 잘 수 있는 기능적인 침실을 꾀했어요. 침대와 옷장, 화장대 공간을 완벽하게 분리시키면서 답답하지 않도록 오픈형 가벽을 설치했어요. 여기에 자연의 빛이 유입되도록 기존의 통창을 유럽 스타일의 여닫이 창 3개로 만들었어요.”
| 거실 꾸미기 깨알 팁 5가지
TIP 01 현관
정면 벽에 가벽을 만들고 패턴 유리를 끼워 뒤쪽 공간을 기대하게 만드는 효과를 연출했다. 소품을 진열해 집 안으로 진입 시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을 연출하고자 했다. 또 신발장은 벽처럼 빌트인으로 만들어 기능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게끔 의도했다.
TIP 02 빔 프로젝트
“아이 교육 차원에서 거실에 TV를 두지 않았어요. 커다란 테이블을 두고 대화를 나누는 사랑방이자 책을 보는 공간으로 꾸몄어요. 그리고 아이가 잘 때 영화를 볼 요량으로 빔프로젝트를 뒀어요. 벤큐 W2000이라는 제품인데요. 컬러를 꽤 잘 구현해내 만족도가 엄청 높은 제품이에요.”
TIP 03 턴테이블
실내 공기 정화에 탁월한 식물인 셀로움을 둔 거실 한쪽. 그 옆에는 턴테이블을 뒀다. 디자인 부문 수상 경력이 많고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는 rega사의 제품이다. 국내에선 출시 전이라 주파수가 다르고 손이 많이 가지만 음향이 뛰어나 선택했다. “한 달에 한 번은 이태원에 있는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에 들려 LP 한 장씩을 사모으는 게 저희 가족의 취미가 되었어요.”
TIP 04 확장 베란다의 선반
“넉넉한 수납 공간을 원한 이내·김경희 씨 부부를 위해 10cm의 공간도 벽 속에 버려지지 않고 작은 액자나 소품을 둘 수 있게 설계를 했어요.” 체크인플리즈 김혜영 실장의 의도에 따라 거실 옆 틈새 공간에 선반을 설치했다.
TIP 05 물 빠짐 선반
집 안에 식물 두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이 때문에 당분간은 거실 바닥에 둘 수 없어 별도로 화분들을 올려둘 공간을 원했다는 아내 김경희 씨. 확장한 베란다의 한쪽에 단을 높이고 배수구를 만든 다음 방수 작업을 하고 물 빠짐 금속판을 댔다.
원목 바닥과 그레이 톤의 벽지로 마감한 벽의 조화가 돋보이는 서재.
동선에 방해되지 않도록 너비가 좁은 선반을 설치한 벽. 철거한 단열재와 마감재 등을 적재하고 촬영한 사진 역시 아빠 이내의 작품이다.
부부를 위한 놀이방, 서재
거실과 안방의 톤과는 다른 분위기를 내기 위해 원목의 마룻바닥과 그레이 톤의 벽을 매치한 서재. 부부가 양쪽으로 나란히 사용할 수 있게 책상을 창가에 길게 배치했고, 책상 좌우로 책장을 둬 갖은 집기와 수집품을 진열할 수 있게 했다. “아빠와 엄마가 되어도 오롯이 나만의 세계로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드리는 게 목표였어요. 부부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동선에 걸리지 않게 벽에 조붓한 너비의 선반을 만들고, 사진을 전공한 아빠의 작품을 걸어둘 수 있도록 했다.
짙은 파란색으로 칠한 아이 방문.
단출하게 침대, 옷장 등의 가구만 들여 향후 놀이방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침대는 어우푸, 베딩은 누메로74.
상부장과 하부장, 수납장과 별도의 삽입형 선반을 둬 수납력을 높인 주방.
주방 옆 세탁실 전경.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고 세제, 식재료 등을 보관하기 위해 이케아의 컨테이너를 활용했다.
아늑한 분위기에 훌륭한 홈 카페가 되어주는 주방.
살림이 늘어도 걱정없는 주방
일반적이면서 모던하고 뻔한 느낌의 전형적인 아파트형 인테리어를 탈피하고 싶었던 이내·김경희 씨 부부. 주방에는 두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익숙하고 오래된 느낌을 연출하고자 했다. 이러한 의도를 읽은 체크인플리즈의 김혜영 실장은 보다 따스한 주방을 만들었다. “반질반질한 원목 합판을 짙은 갈색으로 착색했어요. 또 넉넉한 수납을 고려해 상부장을 제작했는데, 천장까지 꽉 차는 상부장이 아니라 천장과 사이를 띄운 가로형 비율에 아날로그 감성의 패턴 유리를 적용해 내부의 그릇들을 슬쩍슬쩍 볼 수 있게 만들었어요.”
화장지를 비롯해 각종 욕실용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체크인플리즈에서 제작한 수납장.
턱을 없애고 거실과 동일한 포세린 타일을 사용한 거실 화장실. 벽 타일은 윤현상재의 사각 무광타일, 세면대는 액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