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경주에 와서 눈으로 보고 공부할 것들은 다 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니 가장 중요한 곳을 빼먹었더라.
바로 신라의 최초 여왕인 선덕여왕릉이다.
그래서 선덕여왕릉이 있는 낭산을 찾는다.
오늘은 날씨가 차고 바람이 많이 불어 자녀들은 나오기 싫다고 하여 숙소에서 쉬기로 하고 아내와 둘만 나선다.
여행이 길어지다 보니 자녀들도 피로가 조금씩 쌓이나 보다.
나도 역시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피곤하다.
경주 낭산은 남북으로 길게 누에고치처럼 누워 양쪽에 각각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산허리는 잘록하며 높이는 108m로 그다지 높지 않은 부드러운 능선을 이루고 있다.
예로부터 서라벌의 진산으로 불리며 신성스러운 산으로 여겨졌다.
산 아래 도착하니 산이 그다지 높지 않다.
왕복 40분정도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겠다.
산책하기 참 좋은 뒷산 같다.
선덕여왕릉은 마치 보물찾기하는 것 같다.
크게 홍보가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듯하다.
올라가는 안내판도 미흡하고 해설을 위한 팸플릿도 아직 없다.
지금의 사회가 남성 중심이라 그런가?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성별을 떠나서 동등하게 그 능력과 지위를 대우받아야 하지 않을까?
능에 올라서며 선덕여왕님께 참으로 죄송한 마음이다.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발 한발 내디디어 산을 오르니 채 숨이 차기도 전에 산 정상에 도착한다.
산 정상에는 선덕여왕릉이 있고 그 주위를 소나무가 능을 바라보며 두르고 있다.
소나무가 능에 인사를 하듯이 능을 향해 구부리고 있는 형상이다.
마치 소나무가 능을 보호하듯이.
능 위로는 하늘이 뻥 뚫려있다.
산 정상에 거대한 능이 있다니 그 웅장함에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내가 아무 날에 죽을 것이니 도리천에 장사 지내도록 하라.”고 하였는데, 여러 신하들이 어느 곳인지 알지 못해서 물으니 왕이 “낭산 남쪽”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날에 이르니 왕이 진짜로 세상을 떠났는데, 여러 신하들이 낭산 양지에서 선덕여왕의 장사를 지냈다.
30여 년이 지난 문무와 19년에는 왕의 무덤 아래에 사천왕사를 건립하였다.
불경에 사천왕천 위에 도리천이 있다고 하여 그제야 선덕여왕의 신령하고 성스러움을 알 수 있었다.
이 능은 낭산의 남쪽 봉우리 정상에 있다.
오늘 날이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여기를 찾는 사람들이 우리를 빼고는 두 팀이 전부였다.
낭산을 둘러보고 내려오니 아래쪽에 사천왕사지가 있다.
넓은 터에 비석도 없이 이를 세우는 거북이 상만 덩그러니 바닥에 엎드리고 있다.
절은 없고 터만 있어서 잘 알아볼 수는 없었으나 앞으로 이를 발굴하고 개발하는지 공사의 흔적이 있다.
선덕여왕릉과 함께 사천왕사지가 의미 있는 우리의 역사 이야기와 함께(스토리텔링) 잘 개발되고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가까운 평지에 신문왕릉이 있어 방문하였다.
여기는 선덕여왕릉과는 다르게 잘 보존되어 있었다.
바로 옆인데도 그 대우가 달라서 참 죄송했다.
신문왕은 문무왕의 맏아들로 부왕의 뜻을 이어받아 옛 백제와 고구려 백성을 융합하는 데 힘썼다.
국학을 설립하여 인재를 양성하였고, 귀족들의 기반이 되던 녹읍을 폐지하고 관료전을 지급하였다.
지방을 통치하기 위하여 전국을 아홉 개의 주로 나누고 중요한 거점 다섯 곳에 소경을 설치하였다.(9주 5소경)
이 능은 기존의 대릉원에서 보았던 능들과는 달랐다.
무덤 가장자리의 둘레돌은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5단으로 쌓고 그 위에 덮개돌을 얹었다.
바깥쪽으로는 사다리꼴 모양의 석재를 받쳐 놓았다.
정남쪽에 배치한 받침석의 윗부분에 문(門)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곳이 무덤방으로 들어가는 널길 입구라는 것을 표시한 듯하다.
진평왕릉은 소박했고, 선덕여왕릉은 숨은 보물 같았고, 신문왕릉은 거대하고 웅장했다.
세 능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으니 꼭 같은 날 방문하여 비교해 보기를 권한다.
이 능을 자녀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점이 참 아쉬웠다.
이번 경주 여행은 첫째가 중2 올라간 기념으로 온 거다.
둘째, 셋째에게도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경험의 기회를 주고자 하였다.
그래서 둘째, 셋째가 중2 올라가는 시기가 되면 다시 이 똑같은 경주여행을 할 것이다.
그때는 같은 여행지를 다른 마음으로 다니며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할 수 있겠지?
오늘 함께 하지 못한 장소를 다음번엔 자녀들과 꼭 함께하기를 바라며 자녀들만 있는 숙소로 들어온다.
숙소에서 푹 쉬다가 저녁때가 되니 여행 최후의 만찬을 하기로 한다.
바로 몇 번이나 갔다가 만족하고 좋았던 ‘경화식당’을 또 가기로 했다.
오늘은 큰 맘 먹고 삼겹살 파티다.
우리 모두의 그동안 노고와 애씀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의미로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한다.
역시 오늘도 고기를 추가 주문하며 참 맛있게 먹는다.
여기 삼겹살과 된장찌개는 정말 맛있다.
값이 저렴하고 집밥같은 이 식당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경주 오면 반드시 들려보시길...
우리 가족은 평소에 잘 먹는다.
나오니 평소보다 더 잘 먹는다.
다들 많이 배가 고팠는지 고기를 꿈과 동시에 젓가락질 전쟁이다.
사장님 어르신이 우리 먹는 것을 보며 흐뭇한지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신다.
경화식당을 자주 가서 그런지 아직 경주 여행이 끝나지 않았는지를 물으신다.
“네 곧 끝납니다. 저희 모레 떠납니다. 마지막 날 다시 한 번 들르겠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거의 끝을 향해 나아간다.
내일 하루가 지나고 나면 모레는 짐을 챙겨 바로 집으로 복귀한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는구나.
이번 여행을 통해 자녀들도 부모도 함께 많이 배우고 공부했을까?
나도 모르게 성장하고 자라나는 그런 경주일기가 되기를 바라며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마감한다.
여행은 이렇게 언제나 즐겁다.
[초3의 일기]
오늘 경화식당에 갔다. 거기서 삼겹살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삼겹살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그 식당에 많이 가서 정이 들었는데 곧 떠나야 돼서 아쉽다. 그야말로 최후의 만찬이다.
#경주일기, #13일차, #선덕여왕릉, #신문왕릉, #경화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