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선
최성미
1970년에 출간된 주디스 커의 『Mog Forgetful Cat Book』은 보림출판사에서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라는 제목으로 2000년에 출간되었으나 절판되어 중고서점에서나 겨우 구할 수 있는 귀한 그림책이었다. 그 후 21년 만에 출판사를 달리해 『깜박깜박 고양이 모그』라는 조금 짧아진 제목으로 북극곰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이건 안 비밀인데 고양이 모그와 나는 1970년생 동갑이다. 고양이 모그는 가로세로 좀 더 커진 판형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나는 가로로만 좀 더 커지고 세로로는 오히려 줄어든 판형으로 2021년을 살아가고 있다.
새 옷을 입은 『깜박깜박 고양이 모그』를 직장 동료들과 함께 봤다. 그림책을 보고 난 후 반응이 제각각이다. 출판팀은 맞춤법이 맞는지 안 맞는지, 어떤 종이를 사용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콘텐츠팀은 주디스 커의 다른 작품들을 검색하고, 연구팀은 주디스 커의 모든 기록물이 세븐 스토리즈 국립아동문학센터에 보관되어 있다는 걸 기억해낸다. 그림책 작가를 꿈꾸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누군가는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처럼 우리는 한 그림책을 각기 다른 백 개의 시선으로 본다.
『곤충의 몸무게를 재 볼까?』라는 다소 엉뚱한 제목의 그림책이 있다. 코끼리도 아니고 고래도 아니고 곤충이라니! 여기 독특한 시선으로 곤충을 분류하는 진정한 덕후 한 사람이 있다. 뭐 이런 걸 다 궁금해했을까 싶은, 곤충의 몸무게에 심하게 집착하는 요시타니 아키노리.
일반 체중계로는 곤충의 몸무게를 잴 수 없어 1만 분의 1g까지 잴 수 있는 특별한 전자저울을 사용한다. 하지만 곤충들이 ‘내 몸무게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하며 체중계 위에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아키노리는 투명한 비닐봉지에 곤충을 넣고 무게를 잰 뒤 비닐봉지의 무게를 빼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특별히 놀라운 방법은 아니지만 실제로 이 과정을 끊임없이 꾸준히 반복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그림책에는 온갖 곤충의 몸무게가 그들의 사전 동의도 없이 게재되어있다. 무당벌레 0.05g, 흰줄숲모기 0.0014g, 장수풍뎅이 10g, 톱사슴벌레 2g 등등. 무당벌레의 무게는 1원짜리 동전의 20분의 1로 정확히 우표 한 장의 무게와 같고, 흰줄숲모기의 무게는 714마리가 모여야 겨우 1원짜리 동전과 균형이 맞는다. 장수풍뎅이는 1원짜리 동전 10개의 무게로 꽤 무거운 편이다. 이런 사실을 밝혀내다니! 누가 궁금해한다고! 정말 대단하다.
같은 종류라도 암컷과 수컷의 몸무게가 엄청 차이 나는 것도 있다. 메뚜기는 암컷이 수컷보다 5배나 무겁고, 왕사마귀는 4배, 나방은 7배 정도 무겁다. 완전변태 곤충들의 몸무게 변화는 굉장히 부럽기도 했다. 장수풍뎅이는 애벌레(30g)-번데기(20g)-성충(10g)으로 성장할수록 오히려 가벼워진다. 나이 들수록 나잇살이 늘어 점점 가로로 성장하는 나와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감히 요시타니 아키노리에게 제안하는데 몸무게 재는 데만 집착하지 말고 한 발짝 더 나아가 다이어트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뭔가를 완전변태 곤충에게서 발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전 세계 비만 인구에 한 가닥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쿄농업대학교에서 곤충학을 공부했고, 곤충에 대한 수많은 일러스트와 사진 작업을 하면서 거위벌레, 자벌레, 호리병벌 등의 그림책을 쓰고 그린 요시타니 아키노리는 지금까지 1,200종이 넘는 곤충의 몸무게를 쟀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수만 종의 곤충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더 많은 곤충의 몸무게를 재보고 싶다고 한다. 정말 집착 제대로다.
뭔가를 끊임없이,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아! 졌다.'라는 생각이 든다.
"You W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