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 and Concept of Argentine Tango Music - 아르헨티나 탱고 음악의 기원과 개요 - 4
(탱고의 구성요소와 춤을 추는 이유)
탱고는 시와 음악과 춤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시란, 탱고 음악의 가사를 말한다. 탱고의 가사는 애환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으며, 삶의 모든 측면 즉 사랑과 죽음을 비롯하여 철학적·사회적·정치적인 면까지도 다루고 있다. 음악 또한 탱고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음악이 탱고를 추게 하는 에너지원이자 파트너와 조화를 이루며 교감하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피로로 고단한 몸일지라도 흥을 돋우는 탱고 음악이 흘러나오면 벌떡 일어나서 탱고를 추게 된다. 힘이 솟아
난다. 그리고 파트너와의 소통과 합일과 교감을 위해서는 서로가 집중해서 듣고 있는 음악의 도움을 받는다. 음악은 춤에 침잠하게 하고 파트너와 교감하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탱고의 압권은 음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애절한 탱고 음악은 우리 내면의 무엇인가를 자극하고 있다. 탱고를 추기 이전에 먼저 탱고 음악에 빠져드는 사람도 많다. 전통적인 탱고 음악은 잔잔하고 애잔한 선율을 지니고 있으며, 일정한 비트가 반복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탱고 음악의 악기로는 반도네온,
기타, 바이올린,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등이 쓰인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반도네온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독특한 음색 때문에 탱고 음악이 더욱 애절해지고 듣는 이의 심금이 울리게 된다. 시대가 흐를수록 파노라마적인 멜로디가 강한 탱고 음악으로 발전하고, 피아졸라에게서 재즈나 클래식 음악과도 접목되고, 현대에 와서는 젊은이들을 끌어 들이기 위해 전자 음악을 탱고 음악에 사용하기도 하는데, 일명 누에보 탱고 음악이라고 한다. 춤으로서의 탱고는 이런 아름다운 시와 심금을 울리는 연주에 힘입어, 파트너와 하나가 되어 밀롱가를 향유하며 하루의 시름을 잊게 해준다.
Gotan Project - Santa Maria (Del Buen Ayre) (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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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an Project - Santa Maria (Del Buen Ayre)
Tango Scene from the Movie: Shall We Dance?, who in turn own its credit to the award-winning Masayuki Suo Japanese film, "Shall We Dansu?"
(Gotan 프로젝트 - 산타 마리아(Del Buen Air)
영화의 탱고 장면: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일본 영화 "Shall We Dansu?"의 공로를 인정받고 있는 "We Dance?"는 춤출까요?)
탱고 음악의 종류와 구성
탱고에는 4박자, 3박자, 2박자의 탱고 음악이 있다. 4박자 곡은 그냥 탱고(Tango)라고 하고 3박자 곡은 발스(Vals), 2박자 곡은 밀롱가(Milonga)라고 한다. 그리고 탱고 추는 장소도 밀롱가(Milonga)라고 한다. 탱고 추는 곳인 밀롱가에서는 탱고 음악이 딴다(Tanda)로 구성되어 흐른다. 딴다(Tanda)는 탱고 음악을 특성별로 나누는 단위로, 밀롱가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단위를 일컫는 용어이다. 박자의 종류에 따라 또는 오케스트라 별로 나뉜다. 딴다의 구성은 4박자 곡이 4-7곡, 3박자
곡이 3곡, 2박자 곡이 3곡 정도 번갈아 가면서 흘러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밀롱가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구성으로 나오기도 한다. 탱고는 한 곡이 3분 전후이며, 한 파트너와 대략 3곡 정도 추고 파트너와 헤어지게 된다. 한 파트너와 3곡을 이어서 춤추다 보면 대략 상대의 실력과 그날의 컨디션이 파악이 된다. 물론 오래 출수록 상대에 대해 더 빨리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한 파트너와는 3곡 정도 추고 헤어지기도 하고, 자신과 잘 맞는다면 상호동의하에 계속해서 더 출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6-10곡 정도 추고 헤어지는 커플도 있다. 대개는 한 딴다나 두 딴다를 춘다.
A. Piazzolla - Libert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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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iazzolla - Libertango (Moscow City Symphony "Russian Philharmonic")
(A. 피아졸라-리베르탱고 (모스크바 시 교향곡 "러시아 필하모닉")
탱고 음악의 악기
탱고 음악은 발생 초기에는 기타, 플루트, 바이올린 등으로 단순히 연주되다가, 1910년대에 독일에서 건너온 반도네온이 합류하고, 이후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가 합류했다. 현대에 와서는 주로 반도네온, 피아노, 바이올린, 콘트라(더블)베이스로 구성되며, 최신의 누에보 탱고에서는 전자 악기로도 연주되면서 탱고 음악 악기의 폭이 넓어졌다. 1960년 처음 선보인 피아졸라의 '누에보 탱고 5중주단(Nuevo Tango Quintet)'은 보컬, 첼로 등 여러 장르의 악기들을 거치다가 마침내 반
도네온, 바이올린, 피아노, 일렉트릭 기타, 콘트라베이스를 기본으로 삼게 된다. 현대의 누에보 탱고에는 모두 전자 악기로 연주되는 곡도 있다. 현재는 전형적인 전통 탱고 오케스트라와 누에보 탱고 오케스트라가 공존하고 있다. 아무리 탱고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들이 변해왔다지만 그래도 탱고 악기 하면 바로 반도네온을 떠올릴 수 있다. 반도네온의 애간장을 녹이는 듯 심금을 울리는 선율과 강렬한 비트를 내는 음색은 탱고 음악의 특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Bandoneón (반도네온)
아르헨티나 탱고의 대표적 악기 반도네온은 1830년경 독일에서 고안된 아코디언과 같은 족의 악기이다. 네모난 모양의 긴 주름상자의 양끝에 단추식의 건반을 갖추고, 손목을 통해 악기를 떠받치는 가죽 밴드가 달려 있다. 초기에 탱고를 연주한 악기는 기타와 플루트, 바이올린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탱고 연주에 가장 중요한 악기로 자리 잡은 것은 반도네온이다. 반도네온은 탱고의 영혼이고, 탱고는 이 악기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들어진 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반도네온은 작은 손풍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네모난 측면과 주름상자로 구성되었으며 단추를 눌러 연주한다. 오른손의 건반은 고음부, 왼쪽은 저음부의 음을 내
고, 오른쪽 건반(옆에 공기구멍과 개폐판(開閉瓣)을 조작하는 금속제의 레버가 있다. 오른쪽손 38건, 왼손쪽 33건으로 142음을 내고, 레가토 주법과 함께 아코디온으로는 낼 수 없는 날카로운 스타카토 연주가 가능하다. 깊은 맛이 나는 매력적인 음색으로 볼륨도 있으며, 1880년경 탱고 밴드에 도입되어 탱고 연주 그 자체에 변화를 주고, 1910년경에는 반도네온이 피아노, 바이올린과 함께 탱고의 주역악기로서 표준화되고 이른바 오르케스타 티피카의 형을 만들었다.
Los Inquietos - Vo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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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Inquietos - Volver 돌아가네
(로스 인콰이에토스 - 볼베르 돌아가네)
Accordion (아코디언)
아코디언은 1822년 독일 사람 부시만(Buschmann)에 의하여 발명되었으며 당초의 것은 온음계식(全音階式)이어서 반음계를 연주할 수 없었다. 물론 연주도 간단하였다. 피아노식은 19세기 후반에 제작되었고 그 뒤 세계적으로 피아노식이 쓰이고 있다. 아코디언(풍금)은 바람통으로 압축공기를 만들며 금속제의 리드로 발음한다. 이 바람통은 주름상자식이며 연주자는 악기를 밴드로 어깨에 메어 가슴에 안고 주로 왼손으로 바람통을 신축(伸縮)하여서 풀무역할을 시킨다. 리드로 가
는 통풍조작은 연주자의 오른손이 닿으며 풀무 옆에 있는 피아노식 건반과 왼손의 단추로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된 것을 피아노식 아코디언이라고 한다. 스톱은 바람통의 양쪽에 있어 단추식과 건반식이 있다. 휴대하기에 편리하며 화음반주가 되고, 리드 오르간과 같이 풀무는 족답식이 아니어서 셈여림에 의한 미묘한 표현이 가능한 것 등 많은 장점이 있어 대중적인 악기로 보급되어 있으나 예술음악에서는 거의 쓰지 않고 있다. 피아노식 외에 단추식이 있다.
탱고는 음악을 해석한다
탱고에서는 음악을 해석을 한다고 한다. 탱고 박자가 있기는 하지만 모든 비트에 다 걸을 필요도 없고, 모든 순간에 멜로디에 맞추어 적절한 동작을 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즉석에서 창조해가는 춤이니, 춤을 추다가도 잠시 서서 멈춰서 음악을 듣기만 해도 되고, 무게 중심만 좌우로 옮기고 있어도 되고, 남들은 빠르게 가더라도 유유히 천천히 나아가도 된다.탱고를 배우는 초기에는 음악을 어떻게 탈지 몰라서 난감해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정해진 틀이 없으니 자유롭게 음악을 해석하여 자신만의 보조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탱고는 각자가 음악을 해석하여 추는 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같은 곡을 가지고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춘다할지라도 커플마다 다른 느낌의 탱고를 추게 된다.
탱고와 가사
춤으로서의 탱고가 생겨나고 30여 년이 지난 후에 노래로서의 탱고가 탱고 칸시온 (Tango Cancion)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태어났다. 탱고가 노래로 태어나는 데 큰 역할을 한 이는 탱고의 황제라 불리는 카를로스 가르델인데, 그가 1917년 '슬픈 나의 밤(Mi noche triste)'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시작되었다. 탱고 가사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랑의 슬픔,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 사회적 비판 등이 주류를 이룬다. 애조 띤 음색으로 삶의 비애를 다루고,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 인간사를 다룸으로써 지금까지도 그리고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강력한 생명력과 호소력을 발휘한다. 프란시스코 카나로 오케스트라의 'Poema'는 한 편의 시와 같은 가사를 가지고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곡으로서,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곡이다. 탱고 가사의 묘미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이 노래의 2, 3소절을 소개하겠다.
Francisco Canaro - Po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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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ando las flores de tu rosal
vuelvan más bellas a florecer,
recordarás mi querer
y has de saber
todo mi intenso mal…….
De aquel poema embriagador
ya nada queda entre los dos.
Con mi triste adiós
sentirás la emoción
de mi dolor!
네 장미나무의 장미들이
더 아름답게 필 때,
내 사랑을 기억하리라.
또 깨달으리라,
내 깊은 아픔을.
우리 사이에
그 황홀케 하는 시는 남지 않았다.
내 슬픈 이별로
내 아픔의
감동을 느끼리라.
밀롱가 예절
탱고는 혼자 추는 춤이 아니기 때문에 밀롱가에서의 예절이 매우 중요하다. 파트너에 대한 예절뿐만 아니라, 함께 밀롱가에서 탱고를 즐기고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예의를 지키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첫째, 춤을 신청할 경우, 남녀 모두 신청이 가능하다. 춤추기 힘든 상황에 있는 상대방에게 무리하게 신청하지 말아야 하며, 또 신청을 받는 입장에서도 거절보다는 응하는 방향으로 하되 거절할 경우에는 아주 정중하게 해야 한다. 금방 거절한 후 같은 곡에서 다른 신청자와 추는 것은 실례가 된다. 특히 조심해야 할 상황은 춤추고 싶은 상대가 피곤해서 쉬고 있거나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대화 상대를 무시하고 춤을 신청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둘째, 두 곡 이상 출 때에는 춤과 춤 사이에 그대로 붙잡고 있기 보다는 잠시 홀딩한 상태를 풀고 간단한 대화를 하되 사적인 질문은 피해야 한다. 대화는 반드시 나누지 않더라도 잠시 홀딩 자세를 푸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 곡이 끝나고 나면 불편한 점이 없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다. 세 곡 정도 춘 후에는 함께 더 출 수 있는지 상대의 의향을 물어보고 동의하면 계속 추면 된다.
셋째, 2-3곡을 함께 춤추는 그 순간 상대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춤추고 헤어질 때 다음에도 다시 추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어나도록 가까이 서 있는 간격만큼 마음으로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 특히 탱고 출 때 여자는 리드를 받는 입장이어서 위험한 상황에 스스로 대처하기 힘들기 때문에, 남자는 품에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처럼 땅게라를 보호해야 한다.
넷째, 춤이 끝났을 때에는 밀롱가 한 가운데서 바로 헤어지지 말고, 땅게로가 춤추는 동안 보호하며 리드했던 땅게라를 가장자리로 잘 에스코트해서 헤어지는 것이 더 좋다.
다섯째, 춤출 때 댄스 라인(반시계방향)을 지키는 것이 다른 커플에 대한 예의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오고 있는 다른 커플과 부딪히거나, 심지어 누군가를 다치게 하기도 하므로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다. 또한 다른 커플들을 방해할 정도로 너무 크거나 무리한 동작을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다른 커플이 앞에서 나아가지 않고 방해한다고 해서 무리하게 밀치고 앞지르는 것은 삼가야 하며, 너무 오래 지체한다 싶으면 살짝 옆으로 비켜 갈 수는 있지만 무리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섯째, 춤추면서 가능한 춤에 대한 말은 상대에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가르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말을 하기 전에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는 않을지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Louis Armstrong - Kiss of Fire (El Choc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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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Armstrong - Kiss of Fire (El Choclo)
(루이 암스트롱 - 불의 키스(엘 초클로)
춤을 추는 이유
글: 장상현(미국 퍼듀대학 연구원)
한국에서는 오랜 동안 남녀가 같이 추는 행위 소위 '커플댄스'라는 것을 퇴폐적인 행위라고 인식해 왔었다. 사교춤이라고 보통 부르며 카바레나 비밀 댄스 교습소에서 바람난 가정주부들과 그런 여자들의 돈을 노리며 놀고 먹는 제비들의 춤이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런 사회의 인식에는 이중성이 있다. 외국인들의 파티에서 추는 춤은, 고급 서양 문화의 산물이고, 귀족문화의 상징이며. 외국 젊은이들의 춤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로맨티시즘의 표현이라고 선망하는 인식 말이다. 그래서 가끔 한국에서 댄스를 변호하는 수단으로, 외국에서는 춤을 배워야 외교나 사업 등의 고급 사회 모임에 끼어 들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이
일반적인 사실일 수는 없다. 귀족들의 무도회는 사실 구세대의 유물이고, 그런 댄스 파티에 참가할 기회는 그다지 흔한 것도 아니다. 만약 가본다면, 외국에도 춤을 출 줄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에서 댄스의 붐이 일고 있다. 처음에는 '댄스스포츠'가 등장했다. 퇴폐적인 춤이 아닌 건전한 운동이라는 것이다. 국제 연맹도 있고, 국제 대회도 있으며 규정집까지 있는 엄연한 스포츠라는 얘기다. 그리고 대학생 동호회를 시작으로 인터넷에 기반을 둔 댄스 동호회들이 시작되고, 남의 눈을 꺼리던 댄스를 배우고 싶어하던 사람들이 드디어 떳떳하게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댄스스포츠의 인식이 한국 춤문화에 끼친 영향은 댄스스포츠 자체의 보급보다는 다른 춤들에게 막힌 길을 열어 주었다는 것이다. 일단 정열적인 중미 카리브 섬의 커플댄스인 '살사Salsa'와 '메렝게Merengue'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춤을 출 장소가 없던 한국에서 '라틴바'라는, 항상 와서 춤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생기고, 인터넷 카페에 폭발적으로 라틴댄스 동호회가 생겼다. 그리고 미국의 오랜 클럽댄스인 '스윙Swing'이 한국에 보급되었고, 다시 아르헨티나의 오래된 춤인 '아르헨틴 탱고Argentina Tango'가 보급되었다. 비록 살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스윙과 아르헨틴 탱고도 순식간에 인구를 넓혀가며 하나의 춤문화로서 한국에 자리잡게 되었다.
Tango Fire - La Cumpars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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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go Fire - La Cumparsita
(탱고 파이어 - 라 쿰파르시타)
그럼 왜 처음에 건전한 커플댄스의 인식을 연 댄스스포츠에 비해서 규정도 대회도 없는 이런 춤들이 나중에 들어와서 더 인기 있게 퍼지게 되었을까? 거기에는 원초적인 이유가 있다. 댄스스포츠 하는 분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커플댄스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렇다고 춤이 퇴폐적인 일탈 행위도 아닌 것이다. 춤은 처음에 말한 대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자기 마음속에 감춰진 생각들을 음악이 이끄는 대로 피부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교육과 사회적인 마모를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화석처럼 감추어온 감정들, 열정, 사랑, 고통, 슬픔, 이런 것들이 거기 맞는 음악을 만나서 몸짓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혼잣말이 아니라 자기의 댄스 파트너와 자신의 생각을 원형 그대로 나누는 것이다. 그것이 커플 댄스인 것이다. 커플댄스, 둘이 추는 춤, 이 춤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거기에는 스포츠도 귀족성도 건전함도 없었다. 춤은 삶의 고통을 덜기 위한 방편으로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 졌다. 그리고 음악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의 내밀한 숨겨진 감정들을 피부 바깥으로 내보내는 몸짓 언어로서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탱고의 경우를 보자. 130년 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변두리에 새로운 희망을 찾아온 가난한 유럽의 청년 노무자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거리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들의 춤의 기초가
된 것은 아프리카 노예들의 춤 '칸돔베Candombe'였다. 역시 고향을 잃은 노예들은 자신들만이 춤추는 장소 '탐보(혹자는 탕고라고 한다)'에 모여서 춤을 췄다. 원래 이 춤은 커플댄스가 아니었다. 그러나 유럽 청년들은 이 춤의 스텝을 남녀가 추는 커플댄스에 응용하였다. 거기에 평원의 남자들인 가우초들의 춤과 음악 밀롱가를 보태서 탱고라는 춤이 등장한 것이다. 가우초는 원주민 인디오, 포르투갈의 탈영병, 도망친 노예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일종의 아르헨티나 유목민이다. 일설에 의하면 잡혀온 노예들 중 아프리카 드럼으로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쇠사슬에 발이 묶여 있을 때 발을 굴러 친구들과 비밀리에 얘기를 나누던 것
이 나중에 춤으로 발전해서, 이들이 가우초에 합류했을 때 '밀롱가Milonga'라는 춤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탱고는 수십 년 간 빈민층의 오락이었다. 따라서 상류층의 멸시를 받았지만. 후일 이 탱고가 유럽에서 퍼지고 파리에서 인기를 얻자, 갑자기 상류층들도 탱고를 추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볼룸댄스나 댄스스포츠의 탱고는 유럽에서 변형되어 원형을 찾아보기 힘든 춤이 되었다. 이런 원초적 춤의 또 다른 예가 스윙이다. 20세기 초 뉴올리언즈의 흑인들에 의해 재즈음악이 등장했고, 이 음악이 시카고 뉴욕 등으로 퍼지며, 음악에 맞는 흑인 춤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음악이 복잡하고 점점 더 예술적으로 변하며 뉴욕 할렘 등지에
거대한 댄스홀이 생기면서 멋진 음악에 어울리는 멋진 춤 '린디 홉Lindy Hop'이 등장했다. 1920년대부터 40년대까지 스윙은 고통받는 미국 흑인들이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내보일 수 있는 해방구였다. 흑인은 2등 인간이라고 주장하던 백인들이 자신들은 상상도 못했던 흑인 천재들의 등장에 충격을 받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였다. 루이스 암스트롱, 듀크 엘링턴, 카운트 베이시 등. 백인들은 애써 자신들의 예술적 열등함을 감추기 위해 흑인밴드에 비해 실력이 많이 떨어지는 밴드였던 베니 굿맨이나 글렌 밀러를 스윙의 제왕으로 추켜세웠지만. 사실 베니 굿맨은 흑인 밴드 리더 플레쳐 헨더슨의 편곡을 연주하기 전에는 인기가 전혀 없었
으며, 글렌 밀러밴드의 연주실력은 흑인 밴드들 옆에서 연주하기도 힘든 수준이었었다. 억눌렸던 창작능력과 재능을 음악 속에 마음껏 쏟아놓은 미국 흑인 예술가들, 그 덕에 많은 흑인 젊은이들이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즉흥적이고 창조적인 스텝으로 마루 위에 새겨 넣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당시 댄서들의 천국이었던 '사보이 볼룸'에는 당시 미래를 기대 할 수 없는 가난한 흑인 청소년 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해방시키고자 흑인과의 접촉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용감히 흑인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백인들도 환영을 받았었다. 그 곳은 진정한 해방구였다. 50년대 백인과 흑인이 어울리는 '퇴폐'장소로 낙인 찍혀 문을 내려야 했을 때까지 말이다.
Louis Armstrong - Adios Muchachos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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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Armstrong - Adios Muchachos 1959
(루이 암스트롱 - 아디오스 무차초스 1959)
살사는 처음 쿠바의 흑인들이 만들어 내었다. 역시 카리브해에 끌려온 아프리카 노예들은 자신의 슬픔을 북과 춤으로 달래고는 했다. 그들은 많은 음악을 창조 해냈으며, 그게 후에 차차Chacha, 룸바Rumba, 살사Salsa, 맘보Mambo, 볼레로Bolero 등 현대의 춤과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20-30년대에 미국의 흑인음악 재즈가 쿠바의 흑인사회로 흘러 들어오고, 순식간에 공명을 느낀 이들은 여기에 화려한 리듬감을 입혀 손과 '단손danzon'이라는 음악을 만든다. 손Son의 신나는 리듬에 쿠바의 흑인들이 멋진 춤사위를 만들어 내었는데. 이것이 순식간에 이웃나라로 번지면서 후일 '살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살사는 같은 음악에 지역마
다 다른 방식으로 춘다. 사실은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춘다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러나 볼룸댄스나 댄스스포츠처럼 정리된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살사도 지역별로 분류해 이름을 붙이는데 무의미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원래 아르헨틴 탱고나 살사 그리고 스윙의 특징은 커플댄스이지만 모두 자기 나름대로 춘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감정을 음악에 실어 표현하기 때문에, 각자의 춤추는 스타일은 자신의 인간성을 반영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춤을 처음 배우게 된 동기는 건강한 취미를 찾아서도, 호기심에서도 아니었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마음속에서 풀 수 없는 고통 때문이었다. 아르
헨틴 탱고를 추는 사람을 우연히 보게 되고 그들의 표정에서 내가 찾던 무엇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추고 싶었던 춤을 배운 것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맞는 춤을 찾아서 3년 간 댄스스포츠와 미국 볼룸댄스를 배웠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그만두고, 아르헨틴 탱고, 살사, 스윙만 춘다. 내게 있어서 남이 추는 모양 그대로 흉내내는 춤은 진정한 춤이 아니다. 숫자에 맞춰 추면서 남이 하는 대로 표정 짓고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물론 그 춤은 좀 더 안전하고 건전한 춤일 수 있다. 댄스스포츠를 다룬 일본영화 <쉘 위 댄스>를 보면 평범한 직장인이며 가장인 스기야마씨가 춤을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전혀 건전하
지 않았다. 그는 아름다운 댄서 마이에 대한 꿈을 꿨으며 그 환상이 그를 춤으로 이끈 것이다. 그리고 마이의 춤에 대한 결벽증. 완벽한 춤을 대회에서 완성해야 한다는. 그 이외의 이유로 춤추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 말이다. 그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한 것은 스포츠로서의 댄스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서로에게 전달 할 수 있었던. 대화로서의 춤을 통해서였다. 전에 어떤 남미인이 한 얘기가 있다. "춤이 건전하다고? 우리가 왜 춤을 추는지 알고 있나? 우리는 벗어나기 위해 춤을 추는 거야. 유혹하기 위해서 그리고 꿈을 꾸기 위해서. 진정한 춤은 절대 건전한 춤이 아니야." 춤을 추는 동안, 우리는 잠시동안 우리 자신에게서 탈출한다. 그리고 음악이 끝나면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손끝에 아주 약간 엉뚱한 향기를 남긴 채 말이다.
[장상현(미국 퍼듀대학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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