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내마음과 행동에 달려있다.
암석지대와 너들길을 지나고 저 먼발치 폭포가 제법 힘차게 내리친다. 화재의 흔적은 그대로 계속된다. 한 사람의 부주의로 온 대지가 불타버렸고 회복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아픈 대지를 보면서 마음도 착찹하다. 어느 듯 호롬보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 곳곳도 화재의 흔적이 보인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팝콘이 나오고 온수를 활용하여 꿀물과 차를 곁들여 마시고 같은 메뉴 같은 시스템이다. 문제는 우리 일행들은 세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데 반찬은 커다란 접시로 2접시씩 나왔다. 누구 할 것 잆이 먼저 한 점 챙기려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질서가 깨진다. 선진 시민의식? 이란 말은 호주머니에 감춰버리고 지금 이 순간 요기를 해결하기위해 바쁘다. 건너편에 앉은 외국인들은 제법 근사하게 식사를 한다. 원인은 테이블 당 반찬을 배분하지 않은데 있다. 큰 접시 대신 중간 접시로 3개를 나누어 배식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을 흑인 요리사와 배식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국인의 체면을 구기게 되었다. 숙소로 돌아왔다. 옷도 젖고 우중충한데 숙소사정이 여의치 않아 좁은 공간에 5명을 배치했다. 일행 중 한 명이 준비가 부족한 여행사를 탓하기 시작하면서 여행 온 것인지 고행하러 온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자 일제히 동의한다.
고산지대 충분한 휴식이 최고다.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핫팩과 온수통 2개를 침낭에 넣었다.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아 ‘자클린의 눈물’을 듣고 있다. 첼로연주자 자클린 뒤플레의 인생을 생각해 본다. 그녀는 독백한다. “첼로는 외로운 악기다. 다른 악기나 지휘자가 있는 오케스트라가 필요로 한다. 따라서 첼로로 음악을 완성시키기 위해선 음악적으로 강한 유대를 가진 보조자가 필요로 하다. 나는 운이 좋아 다니엘을 만났고 그의 도움으로 연주하고 싶은 곡을 거의 다 음반에 담을 수 있었다.” 최고의 연주자로 최고의 지휘자와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시작하지만 다중경화증이란 병으로 그 삶도 오래가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다. 왜 그렇게 행복의 순간은 짧고 불행한 마지막을 보낼까? 누군가 행복의 총량은 같다는 말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밤은 깊어가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흔히 말하는 고산증이 왔다. 이제 호흡도 제법 가쁘다. 화장실도 들락거리기 시작한다. 왜 이렇게 달려왔지. 잠자리도 음식도 불편한데 비싼 돈 들여서….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왔다. 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며 밤을 밝히고 있다. 은하수보다 뇌리에 스치는 말은 "산 잘 타는 사람이 고산증이 오고 정상 못 밟는 경우가 많다더라"
육체의 고통은 고민으로 이어지고 나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깊은 잠을 자다가 호흡이 멈추면 어떡하지? 설마 설마하다 다짐한다. 모든 고통과 고민의 원인은 내가 제공하는 것이다. 내 한 몸 건사하고 못하고는 오직 내 마음과 내 행동에 달여 있다.
어떤 사람이 자기 그림자가 두렵고 자기 발자국이 싫어서 이것들을 떠나 달아나려했다. 발은 더욱 자주 놀릴수록 발자국은 더욱 많아졌고, 빨리 뛰면 뛸수록 그림자는 그의 몸을 떠나지 않았다다. 그래도 그 자신은 아직도 더디게 뛰는 때문이라고 생각해 쉬지 않고 빨리 뛰다가 결국 힘이 떨어져 죽어버렸다. 그는 그늘 속에 쉬면 그림자가 없어지고, 고요히 있으면 발자국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人有畏影惡跡而去之走者 擧足愈數而跡愈多 走愈疾而影不離身
自以爲尚遲 疾走不休 絕力而死 不知處陰以休影 處靜以息跡
인유외영오적이거지주자 거족유수이적유다 주유질이영불리신
자이위상지 질주불휴 절력이사 부지처음이휴영 처정이식적<어부편 5>
발자국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은 내가 발을 옮기지 않으면 된다. 그림자를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내가 빛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면 된다. 발자국과 그림자를 만들게 한 원인은 내가 제공한 것이다. 주위에서 모함하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외부의 고통이 나에게 연속적으로 이어지면 그 원인을 남탓을 돌리기 쉽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원인제공자는 자기 자신일 수 있고 그 단초가 내안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수양하지 않고 그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찾는다면 이는 이치에 어긋난 행동이다. 자신을 수양하고 자기의 진실함을 지키고 외부의 일이나 변화에 이끌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