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등산학교가 이제 5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등산이라는 취미 및 운동에 대한 개념부터 배낭끈 조절, 신발끈 매기 등 아주 기초적인 장비 사용법을 시작으로 운동 초기 단계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등산스틱 사용법을 포함한 보행 기초, 스트레칭, 오르막 또는 계단 오르기 요령, 적절한 휴식 및 영양 섭취와 피로 회복까지 되도록 산행 전반에 거쳐 도움이 되고자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기 위해 나름의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 지난 한 달을 달려왔습니다. 특히 지난번 제5강에서는 전문강사님(휘트걸 산우님)의 재능기부로 특별하고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한 배움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등산은 단위 시간별 에너지 소모가 크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취미로 즐기는 다른 운동에 비해 비교적 장시간에 걸친 운동에 속하므로 총사용 에너지 소모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산에 자주 가면 거의 저절로 날씬하게 되죠. 물론 자연의 힘을 거스르는 대단한 유전자도 아주 가끔 계시지만요.
전에 올린 자료글에 보면 다이어트와의 관계에 대해 서술되어 있으니 그걸 참고하시면 되지만 오늘은 우리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의 이화작용과 동화작용의 특성을 살펴보고 그에 기반을 둔 등산 관련 식이에 대해 전반적으로 그러나 간단하게라도 다뤄볼까 합니다.
물질대사(物質代謝, 영어: metabolism), 신진대사 또는 단순히 대사(代謝)는 생물의 세포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일어나는 모든 물질의 변화로, 생체내 물질의 분해 · 합성과 같은 모든 화학 작용이다. 효소가 반응을 촉매하며, 대사를 통해 생물은 성장하고 번식하며, 구조를 유지하고 환경에 반응한다. 대사라는 단어는 소화와 세포 간에 물질 수송 등을 포함하여 생물체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 반응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경우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의 일부를 중간 대사(영어: intermediary metabolism, intermediate metabolism)라 한다.
대사는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이화작용(catabolism)은 세포 호흡을 통하여 유기 분자를 분해하고 에너지를 얻는 반응이다. 동화작용(anabolism)은 에너지를 이용하여 단백질이나 핵산과 같은 세포의 구성 성분을 합성하는 반응이다.
-위키백과-
위 내용을 아주 단순하게 이 글에 목적에 맞게 다시 한 줄로 요약하면 "에너지를 얻는 과정은 이화작용 에너지를 활용하는 과정은 동화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화작용과 동화작용의 어떤 점을 이해하는 것이 오늘의 주제일까요? 파고들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 여기에선 이화작용으로 에너지를 얻고 또 동화작용으로 그 에너지를 사용하는 등산에 관련한 적절한 식사의 종류와 시간 그리고 양에 관해 다루겠습니다. (당연히 여기에서도 개개인 저마다의 체질, 습관, 성향 등이 매우 중요하고 다를 수 있지만 아주 특별한 누군가의 케이스에 중점을 두지 않고 지극히 일반적인 관점에서 서술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우리가 보통 식사를 하면 소화 과정을 거쳐 에너지를 얻습니다. 상황에 따라 그 에너지를 바로 사용할 수 있고 반대로 나중을 위해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인슐린과 글루카곤 등의 역할에 대해서는 자칫 삼천포로 빠질 수 있으니 생략하고 바로 결론 등산 이야기로 직행합니다.
1. 등산 전 날 식사
주변에서 등산을 앞두고 고기나 장어 등의 소위 보양식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 분들을 쉽게 보죠. 보양식은 고단백 식사를 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보면 과학적으로는 잘못된 선택에 가깝지만 등산 동호인의 취미활동과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니 고단백과 함께 오는 탄수화물의 양이 충분하다면 굳이 옳다 그르다는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뭐든 든든히 잘 먹으면 OK입니다.
흔히 마라톤대회 출전을 앞두고 탄수화물을 채운다는 카보로딩(또는 글리코겐 로딩)도 저희 등산 동호인과는 살짝 거리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식사 메뉴로 잘 드시면 됩니다.
2. 등산 당일 아침 식사
일반적으로 음식물이 위장에 머무르는 시간은 2~3시간이라고 하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위가 완전히 비워지는 때까지의 물리적인 시간을 말하는 것이지 음식물이 에너지로 전환되는 시간은 아닙니다. 음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섭취 후 15분 정도 지나면 혈당이 오르는 것에 비춰보면 15분 정도 이후로는 에너지로 사용이 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나 소화에 부담이 없다면 등산 직전에 식사를 마쳐도 괜찮다는 등식이 성립되고 소화에 부담이 되는 음식은 되도록 2~3 시간 전에 식사를 마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미 전에 다룬 부교감신경이 지대한 역할을 하는 소화기관의 활동에 관한 추가적인 서술일 뿐, 식사를 해야 산에 갈 에너지가 있다는 오해는 말기를 바랍니다^^)
예를 들면; 바나나을 포함한 과일이나 쥬스, 죽, 쌀밥 등은 등산 직전에도 괜찮지만 견과류, 치즈, 지방이 많은 고기 등은 되도록 일찍 드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 등산 중 식사(행동식)
등산 중에는 두 가지가 고려 요인이죠. 하나는 당연히 아직 운동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소화에 부담이 없어야 하고 나머지 하나는 소화 및 흡수가 너무 단시간 내에 마무리 되면 남은 운동 시간에 비해 모자랄 수 있으므로 자주 먹어야 하거나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긴?)오르막이 시작되기 전에는 음료수나 과일쥬스, 에너지젤, 영양갱 정도를 섭취하지만, 당분간 걸어야 할 구간이 소화에 방해 받지 않을 난이도의 구성으로 보이고 날머리까지 제법 거리와 시간이 남았을 경우 밥, 떡 그리고 빵 등을 섭취하는 습관을 익히면 좋습니다.
등산 직전 식사에서도 나왔듯이 견과류, 치즈, 육포 등은 행동식이나 간식으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것을 먹어야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갖는 일부는 제외합니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취향 존중합니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행동식은 (설사 일반적인 이론에서 벗어나더라도) 결국 본인이 평소 가장 즐겨 먹고 소화에 지장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등산 후 식사(또는 뒤풀이)
등산을 마치면 운동이 끝났으므로 맘 놓고 아무거나 실컷 먹는 분들도 계시고 아니면 이제 에너지가 크게 필요치 않으므로 식이를 제한하는 다이어트를 하시는 분들도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적당히 본인의 기준과 습관에 맞는 식사를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요.
등산은 마쳤지만 우리는 장시간에 걸친 운동으로 적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글리코겐의 수준에서 낮아졌으므로 그 수준에 맞는 보충을 하지 않으면 지겹게 나오는? 항상성의 원칙에 따라 근육을 분해해서라도 필요한 에너지를 채웁니다. 그걸 이화작용에 의한 당신생합성이라고 하고 주로 잘 사용하지 않는 부위의 근육에서 그 필요를 채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게 근육을 잃어버리면 결국 우리의 대사량 자체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평상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적은 섭취에도 불구하고 지방으로 축적을 잘하는 '기아모드'가 시작되는 몸으로 점차 바뀌게 되므로 결과적으로는 전에 비해 적게 먹고도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해갑니다. 계속 식사를 제한해야 만 겨우 원하는 체형을 유지하는 고달픈 삶의 시작점입니다.
그러므로 등산을 마치면 우선적으로 최소한의 탄수화물 섭취를 권장하며 특히 알코올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기호식품인 술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아니나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우리 몸은 우선적으로 알코올 분해에 총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알코올과 함께 들어오는 식사를 지방으로 바꾸려고 하는 기전이 있으므로 "운동 후=금주" 라는 등식은 너무 가혹하겠지만 다이어트에 관심이 지대한 분들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를 권합니다.
5. 평상시 식사
흔히 3대 영양소라고 하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이렇게 세 가지는 생존을 위해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매끼 그 균형을 위해 매몰되어 일상이 우스꽝스러워지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것저것 골고루 먹으려고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 그 이상입니다. 대신, 근육 운동이 중요한 등산 동호인이니 난 산행을 마치면 고기를 집중적으로 먹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계시다면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근육을 포함한 우리의 세포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또 사멸합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우리의 체질과 습관에 따라 있을 뿐입니다. 그에 근거하여 근육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등산 후 이화작용에 근육이 분해되는 일이 없도록 적정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을 잊지 말고 단백질의 섭취는 운동 직후가 아니라 평상시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몸의 지방은 우리가 음식물로 섭취하는 지방이 지방으로 저장되는 비율보다 필요 이상의 과식으로 인한 음식이 결국 지방이라는 저장 방식을 통해 저장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결국 우리는 특정 영양소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그러나 적당히 섭취하는 밸런스와 양이 중요하다는 현재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유념해야 할 그 첫째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이번 5월 19일에 예정된 제6강에서는 위에 다룬 다섯 가지에 관심을 가지고 각자의 산행에 접목해 보는 여러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는 이화작용은 결국 사용할 에너지가 없으니 이미 만들어진 근육까지 써야한다 ~
에너지원이 되는 탄수화물 섭취가 참 중요하군요
지방군 음식물 섭취보다
과식으로 인한 음식이 지방이라는 저장 방식을 통해 저장되는 비율이 높다는 신선한 정보에도 충격이구요 ~
에너지를 만들려는 이화작용에
근육까지 뺏긴 기아모드는
적게 먹고도 살을 찌운다 ~ ㅎ
물만 먹어도 살찌는 건가요
골고루 적당량의 식사
특히 탄수화물의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늘 ~ 수고하시며
좋은 정보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갈된 탄수화물(글리코겐)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근육도 지키고 회복도 빠릅니다.
마라톤 대회가 끝나면 선수들이 빠른 회복을 위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탄수화물(주로 에너지젤)의 보충입니다.
지난 제5강에 왔던 날씬이 다희 님도 산행을 마치면 공깃밥부터 먹는 일인이죠. 밥을 끊어야 다이어트가 된다고 강박(?)을 가진 분들이 많지만 사실 본인이 아무리 극단적으로 제한하려도 해도 몸은 알아서 필요한 탄수화물을 어떻게든 끌어옵니다. 근육을 녹이든 식단에 탄수화물이 없는 척 속이든 무슨 수라도 쓰죠.
하람이 운영자 총무님 수고 덕분에 이제 그린등산학교도 마무리를 향해 달려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