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코리아 2024 세계우표전시회’의 성공을 바라며
류상범 한국테마클럽
우표의 소장 가치와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보여 주는 우표전시회는 일반 대중에게 우취를 홍보할 뿐만 아니라 우취인들에게 우호적인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문화 축제이다. 불운하게도 2019년 11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보고된 이후 각종 우표전시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매년 개최되던 ‘대한민국 우표전시회’ 역시 2020년 이후 비대면 온라인 전시회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서 여러 나라에서 우표전시회를 다시 개최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일례로 2020년 개최 예정이었다가 연기되었던 런던 2020 세계우표전시회 역시 지난 2월에 개최되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우취연맹(FIP) 후원 ‘필라코리아 2024 세계우표전시’(PHILAKOREA 2024 WORLD SPECIAL STAMP EXHIBITION, 이하 필라코리아 2024) 개최를 현재 준비 중이다.
1926년에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인 국제우취연맹(FIP)이 후원하고 승인하는 각국의 세계우표전시회는 보통 10년 주기로 개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대 우편제도 실시 100주년을 기념하여 1984년에 처음 개최된 이후 1994년, 2002년, 2014년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2004년이 아닌 2002년에 필라코리아 세계우표전시회가 개최된 것은 그해 열린 한일월드컵의 영향이다.
‘필라코리아 2024’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최자인 우정사업본부와 한국우취연합의 행정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행정 능력에는 예산 운용과 인적 자원 활용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참관할 수 있게 유도하는 전시회 개최 관련 홍보와 관계 기관 협조 요청, 다양한 이벤트 기획 등이 포함된다. 특히 미래의 우취인이 될 수 있는 청소년들의 단체 관람을 독려할 수 있는 학교 당국에 대한 협조 요청이 중요하다. 그리고 일반인들의 관심 유도를 위한 이벤트의 예로는 ‘세계적인’ 희귀 우표 전시와 BTS나 손흥민 같은 슈퍼스타들의 기념 특별우표를 발행하여 그에 관련된 사인회 등 부가 행사를 전시회 현장에서 개최하는 것이다.
2014년에 개최된 ‘필라코리아 2014’에서는 우표 인쇄 과정에서 비행기가 거꾸로 인쇄된 ‘뒤집힌 제니’와 중국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실체 봉투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전시되어 많은 언론의 관심을 초래했다. 하지만 ‘필라코리아 2024’의 성공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전제 조건은 좋은 우취 작품들이 전시회에 많이 출품되는 것이다. 다양한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기획하여 전시회장이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다 하더라도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의 수준이 낮다면 ‘필라코리아 2024’를 ‘성공’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 ‘필라코리아 2024’의 공동 주최자인 한국우취연합에 작품 출품과 관련된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2014년에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개최된 ‘필라코리아 2014’에 출품된 국내 우취인들의 작품은 총 38점으로 2011년에 일본에서 개최된 ‘PHILANIPPON 2011’에 출품된 일본 우취인들의 작품 117점에 비해 약 3배 정도 적었다.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 개최한 ‘필라코리아 2014’에서 무대 위 주인공이 되어야 할 우리나라 우취인 대부분은 관객이 되어 무대 아래에서 자위해야 했다. 따라서 다가오는 ‘필라코리아 2024’에 우리나라 우취인의 작품들이 최대한 많이 출품될 수 있도록 연합은 비상하고 다양한 방안을 고안하여 능동적으로 조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우취연합에서는 국내 우수 작품들의 세계우표전시회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전시회 출품료와 번역에 필요한 경비 일부를 지원해 오고 있었으며, 지난 4월 19일에 ‘대한민국 우표전시회 경쟁부 출품 및 심사 규정’을 개정하여 국제전 출품 자격 기준인 금은메달의 점수 하한을 80점에서 75점으로 선제적으로 완화하기도 했다. FIP가 후원하는 세계우표전시회에 처음 출품하는 작품은 출품하기 전 5년 이내에 개최된 국내 전시회에서 75점 혹은 금은메달 이상을 받은 작품이어야 한다고 ‘전시회에 관한 FIP 일반 규정’ 제10조 2항에 명시되어 있기에 연합의 이러한 규정 개정은 능동적인 조치의 좋은 예이다.
한국우취연합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우표전시회 출품 자격인 금은메달 이상의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대한민국 우표전시회와 연계하여 개최하는 ‘우취 세미나’를 연합이 좀 더 자주 열어 전시회 출품 작품을 준비하는 우취인들을 도와야 한다. 우취 세미나에서 국내 우취인들이 소장한 우수 작품들을 소개하고 최근에 개최된 외국의 세계우표전시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국내 우취인들이 현장에서 획득한 전시회 관련 최신 정보를 공유하면 ‘필라코리아 2024’에 출품을 계획하고 있는 우취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외국의 우수 작품 소유자를 초청하여 작품과 관련된 세미나를 개최한다면 금상첨화이다.
또 다른 제안은 적극적인 외국 우수 작품 유치이다. 각국의 커미셔너들을 독려하는 것이 작품 수집의 전통적인 방법이겠지만 ‘필라코리아 2024’의 성공을 위해 좀 더 능동적으로 태세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방안 중 하나로 내년 5월에 독일 에센에서 개최될 ‘IBRA 2023’의 우수 작품 초청 전략을 참고할 만하다. IBRA 2023 조직위원회는 최근에 개최된 세계우표전시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을 특정한 후 전시회 출품을 권고하는 이메일을 해당국 커미셔너에게 보내고 있다. 이와 같은 전시회 조직위원회의 출품 권고는 해당 작품의 소유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할 것이라고 본다.
‘필라코리아 2024’에 외국의 우수 작품들이 많이 출품될수록 필라코리아의 위상은 국제적으로 높아질 것이고, 우리나라 우취인들은 외국의 우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될 것이다. ‘필라코리아 2024’의 성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