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불영사 계곡 일원 |
경북 울진군 근남면 수곡리 산121 |
울진군 근남면에서 금강송면 불영사에 이르는 곳으로, 계곡을 따라 그림같은 자연 경치를 볼 수 있다. 여러가지 모양의 바위와 낭떠러지가 많아서 특별한 이름이 붙은 것만도 30개에 이른다. 불영사는 구룡폭포 근처 금강소나무 숲 속에 있는데, 신라 진덕여왕 5년(651)에 의상대사가 세웠다고 한다. 이곳에는 보물 웅진전 등 문화유산과 함께, 보기드문 꼬리진달래, 백리향을 비롯, 560 종류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또한 조류11종, 어류 42종, 포유류 17종, 나비 30종, 거미류 94종 등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
부처의 그림자가 드리우다, 울진 불영사계곡 서라벌을 떠난 의상은 동쪽 해안을 따라 북으로 향했다. 그는 울진을 이르러 왕피천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리고 백암산에 단하동(단하동)으로 들어가 해운봉)해운봉)에 올랐다. 북쪽을 바라보니 마치 서역 천축산(천축산)을 옮겨 놓은 것과 같은 산세가 있었다. 의상은 산속의 계곡으로 발길을 옮겼다. 수정같이 맑은 냇물 위에 다섯 부처님의 영상이 떠올랐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큰 폭포에 독룡(毒龍)이 살고 있었다. 의상은 독룡에게 불법을 설하고 그곳에 절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독룡은 그의 설법을 듣지 않았다. 의상이 신비로운 주문을 외워 용을 쫓은 후 용지(龍池)를 메워 그곳에 절을 지었다. 동쪽으로 청연전(청연전)을 짓고 무영탑(무영탑)을 세워 ‘천축산 불영사’라 이름 지었다. 유백유(柳伯濡) <천축산불영사기(천축산불영사기)> |
울진 불영사 계곡 일원은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하원리부터 금남면 행곡리에 이르는 동서 15km의 계곡 일대를 지칭한다. 동해로 흐르는 왕피천을 거슬러 오르면 행곡리 입구에서 하천이 갈라지는데, 북쪽의 봉화 방향으로 난 깊은 계곡이 바로 불영계곡이다 가파른 경사지의 깊은 골을 이루는 불영사 계곡은 오랜 세월 흙과 바위가 비바람에 깎여 아주 기묘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그 근처에는 신라시대 진성여왕 때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불영사도 위치해 있다. 불영사계곡과 주변 산지의 지형은 오랜 세월을 거쳐 지반이 융기되고 토양과 암반이 침식되며, 해수면의 높이가 바뀌는 다양한 영향으로 장년기나 노년기에 나타나는 지형적 특성이 잘 발달한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심한 감입곡류를 형성해 s자 모양으로 사행하는 하천 지형을 이루고 있다. 계곡의 바닥 부분과 양측 사면 부위의 절벽은 대부분 백색 화강암으로 구성되어 매우 순수하고 깨끗한 계곡의 모습을 띤다. 이러한 기암 괴석은 암석의 절리와 단층의 형태가 표면에 드러나는 매우 아름다운 지질 구조를 보여주며, 하천 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암반은 표면에 깊게 파여 구혈(구혈)이 형성된 곳이 많아 신비스러운 경관을 연출한다. 기암괴석으로 절경을 이루는 불영사 계곡에는 창옥벽, 의상대, 산태극, 수태극, 조계등, 부처바위, 중바위, 거북돌, 소라산 등 기묘한 형태의 자연 경승이 다수 자리해 있다. 불영사 계곡을 따라 놓인 아름다운 경승지들은 줄지어 연계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경승지의 대부분은 산 중턱으로 난 36번 국도를 따라 위치해 있기 때문에 도로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불영사 계곡의 경승지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불영사 계곡은 물줄기가 크게 굽이져 감돌아 나가는 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S자 모양의 지형을 지리학적으로는 감입곡류라 하고, 동양의 우주론적 철학이라 할 수 있는 [주역]을 바탕으로 설명할 때는 산태극, 수태극이라 한다. 물길이 굽이져 휘돌아 흘러감에 따라 산과 계곡의 형상이 태극의 모양을 형성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어휘다. [주역]에 따르면 태극은 우주의 궁극적 원리이며 이를 통해 음향 오행과 만물이 창조된다고 한다. 동양학의 우주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지형은 길지를 의미한다. 그러나 길지론과 관련 짓지 않는다 해도 불영사계곡과 같이 산태극 수태극을 이루며 크게 굽이져 흐르는 사행천은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곳곳에 형성한다. |
불영사 계곡은 하원리의 천축산에 위치한 불영사에서 이름이 유래한 계곡이다. 불영사는 구룡폭포 근처에 송림이 우거진 소나무 숲속에 자리해 있다. 이곳의 소나무는 금강송이라는 형질이 매우 우수한 소나무로, 거북 등과 같은 무늬가 표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금강송이 우거진 소나무 숲 속에 자리하고 있는 불영사는 역사가 매우 오래된 절이다. 신라 진덕여왕 5년(651) 의상대사가 건립한 불영사는 처음에 구룡사로 불렀으나 부처의 그림자가 절 안에 있는 모습에 비친다고 해서 불영사로 개명했다. 이렇게 부처의 그림자가 비치는 못을 불교에서는 영지(影池)라 한다. 영지란 말 그대로 그림자 못을 의미한다. 사찰에 조성하는 못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못 안에 연꽃을 심어 연꽃의 불교적 의미를 나타내는 연지(蓮池)다. 연꽃은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 하여 더러운 곳에 있어도 항상 밝은 본성을 간직하는 속성이 있고, 인과동시(因果同時), 즉 꽃이 피는 것(因)과 열매를 맺는 것(果)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꽃이다. 연지는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연꽃의 의미를 담고 있는 못을 이르는 말이다. 경주 불국사의 구품연지(현재는 범영루 앞에 터만 남아 있다)를 비롯해 실제로 많은 사찰에 이와 같은 연지가 조성되었다. 또 다른 못은 영지다 영지는 아무런 식물도 심지 않고 수면을 고유하게 유지함으로써 그림자를 투영하는 못을 말한다 하동 화계면의 칠불사에는 영지가 있는데, 이 못은 일곱 부처(칠불)의 그림자가 비쳐졌다고 해서, 칠불사 영지라 부른다. 또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을 세운 아사달 설화에 나오는 무영탑(그림자가 없는 탑)의 이야기도 영지와 관련한 전설이다. 그림자에 못인 이러한 영지를 갖춘 사찰은 양산 통도사, 춘천 청평사가 있으며 울진 불영사도 그중 하나다. 불영사의 영지는 부처바위를 비추는 곳이다. 불영사 서쪽 산 능선부의 바위는 그 모습이 꼭 부처의 형상을 하고 있다. 불영사의 가람 방향에서 못을 바라보면 이 바위의 그림자가 못에 거꾸로 투영되는 것을 알 수 있다. |
불영사 계곡은 사람들의 간섭을 비교적 덜 받아온 천연 그대로의 자연 지역이다. 아울러 곱게 뻗은 금강 소나무 군락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이 소나무 군락은 조선시대부터 소중한 자원으로 여겨 금표를 세워 보존하기도 했다. 이처럼 순수한 자연을 잘 보존하고 있는 불영사 계곡 주변 산림에는 다양한 동식물 또한 많다. 이곳은 남방계와 북방계 동식물이 공존하는 곳으로 흔히 보기 드문 ‘꼬리진달래’와 ‘백리향’을 비롯해 식물 641종이 자라고 있으며, 북쪽 지역의 산양이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와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임상 구조로 보면 소나무 군락이 가장 크게 형성되었으며 부분적으로 굴참나무, 졸참나무 등이 소나무와 경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물상으로는 조류 75종, 어류 42종, 포유류 28종, 나비 30종, 거미류 94종이 서식하고 있다. |
불영사 계곡 일원은 일찍부터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1979년에 명승 제6호로 지정되었다. 17.8km 평방미터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지정 초기에는 마을 몇몇 마을이 명승 구역에 포함돼 있었다. 그로 인해 마을 농민들은 농가 주택을 건설하거나 생업인 농업 관련 시설을 고쳐 짓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과거의 문화재 행정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물론 이러한 규제 덕분에 문화재가 잘 보존될 수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규제가 다소 지나쳤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그 결과 문화재는 국민에게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존재라는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국민의 불편 사항을 해소하고자 문화재 주변 경관 관리와 관련해 많은 제도를 개선해 시행했으며, 불영사 계곡 일원의 경우도 지정 구역 내 마을을 지정 구역에서 해제해 주민 생활에 대한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보존과 개발은 서로 상반된 가치를 지닌 개념이므로 동일한 공간 내에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 번 훼손된 자연은 절대로 완전히 복구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어려운 일이지만 지속 가능한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개발을 적절히 유도하거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문화재 관리에 있어 최대의 명제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