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수장 드리기와 흙벽 만들기
한옥에서의 벽체 만드는 작업은 수장 드리는 작업이 끝난 후 이루어진다. 기둥과 기둥사이를 연결하여 벽체를 구성
하는 틀을 짜는 인방(상인방, 중인방, 상인방)들이기, 기둥과 흙벽 이음매를 처리하는 벽선 만들기, 창호의 틀을 짜
는 문선작업을 보통 수장 작업이라 한다. 좌식 생활을 기본으로 하는 한옥에서 직접적으로 방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높이(1자 5치에서 1자 8치 정도)에 머름(창문 밑에 넣는 문지방)을 짜 넣는 일, 마루를 놓는 일, 창과 문을 짜고 다는
일 등이 모두 수장 공사에 속한다. 수장 드리는 작업은 보통 기와를 얹은 후 시작하는데 기와의 무게가 뼈대 가구를
압박하여 일정 정도의 변형을 반영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여야 수직과 수평이 중요한 수장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장 폭은 그대로 흙벽의 두께가 되고 문틀의 두께가 된다. 한옥의 수장 폭은 보통 3치(약 9cm)인데 흙벽의 두께가
10cm에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인방은 기둥과 기둥사이, 문이나 창의 아래 위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부
재를 말한다. 기둥과 기둥을 기둥뿌리에서 연결하는 하인방(줄여서 하방이라고도 함)은 밖에서 보았을 때 7치 정도
(기둥 폭과 같은 치수)의 부재로 외진기둥을 돌아가며 모두 설치하였으며, 중인방(줄여서 중방이라고도 함)은 창과
문의 위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중창 높이로 기둥과 기둥, 기둥과 문선을 연결하였다. 상인방은 창이나 문의 높이
가 끝나는 지점에 설치하고 양반가옥에서는 창방과 바로 연결되기도 한다. 중인방과 상인방은 벽체의 내에 존재한다
는 조형미를 고려하여 보통5치(하인방보다 2치가 적다)로 하였다. 이러한 인방은 한옥 목구조의 짜임을 견고하게 하
며 가로 외를 엮어 흙벽을 치는 벽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하면 된다. 인방은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
고 양 끝에 쌍장부를 내어 기둥에 홈을 파고 끼워 넣는다. 이 때 기둥 한쪽의 홈은 깊게 파고 인방의 장부도 한쪽은 길
게 내어 맞춘 후 쐐기를 박아 고정했다. 벽선과 문선은 위아래의 인방에 의지하여 수직으로 세우는 수장재이다. 보
통 민가에서는 벽선 없이 기둥과 기둥 사이에 흙벽을 쳐 나무 기둥과 흙벽이 수축하여 심하게 틈이 발생하는 문제를
흔히 볼 수 있다. 양반가옥에서는 이를 보완하고 흙 벽체의 조형미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문선이 사용되었는데 기
둥과 문선을 그냥 덧달 경우 목재의 수축으로 틈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 기둥에 5푼(약1.5cm)정도의 홈을
파고 문선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흙벽과 마주치는 문선에도 이러한 홈을 파 흙이 수축하더라도 틈이 보이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문선은 문틀(왁구)에 해당되는데 양반가옥의 한옥에서는 특히 머름과의 조화가 돋보인다. 좌식을 기본
으로 하는 생활방식은 방에 앉았을 때 밖이 보이도록 창의 높이를 결정했다. 입식생활을 기본으로 하는 서구식 주택
이 의자 높이에서 창이 설치되었던 이유와 같은 것이다. 앉았을 때 팔을 기대고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높이로서 약 1자
에서 1자 5치 정도(30-45cm)이다. 민가에서는 보통 통머름이라 하여 통나무 판재로 막거나 그도 아니면 흙벽으로 대
신하기도 하였지만 양반가옥에서는 머름중방을 설치하고 중방과 하방 사이에 일정한 간격으로 머름동자를 세운 후
머름청판(판자)으로 마감하였다. 머름동자와 하방, 중방의 결구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정교한 맞춤법을 사용하였는
데 장식적 효과가 컸다.
이렇게 수장 드리기가 끝나면 외엮기를 하는데 흙벽을 안정적으로 축조하기 위한 보조 장치이다. 진흙만을 가지고
벽을 만들면 흘러내려 축조가 어렵고, 흙이 수축하면서 나무 기둥과 이탈할 수도 있다. 때문에 흙벽을 안정적으로 축
조할 수 있는 뼈대가 필요한데 이 작업을 외엮기라 한다. 민가에서는 수수깡이나 싸릿대를 새끼줄로 가로 외를 엮거
나 대나무를 쪼개어 사용하였다. 양반가옥에서는 하방과 중방사이, 중방과 상방 사이에 중깃을 세우고 가시새로 큰
틀을 짠 후 설외(수직으로 세운 것)와 눌외(수평으로 눕힌 것)로 망을 짜 듯 외엮기를 하였다. 외 사이의 간격은 엄지
손가락 하나 정도의 공간을 두어 맞벽을 칠 때 양쪽의 흙이 한 덩어리가 되도록 조정하였다. 외엮기가 끝나면 본격적
인 흙벽치기 작업이 시작되는데 이 때 사용하는 흙은 보통 진흙(지표면을 걷어내고 채취한 점성이 강한 흙)에 생석회(강회)를 섞어 사용하였으며, 흙의 점성으로 인해 흙벽이 갈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석비례(풍화된 화강암)를 배합하기도 하였다. 흔히 심벽방식이라고 불리는 흙벽치기는 초벽, 재벽, 새벽의 3단계로 구분된다. 초벽은 짚여물을 황토와 섞어 배합한 흙을 외엮기한 벽의 안쪽 면에서 흙손으로 꾹꾹 눌러주면서 바른 후 어느 정도 마르면 그 반대편에서 다시 초벽치기를 한다. 이를 맞벽치기라 부른다. 초벽이 어느 정도 마르면 갈라진 틈을 메우는 고름질을 한 후 재벽치기에 들어간다. 재벽은 짚여물을 섞지 않고 고운 흙과 모래를 섞어 면을 다듬는다. 흙벽치기의 마지막 단계인 새벽은 정벌바름이다. 마감인 것이다. 정벌바름은 회만 가지고 마감하면 회벽이 되고, 황토와 모래를 섞어서 마감하면 사벽이 된다. 흙벽돌을 구워 가루로 만든 후 채로 쳐서 고운 흙으로 마감하기도 했다. 양반가옥에서는 흙벽치기가 끝난 후 방화벽을 만들기도 하였는데 중방 하단부에 장대석과 사고석, 전돌이나 기와로 두껍게 벽을 만들기도 하였다. 말 그대로 화재를 예방하는 목적이었지만 치장적 성격이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방화벽은 흙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민가에서는 막돌로 방화벽 형태를 만들어 흙벽을 보호하기도 하였다. 흙일은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를 막는 당골막이 작업과 팔작지붕의 합각 마감 작업을 포함하였다.
한옥의 창호
한옥의 벽체(흙벽)작업은 그 자체로 내 외부 벽의 마감을 의미한다. 곧바로 창과 문, 마루 놓기 등 마감 공사가 가능한 것이다. 건물 내에서 사람이나 물품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개구부를 문이라 하며, 채광과 통풍을 주로 하는 것을 창이라고 한다. 한옥의 창과 문을 창호라 하는데 창과 문의 크기가 비슷해 창과 문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창은 머름대 위에 설치하거나 문보다 작은 것을 이르는데 아직도 그 개념이 남아 있어 창을 창문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옥의 문은 위치나 용도에 따라 그 구성 및 모양이 달랐다. 대문이나 중문, 부엌문, 광문 등은 주로 판문을 사용하였으며, 내부공간에 설치되는 문은 주로 살문을 사용하였다. 문은 이중문으로 하였는데 바깥쪽에 덧문을 두고 안쪽에는 용도상 빛의 투과 여부에 따라 장지문(세살에 창호지만을 발라 빛을 투과한 문)과 맹장지문(두꺼운 종이로 안팎을 여러 겹으로 발라 빛을 차단하고 단열을 보강한 문)을 설치하였다. 보통 분합문이라고 하는 들어얼개문은 한옥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는데 공간을 분리하기도 하고 통합시키기도 한다. 분합 문짝의 수는 2짝, 4짝, 6짝, 8짝 등 다양하며, 돌쩌귀라고 할 수 있는 비녀장이 문 위에 달려 있기 때문에 문짝 전체를 위로 들어 걸 수 있게 된 문이다. 분합문을 들어 올려 열어 놓으면 마루와 방은 하나의 공간이 되지만 분합문을 닫아 놓으면 하나의 벽체처럼 공간을 분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청과 방 사이에는 빛의 유입을 위해 불발기문으로 하였다. 불발기문은 앞뒤를 한지로 두껍게 바른 맹장지의 가운데 부분에 직사각형, 팔각형 형태의 문울거미에 살을 짜 넣은 문이다. 살창에 한쪽만 창호지를 발라 빛이 유입되도록 한 것이다. 민가에서는 드물지만 대청에서 외부로 향하는 분합문을 달 경우는 불발기문 형태가 아니라 문울거미 살문에 창호지만을 발랐다.
한옥의 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살창이다. 울거미(틀, 왁구) 속에 얇은 살대를 짜 만든 창을 말하는데 보통 세살창(속칭 띠살창)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세로 살은 꽉 차 있지만 가로 살은 위아래, 가운데 세 부분만 3~5가닥 정도씩 보낸 창을 말한다. 보통 위와 아래가 3줄로 가면 가운데 살은 5개로 하였고, 위아래가 5줄로 가면 가운데는 7줄로 하였다. 세로 살과 가로 살을 모두 꽉 채운 만살창(속칭 정자살창), 교살(빗살)창, 용자살창, 아자살창, 완자살창 등 그 모양은 다양하다. 살림이 빈궁한 민가를 제외하고는 대개 홑창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최소 2겹 내지 3겹, 4겹으로 만들었는데 그래야 난방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겹창일 경우 밖의 창은 세 살 여닫이창이 들어가고 안쪽 창은 만살이나 아자살 등이 들어간 미닫이가 쓰인다. 3겹일 경우에는 미닫이 안쪽에 갑창을 단다. 갑창은 한지를 발라 빛이 들지 않도록 한 창으로 열었을 때 벽속에 쏙 들어가 몸을 기대도 열고 닫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였다. 이렇게 갑창이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을 두껍닫이라고 한다. 4겹으로 할 경우에는 갑창과 미닫이창(미서기창이라 부른다)사이에 창호지가 아닌 올이 성근 비단을 바른 사창을 다는 경우가 있는데 여름에 방충창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현대화된 흙 벽체 만들기 - 흙벽돌 이중 쌓기, 황토미장
흙 벽체 구성법과 창호는 건축 소재의 현대화를 반영하는 한옥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옥의 심벽방식은 우리 한옥의 벽체를 가장 잘 표현해 주지만 단열문제(얇은 벽의 두께, 나무와 흙벽의 틈 발생)는 현대주택으로서의 요건에 크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건축소재(수숫대나 싸릿대, 대나무, 강회와 진흙 등)에 있어서나 흙벽 치는 일손 또한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에 흙 벽체를 축조하는 현대적인 소재와 공법이 필요한데 불에 굽지 않은 흙벽돌 조적방식은 한옥 목구조 뼈대집(구조적 안정성)과 흙벽돌집(단열의 폭을 조절할 수 있음)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유도하였다.
나무 기둥이 8치(약 24cm)인 점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는 폭이 20cm 정도인 흙벽돌(가로 30cm×세로 20cm×높이 15cm)이 적당하다. 나무기둥 안쪽을 맞추어 쌓으면 흙 벽체에서 나무 기둥이 1치 정도 밖으로 돌출되는데 이는 흙벽의 보수 작업(미장 등)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한옥의 벽체가 10cm 미만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0cm정도의 흙벽돌 조적 벽체는 단열에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단열재로 꼭꼭 틀어막은 양옥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는 그래도 추운 것이 사실이다. 흙벽돌은 압축 형태로 수축이 심하지 않지만 나무기둥과 흙벽사이, 창틀과 흙벽 사이는 나무 기둥이 수축하는 것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틈이 발생한다. 나무 기둥과 도리에 홈을 파 흙벽돌을 결합하는 방식은 대안이 될 수 있으나 가공이 용이치 않고 공임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나무기둥과 흙벽돌 접합 부분에 몰딩 형태의 각재를 덧붙이는 방식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기둥과 몰딩 모두를 변형시키기 때문에 부적합하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흙벽돌 이중 쌓기 방식이다.
흙벽돌 이중 쌓기란 8치 나무기둥 안쪽에 맞추어 폭 20cm의 흙벽돌(규격300×200×150)을 쌓은 후 그 안쪽으로 폭 10cm의 작은 흙벽돌(규격195×90×55)을 한 장 더 쌓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작은 흙벽돌은 나무 기둥 안쪽으로 쌓여져 나무 기둥과 외벽 흙벽돌의 틈 발생을 안쪽에서 막아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외진 나무 기둥과 도리의 결합부분에서도 도리 위까지 높여 쌓음으로 단열을 보강하게 된다. 문제는 오량천장을 구성하는 대청(거실)에서 나타날 수 있다. 방은 이 흙 벽체에 상을 걸어 천장을 구성하기 때문에 보완이 되지만 오량 천장을 구성할 경우 오량을 구성하는 주심도리까지 묻히면(나무 기둥은 작은 흙벽도로 감아 쌓았기 때문) 대청의 맛을 살리기 어렵다. 때문에 독립적 대청 공간으로 보일 수 있도록 외진기둥의 도리에 안쪽에 쌓는 작은 흙벽돌 폭보다 조금 넓게 도리를 덧붙여 주어야 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덧도리(또는 헛도리)가 될 것이다. 합하여 벽체 두께는 약 30cm 정도가 되며, 내벽 황토미장을 포함하면 약 32cm 정도의 흙벽체가 완성되는 것이다. 외부 마감은 선택사항이다. 흙벽돌 모양과 문양을 그대로 살려 황토색 줄눈 마감만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황토미장이나 회벽미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보다 발전된 형태로는 한옥의 방화벽 느낌을 살리고 비로부터 흙벽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두는 경우이다. 한옥이 흙벽을 완공하고 방화벽을 별도로 두었다면 조적방식이라는 특성을 반영하여 흙벽 자체에 이를 일체화시키는 방식이다. 곧 중창 높이 정도의 하단부에 외벽은 전돌(흙벽돌 小자 크기)로, 내부는 흙벽돌 大자(폭 20cm)로 쌓은 후 중창 높이 위로는 일반적인 방식(흙벽돌 大+小)으로 마감하는 것이다. 방화벽같이 돌출되지 않으면서도 하방, 중방, 상방이 없는 단조로움을 보완하여 한옥의 맛을 살릴 수 있고, 특히 창틀 하단부가 비에 노출되는 것을 결정적으로 피할 수 있게 된다. 하단부 전돌은 농회색 줄눈으로, 상부 흙벽돌은 황토색 줄눈으로 마감하는 방식을 일반적인 형태로 하고, 상부 흙벽돌 벽체는 회벽미장으로 하여 보다 한옥 느낌에 다가설 수 게 하기도 한다. 특히 기초를 형성하는 노출 콘크리트 면의 마감이 필요한데 바닥의 처마끝선에서 물끊기를 하던 토방과 함께 전돌로 마감하면 외벽 전체의 통일성을 줄 수 있게 된다. 현대한옥에서는 구들방의 고래뚝 쌓기, 굴뚝 등을 포함하여 위의 공정 모두가 조적 공사에 포함된다.
이 때 사용하는 흙벽돌은 그 선택이 중요하다. 흙집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순수 흙으로서의 기능을 다 할 수 있어야 하며, 외장으로서의 느낌(모양), 단열성, 공사의 용이성 등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흙(황토)벽돌의 종류를 보면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① 재래방식을 응용한 손으로 찍는 흙벽돌이다. 재래방식은 진흙(황토)과 논흙(갈라짐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 짚을 혼합하여 나무로 된 틀에 찍는 방식이다. 현재는 짚과 논흙 모두 농약 등으로 오염되어 논흙 대신에 모래나 회를 섞어 제작할 수 밖에 없으며, 모양이 단순하고 투박하다는 단점이 있다. 느낌으로서는 부속사 형태, 작은 규모의 구들방 형태에 적합하다. ② 프레스를 이용한 일정한 압으로 찍는 흙벽돌이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흙벽돌 유형 중 가장 많은 경우이다. 일정한 강도와 모양을 유지하기 위하여 황토에 회나 시멘트를 5%정도 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 솔방울이나 쑥, 숯 등을 넣어 기능성을 높이는 방식도 시도되고 있다. 규격이나 모양도 여러 가지이다. ③ 황토만을 가지고 떡가래를 뽑듯이 진공 압착식으로 제작되는 흙벽돌이다. 황토만으로는 흙의 수축으로 인한 갈라짐과 터짐을 방지할 수 없기 때문에 진흙 성분의 찰진 황토와 마사토를 일정비율로 배합하여 흙 자체가 가지고 있는 수분만으로 압축하는 방식이다. 프레스 방식보다 압이 높기 때문에 외형으로서의 강도는 높아 보이나 물에 담그면 흙으로 돌아간다. 흙의 순도는 높고 외장으로서의 문양도 뛰어나나 비에 노출되면 손상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④ 물에 강하다는 구조재로서의 흙벽돌이다. 물에 약한 황토의 단점을 보완하여 흙벽돌 그 자체로 구조체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흙벽돌이다. 강도를 높이고 방수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화학적 처리가 불가피하며, 불에 구울 경우 그 성질이 변하여 치장벽돌 이상의 흙집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건축물의 용도나 기능에 따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으나 살림집에 적용할 때에는 처마의 길이, 외벽체의 마감형태, 전체적인 집의 느낌 등을 고려하여 흙집 기능을 잘 할 수 있는 자재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한옥의 벽과 바닥 마감재 - 황토 모르타르
한옥의 벽 마감은 이미 흙벽을 만드는 과정에서 동시에 마감된다. 하지만 흙벽돌 이중 쌓기 방식으로 흙벽체가 바뀐 현대 한옥에서는 별도의 마감이 필요해진다. 흙벽의 기능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벽의 마감을 반듯하고 곱게 처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황토 모르타르다. 현대의 일반 건축물에서 벽 미장으로 사용되는 시멘트 모르타르처럼 황토로 된 모르타르로 보면 될 것 같다. 심벽방식에서의 새벽미장처럼 같은 재질로서의 벽체마감방식이 아니라 흙벽돌 벽체 위에 황토모르타르를 바르는 일이기 때문에 접착력에 문제가 생겨 이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메탈라스라고 하는 미장 보안용 철망을 잔못이나 서구식 타카 못으로 고정하고 그 위에 약 1.5~2cm 두께로 황토 모르타르를 바르게 된다. 내벽은 모두 황토미장 처리를 하는 것이 좋다. 일부에서는 흙벽돌에 줄눈처리만으로 내부에서도 흙집 기능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는 의견도 있으나 집이 어두워 보이고, 미세하게 흙먼지가 발생한다는 점 때문에 살림집에서는 황토 미장 후 한지 벽지로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집의 바닥 마감에서도 황토모르타르는 필수이다. 구들을 놓고 찰진 흙으로 새침을 한 후 황토를 바르고, 사발로 갈라진 틈을 메우던 재래방식은 현대 건축물의 공법에선 무리다. 특히 바닥 난방이 일반 난방으로 바뀌고 난방 면적도 집 전체에 이르기 때문에 배관 난방위에 마감하는 황토소재가 필요해진 것이다. 바닥의 단열과 난방, 미장은 보통 일반 건축물과 같으나 그 마감 소재가 시멘트 모르타르가 아닌 황토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콘크리트 바닥면에 80mm스치로폼 단열재를 깔고 와이어매쉬에 엑셀 난방 배관을 고정한 후 단열을 높이기 위해 콩자갈을 덮는다. 그 위로 두께 4cm 정도로 황토미장을 하는 것이다. 시멘트 바닥미장은 열전도가 빨라 쉽게 더워지고 식는 반면, 황토바닥은 은은하게 덮여져 오래간다는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구들 황토방의 원리를 현대적인 황토방 원리로 접목한 것이다. 여름에도 눅눅함이 없고 불을 때면 개운한 차이를 금방 느낄 수 있다.
이때도 사용하는 황토 모르타르의 성분이 중요하다. 황토만으로 바를 경우는 갈라지고 터지는 성질 때문에 마감재로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 때문에 황토의 성질을 헤치지 않으면서 갈라지고 터지는 성질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황토 모르타르도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기초적인 형태는 찰진 황토와 마사토(또는 모래)에 회나 시멘트를 혼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는 일정정도 흙의 성질을 헤치기 때문에 약성이 있는 맥반석 가루를 섞어 쓰기도 한다. 공장 설비를 갖추고 생산되는 황토모르타르는 황토를 채로 걸러 만들어진 황토분과 세사(가는 모래), 맥반석, 고령토, 천연식물성 고화재 등을 배합하여 가공한다. 황토를 구워 가루로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화학적 배합을 하는 경우도 있어 천연 소재의 황토 모르타르를 구분하는데 유의하여야 한다. 완제품으로 시판되어 물만 섞어 쓰도록 되어 있으나 그래도 점도가 강하여 현장에서는 황토모르타르와 모래를 6:4 비율로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한옥의 창과 문
한옥의 창과 문틀은 흙벽 작업 전에 수장 드리는 과정에서 벽선과 문선을 설치한다. 현대한옥에서는 벽선은 설치하지 않으며, 흙벽돌 조적 공사 시에 문선을 대신하여 창과 문의 개구부는 가창 틀(2×10인치 건조목)을 짜 넣은 후 흙벽 조적 공사를 진행한다. 한옥은 좌식문화이기 때문에 창과 문의 높이가 낮아 구별이 어렵지만 현대 한옥에서는 좌식과 입식 문화의 병행이라는 현대 생활을 반영하여 그에 맞도록 창을 배치하여야 한다. 대청(거실)은 전망을 고려하고 쪽마루를 통한 출입이 자유롭도록 분합문 형태로 하고, 방은 침대와 책상 등을 고려하여 중창 높이의 형태를 취한다. 주방 창은 개수대 위치와 식탁 위치를 고려하고 화장실 창은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높이로 배치한다.
문은 거실과 통합 기능을 하는 방이라면 미닫이 형태를 취하고 일반적인 방은 현대식 밀폐형 문으로 하여 구성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도록 한다. 창의 구성은 이중창을 기본으로 하는데 한옥처럼 목창만으로 구성하지 않고 현대식 창과의 결합을 통해 단열과 전망을 보강하도록 한다. 외부 창은 방충망 설치가 가능하도록 하이새시창이나 알루미늄 창으로 하고, 내부의 목창은 한옥의 세살창 형태로 목창을 설치한다. 이때 흙벽체의 폭이 약 32cm 인 점을 감안하여 외부창과 내부창 사이에는 약 10cm 정도의 공 틀이 설치되어야 하는데 공 틀이 있는 225mm 하이섀시 창틀을 설치하거나 나무 공 틀을 결합하여 단열층을 많이 형성해 주는 것이 좋다. 문틀의 설치는 가창 틀에 맞추어 실측하여 창틀을 제작한 후 내부 목 창 틀을 먼저 설치하고 이에 외부창의 틀을 결합하는 방식을 취한다. 가창 틀과 문틀 사이의 틈은 실리콘이나 황토 모르타르로 밀폐시킨 후 외부에서는 외부 새시 틀에 맞추어 목재(시다목)로 가창 틀과 흙벽 이음매를 감싸는 몰딩 처리를 하여야 한다. 이는 외부 새시와 흙벽 이음매와의 결합 부분에서 발생하는 틈을 보완할 분만 아니라 창틀의 질감을 목재 분위기로 연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내부에서는 가창 틀과 흙벽 이음매 부분을 황토로 밀폐시킨 후 목창 틀에 문선 몰딩으로 벽 미장 기준선을 잡아 황토 미장으로 마감한다. 천장의 몰딩과 미장선이 일치하도록 하여야 한다. 대청(거실)의 창문은 한옥의 분합문 형태를 취하지만 가변형이었던 들어얼개창 형태가 아닌 고정형태의 미닫이 방식을 취한다. 단 고정 창 형태로 넓은 전망을 요구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외부 창은 4짝 미닫이로 하고, 내부 목창은 4짝 접이 여닫이 형태로 벽에 붙여 내부 세 살 한지창이 전망을 가리는 것을 피해 전체의 전망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 방의 중창 또한 방의 규모와 용도에 따라 2짝, 4짝 미닫이 형태를 취할 수 있고,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 목창은 접이 여닫이로 열어 제낄 수 있도록 구성하면 창의 쓰임새가 높아진다. 방에서 누마루로 이어지는 공간 같은 경우는 불발기 창 형태의 내부 목창으로 한옥의 분위기를 한층 더 연출 할 수 있다. 외부 섀시는 복층 유리로 단열을 높이고 내부 목창은 가운데 세 살에 3mm 양면 유리를 끼운 후 안쪽 면만 창호지나 한지 아크릴로 마감한다. 한옥의 창은 창호지 마감 형태로 매년 새로 갈아 주었던 번거로움을 피하되 세 살로 빛이 투과되는 한옥의 정취는 그대로 살리고 단열성은 높이는 방식이다. 창을 제작하는 나무는 수축과 변형이 적은 나무 수종이나 가공 방식을 달리하지만 나무라는 기본 성질은 여름에는 습기로 인해 팽창하고 겨울에는 난방으로 인해 수축한다. 1년여 변형되는 시간이 경과한 후 창문의 교정이 필요하다. 방문은 현대식 문을 사용하되 판문이나 세살 형태의 방문제작이 가능하나 방음 문제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옥에서는 현대의 주택처럼 별도의 대문이 없었다. 대문채의 문이나 솟을 대문, 채 나눔 공간을 이어주는 중문 등이 있었을 따름이다. 단독주택으로서의 완결성을 추구하는 현대주택에서는 건축물에 대문이 필요해졌다. 일반 건축물의 대문(플라스틱 또는 주물)을 결합할 수도 있으나 한옥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판문 형태의 옛날대문이 적합하다. 다만 빗장으로 채우던 뒤틀리고 휘어진 대문채의 문이 자연스럽다면 현재에는 보완장치가 가능한 현대식 기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견고성이나 밀폐성, 보완장치가 가능토록 하여야 한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현관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현관과 내부 공간을 구분하는 문은 전통이 남아 있어 중문이라 표현한다. 중문은 하단부에는 알판을 넣은 판문형태로 창과 구분된다. 상단부는 세살을 넣어 창과 같이 마감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렇듯 현대 한옥의 창호는 단열과 전망 중시, 좌식생활과 입식생활의 병행, 공동성과 개인성의 보장 등 현대인의 정서를 적극 반영하여 적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식이나 유럽식 시스템창호가 도입되고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감에 따라 현대한옥에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 창은 단창 형태로 그 기능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중창 형태의 우리식 창호와의 결합에는 문제가 있다. 건축 소재
의 발달과 고급화로 인해 현대인의 눈높이는 계속하여 높아질 수밖에 없으나 한옥의 세살창으로 대표되는 창호지 목
창의 느낌은 현대한옥이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전통의 정서임에 틀림없다.
출처 : | 황세옥의 전통건축이야기 | 글쓴이 : 황세옥 원글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