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땜

[술모산_구종회]

액땜

                            /술모산 구 종회

2023년 계묘년 송년을 이틀 앞두고 아침부터 폭설이 내린다. 하염없이 펑펑 쏟아진다.

새해 첫날 가족 모임 준비를 위해 아내랑 아파트 상가 한살림에 들려 딸기, 사과, 귤, 쇠고기, 떡국, 야채 등 손주들이 좋아할 이런저런 먹거리를 샀다.

12월 마지막 토요일이라 그간 주기적으로 받아오는 목 디스크 물리치료를 위해 정형외과에 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살림에 다시 들어가 귤 한 박스를 더 샀다. 그간 수고하신 물리치료실 간호사님들께 작지만 감사의 표시로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아내를 내려 주고 병원으로 조심조심 차를 몰았다. 아파트 입구 내리막 길에 경비원 아저씨가 염화칼슘을 뿌리고 있었다. 폭설 속에 잘 못 나선 것 같은 후회감이 스쳤다.

좀 더 가 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돌아올 생각으로 큰길로 나서려다 보니 마을버스가 다가온다. 버스가 지나가자 말자 좌회전하여 20여 미터 진행하니 앞서 가던 버스가 갑자기 멈춰 선다. 나도 따라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다시 버스가 떠나길래 출발 액설 레이터를 밟는 순간 뭔가가 뒤에서 크게 들이박은 듯 쿵 소리와 함께 차가 앞으로 튕겨나갔다. 넓은 공간을 찾아 길 한 편에 차를 세우고 차문을 열고 나서니 뒤 받쳤던 장소에 멈추어 선 승용차에서 한 젊은 이가 허둥지둥 뛰어오며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차가 미끄러져 그만 ~~, 다친 데는 없는지요? 라며 계속해서 사과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뒷 범퍼에 받힌 흔적이 남아있을 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같기에 "나 자신 아무렇지 않고, 차도 살짝 긁힌 흔적뿐이니 정말 다행입니다. 걱정마세요" 라고 하자, 젊은 이는 멋쩍은 표정으로 연신 허리를 굽혀 고마움을 표한다.

병원 가기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서 차를 돌려 집에 들어서니 아내가 병원에 가지 않고 왜 벌써 왔냐고 한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잘했다면서도 만약의 후유증을 위해 전화번호라도 받아놓 지 그랬냐고 한다.

"몸에 큰 이상이 느껴지지 않은 데다, 자동차도 별 문제없는 것 같고, 더욱이 연말이라 큰 잘 못도 용서하는데, 눈길에 미끄러져 어쩔 수 없이 박은 것이기에, 세모에 액땜 한 셈 치고 그냥 보냈으며, 전화번호라도 받으면 연말연시에 젊은 이 마음이 얼마나 불편하겠소"라고 했더니, "과연 당신 답네요, 참 잘 했습니다"라며 극구 칭찬이다. 평소 칭찬에 후하지 않은 아내의 칭찬을 들으니 나도 몰래 어깨가 으쓱해졌다. 끝.

낭송회 문우님들 2024 갑진년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다복하시길 빕니다

[김봉균]

선생님 잘 읽고 갑니다
편안한 시간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술모산_구종회]

감사합니다 김봉균 시인님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진년 새해에도 가족 모두
항상 건강하시고 다복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