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 사도 요한 신부
2023년 9월 17일/연중 제24주일 강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 경축 이동)
<지혜서 3,1-9 로마 8,31ㄴ-39 루카 9,23-26>
오늘 우리는 103위 순교 성인을 비롯하여
한국 교회의 자랑스러운 신앙 선조들을 기리는
대축일을 지냅니다.
많은 분이 김대건 신부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탄생’을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죽음을 앞둔 순교자들이 보여 준 기개와
의연한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순교의 때를 오히려 영광과
축복의 시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김대건 신부님의 참수 장면에서,
망나니들이 칼춤을 추는 가운데 천주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며 하늘 나라의 행복을 노래하던 신부님은,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연하여 보였습니다.
‘도대체 그런 용기와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진정한 ‘목숨’,
곧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사람은 현세의 ‘목숨’마저
기꺼이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는 전자의 목숨이 후자의 것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이 영원한 목숨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본 사람들이었고,
그것을 얻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평온할 수 있었습니다.
시련을 겪으면서도 평화를 누리고,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의인들처럼 말입니다.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제1독서).
우리는 확신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신앙에 대하여,
우리가 얻게 될 구원에 대하여,
과연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그러하였듯이,
확신에 찬 신앙인은 그 어떠한 것도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자신을 결코 갈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제2독서).
ㅡ 인천교구 정천 사도 요한 신부 ㅡ
매일미사 2023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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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상 요한보스코 신부
2023년 9월 17일/연중 제24주일 강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 경축 이동)
<지혜서 3,1-9 로마 8,31ㄴ-39 루카 9,23-26>
부끄럽지 않은 신앙인으로…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이기에,
103위의 순교 성인들만을 기억하는 날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 땅에 세워진 교회는 103위의 순교 성인들만 계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무수히 많은 순교 성인들이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놓으셨던 것처럼,
주님만을 따르고자 자신의 생명을 버리고 자신의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진 그 위에 세워진 교회입니다.
더욱이 순교 성인들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보다는,
자신의 목숨을 잃을 것을 각오하면서
모든 것을 내어놓았습니다.
왜냐하면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었기(로마 8, 38-39 참조)” 때문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으로 인하여 이 땅에 순교의 열정이,
순교의 꽃이 만발할 수 있었던 것이며
그 어떠한 시련과 역경에도 다시금 일어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신앙의 뿌리는 전혀 얕지 않고,
오히려 깊고 넓게 퍼져 있습니다.
그러기에 2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굳건하게 서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세워진 교회가 오늘날에는
오히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서 있는 것이 아픈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굳건하게 서 있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앙의 선조들이
주님의 말씀을 당당하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희망을 안고 기쁘게 받아들였듯이,
주님의 말씀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야 합니다.
사실, 주님의 말씀은 우리 삶에 있어서
주춧돌이 되며 지침서와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일상의 삶을 살아가면서
시련, 역경, 환난, 위험 등이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 가득 찬 삶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십자가를 기꺼이 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십자가는 영광의 상징이며,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끄는 사다리이며,
다른 누군가가 대신 짊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우리 안에 순교 성인들처럼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채워져 있으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금
굳건하게 서 있는 교회의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순교 성인들처럼
주님과 주님의 말씀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십자가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사랑에 인색하지 않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럴 때 우리 삶은 풍요로워지고 삶의 자리는 기쁨으로,
행복함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런 날을 기대하며 한 주간 희망차게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ㅡ 대전교구 이화상 요한보스코 신부 ㅡ
2023년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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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 모세 신부
2023년 9월 17일/연중 제24주일 강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 경축 이동)
<지혜서 3,1-9 로마 8,31ㄴ-39 루카 9,23-26>
‘좋은 머리’ 보다는 ‘따뜻한 마음’
103위 성인 중 김아기 아가타는
외교인 집안에서 태어나
외교인에게 출가하여 미신을 숭상했습니다.
다행히 언니가 먼저 천주교 교우가 되어
그녀를 신앙으로 인도했지만,
김아기는 머리가 둔하였던 탓에
12가지 주요 기도문인 『십이단』 (十二端)을 외우지 못해
세례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뜨거운 열성으로 열심히 교리를 배웠고,
그러던 중 천주교 서적을 숨긴 죄로
김업이 막달레나, 한아기 바르바라와 함께 체포되었습니다.
김아기는 문초를 당할 때
“나는 오직 예수, 마리아밖에 모릅니다.” 라고
신앙을 고백했고,
배교를 강요하는 이들에게
“차라리 죽을지언정 예수, 마리아를
배반하지 못하겠습니다.”
라며 확고한 믿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아직 세례도 받지 않았던 김아기는
혹독한 고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신앙을 잃지 않았고,
결국 감옥으로 이송됐습니다.
이때 먼저 수감되어 있던 다른 천주교 교우들이
김아기를 “예수와 마리아밖에 모르는 김아기가 오셨네!”
라고 하면서 기쁘게 맞이했습니다.
끝까지 신앙을 지킨 김아기는
결국 형조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옥중에서 중요한 교리를 배운 후
대세를 받아 아가타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1839년 5월 24일에 53세의 나이로
서소문 밖 형장에서 8명의 교우와 함께
참수형을 받아 순교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체포되었던 김업이
막달레나, 한아기 바르바라와 함께
1984년에 성인품에 올랐습니다.
성녀의 삶을 묵상할 때면 우리 신앙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간혹 우리는 교리를 많이 아는 사람이
깊은 신앙을 가졌다고 생각하고는 합니다.
그렇지만 ‘오직 예수, 마리아’만 알던
김아기 아가타가 성인이 된 것을 보면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언젠가 전국 교회사 연구자들의 모임에 갔을 때,
한 신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연구자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머리보다는
따뜻한 마음과 부지런함” 이라고 말입니다.
이 말은 신앙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머리가 아닌
따뜻한 마음과 성실함입니다.”라고 말입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따뜻한 마음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며,
성실함은 그 사랑과 믿음을 삶으로 사는 것이지요.
순교자들은 목숨으로 주님을 증거한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지식이 아니라 깊은 신앙과 따뜻한 마음,
그리고 성실함이었습니다.
우리가 순교자 성월에
묵상하고 바라보아야 하는 모습은
그분들의 삶에 있습니다.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이달에 우리의 시선을
순교자들의 죽음이 아닌 삶으로 옮겨,
그 거룩한 마음을 배우고 닮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ㅡ 춘천교구 신정호 모세 신부 ㅡ
2023년 9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