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음모(陰謀)
(1)
채소소는 혀를 앞으로 쭉 내밀고 앞니에 힘을 주어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환각일까?
채소소는 자신의 앞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보았다.
조금 전까지 자신이 그리워했던……
낮에 정원에서 마주쳤던 그 사내였다.
'어……어떻게 그가……?'
주전학은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툭 건드리는 것을 느꼈다.
"어떤 놈이?"
고개를 홱 돌리는 순간, 눈에서 번쩍 불똥이 튀었다.
퍽!
석비룡의 주먹이 다짜고짜 그의 얼굴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왔고 주전학은 옴짝달싹할 사이 없이 그대로 욕실 구석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캑캑!"
워낙 갑작스럽게 기습을 당했는지라 그는 한동안 숨도 못 쉬고 캑캑거렸다.
"소저,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신지요?"
석비룡은 전에 없이 정중했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채소소는 어쩔 줄 몰라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
'아! 이분은 바로……!'
자신이 그리워했던 남자가 그리움이 아닌 현실이 되어 자기 앞에 서서 손을 내미는 것이다.
"저, 전 괜찮지만……."
어찌 부끄럽지 않겠는가?
그녀의 몸은 나신 그대로였던 것이다.
비록 가슴까지 물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것은 있으나마나여서 속이 훤히 비쳐지는 것이다.
채소소의 마음속에는 치욕을 당하기 직전 구출해준 고마움과 함께, 처음 보는 남자에게 자신의 몸을 보여주는 부끄러움이 혼재돼 있었다.
"이런 실수를……."
석비룡은 눈치 빠른 사나이답게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잠옷을 주워 채소소에게 내밀었다.
"이것을 입도록 하십시오."
하지만 전신의 혈도가 찍힌 채소소가 어찌 옷을 받아들 수 있겠는가?
그때 욕실 구석에 처박혔던 주전학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이런 빌어먹을 놈! 어느 문파 소속인지부터 밝혀라!"
석비룡은 정의군자와 같이 늠름한 자세로 포권지례를 취하며 말했다.
"이 몸은 무슨 거창한 문파 소속은 아니고…… 그저 이 객잔에 잠시 머무는 객에 불과하오. 지나가다 본의 아니게 참견했으니 귀형께선 부디 노여움을 푸시오."
이 정도면 그로서는 최대한 인내를 베푼 것이다.
평소 석비룡의 성격이었다면 주전학의 목숨은 파리 목숨만큼도 취급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주전학이 아니다. 목표는 당연히 채소소였다.
아마 지금쯤 자신의 등 뒤에서는 채소소가 흠모와 존경의 시선으로 자신을 우러러보고 있으리라. 따라서 석비룡은 다른 일로 시간을 끌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와 달리 주전학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잠시도 참지 못하고 두 손을 끌어올려 노도와 같이 쌍장을 휘둘렀다.
"놈! 이건 감히 주제넘게 참견한 대가다!"
그 광경을 뒤에서 쳐다보던 채소소는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황천도강(黃天渡江)! 피해욧!"
허나 석비룡은 포권을 한 채 껄껄 웃었다.
"노형께선 성격이 매우 급하신 편이구려!"
채소소는 주전학이 펼치는 황천도강(黃天渡江)의 위력이 그처럼 엄청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뭐, 뭐야? 저 작자의 무공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도저히 피할 수가 없어.'
그녀는 가슴뼈가 모두 으스러져 바닥에 나뒹굴 석비룡의 모습을 연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튕겨 나간 것은 주전학이었다.
무형의 반탄력에 의해 펑! 소리와 함께 낙엽처럼 뒤로 날아갔다. 한 줄기 피를 토하며 맨 처음 처박혔던 욕실 구석에 볼썽 사납게 다시 처박히는 것이다 .
채소소의 입이 쩍 벌어졌다.
'맙소사! 호신강기(護身 氣)만으로 주전학 같은 고수를 저렇게 간단히 제압한다는 건……?'
석비룡은 놈의 곁으로 바싹 다가갔다.
주전학은 뒤 마려운 강아지와 같은 이상한 모양새로 몸을 벌벌 떨었다.
조금 전, 쌍장을 휘두르며 달려들 때의 용맹한 기세는 더는 볼 수 없었다.
"이, 이거 왜 이러는 거야……?"
석비룡은 놈의 멱살을 움켜잡아 자신의 턱 밑으로 바싹 끌어당겼다.
"사정은 모르겠으나 연약한 여자를 핍박하는 건 군자(君子)의 도리가 아니오. 이번 일에 대해선 묻지 않겠으니 당장 물러가도록 하시오."
석비룡이 이런 말을 하다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주전학도 평소와 달리 고분고분했다.
상대가 석비룡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는 미친 소처럼 길길이 날뛰었을 것이다. 허나 그도 사람 보는 눈은 있었다. 자신의 상대가 그 유명한 천리무영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무공의 소유자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석비룡이 멱살을 풀어주자, 주전학은 네 발로 기다시피 해서 욕실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한 마디 말만은 잊지 않았다.
"두고 보자! 오늘의 이 수모는 반드시 백배 천배로 갚아주겠다!"
석비룡은 빙긋 웃었다.
"아아! 뭐 그럽시다. 아무 때나 찾아오시구려."
그리고 그는 몸을 돌려 멋진 자세로 포권지례를 취했다.
"소저, 많이 놀라셨겠구려."
채소소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공자님의 호의에 감사드려요."
"몸은 괜찮습니까?"
"이상은 없지만……."
채소소는 말 끝을 흐렸다.
석비룡은 그때서야 그녀가 혈도가 제압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짐짓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썩을 놈 같으니라구."
점잖게 욕을 퍼부으면서 주먹을 쥐락펴락 하며 노여워했다.
기실 여인에 관해서는 어느 누구보다 정통한 석비룡이 채소소가 혈도를 제압당한 사실을 모를 리 만무였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욕실 안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다 보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어떻게 하면 멋드러진 모습으로 나타나 단 한 순간에 여인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을까를 고심하다가 주전학에게 선수를 놓쳤을 뿐이다.
"그 몹쓸 자식이 소저에게 이렇게 몹쓸 짓을 한 것을 진작 알았다면 가만 두지 않았을 텐데……."
능청스럽게 펄쩍 뛰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탐스런 여체를 앞에 놓고 그는 몹시 고민하는 척했다.
"이거 난처하게 됐소. 내가 제일 자신 없는 것이 바로 점혈을 푸는 것인데…… 더군다나 이 점혈수법은 난해하기 짝이 없어서……."
실제로 주전학이 전개한 점혈수법은 매우 독특했지만 석비룡에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채소소까지 맞장구를 치는 데야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맞아요. 그들 단홍회의 점혈수법은 악독하기 짝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이 아니면 어느 누가 저를……."
그녀의 얼굴이 굳어지며 몹시 걱정을 하는 것이다.
석비룡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맹세를 하듯 말했다.
"단홍회의 수법이 악독하기는 하지만 하늘이 저의 정성을 안다면…… 결코 소저와 저를 곤경에 빠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소저께서는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시기 바랍니다."
채소소는 말 잘 듣는 아이가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전……전 공자님만 믿어요. 제 몸이 어떻게 되든 공자님을 원망하지는 않겠어요."
석비룡은 겉으론 침중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심 실소를 금치 못했다.
'흐흐흐! 이거야말로 완전히 손안에 거저 굴러온 떡이 아닌가."
채소소는 자기 몸을 그에게 완전히 맡기겠다는 듯 질끈 눈을 감았다.
아무리 말괄량이라지만 자신의 몸에 상대방의 손이 닿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자 가슴이 두근거리며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이윽고 채소소는 자신의 어깨에 닿아오는 석비룡의 억세면서도 부드러운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석비룡은 손을 뻗어 그녀의 매끄러운 어깨를 매만졌고, 따스한 물 속에 반쯤 담겨진 봉긋이 솟아오른 한 쌍의 젖가슴을 내려다보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손은 매끈하고 동그스름한 어깨의 곡선을 더듬은 후, 흰 물살처럼 뻗어 내린 팔과 손목을 향해 내려갔다. 아름다운 곡선을 애무하며 내려가더니 이번에는 부드럽게 거슬러 올라왔다.
그리고 그의 손바닥이 채소소의 양쪽 젖가슴을 번갈아 부드럽게 매만졌다.
"이곳이 중요한 혈도요. 까딱 잘못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이렇게 엄포를 놓으니, 채소소는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으윽!"
그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석비룡의 손가락이 그녀의 말랑말랑한 젖가슴을 잔뜩 일그러뜨렸던 것이다.
손가락 사이로 삐죽삐죽 솟아 비집고 튀어나올 것 같이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의 살들, 그 감촉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채소소는 긴장되었던 몸이 자신도 모르게 따스한 물에 먹물 풀리듯 나른하게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처녀의 본능적인 부끄러움 보다는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듯한 아련한 떨림이 온몸을 휘감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석비룡의 손은 이내 군살 하나 없이 반질반질한 아랫배를 쓰다듬고 더 아래로 내려갔다.
두 쪽의 미끈하고 탐스러운 허벅지를 부드럽게 손바닥으로 쓸었다.
솜털 하나 없는, 파란 실핏줄이 드러나 보이는 매끄러운 살결이었다.
그 아래의 앙증맞은 무릎과 미끈한 종아리는 그의 손길이 닿자 뼈마디가 흐물흐물해지며 살짝 양옆으로 벌어졌고 그의 손은 거침없이 가느다란 발목과 발바닥까지 몽롱한 공세를 가했다.
채소소는 이제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깊은 잠 속에 취한 것처럼 몸과 마음이 허공에 둥둥 떠다녔다.
그의 손길이 발목에서 천천히 무릎 위로, 무릎에서는 더욱 느리게 허벅지 위로 거슬러 올라왔다. 그리고 허벅지의 절묘한 곡선을 따라 더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아아! 아……!"
채소소는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토하며 전신을 떨었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은 형언할 수 없는 쾌락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석비룡은 손 하나만으로 여인의 몸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한 것이다.
채소소로서는 허벅지를 오무릴 사이도 없었지만 그럴 마음도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달콤함이 영원히 계속되도록 바라고 싶은 마음 뿐이다.
"으흠…… 흐음……!"
석비룡의 손가락이 그녀의 몸 깊은 곳에서 원을 그리듯 부드럽게 움직이자 채소소의 입에선 연신 밭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난생 처음 맛보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2)
석비룡은 어느새 팔을 들어 채소소의 가냘픈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싸쥐고 가까이 끌어당기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소저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를 것이오."
그녀의 입술은 부드럽게 용해되어 석비룡의 입술에 포로가 됐다.
조그만 입술은 그의 두툼한 입술로 채워졌고, 뜨거운 살덩이가 그녀의 입 속으로 헤집듯 파고들어갔다.
채소소의 입술은 미처 준비되어 있지 않았지만 이내 굶주린 열망으로 가득 차서 그 보다 더 적극적으로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벼댔다.
끝없이 이어지는 깊고 깊은 입맞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채소소의 몸은 뜨거운 촛농처럼 흐물흐물해졌고, 정신은 혼미를 거듭했다.
석비룡은 입술을 떼고 그녀의 뜨거운 뺨에 입을 맞춘 다음 턱과 관자놀이에 입맞춤을 퍼붓고 갑자기 멈추었다. 솜털이 보송보송 난 작은 귓바퀴를 입술로 살짝 물고 도톰한 귓밥을 간지럽혔다. 그리고 귓바퀴 전체를 상추 쌈 싸먹듯 입술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안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자,
"아흐응!"
채소소는 보드라운 전율에 절로 신음을 토했다.
석비룡은 다시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 세례를 퍼부었다.
입술을 벌렸다 닫았다 하면서 한 치의 틈도 없이 두 입술이 맞물렸다.
그는 채소소의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독특한 질감의 입술과 너무나 부드러워 약간만 힘을 주면 물이 되어 사라질 것 같은 혀, 꿀처럼 달콤한 타액과 뜨거운 숨소리까지 하나도 남김 없이 흡입해 들였다.
석비룡은 두 팔로 그녀를 욕조 속에서 건져냈다.
채소소는 깜짝 놀랐지만 숨을 죽인 채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갓 건져낸 싱싱한 능어와 같이 여인의 나신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목에서부터 흘러내린 곡선이 등과 가슴을 지나 허리께에 다소곳이 모이는가 싶더니 다시 엉덩이로 퍼져나가 발꿈치를 향해 급하게 떨어져 내렸다.
젖가슴은 희고 탐스러웠으며 가느다란 허리에 무슨 표지처럼 파여 있는 배꼽과 당당하게 몸을 받치고 있는 허벅지 위로 아직 물방울이 맺힌 채 다소곳한 아랫배도 싱싱함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그는 여전히 입을 맞춘 채 채소소를 그대로 욕실 바닥에 눕혔다.
"아직도 거궐(巨闕)과 중극(中極), 두 혈도가 막혀 있구려."
석비룡의 애무는 점점 농도를 더해갔다.
마치 자신의 것이리라도 한 것처럼 채소소의 젖가슴을 일그러뜨렸고, 저 깊은 삼각지대에도 금지된 선율을 반복해 연주했다.
급기야 석비룡은 그녀의 가슴을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입 속에 뿌듯하게 차오르는 젖가슴의 팽팽한 살들.
연약한 채소소의 젖가슴은 삽시간에 그의 이빨자국으로 빨갛게 변해갔다.
젖가슴 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
"아으윽!"
채소소는 고통에 찬 신음을 뱉았지만 잠시 후 그의 입술이 젖가슴을 짓물고 빨아당기자,
"하아아……!"
고통은 환희로 바뀌었다.
치열한 아픔 속에서 야릇한 쾌감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밀려들었다.
석비룡의 입술은 점점 더 깊고 깊은 곳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손이 채소소의 욕망의 중심을 더듬었고 이어 입술이……
"아아! 공자……."
채소소는 견딜 수가 없다는 듯 머리를 세차게 좌우로 내저었다.
이미 그녀의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른 관능은 그녀의 몸과 마음을 온통 차지했다.
채소소의 몸은 여린 감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 여린 감성이 흥분이 고조되며 물처럼 흘러넘치는 것을 보고 석비룡은 자신도 더 이상 끓어오르는 욕망을 억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석비룡의 귓속을 파고드는 한 줄기 전음성……
'염병할! 남은 바빠 죽을 판인데 혼자 재밀 보다니, 의리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자식 같으니라구!'
뇌파극의 목소리였다.
'아차차! 내가 깜박 잊고 있었군.'
석비룡은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 쓴 사람처럼 채소소의 몸 위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고, 공자님, 왜 그러세요?"
"아, 아니오. 갑자기 잊어버린 일이 생각나서……."
웃으며 대충 얼버무리는데 다시 뇌파극의 전음이 들려왔다.
'쓸 데 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빠져나오지 못해! 연일문의 행방을 찾았단 말이다!'
석비룡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연일문을 찾았다고?'
그는 갑자기 허리를 굽히며 두 손을 모았다.
"다행히 소저의 혈도는 풀렸습니다.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겠지요. 그럼 소생은 이만……!"
그는 이 몇 소절의 말들을 단숨에 내뱉었다.
"자, 잠깐!"
채소소가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석비룡은 홱 돌아서서 몸을 날렸다. 멋진 표정을 하고 있으나 그의 얼굴 표정은 떫은 감이라도 씹은 듯 쓰디썼다.
'아이고, 아까워라! 연일문, 이 자식만 아니었다면 오늘 확실하게 하나 건질 수 있었는데…….'
욕실의 작은 창으로 그의 몸이 스르르……! 연기처럼 빠져나갔다.
그가 마치 유령처럼 빠져나간 후……
채소소는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그가 사라진 창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 * *
전력으로 경공을 펼치는 동안에도 뇌파극은 투덜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은 연일문의 행방을 찾느라 동으로 서로 정신없이 쫓아다니는데, 석비룡은 한가롭게 계집과 노닥거리고 있으니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석비룡은 아예 못들은 척 귀를 막고 있었다.
석비룡과 뇌파극은 이각도 지나지 않아, 항주에서 십여 리 떨어진 조그만 마을 송가촌(宋家村)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뇌파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일문은 이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 무림맹에서 자료를 빼낸 후 그의 장기이자 특기인 날짐승들을 이용해 연일문을 찾아낸 것이다.
칙칙한 어둠에 뒤덮인 송가촌은 쥐 죽은 듯 깊은 고요가 흐르고 있었다.
애 우는 소리도,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 마치 전염병이 휩쓸고 지나간 폐촌(閉村) 같았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서는 석비룡과 뇌파극의 얼굴은 잔뜩 굳어져 있었다.
"여기가 송가촌인 건 분명한데…… 왜 이리 묘한 느낌이 들지?"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두 사람은 흠칫 놀라며 걸음을 멈췄다.
그들 앞에는 한 노파가 손녀쯤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를 끌어안은 채 죽어 있었다.
"뭔가 일이 벌어졌어!"
석비룡은 땅을 박찼다.
슈슈슉……!
그의 신형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고, 뇌파극이 그 뒤를 쫓았다.
사람들은 마을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미 숨이 끊어진 지 오래였다. 그 속에는 어미의 젖을 문 채 죽은 갓난아이까지 포함돼 있었다.
뇌파극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누가 이런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짓을! 이럴 순 없어.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까지……."
석비룡은 무릎을 꿇고 시체의 가슴에 코를 갖다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보는가 싶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올리고 동공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으흠……."
그가 골똘한 생각에 잠기자 뇌파극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
"왜, 뭔가 이상해?"
석비룡은 시체에 눈을 고정시킨 채 짧게 대답했다.
"모두 중독사야."
"독(毒)! 어떤 놈이?"
"만약 이 일이 연일문 때문이라면 그는 이미 죽었을지도……."
뇌파극이 그의 말허리를 끊었다.
"하지만 우리가 마을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그의 시신은 보이지 않았어."
석비룡이 말했다.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이니 어쩌면 독을 피하고 어딘가에 피신해 있을지도 몰라!"
그의 두 눈이 이글이글 타는 듯했다.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해. 용봉배를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자가 연일문인 이상…… 그를 찾아내지 못하면 설혜를 죽인 흉수는 영원히 밝혀낼 수 없어."
뇌파극이 물었다.
"설마 연일문이 범인이라 생각하는 건……?"
석비룡은 고개를 저었다.
"설혜를 잘 알고 있는 자가 흉수인 이상 연일문은 절대 범인이 아니야. 단지 짐작할 수 있는 건 젊은 인물이라는 것과 연일문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뿐!"
얘기를 하는 동안 그들은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초가집 앞에 도착했다.
바로 연일문이 숨어살던 집……
부서진 가구들이 어지럽게 널린 속에서 어떤 흔적이라도 발견하려는 듯 석비룡은 눈에 불을 밝히고 구석구석 뒤졌다.
"흔적으로 봐선 약 한 시진 전에 이곳에서 싸움이 있었어. 필경 마을사람들을 모조리 독살한 자와 연일문이 벌인 싸움일거야."
뇌파극은 마땅히 대답할 말이 없는 건지, 그의 말에 전적으로 수긍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었다.
바닥의 가구를 들추어내던 석비룡의 눈이 반짝였다.
"가만!"
그는 신중하게 병풍 아래를 잡고 위로 들어올렸다.
"여기 흔적이 있어!"
바닥에는 둥근 쇠 철문이 나타났다.
쇠고리를 잡아 당기자 그그긍! 소리를 내며 철문이 열렸다.
통로 입구는 워낙 좁아 허리를 구부리고서야 겨우 전진할 수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넓어져, 십여 장쯤 들어간 다음부터는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있었다. 안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더듬 더듬거리며 이십여 장쯤 걸어갔을까?
그들 앞에 다섯 개의 통로가 나타났다.
석비룡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젠장할! 두더지처럼 잘도 파놓았군. 대체 어느 쪽이라는 거야?"
뇌파극은 다른 생각이 있는 듯 히죽 웃었다.
"흐흐흐! 네놈이 날 존경하게 만들어주지."
"어떻게?"
석비룡의 물음에 대답도 않고 털썩 주저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단전에서부터 기를 회전시키자 몸에서 슈슈슈슉! 흰 기류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기류들은 흩어지지 않고 그의 몸 주위에서 운무(雲霧)를 이루었고, 몸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뇌파극의 입에서 웅얼웅얼, 주문이 흘러나왔다.
"신후대길공조태을광(神後大吉工曺太乙光)……."
뇌파극의 소리가 높았다가 낮아지기를 여러 번, 마침내 그의 목소리가 입 속으로 잦아들었고, 갑자기 다섯 개의 통로에서 찌익! 찍! 소리가 들렸다.
이어 작은 쥐들이 통로를 새카맣게 메우며 바글바글 몰려나왔다.
와르르!
찌익! 찌이익!
쥐들의 두 눈에서 눈부신 흰 광채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잠시 후 뇌파극이 눈을 번쩍 떴고 쥐떼들은 찌이익! 한 차례 크게 울고 다시 자신들이 나왔던 통로 속으로 사라져갔다.
뇌파극은 숨을 쉴 때마다 어깨가 크게 들썩여질 정도로 탈진한 상태였다.
"빌어먹을! 전신의 맥이 다 풀렸어."
잠시 후 그는 가부좌를 튼 자세 그대로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석비룡은 긴장하며 물었다.
"실패한 거야?"
뇌파극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는 듯 스르르 눈을 감았다.
"왼쪽 첫 번째 굴이야. 굴을 빠져나간 후 동쪽으로 이십 리 가량…… 어서 서둘러."
모기 같이 작은 목소리만 석비룡의 귀에 전해졌다.
(3)
산 아래로 회색(灰色) 옷을 입은 참담한 몰골의 중년 사내 한 명이 아래로 내리 닫고 있었다.
어디선가 큰 낭패를 본 듯, 풀어헤쳐져 봉두난발한 머리카락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얼굴은 여기저기 깨지고, 터지고, 부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신의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었다.
온통 말라붙은 검붉은 핏자국 투성이에 응급치료도 없이 얼마나 급하게 왔는지, 상처 위에선 묽은 고름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내는 그곳에 가면 생명수라도 구할 수 있는 것처럼 오직 산 아래만을 내려다보며 걷고 있었다. 그러나 무릎에 힘이 없는지 채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픽픽 쓰러지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모진 애를 쓰며 일어섰지만 그것도 잠깐, 다리를 지탱할 힘마저 없어졌는지 아예 나무토막처럼 데굴데굴 굴렀다.
쿵!
오솔길 위에 그의 몸이 떨어졌다.
사내는 땅바닥에 얼굴을 밀착시킨 채 몸을 일으키려는 듯 몇 차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뿐, 사내는 더 이상 움직일 줄 몰랐다.
잠시 후 사내가 굴러 떨어진 그곳에 석비룡이 나타났다.
그는 산 위에 남겨진 흔적을 보고 단번에 뒤를 쫓아 오솔길까지 한 달음에 뛰어 내려왔다.
"이보시오, 연일문! 당신, 살아 있소?"
중년사내의 몸을 안아 들어 올렸을 때, 그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져 있었다.
숨쉬기도 힘든 듯 호흡을 들이킬 때마다 목에서 거품이 일며 그릉 그릉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또 한 발 늦었군. 이미 저승 문턱까지 다다른 건가?'
석비룡의 손이 타타탓! 빠르게 움직이며 연일문의 전신 혈도를 찍었다.
마지막 남은 힘을 격발시키는 것이다.
커억!
연일문의 입에서 주먹만 한 검은 핏덩이가 솟구쳐 가슴을 흥건히 적셨다. 약간 기력이 회복되는 듯 연일문은 희미하게 눈을 떴다.
"다, 당신은?"
누구냐고 묻는 것이리라.
하지만 일일이 통성명 할 시간이 없었다.
"용봉배의 행방을 알려고 왔소! 어서 말하시오! 지금 그걸 가지고 있는 자가 누구요?"
석비룡은 다짜고짜 윽박지르기부터 했다.
연일문의 얼굴에 공포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그것은 이미 산 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저주와 죽음을 부르며 그들이 몰려오고 있어. 우우! 모든 게 나……나의 죄야……."
"무슨 소리야! 어서 용봉배의 행방을 말해!"
연일문의 눈에 초점이 점차 사라져갔다.
"그들은……세상을 피로 씻고…… 모든 걸 말살시킬 것……."
그의 입에서는 이제 숨소리마저 잦아들었다.
"연일문!"
석비룡은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이 자식아! 용봉배의 행방을 대란 말이다!"
"채……채무량……."
연일문은 그 이름만 남겼다.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고개가 덜컥 뒤로 꺾어졌다.
"채무량!"
'내가 찾는 범인이 채소소의 부친이자 백소회 회주인 채무량이란 말인가?'
석비룡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채무량 같은 노인이 흉수일 리는 없어. 그렇다면……?"
석비룡은 문득 아래에서 뻗쳐오는 은은한 열기를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죽은 시신에서 열기라니, 뭔가 이상해.'
연일문의 옷자락을 부욱! 찢어냈다.
밋밋한 가슴……
부상의 흔적은 없었다.
범인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석비룡은 그 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족적이나 혈흔, 무공의 강도, 초식의 사용법 등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흔적들을 그의 손가락은 세심하게 더듬어 내려갔다.
가슴 부근에 이르러 석비룡의 손 끝이 부르르 떨렸다.
'몸속의 뼈가 거의 다 녹아내렸어! 이 정도의 가공할 한기를 내포한 무공은 이 하늘 아래 오직 한 가지…… 혈음신장(血陰神掌)뿐이야!"
한 순간 석비룡은 망연자실했다.
혈음신장!
장을 맞는 즉시 마치 강기에 의해 파열된 것처럼 표피를 뚫고 안으로 파고들어 그 내부를 뜨거운 열로 녹이는 현현교, 최고의 장법.
현현교와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사악한 장법이 다시 강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 *
"뭐라구?"
뇌파극의 말을 듣던 석비룡은 너무 놀라 마시던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백충산과 남해 일양파의 고수들이 몰살을 당했다는 게 정말이야?"
뇌파극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어. 사체들은 항주성 관부로 이송 중이고……."
"설마 그들이 죽은 것이……."
석비룡은 말 끝을 흐렸다.
뇌파극의 말이 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마…… 유봉산(遊峰山) 청등애(靑嶝崖)에서 몰살당했다고 하지."
"유봉산 청등애라면……?"
뇌파극은 찻주전자를 들어 쪼르륵! 자신의 잔을 채우며 대수롭잖게 말했다.
"네가 환상진을 펼쳐 백충산 일행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던 바로 그 장소야. 따라서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받고 있는 사람도 바로 천리무영 석비룡이고……."
"……."
석비룡은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뇌파극은 계속 말했다.
"백충산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바로 너니까. 네가 그들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 * *
쏴아아아……!
손가락 굵기의 장대비에 세상은 온통 뿌우옇게 흐려졌다.
하늘과 땅을 아름답게 채색했던 각가지 색은 자취를 감추었고 대기는 눅눅한 습기로 가득 찼다.
대낮인데도 날은 어두워지고 길에서 행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홀연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관도 저쪽에서부터 수십 필의 인마(人馬)가 빗줄기를 맞으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대나무로 엮어 만든 죽립과 도롱이를 쓴 그들은 관부의 무사들이었다.
말을 탄 사람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걷고 있었는데, 그들 뒤에는 노새들이 십여 대의 수레를 끌고 있었다.
인근에서 큰 사건이라도 있었던 듯 수레 위에는 가마니에 덮인 시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시신들의 피는 아직 응고되지 않은 듯 수레 아래로 붉은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길 위에 흘러내린 핏물은 길게 항주성 관부까지 이어졌다.
우두두……!
빗줄기는 우박과 같이 거세져 커다란 소리로 지축을 흔들었다.
관부의 후원 깊숙한 곳에 있는 허름한 창고 위에도 비는 내렸다. 주인없는 시체들을 임시로 보관해 두는 곳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여러 시체들이 뒤섞여 쾌쾌하고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딸그락!
천장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지만 그 소리는 비에 묻혀 여간 귀를 기울이지 않고는 들을 수 없었다.
잠시 후, 창고 안에도 빗방울이 떨어졌다.
무엇인가에 의해 천정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구멍을 통해 석비룡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머리부터 안으로 들이밀었다. 이어 어깨를 집어넣었고, 등이 반쯤 빠져나오자 그대로 몸을 새우처럼 구부리며 휘릭……! 아래로 떨어졌다.
천장에서 지붕까지는 꽤 높이가 있어 가벼운 무게가 떨어져도 쿵, 소리가 날 텐데 석비룡이 내려설 때는 마치 낙엽 한 장이 내려앉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뒤이어 탁! 소리와 함께 뇌파극이 창고바닥에 내려섰다.
시체들은 모두 싸구려 나무들도 얼기설기 짠 관 속에 뉘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즉시 관 뚜껑을 열고 안에 든 시체들을 확인했다.
모두 일양파의 무사들이었다.
석비룡이 말했다.
"직접적인 사인은 혈음신공이야. 연일문을 죽인 자와 동일범이란 얘기지."
"그게 통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뇌파극은 의문이 풀리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일문를 죽인 이유는 알겠지만 백충산는 왜 죽인거지?
그리고 혈음신장을 사용하는 흉수와 연일문, 그리고 채무량은 대체 무슨 함수관계가 있는 거지?"
석비룡은 피식 웃었다.
"그것은 놈에게 물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지. 하지만 두 가지는 분명해!"
"두 가지?"
"하나는 현현교가 백 년 만에 부활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놈의 능력이 상상조차 못할 만큼 끔찍한 경지에 올라있다는 사실이야."
뇌파극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육문 오가의 하나로 수십 년간 백도무림의 핵심세력으로 군림해온 남해 일양파가 겨우 한 명에게 몰살을 당했다면 누가 들어도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지. 그렇담 이제부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석비룡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백소회의 회주 채무량을 찾아가야지."
"……?"
"연일문이 죽은 이상 이 사건의 마지막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니까. 서두르면 선하령(仙霞嶺) 낙하평(落霞坪)에서 채무량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십팔봉회의 사람들은 사 년마다 한 번씩 선하령에 모여 비무대회를 가진다. 각파에서 선출된 다섯 명이 무예를 겨뤄 우승한 방파가 사 년 동안 십팔봉회의 수좌에 오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