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 ㅡKBS배 아이스하키 선수권 결승에서 연대는 고대와 만나 연장까지 가는 혈투끝에 무승부를 기록하게 됩니다.
그런데 KBS 9시뉴스 시간이 점점 늦어지자 전무후무한 제비뽑기(추첨)로 우승팀을 가리게 됩니다.ㅠㅠ
허름한 탁자위에 몇번 접은 종이 두장을 갖다 놓고 고대의 3학년 이중우(배문고)와 연세대의 2학년 김정규(경성고)가 대표로 나오게 됩니다.
서로 망설이다 연대의 김정규가 몇번 접은 종이를 떨리는 손으로 집어서 살며시 쥐고 서서히 펴봅니다.
순간 뭉크의 절규란 작품을 연상케하는 머리를 감싸쥐고 절망하며 서서히 무릎을 꿇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이를 보던 고대의 이중우가 붉은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나머지 종이 한장을 낚아채고 고대의 동료들과 얼싸 안으며 환호성을 지름과 동시에 종이를 확인하자 감독까지 만세를 부르며 뛰쳐나오고 고댓빠들은 악마의 뱃노래를 부르고 아이스하키링크는 분수처럼 퍼지는 붉은 메아리로 뻘겋게 물들어버립니다.
세상에 살다살다 뉴스시간 쫓겨 추첨으로 빙구우승팀을 가리는 전무후무한 해프닝이 81년에 있었습니다.
81년은 저에게 찬란한 슬픔의 해였습니다.
중학생이던 저에게 박노준과 김건우형은 야구영웅이었고 최동원형님 다음으로 좋아하는 형들이었습니다.
이 막강한 원투펀치가 대통령배 첫경기에서 무명이었던 광주진흥고의 김정수에게 완전히 셧아웃당합니다
그리고 청룡기ㅡ화랑대기ㅡ봉황대기에서 계속해서 준우승에 머물고 그것도 모자라 박노준형(현 안양대총장)은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까지 당합니다.
81년 아이스하키 결승의 연세대 추첨패와 선린상고의 불행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아픈 추억입니다.
첫댓글 제가 중3때 벌어진 재미난(?)얘기네요 ㅎ
강산이 네번 바뀌었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때보다 못하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이스하키 발전을 기원합니다.
저는 중2때인데 저랑 아이스크림님과 연배가 비슷해서 더 반가운 댓글입니다^^
글 재미있어요 감사합니다
네! 저도 추첨으로 우승을 가리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당시 캐스터나 해설자가 제대로 설명을 못 하더군요.
KBS뉴스때문에 그런겁니다.
그당시 KBS뉴스는 여당의 나팔수였거든요
감사합니다^^
이 때 제가 피겨 배우느라고 동대문실내링크에 다녔는데, 정빙기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아이스하키할 때 경기장이 꽉 찼던 기억도 있습니다.
@백양로 걷기 아이스하키 경기장도 작았을뿐더러 입구도 굉장히 좁은 변이었습니다.
짤이 절묘합니다^^;
감사합니다 ^^
아이스하키에서 kbs뉴스 때문에 추첨을 한 것이군요.살다살다 추첨은 처음 보네요.
그당시 전두환대통령 집권 초기입니다.
군사정권이 방송통폐합으로 동아방송ㅡ기독교방송ㅡTBC동양방송(TV와 라디오)을 통채로 집어삼키고 1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9시뉴스는 군사정권의 나팔수인데 너무 늦게 방송했다면 아마 남산으로 끌려가서 정신교육 좀 받고 반성문 쓰고 나왔을겁니다.
KBS는 이원홍사장이 mbc는 이진희사장이 정부핵심층에 서로 잘보이려고 경쟁이 대단하던 시절이었지요.
@웅이훈이 그런데 신군부가 만들었던 KBS시청료 강제납부는 이제 좀 폐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웅이훈이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이글은 자유게시판으로 옮기겠습니다.
네^^ 옮겨주십시요
이런 일도 있었군요. 지금이나 되니까 웃고지나갈수있지만 당시는 황당하며 열받을 일입니다
32년이 지났는데도 잊혀지지 않는 억울한 결승전이었습니다.
황당한 일이 일어났군요.
정말 황당하고 억울했어요
네!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탁자에 놓인 흰봉투가 양선수 앞에 하나씩 있었는데 선택권을 먼저 얻은 김정규 선수가 상대방 쪽에 놓인 흰봉투를 집더군요. 불행이 여기서부터 시작하면서.....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천불이 나서 더이상은 언급을 안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