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마늘 예찬
홍 성 자
요즘 4월말부터 5월말 정도까지는 산 마늘이 한창 나오는 계절이다.
30여 년 전 한국에서 살 때는 산 마늘이란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다.
캐나다에 와보니 산 마늘이라 하여 신기하고 귀한 초록 잎을 해마다 먹으면서 생각해 보니, 한국의 봄은 쑥이나 냉이라고 했는데, 산 마늘은 캐나다 봄나물의 대표라고 할 수 있겠다.
이곳 캐나다에서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음식을 만드는 대회를 하는 채널들이 있다. 음식대회는 한정된 시간에 맛과 영양, 또는 보기에 좋아야하고, 창조적이어야 하는 등의 여러 심사기준이 있다. 그날은 음식위에 산 마늘 세 잎을 살짝 얹어 놓으며 마무리를 지은 음식이 우승을 차지하였다.
어머나! 저 산 마늘 잎!
나는 무릎을 치면서 산 마늘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산 마늘은 주로 토론토의 외곽지역에 숲속으로 가면 무리무리 지어있거나 또한 조금씩 널리 퍼져 있는 것을 간간이 볼 수 있다.
산 마늘 어린잎은 두 잎이나, 혹 세 잎이 나오는데, 튜울립 어린잎 같기도 하고, 조금 크면 토끼 귀같이 두 줄기가 길고 넓적해진다. 한번 자르면 그 해엔 그 자리에서 다시는 싹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뿌리로 번식을 하는데 한국의 다 큰 잔 파 뿌리보다 좀 작고 가늘며 하얗다.
캐나다의 신선한 자연 속에서, 기름을 바르고 나온 듯 반들반들한 고개를 쏘옥! 내미는 초록의 산 마늘 군락은 참으로 싱그럽고 찬란하기까지 하다.
산 마늘 냄새는 캐나다 냄새다.
캐나다의 봄은 산 마늘이 풍성하기 때문이다.
산 마늘은 대개 5월초 전후로 3주정도가 제일 연하고 부드럽다. 이때가 지나면 꽃이 피어 잎이 누렇게 되고 억세져서 거의 먹을 수가 없다.
여기에서 알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캐나다는 자연보호로 산 마늘 뿐 만 아니라, 참나물, 산삼, 고사리, 고비, 취나물, 달래, 돌나물 등의 채취를 법으로 금하고 있다. 특히 온타리오 주는 그 법이 강력하여 산 마늘이 많이 있는 곳엔 경찰들이 단속한다고 한다. 산 마늘을 뜯다가 경찰에게 발각되면 벌금은 물론 법정에도 서야하는 무서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토론토에서는 4월말부터 5월말 정도까지 한국식품점에 가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산 마늘이란 쉽게 말해서 산에서 나는 야생 마늘이다.
마늘만큼이나 몸에 좋다는 이른 봄 캐나다의 또 다른 자연산 산나물이다.
이곳에서 야생마늘은 한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족들이 좋아함을 TV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산 마늘을 먹으면 명이 길어진다고 하여 명이나물이라고 하며, 맹이나물이라고도 한단다. 강원도의 깊은 산속에서나 드물게 본다고 한다.
산 마늘은 몸속의 기생충도 없애주고, 위를 튼튼히 해 주며,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각종 암과 간염, 만성 피로에 좋고, 해독 작용도 하는 등 섬유질도 많아 장운동에 좋다고 한다.
상추 위에 산 마늘잎을 얹어 구운 고기를 싸서 먹으면 그 맛은 환상적이다. 산 마늘 오믈렛 요리도 일품이다. 된장찌개나 생선찌개 등을 끓일 때, 한 웅 큼 썰어 넣으면 향기와 감칠맛이 기막히다.
산 마늘이 여러 요리에 다양하게 쓰이지만, 우리 한국식으로 담은 숙성된 산 마늘김치는 곰삭아서 때때로 밑반찬으로 내 놓으면 그 또한 귀한 별미이다. 또한 식초와 왜간장에 장아찌로 담아 놓으면 오래토록 먹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손꼽는 웰빙식품이라 하여 폭발적인 인기라고 한다. 요즈음은 곳곳에서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여 생산량을 엄청 늘린다고 한다.
문제는 맛있게 먹고 나서 양치질을 정성껏 해도, 입에서 마늘 냄새가 여전하여 말도 제대로 못하고 기를 못 편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 나름대로 산 마늘을 먹고 난후 냄새가 훨씬 덜하고, 나아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연구한 것이 있다.
산 마늘잎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새콤 달콤 초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많이 먹게 되어 건강에 더 좋다는 생각이다. 물론 양념 맛도 있지만 누구든지 한국인이라면, 가히 그 맛에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 척! 을 할 것이다. 또한 산 마늘잎이 익어서 그런지 냄새가 덜남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마늘냄새 때문에 고민이 되면, 우유를 좀 마시거나 사과나 김을 먹으니 도움이 되었다.
만만한 반찬이 없는 날은 냉장고 안의 뒤쪽으로 밀어둔, 알맞게 익은 산 마늘 김치를 꺼내어 뜨거운 밥에 얹어 먹을 생각을 하면 군침이 도는 건 물론, 외국 땅에서의 외로움도 멀리 멀리 날아가 버린다.
캐나다의 봄은 흐드러진 꽃 소식보다도, 봄바람 속에 싱그러운 산 마늘냄새가 먼저 나를 유혹한다.
( 2024. 4. 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