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눈발이 조금 날리어서 길이 미끄럽고 사나울 터인데도 아내는 외출하려는지 목도리를 둘렀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 노인은 넘어지면 큰 일 나. 뼈가 약해서...'
아내는 '그럴 게요'라고 말한 뒤에 바깥으로 성당으로 나갔다.
나는 서울에서는 오갈 데가 별로 없고, 날마다 '三食이 영감'이기에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에서나 머문다.
그저 남의 글이나 읽고, 나도 잡글을 긁적거린다.
이왕이면 잡글이라도 더 다듬고 고치면서 배우고 익히고 싶다.
언어학, 문학과는 무관한 생활을 하면서 늙었지만 이제라도 우리말과 우리글을 조금씩이라도 더 잘하고 싶다.
내 생활글을 다듬으면서...
마리오네트 인형, 베키킹하는, 타르트 하나, 카페인의 힘, 초코의 달콤한,
커피 마스카 포네치즈 타르트, 비쥬얼, 헛헛할 땐, 하우스 귀여미들, 부비부비하다, 넵, ...
꽃을 재배하며 판매하는 카페에서 퍼 온 단어이다.
일흔한 살인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와 문구에 고개를 흔든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고...
聞香이란 단어를 보았다.
코발트빛, 우버택시, 카카오카풀, 카카오 카풀, 카풀, 카풀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어풀, 앱, 파스텔 색조, 밤의 애탐, 공유경제, 빚투, 떼창한다, 홍살 문, ...
도대체 무슨 뜻이야?
외래어, 조어, 한자 등에 약한 나는 이해불능이다.
확인 중이다.
빚투 : 빚 too, 빚 too me → 빚투
'나도 빚 있다'의 신조어?
혐핫 : 嫌 hot(혐핫) : 핫한 것을 혐오한다.
논네 : 나이 많은 노인을 의미하나?
라떼파파 : 커피를 들고 유모차를 끄는 아빠
말을 그대로 적는 기능이 많은 우리말과 우리글이다.
그런데 우리말을 소리가 나는대로 그대로 적으면 전혀 엉뚱한 단어와 문구로 변질될 수 있다.
예컨대 '어머니'를 '어 머 니, 어머 니, 어 머니, 어머니'로 다르게 나타낼 수 있다.
어머니라는 말을 수십 만도 더 들은 나는 띄어서 말하거나 붙여서 말하거나 관계없이 다 알아듣는다.
그런데 한자어, 외국어로 쓰는 경우에는 전혀 아니다.
우리말과 우리글에 서툰 외국사람이라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게다.
多難多事 :
思多卵多 :
亂多思多 :
...
'다사다난 한자인 多事多亂' 사자성어의 낱자를 바꾸면 많은 조어가 가능하며, 여기에 한자를 다르게 쓰면 엄청난 조어가 생성된다.
'세월 따라 가는 데로 가자'이라는 글을 있다.
'가는 데로'가 '가는 곳(장소)'를 뜻한다면 이 문구는 맞다.
그러나 '가는'이 용언(동사)의 관형사일 때에는 의존명사이기에 장소는 아니다. 어떤 상태, 상황을 같이 하는 뜻을 지닌다.
예컨대 '마음 가는 대로, 배운 대로, 보고 들은 대로, 시키는 대로'처럼 떼어 써야 한다.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등)에 붙으면 '대로'는 조사이기에 붙여 써야 한다.
예컨대 '부모님의 뜻대로, 아는 방법대로, 계획대로'처럼.
위 '세월 따라 가는 데로'는 어떨까?
'데로'가 장소(곳) 등을 의미하지 않는 용언(동사)이라면 '세월 따라 가는 대로'로 써야 한다.
'푸른 날의 사랑 예기'이란 문구를 보았다.
'예기'가 무슨 뜻인지를 몰라서 한자 단어를 검색했다.
예기(藝妓) : 예쁜 기생?
예기(銳技) : 날카로는 기술?
예기(醴器)는 : 달콤한 술그릇?
이에 대한 한자 단어는 숱하게 많지만 이쯤에서 접는다.
도대체 '예기'가 무슨 뜻인지가 모르겠다.
한자 단어에 약한 나를 탓한다.
인터넷으로 글을 쓰다가 의문시되는 오탈자 등을 검색하는 기능이 있다.
인터넷 '다음'에는 '한국어 맞춤법 문법 검사기'가 링크되어 있다.
여기에 1,000자 이내의 문장을 넣어서 검색하면 잘못되었거나 어색한 문구에는 색깔로 표시된다.
아쉽게도 75%만 믿고, 25%는 믿지 않는다.
25%는 별도로 사전 등을 펼쳐서 확인해야 한다.
하나의 예다.
시간을 의미하는 단어인 십분(10분).
붙여서 쓰면 '십분', 떼어서 쓰면 '한 십 분'이다.
그런데 위 검사기에서는 두 개가 다 맞는 것으로 나온다.
시간을 의미하는 뜻에는 '십 분'이라고 떼어서 써야 맞다.
한 번 확인해 보기 바란다.
'십분'을 붙여 쓰는 경우가 있다.
시간 10분이 아닌 다른 의미이다.
십분(十分) : 분량이나 요구 조건 따위를 만족할 만큼 충분히' 뜻을 나타난다.
영어로는 enough, sufficiently, in full 등이다.
예컨대 '네 뜻을 십분 이해한다. 네 뜻을 충분히 알겠다'는 등의 의미이다.
1.
12월 14일 밤.
'한국 국보문학 송년의 밤' 행사가 다 끝난 뒤 카페 운영진에서는 귀가하는 회원 모두한테 작은 화분 하나씩 나눠주었다.
잎사귀가 빨간 세인포티아.
집으로 가져온 뒤 중간 크기의 화분에 옮겨 심었다.
'식물은 화분 크기만큼만 자란다'는 게 내 생활철학이다.
정성들여서 잘 키우고 싶다.
12월 16일.
오늘도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서 60여 개의 작은 화분을 내려다보았다.
화분 속에 민달팽이가 숨어 사는데 낮에는 흙속에 숨고 밤에만 나와서 기어다닌다.
잎사귀에 이들이 기어다닌 흔적이 남아 있다.
끈적거리는 즙이 묻어서 말랐다.
흙속의 작은 물체를 갉아먹어서 해체하는 데에는 기여하지만 식물한테도 해를 끼친다.
나는 삼붕나와 잎사귀를 데쳐서 먹는데 여기에도 민달팽이 흔적이 있으면 내가 곤란할 터.
자잘한 꽃을 피운 란타나 외국 화초의 잎사귀에도 흔적이 남아 있다.
뼈가 없는 이들이 많고, 징그럽기에 어떻게 해서든지 없애고 싶다.
화원 가게에 나가서 민달팽이를 잡는 농약품을 사야겠다.
1.
태평양 지역을 다녀온 큰사위가 선물로 내놓은 외국 과일 봉지.
알 수도 없는 열매를 건조시킨 것 같기에 며칠간 쳐다보았지 그대로 놔두었다.
인도 사위는 '잡숴 보세요'하고는 봉지를 뜯어서 두어 개를 꺼냈으나 그래도 나는 먹지 않았다.
도대체 뭐여? 의문스러워 하면서도 손대지 않았다가 아내가 성당 다녀온 뒤에 오늘에서야 내가 말랑거리는 식품을 뜯어서 속을 들여다 보았다.
세상에나, 그게 무화과 말린 것이였어?
서해안 내 시골집 텃밭에 50여 년 전부터 있는 무화과나무이다.
노지(아무런 시설을 하지 않는 땅)에서 재배하는 아열대성 과일나무이기에 해동되는 2월 3월이면 꽃샘추위로 냉해를 자주 입어서 굵은 줄기가 터져서 죽기도 하는 나무이다.
마을안길 도로변 위에 심었기에 마을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슬쩍 따서 먹는 무화과.
무화과 종류도 여럿이다.
서해안 산골마을에서, 아무런 보온시설물도 없이 맨땅에서 재배하는 무화과라도 맛은 가장 낫다.
무화과는 딴 그자리에서 먹는 게 맛이 더 난다.
후숙하거나 잼하거나 발효시킬 수도 있지만 나는 건조시키지는 않았거니와 나한테는 그럴 만한 식품 도구가 없다.
인도 사위 덕분에 말린 무화과 열매를 맛 보았다.
내년 시골에 내려가거든 무화과 뿌리와 줄기를 잘라서 포기 나누고, 뿌리 내림을 한 뒤에 증식해야겠다.
남한테도 또 나눠 주고...
2018. 12. 16.
첫댓글 고운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추위에 조심 하시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고운 글은 전혀 아니고요.
그냥 잡사를 긁적거리는 수준에...
어떻게 하면 글 잘 쓸까 욕심을 내어서 이따금 글쓰기 사전을 펼쳐서 확인하지요.
제 입말하고는 상당한 차이를 발견하지요.
예컨대 '지난 날'이라고 썼는데 이게 틀리고 '지난날'이라고 붙여 써야 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서야 알았지요.
생활글 다다닥 쓰면서 덕분에 글쓰기 공부를 더 합니다.
댓글에 꾸벅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