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기자기한 특산물 음식이나 로땡땡 초콜렛 등 아무렇지 않게 먹는 분들 안타까워 제 경험을 글로 씁니다.
저는 미국에 살고 있어요. 일본인 친구는 많지 않지만, 성인을 위한 영어 배우는 수업에는 일본인들을 만날 수밖에 없어요.
제가 아는 일본인들 대부분 일본산 안 먹습니다. 물론 먹는 척은 합니다. 보통 대도시들은 당연히 일본 식료품점이 한국식료품점이 더 잘 되어 있고, 보통 한국마켓들도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하기엔 타겟층이 적어 아시안마켓을 목표로 하여 일본, 중국 식료품 많이 갖다놓고 팔아요. 일본 친구들은 일본산, 대기업 식품들 왠만하면 골라서 살 수 있어요. 오히려 한국마켓은 대도시에만 있지만 일본, 중국은 중소도시까지도 아시안마켓, 미국 마켓에서 더 많은 선택권을 가져요.
영어수업 초반. 다들 그렇듯 처음엔 체면차리고 아쉬운 소리 안하고 일본인들은 일본 자랑하고 일본 과자 같은 것 갖고와서 나눠줘요. 물론 저도 그렇지요. 그러다 몇달 지나 친해지니 일본친구들이 저에게 물어요. 뭐해먹고 사니? 아시안마켓 가서 뭐 사니? 한국의 믿을만한 식품을 만드는 한국 기업을 말해달라. 식재료 추천해달라고 해서 저도 제가 즐겨 먹는 한국 기업들 쭉 말해줬죠.
왜냐하면 미국의 한국 마트엔 오뚜기 청정원 씨제이보다 더 많은 것이 다국적 기업 것들이에요 한국에서 본 적 없는 아씨, 왕 이런 것들이 한국산보다 더 싸게 (원산지는 중국, 동남 아시아, 미국등. 최근엔 일본산원재료도 많고요) 팔고, 포장도 한글이라 외국인 눈엔 한국산인지 아닌지 이게 아리까리 합니다. 이들 중 일부회사는 모기업이 중국, 일본이고, 한국인들은 피치못한 상황 아니면 두배 가격이어도 한국 것 먹어요. 그러니 한국인한테 묻는거에요. 믿을만한 한국 식품을 만드는 한국 회사는 어디인가. 그들도 한국인들이 국산 선호하고 식료품들이 안전하고 (백프로는 아니지만 중국보다) 이런 한국인들 특성을 우리처럼 똑같이 알거든요.
일본인들에게 식품회사들 말해주면 그 때부터 생각보다 집요하게 물어보고 그 정보를 메모하고, 검색하고 저장하고, 절친한 친구끼리 그걸 순식간에 공유해요.
한번은 날 굉장히 친절하게 봤는지, 절박했는지 저한테 너 H마켓 가는 날 따라가고 싶다. 너한테 일정 다 맞추겠다. 라고 열번은 말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 뭐 어렵다고. 외국에서 H마켓 체인 가보신 분들 알겠지만 이게 한국마켓이라지만 일본, 중국, 동남아, 인도 물건들도 많거든요. 일본마켓 따로 있지만 그냥 여기 와도 일본인들은 일본 만두, 라면 등 냉동식품들 골라 사먹을 수 있어요.
그렇다면 대체 왜. 나에게 한국 식료품을 묻는가.
이 친구 저를 붙잡고 안 놓은 채, 한국제품만 사진 300장 찍었어요. 한국요리에 관심있다면 채소 같은 것 찍었겠죠? 노노 그냥 한국 회사 식품들 싹 다 찍었어요. 두부를 시작으로 한국 회사, 한국 유기농두부는 믿을만한가 그 회사들 전부 찍었고요. 메모하고요. 만두 뿐 아니라 우동면 만드는 회사들 중에 씨제이 청정원. 저는 설마 했는데 간장, 된장 소스 코너 끌고가서 메밀국수 국물 회사까지 (저는 우동면은 청정원 먹고, 메밀국수소스는 오뚜기 먹어요) 다 물어보고 대기업회사제품 전부 하나하나 사진 찍었어요. 과자도 마찬가지, 냉동식품도 전부요.
두시간 넘게 붙잡혀 있다가 (어차피 이것도 다 영어공부 라며 체념한 채 내가 먹은 식품은 전부 알려준 듯) 푸드코트에서 한국 치킨 사먹으며 운을 띄웠어요. 너 사진 정말 많이 찍었구나 몇장 찍었어? 응 200장 넘게 찍었네. 일본마켓도 저쪽 동네 있잖아? 응 그런데... 일본제품만 먹을 수는 없잖아.... 라고 하고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야 너가 찍은 제품들 전부 일본 제품 있는건데? 너 매운것 못먹어서 김치나 고추장 칸에선 사진 안찍었잖아.) 라고 말하려다 그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보니 ‘그래 방사능 제품.... 나도 알지.’ 라고 생각이 딱 들어서 더 곤란하게 묻기 싫어지더라고요. 너네 방사능오염때문에 일본 것 안 먹지? 라고 묻지는 않았지만 그 대답과 그 흔들리는 눈동자는 그걸 대답해줬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 음. 너네도 말은 안하지만 일본 제품 잘 안먹는구나, 싫구나. 생각이 들었고 의구심도 들었어요.
그 후 영어수업 반의 세명의 일본 친구들을 관찰하니. 그중 한명이 일본 비싼 초콜렛을 가져온 날. 멕시코랑 인도 친구들이 고마워하면서 먹고, 저도 하나 받아둘 때. 그걸 가져온 일본 애들은 말은 이것 맛있는거다 고맙다 그러는데, 안 먹더라고요. 단 한개도. 아! 생각해보니 저도 예전에 두번이나 그들이 일본 과자랑 사탕 가져왔을 때 안 먹었거든요. 고맙다 받은 후 가방에 넣어 집에 와서 버렸어요. 저는 일본산인 것을 아는 한은 입에 안대거든요. 저와 함께 한국산 식품 사진 찍던 친구는 보통 저보다 늦게와서 제 뒤에 항상 앉는데, 저를 보고 있었던 것 아닐까 합니다. 아마 저를 먹거리에 까다로운 혹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해요.
그리고 기억나는 것이 마트의 라면코너에서 한국의 우동사발면을 보여주며 여기에 가추오부시 너네 나라거 들어가잖아. 우리는 이런 국물 우릴 때 멸치와 다시마를 끓이고 간장을 넣어 국물 만든다. 라고 제가 말했던 장면이에요. 그 때 친구가 자세히 메모 하더라고요. 멸치랑 다시마 전부 사진 찍었고요.
물론 우연일 수도 있죠. 단 한명의 그 친구만 까다로운 것일 수도 있고, 특히나 그 일본 초콜렛을 일본애들이 안먹은 것은 특히나 우연일 수 있어요. 그래서 남편한테 이 두가지 이야기를 했다가 뭐라 한소리 들었어요. 남편도 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겠죠.
그런데 그 후 다른 학교의 큰 영어 수업으로 옮겼어요. 이 수업에는 일본인 1/4, 중국 1/4, 한국 1/4, 그 외 나라출신 1/4 이었는데 초반엔 일본인이 두어명 더 있어서, 일본인이 제일 많았어요. 게다가 반 고정석처럼 되었고, 저는 일본인들 사이 자리에 계속 앉게 되더라고요. (수업중 그룹 활동을 종종 시켜서 자잘한 에피소드들도 많아요.)
보통 쉬는 시간이면 개별포장된 간식을 나눠먹는 게 흔하죠. 나는 경험상 나도 모르게 내 시야의 일본 사람 8명 정도 매 시간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하이츄 같은 것 잘 먹어요. 이건 일본것인데 내 친구들도 잘 먹더라~ 이러면서 유럽출신 애들에게도 권하고 본인들도 먹어요. 그래서 ‘아, 지난번 일본 친구가 음식에 예민한 극소수였구나. 세명이 그날 일본 간식 안 먹은건 우연이었구나’ 했어요. 그런데 또 어느날은 제가 가져온 말랑카우랑 작은 초콜렛은 먹으면서 다른 일본애가 돌린 일본 쵸콜렛은 일본 애들이 하나도 안 먹는거에요? 어 이상하다? 왜 고맙다고 말만하고 가방에 넣지? 왜 일본애들은 한명도 안먹지?
바로 원산지.... 하이츄는 일본 생산 제품이 아니었어요. 제품마다 그런지 모르지만 미국 하이츄 제품들은 대부분 동남아에서 만든 것이더라고요. 저도 하이츄 안 사먹어서 잘 몰랐어요 (비싸도 마이쮸 사먹는 한국 사람)
시간이 지나니 여기서도 친해진 두명이 똑같이 묻더라고요. 믿을만한 한국 식품 회사 알려줄래. 한국산은 깨끗하지? 중국같지 않지? 너네 한국마켓엔 가짜 없지? 어떤 회사가 믿을만해? 만두, 간장 회사 좀 알려줘. 라고 묻고 메모하고 검색해서 저장하더라고요.
정말 우연일 수도 있어요. 적지만 그런 확률 있죠. 너무 소중한 일본 거라 그 작은 간식을 각자의 집에서 먹을 확률은 없다고 봅니다만 여튼 개인적 경험상 고작 열명 가지고 이런 말 하는 것 우스운 것 저도 알아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죠.
그러나 적지 않은 에피소드들도 있고, 그들의 자존심상, 문화나 전통면에서 우린 한국 중국보다 우월하다 라고 생각하는 그 면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그 어떤 나라친구들에게도 식료품에 대해 물은 적은 없고, 중국 식품은 믿을 수 없다 라고 말하는 점, 또 제 모든 일본 친구는 아이를 가진 전업주부들이었기에 일본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 여러가지를 종합하면 한국산 제품으로 소비를 옮기고 있다는 겁니다. 최소한 제가 만난 일본인들은 그랬어요.
일본산 음식에 환장하는 분들. 왜 10년전에 비해 일본산 음식들 가격이 떨어진 건지 잘 생각해보세요. 미국마켓에서 일본산은 정말 헐값이에요. 재고처리하려고 아무리 할인을 해도, 미국 마켓에서도 일본산이 안 팔리는 것 눈에 보여요. 아이스크림, 라면, 녹차 등 일본 것이 은근 많았지만 점차 자리 줄었어요. 그 자리를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가 채우고요. 잘 생각해보세요. 저는 세계인들 뿐 아니라 일본 사람도 일본산 잘 안 먹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첫댓글 이러는와중에 일본원재료 수입해서 제품 만드는 한국기업은 뭔지....
자국민도 안 먹으면 누가 먹엌ㅋㅋㅋㅋㅋ
나두 이제 좀 더 철저하게 먹지말아야겠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