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림이 죄는 아니다 그러나 ....

고사리 뜯으러 간날 밤잠자리에 누우면 천정에 고사리밭이 펼쳐지고겅중겅중 공중에 떠 있는 느낌 취나물을 뜯어오면 어김없이 천정에 취나물이 하늘거리더니만해루질을 다녀온 날 밤에는 눈앞에 굴바위가 어른거리고 홍합들이 손짓한다 도토리줍기에 빠져 날마다 도토리를 주워 등산가방에 한가득 메고 내려올때다리가 후들거리고 땀이 흘러도 다음날 또 도토리를 주웠다그 해에는 아마도 두가마니는 주웠을게다누구네 한말 퍼주고 또 도토리 묵을 쑤어 출타할때 고이 챙겨가고는 했다 내 입으로 들어간 경험이 없는데 취나물은 또 얼마나 뜯어왔던고 이번에는 홍합을 조금 땄더니이거이 누구네도 주고 싶고 또 누구네도 걸리고 누구누구 이름이 줄줄이 떠오르는거 보니내 몸이 고달픈건 팔자려니 해야하나 일도 잘못해서 공주님 소리 듣고 살았는데이거이 이렇게 어디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고 달려나가니어쩌면 욕심이 아닐까 남자로 태어났으면 여자에 미쳤을테고노름맛을 알았으면 노름에 미쳤을테고술맛을 알았으면 술꾼이 되었을테고춤바람에 빠졌으면 발바닥이 남아났겠어? 내가 숨질때까지 오직 한가지 목적을 향하여 달려가리라그렇게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려는데이렇게 또 삶속에는 여러가지 이벤트들이 숨겨져있다 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티비도 딱 끈어버렸는데 말이다끈으려고 애쓴 것이 아니라 저절로 끈어져 버렸다그 좋아하던 세계여행프로나 자연인이다  동물농장도 멀리 멀리 가버렸는데우째 바닷물만 나간다면 양파망 들고 장화신고 뛸 생각부터 하니사람이란 믿을게 못된다 손에서 놓지 않던 책도 양보하고오로지 한가지 일에 전념하는 요즈음의 나날속에해루질은 또 얼마나 행복한 보물찾기인가? 누구도 모르는 자신의 죽음앞에서어떤 모습으로 신앞에 설것인가가 지금 나의 화두이다가장 큰 숙제이고 가슴을 짓누르는 돌덩이다 나는 너무나도 나를 사랑했다그래서 비움도 어려웠고 나를 부인하는 삶이 너무나 어려웠다숨막히는 붙잡힘이 싫어서 자유를 부르짖었다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기를 원했다 그 결과 성적표를 펼쳐보니후덜덜거려 정신이 혼미해진다 개개인마다 삶의 종합진단을 받아보면정직한 자기의 성적표가 있기 마련이다 이 성적표로는 감히 신앞에 설수가 없으니어디 감히 티비를 껴안고 살수 있고 책속에 파묻혀 헤롱거릴 시간이 있겠는가 누구에게는 황당해 보이는 모습일지도 모르지그렇게 자연처럼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면 되는거라고 믿는 사람들 말이다 나는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고또 어디로 가야될지를 알기에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무엇을 준비해야되는지를 안다는 것이그들과 다른 것이다 누림이 죄는 아니다부를 누리고 건강을 누리고 자연을 누리고 사람을 누리고그것들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들이니까 그러나 삶의 우선순위에서무엇이 앞에서고 뒤에서는가를 알지 못하고덤벙거리다가 어느날 문득 뒤돌아 보면그 많은 세월을 잃어버린 계산착오의 길을 걸었다는 자책감이 들기 시작한다그것이 우선순위에서 걸리는 문제인것이다 신은 사랑이시지만신은 공의로우신 분이시다 사랑때문에 용서도 받지만공의로움때문에 심판도 받는다 누군가는 그러겠지그냥 물이 흘러가듯 살면 되는 것이지그렇게 까탈맞게 살아야 하느냐 신의 공의로움을 몰랐드라면 나도 바람처럼 물처럼흐르는대로 흘러가겠지당신처럼 편하게 말이다 어떤 이름으로 어느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았는가는중요하지 않다 그건 달란트대로 그 위치에 세워놓았을 뿐관계의 문제인것이다 무슨 대단일 일을 이루어놓았다고 한들신앞에서는 도토리 키재기도 안되는 것이다그걸 카드로 내밀겠다고?어림없는 소리! 누구의 얼굴을 마주하며 누구와 대화하며누구의 손을 잡고 걸었는가를 묻는 것이다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다고 부르짖는 인생들드려도 드려도 모자라다고 눈물흘리지 못하는 불쌍한 인생들 그 불쌍한 인생들 중에 내가 끼어있으니 이게 미칠 일이 아닌가? 지나온 수많은 세월속에왜 내가 지고 왔다고 생각했던 십자가는 지우개로 지운듯 보이지 않고육신의 정욕을 따라 살았다는 성적표만 보이니 탐정놀이를 하면서도 해루질을 하면서도돌아와 그 앞에 서면 나는 너무 많이 슬프고 죄송스럽다 밥먹고 잠자는일 외에오직 그 얼굴을 구하고그 음성듣기를 사모하고그 마음 읽기를 사모하다가 이리 오너라 하실 그 때에사모하는 마음으로 달려가고 싶은 이 내 심정을 내 님이 아실려나?